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나발니의 죽음을 이용하는 서방

이인선 기자 | 기사입력 2024/02/21 [08:15]

나발니의 죽음을 이용하는 서방

이인선 기자 | 입력 : 2024/02/21 [08:15]

 

▲ 알렉세이 나발니.

 

러시아 반체제 인사로 알려진 알렉세이 나발니(47)가 지난 16일(현지 시각) 러시아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교도소에서 사망했다.

 

나발니는 러시아 변호사 출신 정치인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끌어내리고자 부패 의혹을 제기했던 반체제 인사다.

 

미국을 중심으로 많은 서방 국가들은 나발니를 주목하면서 야권 민주인권운동가라고 추켜세워 줬다. 그 덕인지 나발니는 2010년 장학금을 받으며 예일대학교 법학대학원 비학위과정을 밟았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012년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도 포함되었다.

 

하지만 실제 나발니를 지지하는 러시아 국민은 10%도 안 된다. 러시아 민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 센터에 따르면, 나발니를 지지하는 국민은 점차 줄어들어 2023년 1월 기준 9%, 지지하지 않는 국민은 57%로 조사됐다.

 

▲ 나발니 지지도 변화.  통계 출처 : 레바다 센터.

 

반면 푸틴 대통령의 지지도는 여전히 높다.

 

러시아 공공여론조사센터는 2024년 2월 15일 기준 ‘다음 주 일요일에 대선이 실시된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라는 질문에 75%가 푸틴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민이 나발니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는 그간 나발니의 행적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나발니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 러시아 사회자유주의 정당 ‘야블로코’에서 활동하였으나 반인권적인 언행으로 제명되었다. 당시 나발니는 피부색이 다른 캅카스계 군인을 바퀴벌레에 비유하며 “사람은 총으로 죽여야 하지만 바퀴벌레는 슬리퍼로 밟아 죽여야 한다”라고 말하는 등 인종 우월주의 성향을 보였다.

 

나발니는 제명된 이후에도 자신의 유튜브 영상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뽑아야 할 충치로 비유하며 추방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캅카스 지역 무상급식 중단을 요구하는 등 반인권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2008년 러시아 내에 있는 그루지야인(현 조지아인)을 ‘설치류 떼들’(설치류를 뜻하는 러시아어 грызуны의 발음과 그루지야인을 뜻하는 грузины 발음이 유사)이라 비하하며, 전부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랬던 나발니는 지방 정부 고문으로 지내던 2014년 프랑스 유명 화장품 회사 이브로쉐 등에서 3,100만 루블(약 5억 9,000만 원)의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해 12월 30일 최종적으로 징역 3년 6개월,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나발니는 전자 팔찌를 끊는 등 집행유예 의무를 여러 차례 위반했고 수배 끝에 붙잡혔다.

 

그 후 2023년 3월 기부금 3억 5천만 루블(약 55억 5,800만 원)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기 혐의 및 법정 모욕 혐의 등으로 징역 9년, 같은 해 8월 극단주의 조직을 만들고 자금을 지원한 혐의 등으로 징역 19년을 선고받았다. 총 형량이 30년으로 늘어난 것이다.

 

▲ 알렉세이 나발니는 예일대학교 모리스 행크 그린버그 프로그램 장학생으로 등록되어 있다. 장학금을 수여한 미국 금융회사 AIG 그룹은 CIA 활동을 지원해온 곳이다.

 

이뿐만 아니라 나발니는 미 중앙정보국(CIA)과 접촉해오며 서방의 정보요원으로 활동했다고 알려져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020년 10월 1일 “나발니는 CIA와 함께 일하고 있다”라며 나발니를 서방의 정보요원으로 규정했다. 

 

겐나디 쥬가노프 러시아 연방 공산당 서기장은 2021년 1월 23일 나발니에 대해 “초국적 거대 자본이 기획한 ‘색깔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러시아에 보내진 요원”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 기자로도 일한 미국 언론인 맥스 블루멘탈은 2021년 2월 2일 자신의 X 계정에 “레오니드 볼코프와 나발니는 예일대학교 모리스 행크 그린버그 프로그램 장학생으로 선정되어 미국 금융회사 AIG 그룹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다. AIG 그룹은 CIA 활동을 지원해온 곳이다”라며 그때부터 나발니와 CIA의 접촉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방은 나발니가 범죄를 저질러 구금되었음에도 인권 탄압이라고 주장하면서 러시아에 석방을 요구하는 등 그동안 나발니를 두둔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1년 6월 16일 “러시아가 국제 규범을 위반하고 나발니가 감옥에서 죽음을 맞도록 내버려 둔다면 러시아가 외국인 투자자를 확보하거나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파트너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연합 의회는 2021년 10월 20일 나발니에게 유럽연합 인권상인 사하로프상을 주기도 했다. 

 

서방이 이처럼 나발니를 마치 민주인권운동가처럼 치켜세운 이유는 러시아를 무너뜨리기 위함이었다. 서방은 냉전 시기부터 오늘날까지 반체제, 친서방 인사들을 이용해 러시아 사회에 혼란을 주려고 시도해왔다. 소련 시기 반체제 인사로는 앞서 상 이름에도 나오는 핵물리학자 안드레이 사하로프와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등이 대표적이었다.

 

그런 나발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서방은 어떤 입장을 보였을까? 

 

러시아 연방 교정청은 2024년 2월 16일 성명을 통해 나발니가 산책 후 몸이 안 좋아지다 의식을 잃었다고 말했다. 구급차가 도착하고 30분 넘게 심폐소생술을 진행했으나 나발니는 끝내 숨을 거뒀다.

 

나발니가 사망했다는 성명이 공개되자마자 서방은 일제히 러시아 정부와 푸틴 대통령이 나발니를 죽였다고 비난했다. 물론 그 근거는 없었다.

 

또한 서방 언론들은 나발니 사망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을 보도했고 한국 언론도 이에 동참했다.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사망 원인에 대한 정보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그러한 광적인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개적으로 야만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가 우크라이나 감옥에서 고문사한 자국 언론인 곤잘로 리라의 사망 소식보다 러시아 교도소에서 일어난 러시아 시민의 죽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라며 “서방은 러시아를 향한 전면적인 비난 대신 자제력을 보이고 공식적인 부검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 미국 주류언론 10곳에서 나온 곤잘로 리라 사망 관련 보도(왼쪽)와 알렉세이 나발니 사망 관련 보도(오른쪽) 차이를 보여주는 통계.

 

외무부가 언급한 사건은 나발니가 사망하기 한 달 전인 2024년 1월 칠레계 미국 언론인 곤잘로 리라가 우크라이나 보안국 감옥에서 고문받다 사망한 일이다.

 

리라는 2023년 5월 우크라이나 보안국에 친러시아 성향이라는 이유로 체포된 후 8개월 11일 동안 구금되었고 고문도 당했다. 그의 가족이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미국 정부는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와 서방 언론은 리라가 사망하고 나서 소식만 전했을 뿐 우크라이나를 향해 어떠한 규탄의 목소리도 내지 않았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16일 “서방의 이른바 주류언론 10곳 중 ‘미국인’ 곤잘로의 우크라이나 감옥에서의 죽음을 보도한 곳은 뉴욕포스트와 뉴스윅이 각각 1회에 불과하다. 반면 ‘러시아인’ 나발니의 죽음은 2월 16일 현재 영국 로이터 26회, 뉴욕타임스 22회, 가장 적게 보도한 뉴욕포스트가 6회였다”라고 주장했다.

 

나발니가 죽은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서방이 러시아를 공격하기 위해 나발니의 죽음까지 이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나발니, 러시아, 서방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