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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39] 대세를 인정할 용기가 필요하다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3/21 [23:41]

[정조준39] 대세를 인정할 용기가 필요하다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4/03/21 [23:41]

트럼프 재집권을 우려하는 목소리

 

신간 『강대국의 귀환(The Return of Great Powers)』의 저자 짐 슈터가 2월 11일 CNN에 출연해 트럼프 정부에서 일한 고위 인사들과의 대담 내용을 소개했는데 내용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4성 장군 출신 존 켈리 백악관 전 비서실장은 트럼프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항상 칭찬했다고 회고했습니다. 

 

또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가 나토 탈퇴를 시도할 것”이라면서 “나토는 정말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을 반대했다”라고도 했습니다. 

 

대담에서 트럼프 정부의 전직 관료들은 이번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도 끝날 것이며 대만에 대한 지원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짐 슈터는 트럼프를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미국의 동맹국보다는 적대국의 정상들을 칭찬하고 또 미국의 동맹을 해체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이 매우 걱정된다는 것입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모든 것을 되돌릴 것이라는 우려와 그래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바람에서 이와 같은 책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짐 슈터의 바람과 달리 트럼프는 미국의 유력한 대선 후보이고 현재 당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이 미국의 현실입니다.

 

군사 협력 내로남불

 

잠시 눈을 돌려 보겠습니다.

 

3월 12일 미국 하원 국방위 소위원회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여기서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의 군사 기술 협력, 극초음속 핵미사일과 우주 핵무기 개발에 관한 문답이 오고 갔습니다.

 

제프리 매코믹 국립 항공우주정보센터(NASIC) 선임 분석관은 북·중·러·이란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포함한 기술 협력을 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의 답변을 참조하라고 답했습니다. 

 

전날 헤인스 국장은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북·중·러·이란이 다방면으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공식 동맹이나 다자 축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 상태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이들 4개국이 “서로의 문제에 얽히지 않으려 경계”하고 있어서 “협력을 제한”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다만, 매코믹 분석관은 “극초음속 미사일과 관련해서는 어떤 협력이 일어날지 지켜봐야 한다”라면서 “우리는 이들 적국의 관계 강화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두 사람 말을 종합하면 북·중·러·이란 4개국은 현재 동맹 관계가 아니므로 군사 기술 협력에 한계가 있으며 앞으로도 군사 기술 협력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한편 제임스 웨버 국방부 극초음속 선임 국장은 “동맹 및 파트너들과 극초음속 기술 및 대응 기술 개발에 공조하는 것은 우리의 최우선 순위 중 하나”라며 “영국 및 호주와 오커스(AUKUS) 틀에 따라 공조하고 있으며, 몇몇 국가들과도 협력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4개국의 군사 기술 협력을 반대하면서 자신은 동맹국과 군사 기술 협력을 하겠다고 합니다. 

 

자신은 해도 되고 상대방은 하면 안 된다는 전형적인 ‘내로남불’, 이중기준입니다.

 

이상한 점이 또 있습니다. 

 

헤인스 국장은 현재 4개국이 군사 기술 협력을 제한하고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지난해 북한이 발사한 정찰위성에 러시아 기술이 사용되었다고 주장합니다.

 

미국과 한국의 주장이 서로 다릅니다.

 

한미 정보 교류가 안 되는 걸까요? 

 

아니면 둘 중 하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거짓말을 하는 걸까요? 

 

이도 저도 아니면 둘 다 정확히 모르거나 헷갈리는 걸까요? 

 

어떤 경우에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극초음속 핵미사일 경쟁에서 자포자기?

 

청문회에서는 미국의 극초음속 핵미사일과 우주 핵무기에 관한 질문도 있었습니다.

 

먼저 증인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은 핵탄두와 재래식 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이중용도 미사일이라고 하면서 미국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서 뒤처졌다고 증언했습니다. 

 

더그 램본 국방위 소위원회 위원장은 육군과 해군의 합동 극초음속 미사일(LRHW)과 공군의 극초음속 미사일(ARRW) 개발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현시점에서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적들보다 훨씬 뒤처져 있게 된다”라고 하였습니다. 

 

지난해 언론들은 미국이 극초음속 미사일 LRHW, 일명 다크 이글을 실전배치했다고 보도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 미국이 개발 중인 극초음속 미사일 LRHW. 좀처럼 실험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돈 베이컨 의원이 “러시아와 중국이 극초음속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고 있다면 왜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가?”라고 묻자 마이클 호로비츠 미 국방부 전력 개발 부차관보는 “미사일, 폭격기, 잠수함 등 현재의 전략무기가 적을 억제하는 데 충분하기 때문에 재래식 탄두를 사용한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개발하고 있는 극초음속 무기는 재래식”이라며 “핵미사일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또 러시아가 인공위성을 교란할 목적으로 우주 기반 핵무기를 계획하고 있는데 미국도 우주 핵무기를 개발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아는 한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지금 북·중·러는 핵미사일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이들 세 나라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계속 최신형으로 개량하고 있으며 극초음속 미사일도 실전배치를 완료했습니다. 

 

모두 핵탄두를 장착하는 전략무기입니다. 

 

이것은 미국에 상당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 국방부 담당자가 극초음속 핵미사일과 우주 핵무기 개발이 필요 없다는 투로 이야기합니다. 

 

미국은 70년부터 실전배치한 미니트맨 3을 아직도 유일한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너무 낡아서 2016년에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센티널을 개발하기로 했는데 2030년에야 완료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미국은 극초음속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 현대화에 한계를 보입니다.

 

현재 미군이 최우선 순위로 획득하려는 무기가 극초음속 미사일인데도 이런 상황입니다. 

 

그 와중에 이런 무기력한 답변을 하는 것을 보면 미국이 과학기술과 자금력에서 국가 정책 우선순위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전략무기 개발을 자포자기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게 합니다.

 

대세를 인정할 용기가 필요하다

 

3월 11일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 사령관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대담에서 대북 억제의 초점이 북한의 핵능력 발전을 저지하는 것에서 현재 핵무기 사용을 방지하는 것으로 이동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핵위협이 갈수록 고도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 저지를 사실상 포기하는 정책을 공식화한 것입니다.

 

이는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한 것이며 북한의 핵능력 발전과 핵위협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것은 명백히 후퇴한 전략입니다. 

 

이런 현상들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요?

 

미국은 한때 세계를 제패했습니다.

 

미국은 다른 나라의 상황을 고려하거나 협상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미국을 반대하는 국가는 힘으로 그냥 제압하면 됐습니다. 

 

핵무기를 바탕으로 하는 군사력과 기축통화인 달러를 기반으로 하는 자금력으로 적대국을 찍어 누르는 정책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미국은 세계를 제패할 힘이 더 이상 없습니다. 

 

군사 기술은 발전하지 못하고 경제도 계속 추락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의 적대국들은 이미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미국은 더 이상 힘을 기반으로 하는 정책을 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미국은 북·중·러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중심의 체제가 해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취지의 책이 나오는 것을 보면 바뀐 상황을 아직 인정하지 않으려는 흐름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의 청문회와 주한미군 사령관의 답변에서 본 것과 같이 현실은 이런 흐름과는 다릅니다. 

 

이제 북·중·러를 이길 수 없고 미국 중심의 체제가 해제되고 있는 것을 어쨌든 인정하는 흐름이 더 커지고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북·중·러를 찬양하고 나토 해체를 공언한다는 트럼프는 어쩌면 대세를 파악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교황은 스위스 공영 방송 대담에서 “상황을 보며 국민을 생각하고 백기를 들고 협상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믿는다”라고 했습니다. 

 

‘북·중·러 찬양, 나토 해체’ 같은 미국 내 외침이 교황이 말한 ‘백기를 들고 협상할 용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해 온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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