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기 기자 서거 5주년을 추모하며 드리는 편지
그리운 이창기 기자님께.
나와 헤어질 결심을 하시고 집으로 불러 “맛있는 소고기 먹자”라고 했던 그날의 음성이 지금도 또렷이 각인되어 있답니다.
수인(囚人)으로 8년을 지낸 나에게 몸에 좋은 ‘소고기’ 먹고 힘내어 자주, 민주, 통일 운동에 보탬이 되자고 했던 말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나는 그날이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 될 거란 사실을 몰랐습니다. 나중에 들었는데 이창기 기자님은 이미 그런 사실을 알고 저와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시며 최고의 저녁 식사를 준비하셨던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런 사실도 모르고 “많이 먹어”라는 말만 듣고 소고기로 배를 채웠답니다.
준비 안 된 이별은 제게는 커다란 아픔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창기 기자님이 밉고 원망스러웠어요. 몸이 아팠던 이창기 기자님을 위해서 뭐라도 해 드렸어야 했는데 저는 그저 받기만 했네요.
우리는 감옥에서 처음 만나 처절한 감옥 생활을 통해서 동지가 되었지요.
나는 평범한 대학 강사로 지내다가 ‘간첩 혐의’로 감옥에 갇혀 어쩔 줄 몰랐습니다. 두렵기도 했지요. 그런 나를 단숨에 찾아와 한 “우리 병진이”라는 말에 가슴이 녹아내렸답니다. 지금은 폐간이 되었지만 자주민보에 제 소식을 전하며 구명 활동을 하셨어요. 그런 이창기 기자님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나는 용기를 내어 세상을 향해 국제정세에 관한 글을 기고하였고 우리의 동지적 관계는 더욱 깊어졌답니다.
국가보안법의 만행으로 자주민보가 폐간에 이르고 저 역시 감옥에서 압수수색을 당했지만, 우리는 굴하지 않았고 우리는 승리를 확신하였습니다. 2010년 연평도 포격전이 벌어졌을 때 우리는 이미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이 허구라는 사실을 기사로 까발렸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이 허구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입증했답니다.
우리의 분석과 예측은 정확했습니다. 자주민보가 폐간되지 않았다면 그때 우리의 기사가 옳았음을 명백히 확인할 수 있는데 폐간되어 볼 수 없어 아쉽습니다. 그렇지만 자주민보가 폐간되었어도 자주, 민주, 통일을 지향하는 세계사적 흐름을 멈춰 세울 수 없습니다. 우리의 지향은 더욱 힘 있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오늘 세계사적 대격변의 중심에 서 있는 이곳에 이창기 기자님이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는 혁명적 붓대를 높이 세우고 열띤 정세 토론을 하였겠지요. 점점 고양되는 자주, 민주, 통일 운동에 더 많은 헌신과 보람 있는 일을 하였을 것입니다.
요즘 어머님 건강이 좋지 않아서 자주 고향집에 내려갑니다. 어머님의 기억들이 조금씩 사라질 때마다 마음이 아파요. 그런 어머님에게 이창기 기자님은 또렷이 각인되어 있답니다.
“어머님 이창기 기자는 하늘나라에 살아요.”
“그래? 참 좋은 사람인데 보고 싶네. 우리 집에 와서 ‘어머님 저 왔어요’ 하며 밥을 더 달라고 했어. 그리고 나를 데리고 전주교도소에 있는 너를 만나러 갔지. 참 좋은 사람인데 왜 그리 일찍 갔을까?”
제가 수감되어 있을 때, 주변 사람들은 국가정보원에 밉보일까 봐 우리 가족들과 거리를 두었답니다. 그때 이창기 기자님은 집에 찾아와 아들처럼 어머님을 위로해 드렸어요. 그래서 이창기 기자님에 대한 어머님의 애정과 사랑은 각별하세요. 그런 어머님이 이창기 기자님을 회고할 때마다 이창기 기자님이 더욱더 그립고 보고 싶어요.
이창기 기자님을 추억하고 따르는 대학생들과 통일 운동 일꾼들을 볼 때마다 이창기 기자님의 품성과 열정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순수한 혁명적 열정이 이창기 기자님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하늘의 별이 되신 이창기 기자님의 뜻을 계승하며 투쟁하는 젊은이들에게서 우리의 희망과 밝은 미래에 확신이 생깁니다.
그런 후대의 꿈과 희망을 위해서 자신이 죽는 순간까지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 주고 간 당신의 뜻을 잊지 않겠습니다. 이창기 기자님이 준 믿음과 혁명적 동지애를 후대들이 잘 계승 발전하도록 분투하겠습니다. 비록 분단의 장벽과 국가보안법이라는 야만이 우리의 전진을 가로막고 있지만 그런 탄압에 굴하지 않는 이창기 기자님의 투쟁 정신으로 싸워 나갈 수 있도록 저 역시 한 알의 밀알이 되겠습니다.
머지않아 우리가 하늘에서 만났을 때, “자네, 오랜만이군. 일하느라 애 많이 썼네”라고 인사하며 뜨거운 포옹을 나누어요.
지금! 미제국주의와 마지막 판가리 싸움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미제국은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지만 그들의 패배는 결정적입니다. 이창기 기자님이 그토록 기다리던 이 땅의 자주, 민주, 평화의 새 세기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창기 기자님도 하늘의 별이 되셔서 우리들의 전진을 응원하며 그 승리에 함께 기뻐하시리라 믿어요.
당신을 잊지 않고 영원히 추억합니다.
당신의 혁명 동지이자 친근한 벗.
이병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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