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블링컨은 중국으로
18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에 갔습니다. 중국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걸 막기 위한 행보입니다. 블링컨은 “치열한 경쟁에는 치열한 외교가 필요하다”, “지금이 바로 외교의 시간”이라고 했습니다. 알쏭달쏭하게 포장했지만, 까놓고 말해서 중국을 찍어 누를 힘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미국은 ‘탈동조화’로 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에 맞설 나라들을 힘있게 규합하지 못했습니다. 세계적인 경제 대국인 중국과의 ‘탈동조화’가 가져올 피해가 컸기 때문입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동맹은 속국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3월 중국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서는 동남아 정상들이 미-중 경쟁 심화로 인한 경제적 비용을 지적하기도 하였습니다.
미국은 중국을 악마화하고 동맹국을 줄 세우기 위해 ‘대만 전쟁’ 카드를 만지작거렸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러시아를 악마화하고 동맹국을 대러 제재, 압박에 줄 세우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중국의 대응이 예상 밖으로 강했습니다. 중국은 대만 해협에서 미국과 군사적 대치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전혀 밀리지 않고 강경하게 대응했습니다. 최근 미국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을 제재하면서 경제적으로도 ‘해볼 테면 해보라’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당장 중국을 찍어누를 힘이 있었다면 블링컨이 중국에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미국은 ‘강약약강’의 태도를 보이는 전형적인 나라입니다. 베트남전에 개입하기 위해 통킹만 사건을 조작하기도 했고, 석유와 패권을 위해 이라크 전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에는 러시아 눈치를 보며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재앙”이라는 발언에서도 이런 미국의 처지가 드러납니다.
그렇다고 전면적인 관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대니얼 크리튼 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많은 결과물을 기대할 방문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당장 한판 붙자니 힘이 달리고, 그렇다고 전면적인 관계 개선에 나서기도 싫은 미국의 모습입니다.
2. 잠수함은 한국으로
지난 16일 미국 핵추진 잠수함 ‘미시간함’이 부산작전기지에 들어왔습니다. 언론은 그 제원이 어떻다, 사정거리가 2,500km에 달하는 150여 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워싱턴선언 이행 차원이다 하며 호들갑입니다. 미시간함의 입항을 계기로 한미 해군은 북한을 상대로 한 특수전 수행 능력과 상호운용성을 강화하기 위한 연합 특수전 훈련을 한다고 합니다.
그보다 며칠 전 콜린 칼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이 방한했습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확장억제를 위한 노력 강화’와 ‘한미일 3국 간 안보 협력 발전’ 등에 관해 논의했다고 합니다. 칼 차관은 한미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도 참관했습니다.
중국과는 당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긴장 완화 국면을 조성하기 위한 행보를 하면서도, 윤석열만큼은 전쟁 돌격대 역할을 하도록 더 강하게 옥죄는 모양새입니다.
3. ‘베팅’
요즘 ‘베팅’이 화두입니다. 싱하이밍 중국 대사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면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힘당은 이를 두고 ‘내정간섭’ 운운하는가 하면, 윤석열까지 직접 나서 싱 대사를 청나라의 위안스카이에 빗대어 공격했습니다. 또 외교부도 싱 대사를 초치하여 대대적인 공세에 가담하였습니다. 국힘당은 삼전도의 굴욕이 떠오른다며 이재명 대표를 맹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오발령, 오염수 사태, 이동관 아들 학폭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지자 반중 정서에 기대 민주당을 공격함으로써 국면을 돌파해 보려는 꼼수에 불과합니다.
실은 베팅 발언의 원조는 바이든입니다. 바이든은 작년 5월 방한 때 바이든이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2013년 12월 오바마 정부 부통령 신분으로 방한했을 당시에도 같은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바이든의 베팅 발언을 두고 한국 정부나 언론에서 비판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는 ‘미국은 괜찮고 중국은 안 된다’는 명백한 이중잣대입니다.
그 와중에 방중을 앞둔 블링컨이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해 “성숙한 한중관계를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라고 했습니다. 적당히 좀 하라는 말입니다. 눈치 없이 나대다가 보기 좋게 한 방 먹은 꼴입니다. 미국은 윤석열을 돌격대로 내세웠지만, 막상 중국을 상대로 너무 함부로 나대니 부담스러운가 봅니다.
4. ‘힘에 의한 평화’라는 헛소리
윤석열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힘에 의한 평화’입니다. 역대 최대 규모로 한미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을 벌여 놓으면서 갖다 붙인 것도 이 말입니다. 윤석열은 지난 15일 자기 SNS에 제1연평해전에 대해 언급하면서 ‘압도적인 힘에 의한 평화’ 운운하기도 했습니다. 3월 10일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도 졸업생들을 향해 “‘힘에 의한 평화’를 구현하는 데 앞장서달라”며 이 표현을 썼습니다.
‘힘에 의한 평화’는 헛소리입니다. 당면한 전쟁 위기의 원인 제공자, 평화 파괴자가 바로 미국과 윤석열이기 때문입니다. 2018년 북미 정상이 만나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고 종전을 선언하기로 약속했지만, 미국은 이를 저버렸습니다. 2021년 여름, 온 겨레는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고 남북관계가 개선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훈련을 강행하며 남북관계는 파탄났습니다. 그 뒤로 미국은 쭉 평화 파괴의 길을 내달려왔습니다.
윤석열이 ‘힘에 의한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가해자가 피해자 흉내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윤석열은 후보 시절부터 ‘주적은 북한’, ‘선제타격’을 부르짖으며 북한을 자극했습니다. 한미연합훈련을 더 강화하고 미 전략자산을 더 자주 더 많이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급기야 일본 자위대까지 끌어들여 한반도 평화를 망치고 있습니다.
5. 촛불국민 안보전략
윤석열은 지난 7일 새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하였습니다. 지난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에 들어 있던 ‘종전선언’, ‘평화협정’과 같은 개념들이 빠지고, 대신 북한을 적대시하는 표현이 대거 들어갔습니다. 윤석열은 서문에서 “국가안보는 이제 더 이상 외부의 침략을 막는 소극적이고 제한적인 개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라고 밝히기까지 하였습니다. 선제타격, 침략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입니다. 그리고 한미일 군사 협력도 빠뜨리지 않고 강조했습니다. 윤석열의 국가안보전략은 전쟁 전략에 불과합니다.
평화와 통일이 진정한 안보입니다. 윤석열 ‘국가안보전략’이 아니라 나라를 평화와 통일로 이끌 촛불국민의 안보전략이 필요합니다. 한미연합훈련 중단, 전범기 단 자위대 함선 입항 반대, 한미일 동맹 반대, 독도 수호 등이 바로 현 시기 한반도 평화의 주요 방략입니다. 그 출발점은 윤석열 퇴진입니다. 촛불국민이 하나 되어 윤석열을 몰아내고 평화와 통일의 새 시대를 개척해 나갑시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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