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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째 이어지는 오월뮤지컬 ‘비망’

김복기 통신원 | 기사입력 2023/05/30 [14:47]

13년째 이어지는 오월뮤지컬 ‘비망’

김복기 통신원 | 입력 : 2023/05/30 [14:47]

▲ 5.18민주광장에서 진행된 상설음악회 ‘오월의 노래’ 공연 모습.  © 공연예술창작터 수다

 

광주민중항쟁을 다룬 오월뮤지컬 ‘비망’

 

소극장에 사람이 가득 찼다. 스무 살 정도 되는 청년들도 보이고, 꽃다발을 들고 온 사람들도 있다. 중년의 부부가 함께 공연을 기다리기도 했다. 아마 배우의 가족이나 친구가 아닐까 한다. 

 

연극 현장에서 5.18민중항쟁을 다룬 공연을 본다는 것이 흔치 않기에 궁금증을 가지고 2022년 공연을 봤다. 5.18민중항쟁이 일어나기 전 서울을 배경으로 시작한 공연은 영상과 노래로 시작했다.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몸짓과 목소리는 공연에 더욱 빠져들게 했다.

 

자신이 광주에 있는 것처럼 재밌고 실감 나게 펼쳐진 공연은 2시간 남짓한 시간이 지나는지 모를 정도로 금방 지나갔다. 

 

오월뮤지컬 ‘비망’(아래 비망)이 다시 우리를 찾아온다.

 

비망은 공연예술창작터 ‘수다’에서 현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5.18민중항쟁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기획한 뮤지컬이다. 

 

비망은 5.18민중항쟁을 정면에서 다뤘다는 것과 시민이 직접 참여해 만드는 공연이라는 것이 여타의 공연과 다르다. 2011년 첫 공연 이후 13년째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서울과 광주를 오가며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도 전문 배우가 아닌 비전문가, 배우 지망생들이 참여하여 공연을 만들고 있다. 

 

▲ 연습 장면  © 공연예술창작터 수다

 

▲ 사진 제일 앞쪽에 총 든 배우가 윤휘영 씨이다.  © 공연예술창작터 수다

 

이번에 주연을 맡은 윤휘영 씨를 비망으로 이끈 것은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 씨였다고 한다. 

 

윤휘영 씨는 전두환의 손자인 전우원 씨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것에 관심과 궁금증이 있던 중 비망이 배우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참여했다고 한다.

 

윤휘영 씨는 공연 참가 이전에 5.18민중항쟁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공연에 참여한 이후 무엇 때문에 그 많은 사람이 희생됐고 분노하고 슬퍼하는지 생각하게 되었고 한 사람의 욕심 때문에 같은 국민이 서로 끔찍하게 해치고 자신은 죽을 때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게 너무 화가 났다고 한다. 

 

윤휘영 씨는 자신들이 느낀 것을 전달할 수 있게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며 5.18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공연을 통해 5.18민중항쟁을 느끼고 생각하고 기억하길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김우열 씨는 두 번째 공연에 참여하는 배우이다. 

 

▲ 가운데 오열하는 배우가 김우열 씨이다.   © 공연예술창작터 수다

 

김우열 씨는 주연배우가 하고 싶어서 다시 참가했다고 장난스럽게 말을 시작하였다. 비망은 공연을 준비하기 전에 배우들이 함께 5.18민중항쟁 사적지를 방문하는데 김우열 씨는 광주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처음과 달랐다고 한다. 맡은 배역이 달라지니 느껴지는 감정도 달라진다며 자신이 느낀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가 과제라고 얘기한다. 

 

김우열 씨는 공연의 제목이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이라며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비망-잊지 아니하기 위한 준비’를 해달라고 말했다. 아직 그날에 살고 계신 분들도 너무 많고,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며 끝나지 않은 5.18 광주를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오는 6월 3일 오후 3시, 4일 오후 3시와 6시에 성미산 마을극장에서 비망의 서울공연이 진행된다.

 

  © 공연예술창작터 수다

 

광주의 정신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청년들의 뮤지컬

 

13년 동안 이어진 공연에 함께 한 연출가 김창배 씨는 올해 공연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김창배 연출가와 서면 대담을 나누었다.

 

▲ 연출가 김창배 씨.  © 공연예술창작터 수다

 

처음 작품을 준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13년 전 5.18민중항쟁 전야제를 보고, 페스티벌에 형식이 강한 것을 보고 고민에 빠졌다.

광주학살의 주범인 전두환은 멀쩡히 살아 사죄도 없이 잘 살고, 광주 시민들에게 총부리를 돌려 발포를 명령한 자는 누군지 밝혀지지 않았고, 해마다 바뀌는 정권들이 밝히려는 의지는 있는지, 왜 못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학살의 흔적은 새로운 것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데 말이다. 또한 광주항쟁을 매도하는 극우 세력들은 빨갱이 이데올로기를 뒤집어씌워 왜곡하기에 급급했고, 그런 사람들과 세력들은 더 많아지고 있었다. 

 

우리가 제대로 된 5.18공연을 만들어 보자고 시작할 때쯤 오월 광주를 이야기하는 공연을 보게 되었다. 누구의 눈치를 보는 건지 5.18민중항쟁을 묘사하는 장면에서 ‘계엄령을 철폐하라’, ‘김대중을 석방하라’는 구호는 나오는데 ‘전두환은 물러가라’가 없었다. 이것을 보고 더욱더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왜 비전문가들과 공연을 하기로 했는지··

 

더 의미 있게 준비하기 위해서 극단의 배우들이 하는 게 아니라 20~30대 청년들과 함께 공연을 준비하기로 하였다. 비전문가인 청년들이 광주를 직접 방문해서 사적지를 방문하고 배우로 무대에서 노래와 춤, 연기로 광주를 이야기하면 교과서로 배우는 것보다 더 깊게 다가올 것이다. 연기의 기술이 없는 아마추어 배우들이 뿜어내는 날것의 감정과 표현들이 그날의 광주를, 광주의 정신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만큼 보여줄 수 있으리라 믿었다.

 

▲ 공연에 앞서 5.18민중항쟁 사적지르 방문하는 배우들.  © 공연예술창작터 수다

 

비전문가들과 공연하는 것의 장점이 있다면?

 

무대의 주인은 관객이라는 걸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 

공연 준비가 자신이 무대의 주인이 되어서 자신을 표출하고 표현하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배우들이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돌아보고 바로 보는 시간이었고,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 한 팀이라는 공동체 정신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또한 공연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생김과 돈, 권력과 지위고하와 상관없이 평등하게 함께 규칙과 규율을 만드는 작은 민주주의를 이루었다. 5.18민중항쟁 당시 광주의 모습을 우리 속에서 구현해간 것이다. 

 

비망이 13년째 이어오고 있다.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정말 많은 기억이 있다. 예술을 비롯한 사람들의 모든 행위는 정치적이라고 생각하며, 우리네 삶은 정치와 구분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정치적인 연극이라면서 하기 싫어하는 친구들이 끝까지 남아 공연하고 자신이 가졌던 잘못된 생각을 깨우치게 되었던 것을 보았다.

 

오월 어머니들 앞에서 공연할 때도 기억이 남는 장면이 많다. 공연 시작과 동시에 눈물바다가 되어서 배우들이 당황해서 5.18민중항쟁에 대해서 가볍게 생각했던 자신을 탓하고 알아보는 과정도 있었다.

 

새벽 연습, 밤샘 연습을 하면서 서로 챙겨주고 배려하고 이해하는 모습, 여러 사람 앞에 서면 덜덜 떨고 표현을 못 하고 울먹거리기만 하던 친구가 여러 동료의 응원을 받으며 춤추고 대사하던 모습, 공황장애가 있어서 연습 도중 쓰러져서 아무것도 못 하던 친구가 공연을 통해 공황장애를 이겨낸 모습 등 자신을 이겨내고 삶이 풍요로워지는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연출가로서 올해 공연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서울에서 준비하는 공연과 별개로 광주의 ‘딴청’이라는 팀이 광주에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5월 21일 서울 팀과 광주 팀이 광주의 구 전남도청 앞 민주광장에서 공연을 함께했다. 서로 만난 적 없고, 살아온 지역과 환경도 달랐지만 같이 광주를 순례하며 마음을 모았고, 같은 것을 느끼며 공연을 하였다. 5.18민중항쟁에 대해서 관객들도 배우들의 이런 마음을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 또한 참여한 배우들이 5월이 되면 오월 광주에 대해 생각하고 의미를 짚는 그런 순간이 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투박하고 세련되지 못한 무대와 연기일 수도 있지만, 우리 공연의 제목이 왜 ‘비망-잊지 아니하기 위한 준비’인지 배우들을 통해서 느껴 보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공연에 대한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마지막으로 오월의 노래에서 비망을 이야기해 주시고 언제나 격려해 주신 오월의 노래 총감독이신 고 김동찬 감독님, 2기 때 배우로 출연한 뒤 매년 스텝으로 참가한 고 박건희에게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두 분의 헌신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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