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다음 달 6일까지 사이버 공간에서 보안 업무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정원은 10월 27일 ‘사이버 안보 업무규정’ 시행령 개정안을 12월 6일까지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정원이 정부·지자체·공공기관 등 정부 기관의 사이버 보안 업무를 관리·통제하는 권한이 확대된다. 또한 각 기관의 정보통신기기·통신망의 취약 요소를 발굴·개선하는 ‘보안 측정’을 각 기관과 협의 없이 국정원이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 모든 기관의 보안점검 업무의 권한을 국정원에 부여했다”라며 “국정원에 독점적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에 막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의 우려는 국정원이 사이버 공간에서 ‘보안’을 이유로 들며 모든 관공서를 사찰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정원의 시행령 개정안은 더 큰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지난 10월 10일 국정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해킹을 당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선관위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당시 시민단체들은 국정원의 발표를 두고 국정원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개입하려는 것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리고 국정감사 기간에 국정원의 선관위 보안점검과 관련해 몇 가지 의심스러운 정황이 폭로됐다.
첫째로 국정원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공동명의로 선관위 보안점검 결과를 발표했는데, 정작 한국인터넷진흥원은 내용을 사후에 알았다는 것이다.
둘째로 국정원은 선관위 보안점검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국가보안기술연구소(NSR)와 관련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소속의 민형배 국회의원은 10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원은 왜 선관위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발표 주체도 아닌 자신들이 강서구청장 선거 직전에 보도자료를 내서 그런 소란을 피웠을까요? 왜 KISA는 앞세우고 더 많은 인력이 참여해 함께 보안점검에 나선 NSR은 숨겨가며 보도자료를 냈을까요?”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민 의원은 전문가들의 견해라며 선관위 보안점검 결과 발표 목적을 “첫째, 강서구청장 선거일을 앞두고 불안감 조장 및 개표 조작 시비를 불러일으키려는 정치적 목적 둘째, 선관위 보안 시스템 알고리즘의 사전 확보로 내년 총선 투개표 조작에 개입하려는 준비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국정감사 기간에 국정원의 선관위 보안점검 관련한 의혹이 불거졌으나 국정원은 이와 관련해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국정원이 ‘사이버 안보 업무규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것이다. 국정원은 시행령 개정안으로 모든 공공기관의 사이버 보안 업무를 통제·관리하려 하고 있다. 통제·관리한다는 말은 결국 국정원이 원하는 대로 사이버 공간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것으로 모든 공공기관의 사이버 공간이 국정원의 놀이터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선관위도 공공기관의 하나이다. 혹시 국정원이 이번에 시행령을 개정해서 2024년 총선 결과를 원하는 대로 만들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와 관련해 경향신문은 9일 사설을 통해 “밀행성을 속성으로 하는 정보기관이 이 업무(사이버)를 주도할 경우 민간과 협력하기 어려워져 오히려 사이버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그것은 국정원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관계있다. 국정원은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직전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산망이 해킹 가능하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이른바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하면서 여론을 조작하고 선거에 개입했다. 이런 전력이 있기에 사이버 공간에서 국정원의 권한 대폭 강화가 우려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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