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싹쓸이 절도, 자동차 절도, 국회의원의 상습 범죄, 총기 범죄까지. 최근 무법천지의 늪에 빠진 미국의 실태가 재조명되고 있다.
16일 SBS에 따르면 지난 14일(현지 시각)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한 편의점에 40여 명이 줄지어 우르르 들어오더니 130만 원가량의 물건을 ‘싹쓸이’하고 빠져나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들은 자전거를 타거나 근처 지하철로 도망갔고 잡히지 않았다. (윤영현, 「[D리포트] 플래시몹 아니었어?…편의점 ‘싹쓸이’ 절도」, SBS, 2023.5.16.)
이 편의점에서는 지난해에도 비슷한 절도가 있었는데 올해 들어 2배나 늘었다고 편의점 점주는 토로했다. 그래도 이 정도 피해면 약과(?)인 수준이다. 워싱턴D.C.를 비롯해 미국의 경제 중심인 뉴욕시 등 미국 곳곳에서 영업시간에 진열장을 부숴 닥치는 대로 물건을 집어 가는 범죄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끝없는 절도 범죄에 관해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지난 2월 주의회 예산 청문회에서 “문을 닫는 체인점이 늘고 있다. 그 매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라면서 “범죄자들이 형사사법제도를 조롱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뉴욕에선 자동차 절도까지 버젓이 ‘유행’하는 상황이다.
ABC 방송과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뉴욕에서는 차량 절도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뉴욕에선 올해 들어 지난 4월 23일 기준 차량 절도 사례가 4,249건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966건과 비교하면 13%가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뉴욕 등 미국 전역에서 특히 한국 대기업인 현대·기아차를 겨눈 차량 절도가 끊이질 않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시 경찰국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만 놓고 봤을 때 올해 초부터 지난 4월 말까지 뉴욕시에서 일어난 차량 절도 사건은 966건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배나 뛴 수치다.
AP통신은 미니애폴리스, 클리블랜드, 세인트루이스, 시애틀, 애틀랜타, 그랜드래피즈 등 6개 도시에서도 지난해 대비 현대·기아차를 대상으로 한 절도 범죄가 크게 늘었다고 짚었다
특히 미니애폴리스에서 올해 기준 현대·기아차 절도 건수는 1,899건이었는데 지난해와 비교하면 18배나 늘어난 것이다. 브라이언 오헤어 미니애폴리스 경찰청장은 AP통신에 보낸 이메일에서 “몇 주일 동안 발생한 현대차와 기아차의 도난 건수가 1년 동안 일어난 절도 건수와 비슷할 정도로 많다”라고 답했다.
지난 2021년 말 틱톡 등 미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드라이버와 이동식 저장장치 케이블로 자동차 시동을 걸 수 있는 방법이 공유됐다. 미 경찰 당국은 차량 절도 범죄가 이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의심할 뿐 뾰족한 대책은 찾지 못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남쪽에서는 대낮에 일어나는 빈집털이 범죄에 한인들이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 15일 로스앤젤레스(LA)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 발간되는 미 한인 지역지 한국일보(THE KOREA TIMES)에 따르면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 남쪽 팔로버디스, 애나하임힐스, 할리웃힐스, 발렌시아, 샌타모니카 등에서 조직적인 대낮 빈집털이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ABC방송은 현지 경찰 당국을 인용해 조직 절도단이 미리 고급 주택의 주민들을 점찍고 지켜보다가 집을 비운 틈에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범죄의 특징은 범죄자들이 사람이 근처에 있든 없든 아랑곳하지 않는 ‘대담함’을 보였다는 점이다. 애나하임힐스 지역에서 바로 뒤에 있는 집이 털리는 광경을 목격한 정원사 존 호너 씨는 “용의자 한 명이 뒷마당으로 달려서 들어갔고 나머지 남성 두 명도 펜스를 뛰어넘어 집 안으로 들어갔다”라고 증언했다.
그런가 하면 월마트, 노드스트롬, 스타벅스 등 미국을 대표하는 대형마트와 커피 전문점에서도 범죄를 이유로 앞다퉈 매장을 폐쇄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매장 폐쇄 이유를 매출 부진으로 들었으나 범죄에 따른 손해에 결국 두 손을 들었다는 분석에 무게가 더 실린다고 16일 서울신문은 전했다. (이경주, 「범죄 때문에… 앞다퉈 도심 떠나는 美 점포들[특파원 생생리포트]」, 2023.5.16.)
월마트는 지난 3월 워싱턴D.C. 시내의 월마트 매장을 폐쇄했고 지난달에는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는 대형 매장 4개의 문을 닫았다. 올해 미국 전역에서 월마트 매장 20곳이 문을 닫을 예정이다.
유명 백화점인 노드스트롬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매장 등 15개를 폐쇄, 대형약국체인점 CVS는 내년 말까지 점포 900여 개를 없앨 예정이다.
스타벅스는 직원들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면서 뉴욕시의 매장 2개를 이번 달 중에 닫을 예정이다. 그동안 이들 매장은 절도가 잇따르면서 잦은 영업 중단에 시달려왔다.
그런가 하면 이제는 ‘상습 범죄자’ 꼬리표를 단 국회의원까지 등장했다.
지난 10일 공금 절도, 돈세탁, 사기 범죄 등 13가지 범죄 혐의가 있는 공화당 소속 조지 산토스 미 하원의원이 경찰에 체포됐다.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산토스 의원은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며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그런데 이들 범죄는 목숨을 빼앗고 빼앗기는 총기 범죄와 비교하면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른다.
미국 내 총격 사건을 추적하는 비영리기구 총기 폭력 아카이브(GVA)에 따르면 올해 들어 총격으로 사망한 미국인은 벌써 6,527명이나 되고, 부상자도 1만 2,140명이다. 이 가운데 10대 사망자는 539명에 이르러 미국 사회에 충격을 줬다. 지난 2017년 퓨리서치센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무려 44%가 지인이 총에 맞았다고 답한 바 있다.
현재 미국은 어디든 안전하지 않은 무법천지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런 미국의 모습은 죄의식 없이 원주민의 목숨을 빼앗고 마차를 강탈하는 범죄가 일상다반사였던 19세기 서부 개척시대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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