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핵무기는 재래식 무기가 범접할 수 없는 극강의 무기다?
핵무기의 폭발력이 기존의 재래식 무기에 비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핵무기 하나면 뭐든 파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핵무기도 당연히 한계가 있다.
일단 재래식 폭탄과 비교해 보자.
미국이 만든 최대 폭발력의 폭탄은 GBU-43 공중폭발대형폭탄(MOAB)으로 약칭인 모압(MOAB)을 ‘모든 폭탄의 어머니(Mother Of All Bombs)’로 부르기도 한다.
모압의 폭발력은 TNT 11톤으로 미국의 전술핵탄두 W54보다 1톤 더 크다.
러시아가 만든 초대형 폭탄인 ‘화력 증강형 항공 열압력폭탄(ATBIP)’은 일명 ‘모든 폭탄의 아버지(FOAB: Father Of All Bombs)’로 불리는데 폭발력은 무려 TNT 44톤이다.
이처럼 전술핵무기의 경우 재래식 폭탄보다 폭발력이 작은 것도 있다.
다만 무게에서 현저한 차이가 난다.
W54는 23킬로그램으로 매우 가벼운데 모압은 10.3톤, FOAB은 7.1톤(고폭탄만)으로 비교가 안 되게 무겁다.
즉, 재래식 폭탄은 전술핵무기에 비해 사용이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을 뿐 폭발력에서 뒤지지 않는다.
또한 재래식 폭탄은 방사선이 나오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핵폭탄이 폭발하면서 나오는 방사선은 핵폭탄을 비인도적 무기로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다시 말해 핵보유국은 방사선 때문에 정치·외교적 문제가 발생하기에 핵폭탄을 자유롭게 쓸 수 없다.
모든 폭탄은 앞뒤, 좌우, 상하의 입체로 퍼져나가기에 폭발력이 2배가 된다고 해서 적에게 입히는 타격도 2배가 되지는 않는다.
즉, 20킬로톤 핵폭탄 1개보다는 10킬로톤 핵폭탄 2개가 훨씬 더 큰 효과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20킬로톤 핵폭탄을 500미터 상공에서 터뜨리면 지상 반경 1.7킬로미터 안에 있는 대부분의 건물이 파괴된다.
44톤의 폭발력을 지닌 러시아의 FOAB으로 비슷한 효과를 보려면 산술적으로 455개의 FOAB이 필요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32개만 골고루 떨어뜨리면 된다.
즉, 핵폭탄은 얼마든지 재래식 폭탄으로 대체할 수 있으며 범접할 수 없는 신비한 무기가 아닌 것이다.
실제로 핵폭탄의 인명 살상력은 엄청나지만 탱크나 장갑차, 군함을 파괴하는 데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특히 넓은 범위에 흩어진 적을 상대한다거나 콘크리트 건물이 밀집한 곳이나 산악지역에서는 핵폭탄의 파괴력이 급격히 줄어든다.
예를 들어 북한은 공군 비행장을 공격할 때 비행장 1개당 3발의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넓은 표적을 완전히 제거하려면 1발의 전술핵무기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태양보다 더 뜨거운 열을 만들며 엄청난 충격파를 발생하는 핵무기의 효과가 생각보다 작은 이유는 열과 압력이 매우 짧은 시간에만 유지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억 볼트의 초고압과 5만 도의 초고온을 발생하는 벼락에 맞고도 살아남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번개 자체가 찰나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분명 핵무기는 재래식 무기에 비해 막강한 위력을 가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마치 ‘핵무기만 있으면 뭐든 다 이길 수 있다’ 혹은 ‘핵무기를 가진 상대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환상을 가질 필요도 없다.
2. 핵무기가 지구 종말을 부른다?
미-소 냉전 시기 양국이 핵무기 경쟁을 하면서 수만 발의 핵무기를 생산하자 사람들 사이에서 ‘지구 종말도 가능하다’, ‘인류를 여러 차례 끝장내고도 남는다’, ‘인류 문명이 석기 시대로 돌아간다’ 같은 식의 이야기가 돌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터무니없는 얘기다.
일단 지구는 생각보다 훨씬 크고 단단하기 때문에 인류가 가진 핵무기를 한꺼번에 터뜨려도 별다른 영향이 없다.
인류가 생산했던 모든 핵무기를 다 합해도 1만 메가톤(1메가톤은 1,000킬로톤)이 안 된다.
이걸 한곳에 모아놓고 한꺼번에 터뜨리면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일까?
인류 문명이 탄생한 후 발생한 가장 강력한 화산 폭발은 서기 946년 겨울 백두산 대분화다.
백두산 대분화의 에너지는 2만 메가톤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즉, 인류의 모든 핵무기를 한꺼번에 터뜨린 것보다 두 배 이상 크다.
백두산 대분화는 당시 동아시아 특히 고려와 일본에 큰 영향을 주었지만 그렇다고 지구가 멸망한다거나 인류가 사라진다거나 하는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나라가 망하는 일도 없었다.
그렇다면 핵무기를 한 곳에 모으지 않고 도시 위주로 골고루 터뜨리면 어떻게 될까?
물론 대도시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며 인류의 도시 문명이 한순간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도시 문명은 금방 재건할 수 있다.
핵폭격으로 초토화한 히로시마도 1949년 도시 재건을 시작했으며 1950년에는 이미 방사선이 자연 수준으로 떨어졌고 인구도 핵폭격 이전 수준으로 거의 회복되었으며 1970년에는 핵폭격 이전의 2배로 인구가 늘어났다.
이처럼 핵무기 때문에 인류가 멸망한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 하겠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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