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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마이크론 제재로 미국에 맞불‥시험대에 선 한국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3/05/23 [15:29]

중국, 마이크론 제재로 미국에 맞불‥시험대에 선 한국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박명훈 기자 | 입력 : 2023/05/23 [15:29]

최근 중국이 자국에 진출한 미국의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을 제재했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기업을 제재한 건 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기준 마이크론은 중국에서만 전체 매출 가운데 11%인 33억 달러(대략 4조 3,500억 원)를 벌어들였다.

 

▲ 2023년 4월 26일(미국 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진행된 한미 공동성명 발표 기자회견의 한 장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있다.  © 대통령실

 

중국이 무작정 마이크론을 제재한 건 아니다. 중국이 마이크론을 제재하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돌아보자.

 

지난 20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주요 7개)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G7 정상들은 중국을 압박했다. 미국이 주도한 G7은 중국을 겨눠 반도체·희토류 등 중요 물자의 공급망을 구축하고, 중국의 경제적 압력에 대응하는 ‘조정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런데 다음날인 21일 바이든 대통령은 G7 정상회의를 마치고 연 기자회견에서 미중관계가 “아주 조만간 해빙되기 시작하는 것을 볼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과 탈동조화(디커플링)하려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제거(디리스크)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다변화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겨눈 뒤 사이좋게 잘 지내보자고 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말이 나온 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은 “마이크론 제품에 비교적 심각한 연결망(네트워크) 보안 문제가 있어서 중국의 정보 사회기반시설 공급망에 중대한 안보 위험을 불러온다”라며 “중요한 국가 안보 시설 운영자들은 제품 구매를 중지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안보가 위험하다’는 중국의 주장은 그동안 미국이 중국 기업을 제재하면서 해왔던 논리와 똑같다. 미국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지난해 10월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중국에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수출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두 달 뒤에는 중국의 최대 메모리반도체 업체 YMTC 등 중국 기업 36곳을 수출 통제 명단에 올렸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압박하면서 동시에 관계 개선을 강조하는 미국의 진짜 속내는 다른 건 몰라도 반도체 분야에서만큼은 중국을 이기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원래 미국은 지난해 중국과 경제가 긴밀한 서방 각국을 향해 대중국 산업·공급망 봉쇄 동참을 요구하다가 오히려 거센 반발만 불렀다. 바이든 대통령이 탈동조화 대신 중국과의 관계에서 위험을 줄여나가겠다고 말을 바꾼 건 이런 배경이 있다. 대신 미국은 안보 위험을 이유로 중국의 반도체 산업 견제에 집중하는 전략을 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때문에 미중 양국 사이에 낀 한국은 곤란한 처지가 됐다는 점이다.

 

앞서 미 언론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4월 26일(미국 현지 시각)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정부에 마이크론이 중국의 제재를 받게 될 경우 반도체 부족분을 삼성, SK하이닉스가 중국에 팔면 안 된다고 황당한 요구를 했다. 혼자 매 맞기 싫으니 옆에 있던 친구더러 같이 매 맞자고 하는 꼴이다.

 

22일(미국 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대중 압박이 강해질수록 삼성과 SK하이닉스 역시 고통받게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일본, 네덜란드와 달리 미국의 대중국 압박 조치에 제한을 두는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고 짚었다.

 

현재 윤석열 정권은 미국의 ‘반중 돌격대’로 앞장서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삼성, SK하이닉스 반도체를 중국에 팔지 말라고 한 미국에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았다. 그렇기는커녕 윤 대통령은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중국 적대시 정책에 동참하며 중국의 반발을 불렀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정권은 중국 대신 유럽, 일본, 미국, 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출 시장을 넓혀가면 된다고 주장하나 한국의 처지는 중국과 완전히 다르다. 

 

온갖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세계의 공장’ 중국은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 분야가 휘청여도 경제가 무너지지는 않는다. 반면 한국의 주력 산업은 중국 수출 비중이 큰 반도체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 들어 국내에서 생산한 반도체 가운데 40%가량이나 중국에 수출했던 과거도 옛말이 됐다. 한국무역협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전체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나 줄어들었다.

 

23일 관세청에 따르면 윤 대통령 당선 이후 14개월 연속 대중 무역적자가 발생했고, 15개월 연속 적자도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 4월 2일 무역협회가 국제통화기금(IMF)의 208개국 회원국 수출입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1월~11월 기간 한국의 무역수지는 198위(425억 달러 적자)로 거의 꼴찌 수준이었다. 지난 2021년 한국의 무역 흑자가 293억 700만 달러로 전 세계 18위였던 때와 비교하면 우리 경제가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알 수 있다. 

 

대중국 수출이 급감하자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곤두박질쳤다.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은 2%를 밑돌아 주요 국가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관계가 더 틀어지면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이 받을 경제적 타격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이 미국의 마이크론을 제재한 이상 미국의 편을 드는 한국에도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이러다가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중국 현지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반도체는 판매를 못 해 먼지만 풀풀 쌓이게 될 판이다.

 

그동안 중국은 한국을 향한 비판 수위를 조절하며 관계 회복을 모색해왔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4월 1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광둥성 광저우에 있는 엘지 디스플레이 현지 공장에 방문해 “외국 투자자는 기회를 잡아 중국으로 오고 중국 시장을 깊이 경작하며 기업 발전의 눈부신 새 성과를 창조하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다른 나라의 현지 공장을 방문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로, 특히 한국 기업의 공장을 찾은 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중국이 한국을 향해 ‘더 이상 미국으로 가지 말고 이쪽으로도 오라’고 한국을 시험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중국은 아직 한국을 압박하는 미국의 잘못을 비판하며 한중관계에 여지를 두고 있다. 그동안 미국 꽁무니만 뒤쫓다가 진퇴양난에 빠진 윤석열 정권으로선 시험대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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