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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열사의 사랑」

황선 | 기사입력 2023/05/06 [10:29]

시 「열사의 사랑」

황선 | 입력 : 2023/05/06 [10:29]

▲ 양회동 열사의 생전 모습.  © 건설노조

 

열사의 사랑

 

-황선

 

73년 소띠 동갑내기 당신이

나처럼 십대의 자녀를 둔 당신이

이제 막 반 백년 세월을 살아, 

청춘도 아니고 어버이도 아니고 

성성해지는 흰머리로 강 가운데서 한참 서성였을 당신이

몸에 불을 달았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어떤 고통일까, 아니 어떤 마음이어야 

감당할 수 있는 것인가.

차마 가늠할 수 없어서,

종일 그 마음을 생각하다가 

생각조차 제대로 마무리 하지 못하고 

며칠째 말줄임표만 찍었습니다. 

 

조합원들의 생활을 위해 협상탁에 앉으면

공갈이요, 

집회결사 하자고 들면 

협박인,

자유 없는 이 자유의 땅에서

집시법 국가보안법 시국사범도 아닌

뒷골목 깡패 행동대장 잡범 나부랭이 취급받으며

저 검경 완장 진짜 양아치들 앞에서 

억울했을 것이다, 분루를 흘렸을 것이다.

그러나 뜻밖으로 웃음 띈 당신의 사진.

끝까지 희망을 당부하던 당신의 유서.

 

사랑이었구나

마지막 저녁 눈물을 삼키며 소고기를 사 먹인 처자도 

사는 게 안쓰러워 늘 눈에 밟히던 동지들도 

밥그릇에 눈이 멀어 투지를 상실한 정치인들도

당신에겐 하나같이 사랑이고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이었구나. 

 

저 무도한 검찰청과 법원과 대통령집무실을 

다 태워도 

세상 가장 소중한 노동자 당신은 살아 남아야지.

이제 우리가 

당신을 살려야지,

칼바람 속에서도 촛불을 포기하지 않던

당신을 기어코 살려야지. 

영원히 살도록, 사랑의 항쟁으로.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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