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승자」
황선 | 입력 : 2023/12/31 [10:05]
승자
-황선
이길 수 없다, 너희는.
이토록 간절한 눈빛
몰아치는 진눈깨비도 꼬리를 사리고
제풀에 녹아 쓰러지게 만드는
분노라고 말하자니 그것만은 아니다
용기라고 말하자니 그것만도 아니다
희망이라 할까, 믿음이라 할까,
...
그렇다
사랑이라고 하자.
우리는 그 봄날 수장당한
아이들을 잊지 못한다
우리는 그 가을날 쓰러지지도 못하고 진
청춘들을 잊지 못한다
우리는 어둠을 가리려 차출당한
조작된 어둠과 죽음들을
대번에 가려본다
그것은 사랑의 힘이다.
우리는 365일 산자 죽은자 부둥켜 끌어안고
사랑했노라
그러니 너희는 우리를 이길 수 없고,
우리는 너희에게 도저히
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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