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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이 전쟁으로 까발려진 미국, 유럽의 위선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3/11/13 [22:52]

팔-이 전쟁으로 까발려진 미국, 유럽의 위선

박명훈 기자 | 입력 : 2023/11/13 [22:52]

 

최근 서구 제국주의 열강 출신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에 눈을 감으면서 스스로 자신들의 위선을 드러내고 있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이 발발하고 한 달 여가 지났다. 11월 12일(현지 시각) 가자 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으로 1만 1,000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희생됐다. 하지만 이런 참상에도 미국, 유럽 각국의 정부는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의 편을 들어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앞세워 온 미국은 ‘이스라엘의 저항권’을 지지한다며 이스라엘군이 가자 지구의 민간인을 학살하는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에 의해 침해받는 자유, 민주주의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11월 10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몇 주 동안 너무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고통을 받았다”라면서 “우리는 피해를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블링컨 장관의 발언은 지난 10월 27일 열린 유엔 총회에서 미국의 반대에도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120개국의 찬성으로 통과하는 등, 국제여론의 눈치를 살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지지하고 휴전을 반대하는 미국이 사실상 이스라엘과 ‘전쟁범죄 공범’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11월 8일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팔-이 전쟁 발발 한 달 동안 가자 지구 내 의료 시설이 102차례나 공격받았다. 그러나 미국은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막아서기는커녕 휴전도 반대했다.

 

미국은 최근 가자 지구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알시파 병원이 공습 받아 신생아마저 희생당한 상황에도 이스라엘을 두둔했다. 

 

11월 12일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하마스가 가자 지구 내 병원들을 지휘 본부로 이용하고 있다는 이스라엘의 평가는 옳다며, 병원 환자들이 폭격에 휘말릴 위험에서도 이스라엘군이 왜 병원을 표적으로 삼는지 이해한다고 했다.

 

반면, 가자 지구 당국은 이러한 주장이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을 감추기 위한 ‘거짓 선전전’이라고 반박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마르완 아부 알시파 병원 외과과장은 병원 지하에 하마스 지휘소가 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면서 “병원에는 단 한 명의 전투원도 없다”라고 증언했다.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 역시 미국처럼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학살하는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편들고 있다.

 

11월 12일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성명을 통해 하마스가 병원과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쓰고 있다면서 알시파 병원을 무차별 포격한 이스라엘에 힘을 실었다.

 

11월 9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독일의 유대인들을 보호하겠다며 “두 번 다시 반유대주의는 안 된다”라면서 “(최근 반유대주의 시위는) 나를 심히 분노하게 하고 부끄럽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가자 지구 주민들의 참상에 관한 언급은 아예 없었다. 

 

자유, 평등, 박애, 관용의 가치로 알려진 프랑스 정부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11월 12일 아에프페(AFP)통신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 언론 ‘르파리지앵’에 보낸 편지에서 “우리 유대인 시민들이 두려움에 떠는 프랑스는 프랑스가 아니다”라며 이스라엘 규탄하는 시위를 반대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프랑스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계 주민들은 언제라도 추방될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11월 11일(현지 시각) 프랑스 온라인 매체 ‘본디 블로그(Bondy Blog)’에 따르면, 파리에서 프랑스어 전공으로 석사 논문 취득을 앞둔 팔레스타인계 청년 왈리드 아부디파 씨는 최근 프랑스 이민국에서 갑작스레 추방 명령을 받았다.

 

아부디파 씨는 “내가 (프랑스 이민국의 추방 명령에 관해) 말하고 싶은 것은 실망스럽고 역겹다는 것이다. 나는 팔레스타인에 프랑스어와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평생을 고군분투해 왔다”라면서 “이제 그들은 (이스라엘이) 나를 죽이라고 (팔레스타인에) 보낼 것이다. 나는 여기서 공부하고, 여기서 일하고, 다른 사람들처럼 세금을 낸다. 나는 그들이 깨닫기를 바란다. 나는 그저 우리가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오늘날 프랑스에서는 자유, 평등, 박애, 관용의 가치가 팔레스타인계 이민자에게 적용되지 않고 있다.

 

미국, 유럽 각국에서는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정부에 반대하는 민심이 거세게 분출되고 있다.

 

▲ 11월 12일 레이첼 스윈던 씨가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공유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손을 잡는 선전물. "미국이 자금을 댔다 - 이스라엘이 살해했다. 가자 지구의 대량학살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 엑스

 

11월 11일 미국 CNN에 따르면 미국, 영국 런던, 벨기에 브뤼셀 등 각국에서 휴전과 팔레스타인 주민 보호, 가자 지구에서의 학살 중단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잇따랐다.

 

특히 런던에서는 경찰 추산으로 약 30만 명에 이르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미국, 프랑스, 벨기에, 독일, 스페인의 여러 도시에서도 각각 수천 명이 운집해 휴전과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이와 관련해 11월 1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아랍의 지도자들과 분석가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변함없는 지지가 미국이 (가자 지구의) 난민 수용소, 병원, 아파트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수용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라면서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는) 아랍 지역, 더 나아가 다른 지역에서도 미국의 위상에 지속적인 손상을 입힐 위험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 각국이 지금처럼 이스라엘을 맹목적으로 지지한다면, 시민들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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