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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포탄’은 이미 우크라이나 근처로 들어갔다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3/04/18 [12:11]

‘한국군 포탄’은 이미 우크라이나 근처로 들어갔다

박명훈 기자 | 입력 : 2023/04/18 [12:11]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각국의 대응이 담긴 미국발 도청 기밀문서에 한국 대통령실이 폴란드를 통해 155밀리미터 포탄 33만 발을 보내려 한 정황이 담긴 가운데, 포탄이 이미 우크라이나 근처로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와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17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과 문화방송(MBC) 보도를 종합하면 대형 화물트럭이 155밀리미터 포탄을 싣고 경남 진해항으로 이동했다. 진해항은 한국군, 주한미군의 무기와 물자를 한국 바깥으로 내보내는 기지가 있는 곳이다.

 

뉴스공장에 따르면 제보자 ㄱ 씨는 “사무실에서 배차를 줄 때 155밀리미터 포탄을 싣는다고 이야기했다. 3월 30일에 연락받고 ‘임실 관촌6 탄약창’에서 출발해 31일 진해 군부대에 도착했다”라면서 “운송 시 통제를 한국군과 미군이 번갈아 했다”라고 주장했다. 정황상 임실 관촌은 전북 임실 관촌면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ㄱ 씨는 “지금 뉴스에 나오는 내용을 들으면 (대통령실은) 그런 계획이 없다 이렇게들 말하던데 일단 전 운송을 했고 155밀리미터 포탄이 국내에서 나가고 있는 건 확실하다”라면서 “3월 31일부터 4월 중순까지 (이송을) 계속했다”라고 했다. 

 

증언대로라면 도청 파문 이후에도 포탄이 진해항으로 옮겨졌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MBC는 충청도에 있는 한 탄약창에서 출발한 위험물, EXPLOSIVES(폭발물)이라고 적힌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 트럭이 진해항으로 줄줄이 들어가는 영상을 공개했다.

 

MBC는 “기사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적어도 우리 군 탄약창 세 곳에서 진해항으로 이동해 최소 33만 발 이상이 해외에 수출됐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제보자들은 화물 관련 서류에 탄약이 한국 경남 진해항에서 출발해 독일 노르덴함항에 도착하기로 나와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제보자들이 MBC에 건넨 ‘다중 위험물 신고서’에 따르면 화물을 싣는 곳은 진해항 화물을 내리는 곳은 ‘JF6, 노르덴함(NORDENHEIM)항으로 표시돼 있다. 신고서에는 폭발물과 포탄을 밀어낼 때 쓰이는 추진 장약도 화물에 포함된 것으로 나와 있다.

 

이는 유출된 도청 문건 일부에 담긴 한국 포탄이 한국 경남 진해항에서 출발해 독일 노르덴함항에 도착한다는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포병 장교·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 출신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과 18일 잇달아 뉴스공장에 출연해 증언을 뒷받침했다. 포격전이 주로 벌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특성상, 노르덴함항으로 이송된 155밀리미터 포탄은 K9 자주포용으로 추정된다고 김 의원은 주장했다.

 

도청 문건에 왜 한국이 지원하는 포탄이 33만 발이라고 적혀 있었는지 알 수 있는 실마리도 나왔다.

 

지난 12일 동아일보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국산 155밀리미터 포탄 50만 발을 대여 형식으로 제공받는다는 내용의 계약을 지난달 한국 정부·방위산업 업체와 체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라면서 “50만 발은 지난해 말 정부가 미국에 판매한 155밀리미터 포탄 10만 발보다 5배 많다”라고 보도했다.

 

위 보도에 관해 김 의원은 “국방부에서 포탄 10만 발은 작년 10월부터 준비해서 올해 2월 이전에 이미 보냈다고 확인을 받았다”라면서 “(도청 문건에서) 33만 발이 왜 나왔나 퍼즐을 맞춰보니 이미 10만 발을 보냈고 40만 발이 남았다. 그중 국방부에서 포탄과 같이 K9 자주포를 수출할 때 국방부가 추가로 보내는 포탄 분량이 있다고 했는데 그게 7만 발 정도로 예상된다. 그래서 유출 문건에 33만 발이라고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 의원은 “탄약은 군이 가지고 있는 비축물자다. 통상 방산 업체에서 탄약을 만들어서 수출을 하는데 우리 군이 가지고 있는 건 팔 수 없다”라면서 “그래서 군이 갖고 있는 비축물량을 일단 빼서 빌려주는 대여 형태로 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도청 문건과 증언 등에서 한국 포탄의 도착지가 폴란드가 아닌 독일 노르덴함항으로 특정된 이유에 관해 김 의원은 “독일에 있는 미군기지에 5만 명이 상주하는데 폴란드에는 그걸 저장하는 탄약창이 부족할 수 있다. 폴란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나토의 회원국이다. (포탄의) 통제권은 미국에게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 김 의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는 가운데 한국 포탄이 나토 소속국가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등 동유럽 각국으로 분산 배치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단 한국 포탄을 나토 회원국에 분산 배치해놓고, 필요할 때 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국방부 관계자들에게서 ‘포탄에 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 어떤 얘기도 할 수 없다’(라는 답을 받았다)”라면서 “상부에서 강한 함구령이 내려왔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으니까 이해해달라”라는 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국 포탄 수십만 발이 우크라이나 전장 근처로 이미 흘러간 것으로 보아 윤석열 정부의 적극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미국 도청 문건 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살상무기를 제공한 것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러시아와 적대 관계로 돌변할 수도 있는 심각한 안보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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