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일본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된 국제적 흐름과 시대에 걸맞게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대국적 자세에서 새로운 결단을 내리고 관계 개선의 출로를 모색하려 한다면 조일[북일] 두 나라가 서로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공화국 정부의 입장이다.”
박상길 북한 외무성 부상은 2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위와 같이 밝혔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27일 일본에서 열린 한 집회에서 북일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 협의 의사를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총리 취임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전제조건 없는 만남’을 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주장해왔다.
미 국무부는 지난 2022년 9월, 기시다 총리가 북한을 향해 전제조건 없는 북일정상회담을 제안하자 “북한을 대화에 관여시키려는 일본과 다른 나라의 노력을 지지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기시다 총리의 정상회담 제안은 한·미·일 삼각동맹에 박차를 가하며 동아시아에 신냉전 구도를 만들고 있는 상황과 정반대 행보라 눈길을 끈다. 이는 한반도와 대만 등 동아시아에서 전쟁을 준비하는 미국이 일본을 앞세워 북한의 상황을 파악해보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과거 이런 역할은 주로 한국이 했지만 ‘미국의 돌격대’를 자처하며 무작정 북한을 적대하는 윤석열 정권으로선 남북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 부상은 담화에서 일본을 향해 “21세기에 들어와 두 차례에 걸친 조일수뇌상봉과 회담이 진행되었지만 어째서 두 나라 관계가 악화일로만을 걷고 있는가를 냉철하게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라면서 “지금 일본은 ‘전제조건 없는 수뇌회담’에 대하여 말하고 있지만 실지에 있어서는 이미 다 해결된 납치 문제와 우리 국가의 자위권을 놓고 그 무슨 문제 해결을 운운하며 조일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라고 했다.
지난 2002년, 2004년 두 차례 방북한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에서 이른바 일본인 납북 문제와 북일관계 개선을 논의했다.
특히 2002년 9월 17일 발표된 북일평양선언에는 일본이 대북 적대 정책을 포기하고, 일본이 북한 국민에게 저지른 과거사를 사죄하고 보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북한 측은 일본인 5명을 ‘일시 귀환’ 방식으로 돌려보내며 호응했지만, 일본 측이 북한에 납북된 일본인이 남아 있다면서 북일 간 후속 협의를 무산시킨 바 있다.
2020년 7월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북한의 납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류한 실종자 가운데 25명이 납북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일본 정부가 2012년 11월 납북 의심자 숫자를 발표한 뒤 밝혀진 사례라는 점에서 ‘가짜 납북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박 부상은 “일본이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무엇을 요구하려고 할지 잘 모르겠지만 만일 다른 대안과 역사를 바꾸어볼 용단이 없이 선행한 정권들의 방식을 가지고 실현 불가능한 욕망을 해결해보려고 시도해보는 것이라면 그것은 오산이고 괜한 시간낭비로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나간 과거를 한사코 붙들고 있어 가지고는 미래를 향해 전진할 수 없다”라면서 “일본은 말이 아니라 실천 행동으로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일본이 먼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행동으로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박 부상의 말은 사실상 기시다 총리의 북일정상회담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과거사를 인정하기는커녕 아무런 반성 없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내달리는 일본의 처지에서는 납북자 문제 이외에 정상회담에서 다룰 의제가 없기 때문이다
아래는 담화 전문이다. ※ 원문의 일부만으로는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편향적으로 이해하거나 오해할 수도 있기에 전문을 게재합니다. 전문 출처는 미국의 엔케이뉴스(NKnews.org)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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