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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으로 보는 북한-33조] ① ‘대안의 사업체계’가 개정 헌법에 빠진 이유

주권연구소 | 기사입력 2023/11/24 [17:31]

[헌법으로 보는 북한-33조] ① ‘대안의 사업체계’가 개정 헌법에 빠진 이유

주권연구소 | 입력 : 2023/11/24 [17:31]

북한 사회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교재는 북한 헌법이다. 

헌법을 분석하다보면 북한 사회의 기본 이념과 국가 정체성,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 국가 정책과 노선을 잘 알 수 있다. 

이에 주권연구소는 북한 헌법을 하나하나 파헤쳐보는 연재를 기획하였다. 

분석할 북한 헌법은 현재 한국에서 입수할 수 있는 가장 최신판인 2019년 8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에서 수정보충한 헌법을 기준으로 한다. 

또한 표기법은 한국의 맞춤법을 따르되 불가피한 경우 북한 표기를 그대로 두었다. 

북한 헌법은 통일부, 법무부, 법제처가 공동 운영하는 통일법제 데이터베이스(https://unilaw.go.kr)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제33조 국가는 생산자 대중의 집체적 지혜와 힘에 의거하여 경제를 과학적으로, 합리적으로 관리 운영하며 내각의 역할을 결정적으로 높인다. 국가는 경제 관리에서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를 실시하며 원가, 가격, 수익성 같은 경제적 공간을 옳게 이용하도록 한다.

 

북한 헌법 제33조는 2019년 8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에서 크게 바뀐 조항이다. 

 

원래 조항은 다음과 같다. 

 

제33조 국가는 생산자 대중의 집체적 힘에 의거하여 경제를 과학적으로, 합리적으로 관리 운영하는 사회주의 경제관리 형태인 대안의 사업체계와 농촌 경리를 기업적 방법으로 지도하는 농업지도체계에 의하여 경제를 지도 관리한다. 국가는 경제 관리에서 대안의 사업체계의 요구에 맞게 독립채산제를 실시하며 원가, 가격, 수익성 같은 경제적 공간을 옳게 이용하도록 한다.

 

바뀐 내용은 크게 ▲‘대안의 사업체계’가 삭제되고 ▲‘농촌 경리를 기업적 방법으로 지도하는 농업지도체계’에 관한 내용을 삭제하며 ▲내각 강화를 추가하고 ▲‘독립채산제’를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로 변경한 것 등이다. 

 

특히 ‘대안의 사업체계’와 농업지도체계는 1972년 첫 사회주의 헌법이 제정될 때부터 들어있던 내용으로 최근 북한의 경제관리 체계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음을 알 수 있다. 

 

참고로 ‘독립채산제’는 1998년 9월 5일 개정 헌법에 처음 들어간 내용이지만 해방 직후부터 시행된 제도다. 

 

 

대안의 사업체계에서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으로

 

북한은 해방 후 지배인이 기업소 운영권을 독점하는 ‘지배인 유일 관리제’를 실시하였다. 

 

식민 지배와 전쟁으로 피폐해진 경제 환경에서 기업소를 빠르게 성장시키는 데 적합한 방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지배인의 관료주의 문제가 발생하자 1961년 대안의 사업체계를 새롭게 고안했다. 

 

대안의 사업체계는 기업소의 당위원장, 지배인, 기사장, 노동자단체 대표, 청년단체 대표 등이 집단 관리를 하고 특히 당위원장, 지배인, 기사장 세 명이 일상적으로 기업소 운영을 함께하는 체계다. 

 

2010년대 들어 북한은 대안의 사업체계에서 한발 더 나아간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을 새로운 기업소 관리 운영 방법으로 제시하였다. 

 

대안의 사업체계가 당위원회를 중심으로 기업소 구성원의 대표들이 모여 경영을 책임지는 간접민주주의 형식이라면,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은 당위원회를 중심으로 기업소 구성원 전체가 모여 경영을 책임지는 직접민주주의 형식으로 추정된다. 

 

‘농촌 경리를 기업적 방법으로 지도하는 농업지도체계’에 관한 내용이 삭제된 이유는 농촌 경리 지도 방식이 도시의 기업소 지도 방식과 거의 차이가 없어졌기 때문에 굳이 헌법에 둘을 분리해서 언급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독립채산제에서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로

 

독립채산제란 계획경제에 따른 국가의 지도 아래 국영기업이 상대적 독자성을 가지고 경영을 하는 관리·운영 방법을 말한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기업소는 대부분 국영기업이다. 

 

정부는 각 기업소가 무엇을 얼마나 생산할지, 생산물을 어디에 판매할지, 노동자는 어디서 얼마나 고용할지, 원료는 어디서 구입할지, 설비는 어떤 것을 구입하고 설비투자는 얼마나 할지를 정해주고 이 과정에서 주고받는 가격도 정해준다. 

 

그리고 기업소 운영 결과 흑자나 적자가 나면 이를 어떻게 할지도 정부가 결정한다. 

 

기업소를 운영하려면 예산이 있어야 한다. 

 

돈이 있어야 노동자도 고용하고 설비도 구비하고 원료도 구입할 수 있다. 

 

기업소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국가가 제공하는 방법을 ‘예산제’라고 하며, 기업소가 자체 수입으로 예산을 확보하는 방법을 ‘독립채산제’라고 한다. 

 

독립채산제의 핵심은 기업의 수입을 국가와 기업소 사이에 어떤 비율로 분배하느냐다. 

 

기업소는 분배받은 수입을 독자적인 판단으로 시설 투자나 노동자 상여금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기업소에 분배하는 수입이 적으면 독립채산제는 유명무실해진다. 

 

여러 북한 연구에 따르면 1980년대까지는 독립채산제가 유명무실했다고 한다. 

 

1998년 개정 헌법에 처음으로 독립채산제가 들어간 것을 보면 1990년대 들어 독립채산제가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로 기업소의 자율권이 확대되면서 독립채산제가 더욱 강화되었다고 한다. 

 

2014년 5월 3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정부·군 책임일꾼들과의 담화 「현실발전의 요구에 맞게 우리식경제관리방법을 확립할데 대하여」를 통해 새로운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을 발표했는데 이를 흔히 5.30담화 혹은 5.30경제개혁조치라고 한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담화 전문을 공개한 적은 없지만 국내에 비공식적으로 내용이 돌고 있다. 

 

참고로 이 글에 나오는 담화 내용은 통일뉴스가 입수해 2015년 1월 6일 자 기사 「김정은 ‘5.30담화’와 내각 상무조」에서 공개한 것이다. 

 

담화에 나오는 핵심 내용이 바로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다. 

 

담화에 따르면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란 “공장, 기업소, 협동단체들이 생산수단에 대한 사회주의적 소유에 기초하여 실제적인 경영권을 가지고 기업 활동을 창발적으로 하여 당과 국가 앞에 지닌 임무를 수행하며 근로자들이 생산과 관리에서 주인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게 하는 기업관리방법”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기업소에 제품개발권과 품질관리권, 인재관리권 부여 ▲지식경제 시대의 요구에 맞게 새 기술, 새 제품을 적극 개발하고 제품의 질을 개선하여 기업소의 경쟁력 높이기 ▲과학자, 기술자, 근로자를 최첨단 돌파전의 주인으로 내세우기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에서 직장과 작업반, 분조 단위에서 근로자들이 기계설비와 토지, 시설물 등 국가적, 협동적 소유의 재산을 관리, 이용하도록 권장 ▲근로자들이 누구나 일한 만큼, 번 만큼 보수를 공정하게 받도록 개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회주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기업소와 근로자의 권한을 대폭 늘리는 게 핵심 내용인 것으로 보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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