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전투기를 꼽으라고 하면 대다수는 5세대 전투기인 미국의 F-22 랩터를 꼽는다.
1980년대 미 공군이 F-15 이글과 F-16 파이팅 팰컨을 대체할 전투기를 요구하면서 개발이 시작돼 1997년 첫 비행을 했으며 2005년부터 실전배치가 된 F-22는 지금까지 195대(8대는 시험기)가 생산되었다.
F-22는 최초의 스텔스 전투기이며 뛰어난 기동력, 마하 1.5 이상의 초음속 순항 능력, 막강한 레이더와 전자전 능력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개발 당시 워낙 다른 전투기들에 비해 높은 성능을 보여 ‘외계인을 고문해서 알아낸 기술로 만들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돌았다.
미국 의회는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F-22 수출을 금지하였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쟁을 하는 미국이니 더욱 그렇다.
그런데 실제로는 F-22의 활약상이랄 게 거의 없다.
애초에 미 공군은 F-22의 용도를 B-2와 같은 폭격기를 호위하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그런데 미국은 어마어마하게 비싼 B-2 폭격기가 격추되는 것을 피하고자 적의 방공망을 무력화한 뒤에야 B-2를 조심스레 투입한다.
그러니 F-22가 굳이 출격할 일이 없는 것이다.
F-15나 F-16은 지상 공격도 할 수 있어 유용하지만 F-22는 공대공 전투에 최적화한 전투기다 보니 지상 공격에는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은 문제도 있다.
F-22의 치명적인 약점 중 하나는 지나치게 높은 운용·유지비다.
F-22를 1시간 운용하면 30시간이나 정비해야 하며 6만 달러 가까이 들어간다.
게다가 전투 반경도 너무 작은데 일반적으로 850킬로미터, 초음속 순항 시 185킬로미터에 불과하다.
185킬로미터면 강릉에서 울릉도까지 거리 정도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최고 수준의 전투기를 만들고도 마음 놓고 써먹지 못하고 있다.
F-22의 첫 실전 투입은 2014년에야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를 향해 이루어졌는데 원래 용도인 공대공 전투가 아닌 공대지 전투였다.
이후 시리아 내전에 1년 가까이 출격했고 2018년에도 공습에 참여했는데 대부분 역할은 정찰이고 간혹 지상 공격도 하였다.
2017년에는 아프가니스탄 폭격에도 투입되었다.
F-22가 원래 용도인 공대공 작전에 나선 것은 2023년이 처음이다.
우스꽝스럽지만 미 해안 상공에서 중국 풍선을 격추하는 임무를 무사히 완수하였다고 한다.
미국에는 2만 미터 상공의 풍선을 격추할 수 있는 전투기가 F-22밖에 없다.
F-22가 가장 맹활약하는 곳은 엉뚱하게도 에어쇼다.
워낙 기동력이 좋다 보니 곡예비행에 안성맞춤이고 실제 전 세계 에어쇼의 최고 인기 기종이다.
그런데 에어쇼에서 뛰어난 성능을 과시했으면 수출로 이어져야 하는데 수출금지 기종이라서 수출도 못 한다.
아무래도 러시아나 중국처럼 방공망이 잘 돼 있고 공군력도 우수한 나라와 직접 전쟁이 벌어지는 경우에나 F-22가 제대로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러시아나 중국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들은 F-22보다 한참 뒤에 개발되었기 때문에 F-22 같은 스텔스기를 겨냥한 전투 능력이 높다.
반면 F-22는 개발 당시 다른 스텔스 전투기가 없었기에 스텔스 전투기끼리의 전투에 취약하다.
당장 F-35와 같은 최신 전투기가 탑재한 전자·광학 추적 장치(EOTS)가 F-22에는 없다.
상대는 F-22를 보면서 전투하는데 F-22는 눈을 감고 전투해야 하는 꼴이다.
EOTS 덕분에 F-35는 전체 성능에서 F-22에 뒤처지지만 대등한 전투 능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F-22는 퇴역 논란에 빠진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공군의 주장에 따르면 해당 기체에 탑재된 구형 소프트웨어가 훈련에 도움이 되지 않고 이를 개량하는 데 천문학적 비용이 들기 때문에 차라리 F-22를 폐기하고 그 유지비를 6세대 전투기 개발이나 F-35 추가 도입에 쓰는 게 낫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 의회는 현재 미 공군 전투기 재고가 1990년 대비 절반도 되지 않는 데다 6세대 전투기는 2030년이 되어서야 실체가 드러나는 상황에서, 중국이 스텔스 전투기를 대량 생산하는데 함부로 전투기를 퇴역시키면 안 된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F-22 퇴역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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