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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무기 열전 18] 핵무기에 관한 5가지 오해 ②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3/06/07 [20:47]

[남·북·미 무기 열전 18] 핵무기에 관한 5가지 오해 ②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3/06/07 [20:47]

3. 핵무기가 터진 곳은 방사선 때문에 불모지가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실제 핵무기가 터졌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불모지가 아니라 일본에서 인구순으로 각각 11위, 39위를 차지하는 큰 도시가 되었다. 

 

▲ 2019년 히로시마 도시 모습.     © Nryate

 

반면 핵발전소 사고가 났던 체르노빌은 37년이 지난 지금도 거주가 금지된 불모지이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건 방사성 물질의 양 때문이다. 

 

체르노빌 사고로 흩어진 방사성 물질의 양은 히로시마 핵폭발로 쏟아진 방사성 물질의 400배에 달한다. 

 

일단 핵폭탄이 터지면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이 핵분열해서 생긴 방사성 원소, 미처 핵분열하지 못하고 날아가 버린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핵폭발 시 나온 방사선을 쬐고 방사성을 띤 원소로 변화한 주변 물질 등이 모두 방사성 물질이며 이런 물질을 방사성 낙진이라 부른다. 

 

이런 방사성 물질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사람이 쪼이면 세포가 파괴되어 화상을 입은 것과 비슷한 증상이 나오고 특히 세포 안의 DNA가 파괴되어 암에 걸리거나 기형아를 낳는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그런데 방사선은 눈에 보이지 않고 다량의 방사선을 쬐는 게 아니라면 증상이 즉각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방사선에 노출되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몇 시간에서 며칠, 심지어 몇십 년 후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핵폭발로 인해 발생한 방사성 물질은 주변에 널리 퍼지고 심지어 대기권 상층까지 올라가 지구 전체에 흩어지기도 한다. 

 

다행히 이런 방사성 물질은 반감기가 짧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방사능이 약해진다. 

 

반감기란 방사성 물질이 붕괴하면서 처음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예를 들어 망간-56의 반감기는 3시간인데 처음 핵폭발 시 100그램이 있었다면 3시간 후엔 50그램, 6시간 후엔 25그램만 남는 식이다. 

 

방사선은 방사성 물질이 붕괴하면서 나오는 것이므로 반감기가 짧다는 건 그만큼 방사성 물질이 빨리 붕괴한다는 말이고, 이는 다시 방사선이 매우 강하다는 뜻이다. 

 

핵폭발로 발생한 방사성 물질은 대부분 반감기가 몇 시간에서 며칠 수준이다. 

 

미국의 연방재난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방사성 낙진은 7배의 시간마다 10분의 1로 감소한다고 한다. 

 

즉, 핵폭발 1시간 후에 방사선이 1,000만큼 나왔다면 7시간 후에는 100, 49시간(약 2일) 후에는 10, 14일 후에는 1로 줄어든다. 

 

따라서 핵폭발이 일어나면 초반에는 매우 강한 방사선이 나오지만 급격히 줄어들면서 몇 년 정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사람이 살 수 있을 정도로 방사능이 줄어든다. 

 

그러나 이는 히로시마처럼 ‘작은’ 핵폭탄이 터졌을 때의 얘기다. 

 

1946년부터 1958년까지 히로시마 원자폭탄보다 1천 배나 큰 폭발력을 가진 미국의 수소폭탄 ‘캐슬 브라보’를 비롯해 여러 수소폭탄 실험이 진행된 태평양 마셜 군도에는 엄청난 양의 방사성 낙진이 쏟아졌다. 

 

▲ 캐슬 브라보 실험. [출처: 미 에너지부]     

 

방사성 낙진 가운데는 반감기가 무려 2만 4,110년에 달하는 플루토늄-239도 있었다. 

 

방사성 낙진이 논란이 되자 미국은 1977년에야 처리에 나섰다. 

 

반경 160킬로미터 안에 있는 섬 표면의 토양을 수거해 루닛 섬에 묻고 두께 45센티미터 콘크리트로 덮었다. 

 

▲ 루닛 돔. [출처: 미 에너지부]     

 

이 시설은 임시로 만든 것이며 원래 계획은 영구 핵폐기물 처리장을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나 1983년 미국이 마셜제도에 자치권을 준 뒤에 책임을 마셜제도 공화국에 떠넘기고 말았다. 

 

이처럼 핵폭탄에 따라 방사성 오염 문제가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4. 방사능 없는 깨끗한 핵무기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기는 하다. 

 

일단 원자폭탄과 달리 수소폭탄은 핵융합 과정에서 초기에 중성자가 쏟아지는 것 말고는 다른 방사성 물질이 나오지 않는다. 

 

다만 핵융합을 시키려면 원자폭탄을 터뜨려야 하므로 원자폭탄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은 어찌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원자폭탄 대신 레이저를 이용한 수소폭탄을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 성과는 없다. 

 

따라서 방사능 없는 핵무기는 없는 셈이다. 

 

하지만 방사선 피해가 없도록 핵무기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수십 킬로미터의 고고도에서 폭발시키는 것이다. 

 

고도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고고도에서 핵폭발이 일어나면 방사성 낙진이 모두 우주로 날아가거나 대기에 흡수되어 지표면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신 밝은 빛 때문에 눈에 화상을 입거나 레이더 교란, 전자기펄스(EMP) 피해가 발생한다. 

 

또 인공위성에도 피해가 간다. 

 

다만 이런 방식은 지표면에 충격파나 강한 열을 전달할 수 없으므로 제한적으로만 쓸 수 있다. 

 

5. 핵무기를 파괴하면 핵폭발이 일어나므로 요격할 수 없다?

 

날아오는 핵미사일을 요격하면 핵폭발이 일어나기 때문에 함부로 요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핵물질이 있다고 해서 핵폭발이 그렇게 쉽게 일어나지는 않는다. 

 

핵물질을 고도로 정밀하게 압축해야 핵폭발이 일어나기 때문에 핵무기 기술의 핵심은 기폭장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핵물질이 있다고 아무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따라서 기폭장치가 정밀하게 작동하지 않는 이상 외부에서 제아무리 충격을 줘도 핵폭발은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요격 과정에서 핵탄두가 파괴되면 핵물질이 흩어져 버리기 때문에 더욱 안전해진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흩어진 핵물질로 인한 방사능 오염 문제가 발생할 수는 있다. 

 

요즘은 핵폭탄이 아닌 일반 고폭탄도 저장, 운반 과정에서 폭발하지 않도록 둔감하게 만들어 기폭장치 없이는 잘 터지지 않는다. 

 

다음 시간부터는 미국과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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