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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문제’로 중국 때리는 미국…자신부터 돌아봐야

마약 중독 부른 미국식 자본주의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3/06/26 [16:22]

‘마약 문제’로 중국 때리는 미국…자신부터 돌아봐야

마약 중독 부른 미국식 자본주의

박명훈 기자 | 입력 : 2023/06/26 [16:22]

세계 최대 마약 소비국인 미국에서 펜타닐 중독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이 펜타닐과 관련해 연신 중국을 때리고 있다. 

 

환각성 진통제인 펜타닐은 한 알당 2~3달러에 거래될 정도로 값이 싼 편이다. 또 중독성은 헤로인의 50배, 모르핀의 100배에 이른다.

 

▲ 펜타닐 사진.

 

지난 18일~19일 방중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중국을 통해 미국에 펜타닐 원료 물질이 들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뒤이어 23일 미 법무부는 펜타닐 제조에 쓰이는 원료 물질 200킬로그램을 미국에 밀수한 혐의로 중국 기업과 중국인 8명을 기소했다. 미 법무부는 원료 물질 200킬로그램이 미국인 2,500만 명을 죽일 수 있는 양이라고 주장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미국에서 10만 9,680명이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졌는데 이는 역대 최고치다. 특히 이 가운데 68%인 7만 5,000명이 펜타닐 중독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됐는데, 18살~49살 미국인의 사망 원인 1위가 펜타닐 중독에 따른 사망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

 

이런 상황에서 미 정부는 펜타닐 중독 문제를 중국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을 때리는 미 정부의 주장에는 명확한 근거가 없고, 오히려 미 정부의 ‘무대책’이 근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미 정부는 중국을 통해 펜타닐 원료 물질이 대거 들어오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그동안 얼마나 많은 펜타닐이 들어왔는지에 관해서는 통계조차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은 미 재무부가 가루를 알약 형태로 압축하는 기계를 판매한 중국 업체를 제재한 것과 관련해 논평에서 “알약 프레스는 정상적인 산업 생산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라면서 “국제 화물이 불법적인 목적에 쓰이지 않도록 하는 것은 수입 기업의 책임이자 수입국 정부의 의무”라고 꼬집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미국의 펜타닐 남용 문제는 전적으로 ‘메이드 인 아메리카’에 뿌리를 둔다”라면서 “미국은 자신의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1990년대 후반 미 정치권은 제약 업체의 로비를 받아 마약성 진통제 옥시코틴의 제재를 완화했다. 그 뒤부터 미국에서 약물 중독자와 사망자가 급속히 쏟아졌지만 미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지 않았고 현재 펜타닐 중독 문제 역시 그 연장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임홍빈, 「역대급 최악의 마약 ‘펜타닐’, 우리는 안전한가?」, 디스커버리뉴스, 2023.6.19.)

 

이와 관련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의료 민영화에 따른 막대한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미국인들이 값싼 펜타닐에 의존했고,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본 미 제약 업체들이 주도해 미국에 펜타닐을 유포시켰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현재 미국 사회 전반이 마약 문제로 심각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필라델피아주 북동부에 있는 켄싱턴이 좀비 거리, 마약 소굴로 불리며 악명이 높다. 좀비 거리는 펜타닐에 중독된 사람들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좀비마냥 휘청댄다는 점에서 붙은 명칭이다.

 

시내 중심에서 10분 남짓 걸리는 켄싱턴의 한 공원에는 마약을 해도 제지를 받지 않는 무법지대가 3킬로미터 가량 펼쳐져 있다. 이 거리에서 마약에 중독돼 노숙하는 이들만 2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신용식, 「국가도 포기한 마약 소굴…‘골든타임’ 놓쳐 이 지경 됐다」, SBS, 2023.6.9.)

 

하지만 켄싱턴 경찰은 자신들이 손을 쓸 단계가 지났다며 마약 흡입과 거래가 버젓이 벌어져도 사태를 내버려두고 있다. 경찰이 단속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자 켄싱턴에는 미국 전역에서 중독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왕종명, 「[특파원이 간다] ‘좀비의 거리’ 들어가 보니‥펜타닐에 마비된 도시」, 문화방송, 2023.6.6.)

 

이처럼 좀비 거리 문제는 한국 등 세계 곳곳의 언론이 실상을 취재할 만큼 전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다. 한국 언론의 취재에 응한 좀비 거리의 미국인들은 마약을 시작하게 된 계기로 우울증, 가족을 잃은 절망감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애초 미국인들이 마약을 많이 하는 건 미국 사회 전반이 불안정하고 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빈곤·복지 문제를 연구해온 미국인 경제학자 부부인 앤 케이스·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는 미국인들이 양극화로 치달은 미국식 자본주의를 견디다 못해 ‘절망사’(절망에 따른 죽음)에 이르게 됐다고 짚었다.

 

이들은 2020년 4월에 펴낸 책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에서 2015년~2017년 동안 3년 연속 미국인의 기대수명이 약물 중독, 자살, 음주 등 3대 요인으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의학이 발전한 현대사회에서 기대수명이 줄어드는 건 미국 이외에 전례가 없는 일이다.

 

책은 경제 활동인구인 30대~64살에 이르는 미국인들의 사망률이 고르게 높아졌다며 이 가운데에서도 약물 중독이 가장 급격하게 증가한 사망 원인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책은 미국의 제조업 붕괴가 사회 전반의 양극화를 촉발시켰고, 특히 저소득·저학력 백인 노동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기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미국식 자본주의 체제에서 삶이 나아질 거란 희망을 찾지 못한 미국인들이 약물 중독, 자살, 음주에 따른 절망사로 내몰렸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이런 비판에도 미 정부는 미국 내  마약 문제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좀비 거리 문제조차 개선시킬 의지가 없는 미 정부가 중국을 비난하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미 정부는 ‘중국 악마화’에 앞서, 미국인들이 자본주의 때문에 마약에 중독돼 죽어간다는 내부의 지적부터 돌아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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