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정부의 국방 분야 관련 회담 제안을 모두 거부한 중국 정부가 미 대기업 인사를 ‘정상급’으로 환대해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은 지난 5월 30일 베이징에 도착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극진히 환대했다. 3년 여 만에 중국을 방문한 머스크는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진좡룽 공업·정보화부 부장, 왕원타오 상무부장 등 고위 인사를 만났다.
머스크는 친 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테슬라가 상하이 공장에서 전체 테슬라 전기자동차의 50% 이상을 생산한 것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의 이익은 서로 얽혀 있어서 마치 샴쌍둥이처럼 나눌 수 없다”라면서 “테슬라는 디커플링(탈동조화)과 (공급)망 단절에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에 반도체, 배터리 관련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는 미 정부의 대중 정책을 따르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머스크가 중국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머스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인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와도 만나 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이 자신의 측근을 통해 머스크를 예우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이 만남만으로도 중국과 머스크 간 ‘끈끈한 관계’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을 직접 찾은 미국의 기업인은 머스크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 5월 24일에는 메리 배라 제너럴모터스(GM) CEO가 상하이를 찾아 “중국 파트너와 손잡고 더 많은 새 브랜드와 모델, 신기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30일에는 랙스먼 내러시먼 스타벅스 CEO가 중국을 찾아 중국 내 스타벅스 매장을 3년 안으로 9,000개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중국 내 스타벅스 매장은 6,200개다.
지난 5월 31일 상하이를 찾은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도 블룸버그TV와 대담에서 “디커플링(탈동조화)은 되지 않을 것이고, 세계는 계속 나아갈 것”이라면서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중국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자산운용사 크레인셰어스의 수석투자매니저 앤서니 새신은 CNBC와 대담에서 “머스크, 다이먼 CEO 같은 재계 지도자들은 태평양 양쪽(미중)의 정치인들에게 기업 입장에서 정치적 안정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들의 방중은 “중국에 대한 일종의 ‘정치적 성명’으로 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미 정부는 중국을 방문한 기업인들을 향해 불편한 시각을 드러냈다.
지난 5월 31일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재계 인사들의 (중국) 방문이 (중국과의) 경쟁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라면서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연결돼 있지만 우리는 이러한 연결성이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도록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했다.
커비 조정관은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머스크 등 중국과 관계를 강화하려는 미국 기업인을 향해 ‘중국과 가깝게 지내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미 정부의 경고는 잘 통하지 않고 있다. 미 정부와 기업이 대중 정책을 두고 충돌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만계 미국인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도 머스크에 이어 이달 중 중국을 방문해 세계 최대 게임 유통사 텐센트와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를 찾을 예정이다.
앞서 황은 지난 5월 25일(영국 현지 시각) 보도된 파이낸셜타임스와 대담에서 “중국과 무역을 할 수 없다면 미국 기업들에겐 엄청난 손해다”라면서 “부품 공급원이자 최종 제품의 판매 시장인 중국은 절대로 대체될 수 없다”라고 미 정부의 대중 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
지난 6월 1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기업인이 미중 관계의 변동성에도 중국을 자주 찾아 중국 시장을 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량하이밍 하이난대 일대일로연구소장도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미 기업인들의 방문은)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아무 진전이 없고 협력을 통해서만 국가와 기업이 윈윈(상부상조)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라고 주장했다.
미 정부와는 대화를 거부하면서 기업인과는 만나는 중국의 전략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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