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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여 명 체포된 프랑스의 대규모 시위…왜 일어났을까?

김정희 민족의 집 대표 서면 대담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3/07/10 [13:12]

수천여 명 체포된 프랑스의 대규모 시위…왜 일어났을까?

김정희 민족의 집 대표 서면 대담

박명훈 기자 | 입력 : 2023/07/10 [13:12]

지난 6월 27일(현지 시각), 프랑스에서 알제리계 이주민 2세 청년 ‘나엘’이 교통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중 경찰의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촉발된 대규모 시위는 파리를 비롯해 프랑스 전역으로 확대됐다. 시위가 건물 등을 파괴하는 폭동으로 번지자 프랑스 경찰이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체포된 이들만 3,200명이 넘는다.

 

이런 프랑스의 심각한 시위 상황과 관련해 본지는 오랫동안 프랑스에서 거주해온 동포인 김정희 민족의 집 대표와 서면 대담을 나눴다. 김 대표는 파리 소재 ISG 비즈니스 스쿨에서 공부했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외환은행 등에서 근무했다. 또 지난 2011년 은퇴한 이후에는 한국과 북한을 여러 차례 오가며 통일운동에 힘쓰고 있다.

 

이번 시위가 프랑스의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라는 시각이 있는데요.

 

프랑스에는 공식적으로 출신지나 인종구별을 하는 분리정책, 인종차별주의 정책은 없습니다. 그러나 프랑스는 과거 알제리 등 북부 아프리카와 가봉, 아이보리코스트 등 서부 아프리카에 식민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 지역 출신은 프랑스어에 익숙하고 친척 중 한 명이라도 프랑스에 살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프랑스 이민이 어렵지 않습니다. 이들 이민자의 숫자는 프랑스 인구에서 공식적으로는 10%, 비공식적으로는 13% 이상까지 측정됩니다. 

 

특히 주거권을 보장하는 프랑스의 사회복지제도 특성상 하층과 빈민층을 위한 주거지에 이민자들이 집중되어 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어느 특정 지역에는 프랑스인보다 이민자들이 더 많습니다. 그러면서 본래 그 지역에 살던 프랑스 백인층이 빠져나가고, 그곳에 이민자들이 모여서 살게 되는 지역이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민자들 사이에서는 실업률이 높고 공교육의 보장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면서 불만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또한 폭동이 일어나게 된 원인일 수 있습니다. 또 프랑스 사회의 교육제도·사회제도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자란 아랍계, 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의 후손들을 포용하지 못하는 불공정·불평등한 측면도 있습니다. 

 

프랑스의 이민 3~4세대들은 프랑스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태어나서 프랑스의 교육과 복지제도를 통해 성장했음에도 프랑스의 전통적인 가치관에 적응하지 못한 이민자들도 있습니다. 이는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종교적 사회전통 습관인 아랍-이슬람 문화가 프랑스의 제도 속에서 승화되지 못한 현실을 투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시위는 사회구조와 제도를 고치라는 요구로 보고 있습니다.

 

왜 시위가 폭동의 양상을 띨까요?

 

이번 시위는 프랑스 시민들의 불만이 표출된 폭동의 성격이 강합니다. 지난 1990년대에도 이런 시위가 있었습니다. 2000년대에도 이주민 청년이 경찰의 불심 검문 과정에서 희생된 적이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이런 극단적이고 비극적인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이번과 같은 폭동은 경찰의 불심 검문이 큰 사고로 이어졌기 때문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프랑스인들을 가리키는 특성으로 다혈질이고 폭발적이고 항상 불만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경찰이나 공권력의 용납할 수 없는 과잉 대응이 있을 경우 공분한 시민세력이 뭉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파리에서는 노동자의 파업 시위나 축제 등으로 많은 군중이 모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면 처음에는 축제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끝 무렵에 가서는 얼굴을 가린 폭동 무리가 자동차에 불을 지르거나 고급품 가게의 진열장을 파괴하고 훔쳐 가는 폭동이 매년 벌어집니다. 프랑스에서는 이런 폭동을 사회적인 문제로 보고 강력하게 대처하려 합니다. 그러나 경찰, 재판 인력 부족으로 폭동·날치기 등 범법자들에게는 관대한 훈방 조치 정도를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프랑스 사회의 불평등과 불공정을 피부로 느끼는 사람들은 유색인종이건 전통적인 프랑스인이건 마찬가지입니다. 프랑스에서는 봄, 가을마다 노동자들의 각종 연대적인 파업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프랑스인들도 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연대하고 있습니다.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 등 북부 아프리카에서 온 아랍 문화권 출신이 시위에 결집하면 상당한 위력이 있습니다. 

 

이는 프랑스인을 피부색이나 종교와 관습으로 구분하지 않고 포용하는 사회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파업과 폭동은 서로 완연하게 다른 성격입니다. 프랑스는 근본적으로 사회의 구조와 제도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입니다. 하지만 폭동은 무고한 사람들의 공공재 또는 사유재산인 건물이나 자동차에 불을 지르는 파괴행위를 하거나 상점 등을 파괴하고 침입과 약탈을 하는 것입니다. 

 

시위대들은 이번 폭동에서 경찰서·시청·학교·도서관 등 공공기관 건물, 심지어 작은 도시 시장의 개인 사택까지 덮쳐서 방화를 시도하였습니다. 특히 프랑스는 마약상이 파리 같은 대도시 근교에 위협적인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어떤 지역의 경찰은 경찰서가 완전히 벙커처럼 만들어져 있는데도 공격을 받았습니다.

 

폭동이 프랑스 전반으로 빨리 번진 점이나 공공기관 건물이 공격받은 건 이전에는 없던 아주 공격적인 현상입니다. 이는 프랑스 사회에 아주 큰 문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폭동이 지방으로 번지게 된 이유로 SNS의 역할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SNS에서는 경찰과 공권력에 대한 혐오가 남발하고 동영상이 계속 번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청소년들이 자제력 없이 폭력을 저지르고, 이런 상황이 연쇄 반응으로 번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시위가 벨기에와 스위스 등 주변 국가로도 번졌다고 하던데요.

 

벨기에 프랑스어권의 사회는 프랑스와 유사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벨기에는 ‘프랑스에 비가 오면 벨기에는 안개가 낀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입니다. 

 

▲ 프랑스 주변 지도.  © 구글맵 갈무리

 

벨기에에도 아랍지역과 아프리카에서 온 이민자들이 주거하는 밀집지역이 있습니다. 벨기에에서도 이민자들은 경제적인 빈민층입니다. 이들의 사회적 불만은 작은 불씨만 있으면 금방 불이 붙기 쉽습니다. 이번 폭동에서 이들의 불만이 번지게 된 건 SNS의 영향도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스위스에서 폭동이 일어난 곳은 프랑스어권인 로잔의 시내입니다. 이곳에도 SNS를 통해 프랑스의 폭동 동영상이 빠르게 번지면서 모방 폭동이 일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이번 시위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나요?

 

프랑스에서는 진보, 보수를 떠나 이번 폭동을 공화국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반 시민들도 이번 폭동이 사회적 불만 때문인 점은 인정하지만, 폭동 과정에서 국가와 사회의 상징들이 파괴되자 이에 관해 엄정한 대처를 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번 시위는 프랑스에 어떤 파장을 미치게 될까요? 

 

이전에 있던 다른 시위 때도 경찰의 대응 사고가 죽음을 몰고 온 일이 몇 차례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관리하는 법이 제정되어 있으나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이번 폭동과 관련해서는 변호사, 판사들이 재판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약탈범과 기회주의적 범죄에 대해 법정구속, 형무소형 등 처벌을 무겁게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 폭동이 발생한 지역의 시장과 구청장 240여 명을 엘리제궁에 초청하여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했습니다. 엘리제궁에 모인 이들은 취약지역의 교육문제, 실업문제, 주거 개발문제 등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주문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프랑스 사회가 분열을 넘어 프랑스 공화국의 가치인 자유·평등·박애를 중심으로 뭉치게 할 수 있는 정책이 나올지가 관심거리입니다.

 

이와 관련해 특히 자기 방어권 행사 목적으로 총을 사용해온 경찰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또 미성년자가 폭력과 폭동을 저지르면 부모가 책임을 지게 하거나,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는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민자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지역의 사회적 문제, 공교육의 실패와 실업률이 30%까지 올라간 지역의 구조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국인 관광객이 탄 버스도 습격을 받았는데 이에 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서 폭동 무리가 경찰과 대치하던 상황에서 중국인이 탄 버스가 폭동의 피해를 받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2010년대에도 파리 근교에서 중국인을 태운 버스가 호텔 근처에서 강도들의 습격을 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프랑스에 오는 아시아계 관광객들은 현금과 구매한 명품을 들고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아시아계 관광객들이 소매치기의 목표물이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프랑스에선 현금이 많은 아시아계 사람들이 공격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마크롱 정부를 바라보는 프랑스 시민들의 여론은 어떤가요? 

 

현재 마크롱이 인기가 없는 대통령이기는 하지만 은퇴(연금 정책)와 관련한 개혁이 필요한 것은 프랑스의 누구든지 인정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에 상처를 받으면 저항을 하고 특히 중하층, 빈민층이 더 큰 피해를 보기 때문에 불만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른바 탈미·친중 행보에 관한 여론이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프랑스와 미국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미국을 세운 건국의 아버지(FOUNDING FATHERS)이자 헌법 제정자 중 한 명인 토머스 제퍼슨은 프랑스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프랑스의 장군 라파예트는 미국의 독립 전쟁을 지원했습니다. 이런 역사를 보면 프랑스는 미국과 대치되는 정책을 펴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현재 마크롱 정부의 친중 행보는 중국과 극단적으로 대치하는 미국을 편들면 중국에 투자를 많이 한 프랑스 기업과 경제에 치명적일 수가 있기 때문에 한 선택입니다.

 

따라서 프랑스의 친중을 탈미로 이해하는 것은 현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또 프랑스는 아직 남태평양 등에 프랑스령 식민지가 있고 전 세계에 프랑스군 주둔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을 떠다니는 프랑스군 군함은 미군과 함께 연합군사훈련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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