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이 세계보건기구(WHO) 집행이사국으로 선출된 가운데 미국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2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북한의 세계보건기구(WHO) 집행이사국 선출을 다룬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김정은(국무위원장)에게 축하를!”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맞붙게 될 가장 유력한 공화당 대선 후보로 꼽힌다. 임기 당시 미 대통령으로서 사상 처음으로 북미정상회담을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인연’을 자신의 강점·치적으로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외한 미 정치권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특히 공화당의 다른 대선 주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에 일제히 반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비롯해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북한은 축하받을 자격이 없다’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그런데 북한의 집행이사국 선출에 반발하고 나선 미 정치권의 반응이 상식적인지 의문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정당한 인정을 받아 집행이사국으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앞서 지난 5월 26일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WHO 본부에서 열린 세계보건총회(아래 총회)를 통해 집행이사국으로 선출됐다. 이로써 북한은 3년 임기 동안 WHO에서 추진하는 주요 정책과 전략 수립,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게 됐다.
177개 회원국이 총회에서 표결에 나선 가운데 북한은 69%인 123개국의 찬성을 받아 새로운 집행이사국으로 뽑혔다. 북한을 포함해 호주, 바베이도스, 카메룬, 코모로 민주공화국, 레소토, 카타르, 스위스, 토고, 우크라이나 등도 집행이사국이 됐다.
WHO의 집행이사국은 모두 34개국이며 아프리카(7개국), 아메리카(6개국), 동남아시아(3개국), 서태평양(5개국), 동지중해(5개국), 유럽(8개국) 등 대륙·지역별로 숫자가 정해져 있다. 총회는 3년마다 표결을 거쳐 회원국의 승인을 받아 10개국을 새로운 집행이사국으로 선출한다.
분류상 서태평양 지역은 한국·북한·중국·일본을 포함해 20여 개국으로 직전까지 집행이사국이었던 한국을 빼면 북한이 집행이사국으로 선출되리라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지난 2022년부터 아메리카 지역 집행이사국을 맡아온 미국도 인권 문제 등을 거론하며 북한의 집행이사국 선출을 강하게 반대해왔다.
이를 볼 때 북한의 집행이사국 선출은 앞서 북한이 코로나19 사태를 80여 일 만에 완전히 극복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앞서 조선중앙TV는 지난 1월 23일 「조국청사에 특기할 해 2022년-건국 이래 대동란 방역대승에로」 방송을 통해 “사상 초유의 그 위기 속에서 국가와 인민의 안녕을 지키고 뜻밖에 직면했던 가장 중대하고 위협적인 도전을 80여 일 만에 완전히 종식시킨 것은 우리 조국 역사에 일찍이 있어 보지 못한 격동적인 사변이었고 이 행성의 일대 기적이었다”라고 전했다.
미국 측은 집행이사국 선출 표결이 끝나고 “안타깝게도 우리는 새로운 이사국 중 하나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정부에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라며 반발했지만 결과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이에 북한 측은 “우리는 한 국가가 이번 회의 안건과 무관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며 자국의 비열한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이 포럼을 악용하고 대하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라며 미국에 일침을 놨다.
미국은 북한의 인권 문제 등을 거론하며 북한의 집행이사국 선출을 반대해왔다. 그런데 이런 미국의 논리대로라면 북한에 표를 던진 123개국 모두 정상이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회원국의 69%가 지지한 결과를 반대한 미국의 태도는 민주적이라 할 수 없다.
또 미국이 인권 문제를 기준으로 삼는다면서 ‘전제왕정 국가’ 카타르를 반대하지 않은 이중기준도 문제다.
북한의 이번 WHO 집행이사국 선출은 국제사회에서 ‘무조건 북한 반대’를 강조해온 미국의 영향력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남게 됐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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