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 1. 하마스는 왜 지금 이스라엘을 공격했을까? 2. 미국은 난감하다 3. 반미로 들끓는 중동 민심 4. 전 세계가 목격하는 미국 패권 약화 5. 미국의 선택은
1. 하마스는 왜 지금 이스라엘을 공격했을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으로 양측의 사망자가 6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그 중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5천 400여 명에 달합니다. 이 전쟁은 이스라엘이 미국과 영국 등의 서방 국가를 등에 업고 팔레스타인 영토를 무력으로 점령한 때로부터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인정하라는 국제사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학살, 납치, 고문 등의 만행을 자행해왔습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하마스는 그동안 이스라엘의 공격에 무력으로 대응해왔습니다. 그러나 5,000발이 넘는 로켓포 발사, 드론으로 이스라엘 감시탑 폭파, 동력 패러글라이더와 트럭과 오토바이, 모터 고무보트 등의 다양한 수단을 통한 이스라엘 침투 등의 ‘전례 없는’ 공격을 감행한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하마스는 지하 터널을 마련하는 등 이번 공격을 수년간 준비했다고 합니다.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에 대해서도 예상했을 것이며 지상전을 벌이는 것도 준비되어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옵니다. 하마스의 공격이 우발적 공격이 아니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공격의 시기를 정하는 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기에 대한 ‘판단’이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먼저, 올해 들어 이스라엘의 만행이 극에 달했습니다. 극우 인사로 알려진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를 이스라엘 영토에 강제 병합할 것을 천명했습니다. 불법적으로 이스라엘 정착촌을 확대하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차별적인 조치를 지속해왔습니다.
유엔인도주의기구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올해 들어서만 팔레스타인 주민을 700회 이상 공격했는데, 통계가 집계된 이래 역대 최다 횟수라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살해된 팔레스타인인은 집계된 바로만 227명이라고 합니다.
이스라엘군에 의한 학살 만행도 끊이질 않았습니다. 2000년대 초 이후 처음으로 아파치 헬기가 배치되는가 하면, 드론을 통한 공격과 이스라엘군 1,000명을 동원한 군사 작전으로 숱한 팔레스타인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이스라엘 보안군이 자전거를 탄 14살 소년을 총으로 쏴 살해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팔레스타인 국경을 완전히 봉쇄해 생활필수품과 구호품의 반입을 차단하기도 했습니다. 팔레스타인은 이대로 죽거나 싸워서 죽거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싸워서 팔레스타인 독립을 이루겠다는 의지도 굳건해졌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시기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미국의 패권 약화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전쟁이 국제사회에서의 미국 영향력 약화와 다극화 체제 전환의 상징적 사건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라크에서의 ‘값비싼’ 전쟁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굴욕적 철군’이 미국을 약자처럼 보이게 했다는 이야기를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유명 블로거이자 시사 평론가인 노아 스미스는 “완전한 다극화 시대가 도래”했다고 분석하기도 했으며,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 전쟁이 세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러시아와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이스라엘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1948년 이스라엘을 정식 국가로 인정해주면서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을 공식화해준 것도 미국이었고, 3, 4차 중동전쟁 당시 외교적, 군사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것도 미국이었습니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멸망 위기에서 건져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미국의 존재는 이스라엘의 존립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2017년 미국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한다고 선언한 뒤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예루살렘은 국제법상 어느 나라의 소유도 아닌 도시입니다. 실제 동예루살렘의 주민의 대다수가 팔레스타인인이며, 유엔 안보리도 예루살렘이 이스라엘 수도가 아니라고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자기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며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영토 확장을 노골적으로 편들어준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세계 패권이 약해지는 여러 현상이 연이어 나타났습니다. 하마스는 미국이 이스라엘을 돕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을 했을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한다면, 쉽지는 않아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는 것입니다.
2. 미국은 난감하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하마스를 “순수하고 완전한 악”이라고 지칭하며 이스라엘에 강력한 지지를 보냈습니다. 미국은 탄약을 비롯해 전쟁에 필요한 무기를 조건 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히며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호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호를 이스라엘 근해에 파견했고, F-15·F-16 전투기와 A-10 공격기를 증강 배치했습니다. 2,000명 규모의 비전투 병력 지원도 약속했습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최고 동맹으로 꼽히는 나라이니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안 그래도 이 전쟁이 미국의 패권 약화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자기 동맹 하나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다는 인상을 줄 순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속내는 복잡합니다. 미국은 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연대가 더욱 강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이 국가들을 상대로 패권을 지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힘겨운 마당에 중동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습니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야반도주하듯 철군한 것과 전통적인 친미 국가인 사우디의 이탈은 미국의 중동 패권 상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중동 국가들과 적당히 관계를 개선, 강화하며 약해진 패권을 차츰 회복하고자 시도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이 제재로 인해 동결했던 이란의 자금을 풀어준 것도, ‘국제사회의 왕따’로 만들겠다던 사우디와 동맹 수준의 상호방위조약을 추진했던 것도 이런 흐름에서 일어난 현상입니다.
그런데 이런 미국의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번 전쟁이 발발하며 대부분의 중동 국가들은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지지하고 나섰고, 미국과 서방 대 중동 국가의 구도가 형성되었습니다. 미국은 이란의 자금을 다시 동결했고 사우디와의 상호방위 조약 논의는 중단되었습니다. 미국이 바라던 중동의 새 질서 구축도 중단되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표면적으로는 이스라엘을 지원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서 이 전쟁을 마무리 짓고 싶어 합니다. 이스라엘을 방문한 바이든은 “분노를 느끼되 그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라며 이스라엘의 자제를 촉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을 준비하자, 바이든이 직접 나서 지상군 투입을 연기하도록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미국 CNN과 영국 BBC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지상공격을 연기하라는 압력을 넣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 정상들은 ‘민간인 보호’를 강조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는데, 지상군 투입을 막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미국 속은 모르쇠입니다. 최근 이스라엘은 공습 이후 지상전으로 저항 세력을 제거한 뒤, 가자지구에 새 정권을 수립한다는 3단계 작전 계획을 공식화했습니다. 네타냐후를 비롯한 이스라엘 극우 인사들은 이번 전쟁을 통해 팔레스타인을 완전히 점령하고 자기 권력 기반을 강화하려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국가안보장관은 소총 1만 정으로 민간인들을 무장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4,000정은 구입이 끝났다고 합니다. 이 총은 국경 근처 이스라엘 마을과 서안지구 정착촌 등에 전달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스라엘 민간인에 의한 팔레스타인인 살해 범죄는 더 급증할 것입니다.
3. 반미로 들끓는 중동 민심
중동 민심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전쟁이 발발하자 각국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이란의 라이시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의 정당한 방어를 지지한다”,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과 그 지지자들은 이 지역 국가들의 안보를 위험에 빠뜨린 책임이 있다”라고 밝히며 이스라엘에 책임을 물었습니다. 이스라엘과 관계 개선을 도모했던 사우디아라비아도 빈살만 왕세자가 나서 “팔레스타인 국민의 정당한 권리 추구, 존엄한 삶을 위한 노력, 희망과 열망 실현, 정의와 지속적인 평화 달성을 위해 계속해서 팔레스타인 국민의 편에 서겠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요르단 압둘라 2세 국왕 역시 팔레스타인 독립을 인정하는 것이 지역 평화를 위한 유일한 선택지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병원을 공습해 숱한 민간인 희생자를 낳자 이에 대한 강한 규탄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 이집트, 아랍에메리트연합, 이라크, 카타르 등이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가장 기본적인 인간적 가치도 없는 이스라엘의 공격 사례”라며 국제사회의 행동을 촉구했습니다. 에르도안은 “미국 항모 전단의 이스라엘 배치는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과 심각한 학살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중동에서 반이스라엘 시위를 넘어서 반미 시위가 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군사적으로, 외교적으로 지지하고 나서는 것이 중동 민심에 불을 지른 격이 되었습니다.
레바논에서는 “미국은 악마”,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돌을 던지고 주변에 불을 지르며 미 대사관을 향해 진입을 시도하는 등 격렬한 시위가 전개되었습니다. 튀르키예, 이집트, 이란, 요르단, 예멘, 튀니지, 이라크 등에서도 미국과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해당 국가의 국기를 불태우는 등 시위가 진행되었습니다. “제 생각에 미국은 이 모든 일에서 가장 나쁜 악마입니다. 그들은 단지 악일 뿐입니다”라고 밝힌 이집트 시위 참가자의 이야기는 중동에서의 반미 정서가 어떤 수준인지를 보여줍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는 여러 미군 기지를 겨냥해 드론과 로켓을 사용한 공격 시도도 있었습니다. 미군이 공격 대상이 되는 상황에 미국은 잔뜩 긴장하고 있습니다. 분노한 민심은 미 대사관을 넘어 미군기지로 향하고 있고, 그 방식도 구호가 아닌 힘의 행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중동지역에서 좁아질 대로 좁아진 미국의 입지가 이번 전쟁으로 인해 더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조만간 중동에서 미군 철수 바람이 거세게 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4. 전 세계가 목격하는 미국 패권 약화
위에서도 말했듯, 미국은 이스라엘을 자기 뜻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자체가 미국의 패권 약화를 의미합니다.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것도 허덕이는 모양새입니다. 이스라엘이 포탄 부족을 호소하자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려고 했던 155mm 포탄을 이스라엘로 보낸다고 합니다. 이전에는 이스라엘에 비축했던 155mm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보냈다고 하니,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의 포탄 쟁탈전, 미국의 포탄 돌려막기입니다.
미국의 정치력도 말밥에 오르고 있습니다. 바이든은 이스라엘을 방문하며 요르단을 찾아 요르단 국왕,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이집트 대통령 회담을 추진했으나, 가자지구 공습으로 인해 취소되었습니다. 회담을 취소한 것은 바이든이 아니라 중동 정상들 쪽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영국 BBC는 “몇 년 전만 해도 아랍국가들이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이렇게 거부할 용기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여론전도 잘 안 먹히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하마스 악마화에 열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세계 여론은 미국의 바람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양새입니다. 하마스 악마화를 노린 ‘아기 참수’는 가짜뉴스라는 것이 빠르게 밝혀졌습니다. 가자 병원 공습도 미국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소행이라고 발표했지만, 이 발표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책임이라는 바이든 대통령 연설에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에서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에서는 무려 10만 명이 참가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도 미국 연방의회 사무동을 수백 명이 점거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LA, 뉴욕 등에서 수천, 수만 명이 참가하는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모든 것을 미국의 뜻대로 하던, 강력한 제국으로 군림하던 미국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목도하고 하고 있습니다.
5. 미국의 선택은
미국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새 시대로의 전환을 수용하고 평화와 공존, 번영의 새 질서를 구축하는 데 나선다면 참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국주의는 전쟁과 억압을 포기할 줄 모릅니다. 평화와 공존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것을 선택하는 순간 자기 존재가 허물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기에 내몰릴수록 전쟁으로 돌진하는 것이 제국주의의 본성입니다.
미국은 중동에서 땅에 떨어진 자기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더 과잉된 몸짓을 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당장 이번 사태가 발발하자 중동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에 항공모함을 보낸 것을 봐도 그렇습니다. 미국은 중동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자기가 관여하고 있는 모든 전선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공언하며 자기 힘을 과시하려 들었습니다. 극도로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힘의 과시는 힘의 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은 자기 패권을 지키기 위한 가장 첨예한 대립의 장에서 그 힘을 사용하려 들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피해를 최소화하게 해줄 대리자를 찾을 것입니다. 자기 힘이 예전보다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끊임없이 동북아와 한반도에 눈을 돌리는 이유입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에 버거워하는 중에도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를 한반도에 들이밀어 한·미·일 연합해상훈련을 벌이고, 전략폭격기 B-52H를 전개해 한미연합훈련과 한미일 연합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조금의 반대도 없이 미국의 뜻대로 수행해주는 전쟁 돌격대 윤석열이 있으니, 정말로 위험천만합니다. 우리가 사는 이 땅이 미국의 패권 수호를 위한 전장으로 전락할 수 있는 것입니다.
스스로 포기를 모르는 미국과 윤석열을 포기시킬 힘이 더 크게 작용해야 할 때입니다. 그러니 우리 촛불 국민의 몫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미국의 뜻을 대리해줄 윤석열을 몰아내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윤석열을 탄핵하기 위한 촛불의 투쟁은 이 땅에서 전쟁을 막아내는 강력한 힘이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세계 평화를 수호하는 촛불을 높이 치켜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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