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중국이 삼겹살을 ‘중국 전통요리’로 왜곡?‥전문가·언론의 거짓말

삼겹살 논란의 진실은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3/05/12 [19:32]

중국이 삼겹살을 ‘중국 전통요리’로 왜곡?‥전문가·언론의 거짓말

삼겹살 논란의 진실은

박명훈 기자 | 입력 : 2023/05/12 [19:32]

 

 

요즘 중국이 삼겹살을 ‘중국 전통요리’로 왜곡했다는 얘기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 보도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의 인터넷 사전에서 삼겹살을 중국요리라고 했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근거도 없고 반중·혐중 정서를 부채질하는 왜곡에 지나지 않는다.

 

발단은 지난 5월 2일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었다. 서 교수는 바이두 사전 설명을 갈무리한 요리 사진을 공유하며 “중국이 김치, 삼계탕 등에 이어 이번에는 삼겹살 구이도 중국 음식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라면서 “이제는 ‘김치공정’을 넘어 ‘한식공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자신이 중국의 한식공정을 막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바이두 사전 설명에서 소개된 건 삼겹살 등 돼지고기 부위로 만든 카오우화로우(烤五花肉)라는 중국식 고기 요리였다. 보통 중국어로 삼겹살이 카오우화로우라고 번역되긴 하지만 한국식 삼겹살 구이와 카오우화로우는 같지 않다.

 

서 교수가 올린 중국어 사전 설명에는 카오우화로우가 중국요리라고 적혀 있을 뿐, 삼겹살이 중국의 것이라는 주장은 없다. 카오우화로우는 생강, 매운 고추기름, 향신료 쯔란 등으로 양념해 구운 것으로 한국식 삼겹살 구이와는 다르다. 

 

더구나 삼겹살은 ‘요리’가 아니라 돼지고기의 한 부위일 뿐이다.

 

삼겹살로 만드는 요리는 중국의 동파육, 서양의 베이컨, 일본식 라면에 들어가는 고명인 차슈 등 나라별로 무척 다양하다. 예를 들어 동파육은 중국 송나라의 시인·학자인 소동파(1037년~1101년)가 고안했거나, 그 이전부터 있던 요리에 소동파의 이름을 붙였다는 설이 있는데 어떤 식으로든 소동파와 관련이 있는 오래된 중국요리다. 소동파가 살았던 시기는 지금부터 대략 900여 년 전으로 ‘한국식 삼겹살 구이’보다 훨씬 오래됐다. 

 

이와 관련해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한국에서 1970년대부터 삼겹살을 구워 먹는 문화가 본격화됐다고 짚었다. 황 씨에 따르면 이전까지 삼겹살은 한국인이 즐겨 먹는 돼지고기 부위도 아니었다.

 

그동안 중국은 동파육을 앞세워 동파육이 삼겹살 요리의 원조라고 주장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에 관해 중국은 삼겹살 요리의 원조가 중국이라는 주장을 하지 않고 있다.

 

중국과 관련한 잘못된 보도로 반중·혐중 여론이 커지는 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삼겹살 논란’을 시작한 서 교수는 지난 2022년 3월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른바 파오차이 논란에 불을 붙인 당사자이기도 하다.

 

당시 서 교수는 중국이 김치를 파오차이라는 중국요리로 부른다고 주장했고, 언론이 이러한 서 교수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 보도하며 혐중·반중 여론을 키웠다. 

 

애초 중국은 김장김치가 없고 채소절임을 통틀어 파오차이(泡菜)라고 불러왔다. 중국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김치는 ‘한국(조선)식 파오차이’인 것이다. 이런 점을 반영해 김치는 대개 파오차이라고 번역되곤 한다. 

 

중국에서 김치가 널리 알려지게 된 건 1992년 한중 수교 이후다. 표음문자인 한자를 채택한 중국의 표기 체계상, 김치를 소리 나는 그대로 적을 수 없었다. 중국이 김치를 파오차이라고 번역해 소개한 건 이런 배경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오차이 논란은 양국 간 번역이 달라 벌어진 문제였던 셈이다.

 

그런데 삼겹살과 김치 논란의 발단이 된 서 교수는 지난 2011년 이명박 정권 시기 국정원의 재정 지원을 받아 활동했던 인물이다. 

 

당시 한겨레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 교수는 국정원의 ‘사이버 외곽팀’ 민간인 팀장급 18명 중 한 명으로 지목됐고, 트위터에서 사이버심리전을 벌인 대가로 국정원에서 활동비를 받았다. 처음에는 관련 보도를 부인하던 서 교수는 자신을 둘러싼 후속 보도가 이어지자 이명박 정권 당시 국정원에서 지원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서 교수의 전력이 이렇다 보니 친미·반중 노선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권과 궤를 같이하는 행동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삼겹살 논란의 진실을 알게 된 누리꾼들은 “기레기가 쓸데없이 문제를 만드네”(l************), “진실을 알지만 일부러 숨기는 거죠. 그것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W******) 같은 반응을 보였다.

 

중국을 사실상 적으로 돌린 윤석열 정권 들어 한중관계는 위태로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중 혐오를 키우는 이른바 전문가의 주장과 언론의 보도는 한중관계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삼겹살, 중국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