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군산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이자 군산촛불행동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세계스카우트 잼버리(World Scout Jamboree)는 세계스카우트연맹(WOSM)에서 주최하여 4년마다 열리는 세계 보이스카우트 회원들의 합동 야영 대회이자 각국의 문화 교류를 위한 청소년 축제다.
본래 ‘잼버리’(Jamboree)는 아메리카 원주민 언어로 유쾌한 잔치, 즐거운 놀이를 뜻하는 시바아리(SHIVAREE)라는 단어가 음이 바뀌어 전파된 것으로 스카우트의 창시자인 베이든 포우엘이 영국 런던 올림피아 경기장에서 열린 제1회 세계 야영 대회를 이렇게 칭하면서 시작하였다고 한다.
새만금 스카우트 잼버리(이하 잼버리) 유치 과정을 보면, 2015년 8월에 당시 송하진 전라북도지사가 유치를 선언하고 2016년 2월부터 새만금 잼버리 유치 활동을 시작한다.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한 달 후에 지지 영상을 만들어 공개한다. 그리고 2017년 8월에 새만금이 2023년 세계 잼버리 개최지로 선정된다.
당시 송 지사는 무엇 때문에 이 행사를 유치했을까? 새만금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것이었을까? 그렇다면 새만금의 어떤 모습을 알리려는 것이었을까?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던 바다와 갯벌을 메워서 죽음의 호수를 만들고, 수만 마리의 철새가 날아들고 한 해에 4천억 원의 수입을 내는 그런 곳을 없애고 육지로 만들어서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하는 현장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1억 2천만 평의 땅을 만들기 위해서, 만들어질 그 땅 중앙에 있는 호수 밑바닥의 흙을 파내서 다른 바다를 막아 육지를 만들어내는 그런 신공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일까?
1987년 대통령 선거에서 전북의 표를 얻기 위해 당시 노태우 후보가 공약한 이후 1991년부터 시작된 새만금 방조제 공사는 중단되는 시기도 있었으나 19년 뒤인 2010년 4월에 준공되며 온갖 기록을 쏟아냈다.
그러나 그때부터 전북의 많은 환경단체는 새만금에 해수를 유통해야 시화호와 같은 재앙을 겪지 않을 것이라며 해수 유통을 강력히 요구했다. 하지만 새만금에 대해서 하나도 알지 못하는 ‘새만금위원회’는 전라북도의 의견에 따라 담수호를 유지하기로 하고 그렇게 물을 가둬 놓으면 호수의 물이 맑아질 것이라는 가당치도 않은 논리로 해수 유통을 단절했다. 결국 새만금은 내부 호수의 물은 썩어서 생명체가 다 사라지는 죽음의 호수가 되었다. 그런데도 매립을 맡은 한국농어촌공사는 호수의 바닥을 긁어서 매립토로 사용했고, 썩은 물을 담는 그릇은 점점 더 깊어지며 갇힌 물과 생명체는 죽어갈 수밖에 없었다.
만약에 새만금 개발 기본 계획이 변경되어서 일부라도 해수 유통을 하게 되면 복원될 수 있는 희망을 품은 갯벌이 두 군데가 있었는데 부안 쪽에 있는 해창 갯벌과 군산 쪽의 수라 갯벌이다. 수라는 새만금 신공항 건설 예정 용지다. 그렇게 되면 군산에는 한 뼘의 갯벌도 남지 않는다.
해창 갯벌이 현재 잼버리가 열리는 곳이다.
이곳은 2003년 3월 28일 문규현 신부, 수경 스님, 김경일 교무, 이희운 목사가 4대 종단 대표로 새만금 간척 사업을 반대하며 청와대까지 삼보일배를 시작한 역사적인 곳이다.
잼버리가 예정된 이 부지는 새만금 방조제가 막히고 내측의 바닷물 수위를 낮추면서 갯벌이 말라 이미 육화가 된 곳이었다. 그러니까 그 자리에 약간의 성토만 하고 나무를 심고 그늘을 만들면 그대로 충분한 야영지가 될 수 있는 곳인데 당시 송 지사와 한국농어촌공사는 갑자기 2~3미터의 높이로 매립을 시작했다. 더구나 필요 이상으로 넓은 267만 평, 여의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광활한 면적의 땅을 만들었다.
이렇게 한 이유는 만약에 해수가 유통되어도 다시 갯벌로 복원되는 일이 없고 더 많은 땅을 만들기 위함이었고 갯벌 복원 자체를 아예 원천 봉쇄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곳은 농업용지다. 그러니까 행사를 마치면 농지로 개발될 곳인데 왜 3미터까지 높여서 돋았는지 매우 궁금하다. 아마도 농업용지에서 상업용지로 변경할 생각이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한다. 더구나 매립 비용은 농지조성 기금을 끌어다 사용했다.
이 작업은 불과 1년 전까지도 끝나지 않았으니 예비 행사인 세계프레잼버리도 불가능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니 어떤 문제도 예상할 수 없었고, 대책 같은 것이 나올 리 만무하지 않겠는가?
시민단체들은 이미 3년 전에 스카우트 세계 본부와 국내 각 부처에 이런 위험을 예측하며 장소 변경을 요청했으나 아무도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잼버리 유치를 명분으로 시작한 새만금 신공항은 2024년에나 착공할 계획이고, 잼버리장의 본건물은 내년에 완공할 계획이다.
새만금 잼버리 유치는 갯벌을 죽이고 새만금 매립 속도를 올려서 더 많은 땅을 만들기 위한 명분이요, 꼼수였기에 진작부터 예견된 재앙이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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