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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40] 유럽은 이제 호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3/25 [18:45]

[정조준40] 유럽은 이제 호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4/03/25 [18:45]

유럽은 평화가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월 28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유럽은 평화가 영원할 거란 환상 속에서 살아왔다”라고 했습니다.

 

그의 말을 따져보면 유럽은 한때 평화가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다는 것입니다.

 

유럽은 예부터 전쟁이 많은 지역이었습니다. 

 

제1·2차 세계대전도 유럽에서 발생했습니다. 

 

두 차례 대전을 겪고 폐허가 된 유럽은 전쟁을 피하고자 그리고 자본주의 공동의 적으로 등장한 사회주의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밑으로 들어가 하나의 세력으로 뭉쳤고 냉전이라는 새로운 세계 질서가 탄생했습니다. 

 

그러다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가 붕괴하면서 미국과 유럽에 대항하는 자가 없어졌습니다. 

 

미국과 유럽은 ‘역사는 끝났다’라며 체제 경쟁의 승리를 선언했습니다. 

 

아마 이때 이후 유럽은 태평성대, 무궁 번영을 꿈꾸었고 평화가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 러시아가 다시 강대국으로 부활했습니다. 

 

부활했을 뿐만 아니라 관계가 완전히 뒤집어졌습니다. 

 

그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와 함께 싸우고 있지만 러시아에 계속 밀리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면 전면전으로 맞설 것이고 핵공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나토는 보복이 두려워 공개적인 파병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힘의 관계가 완전히 역전된 것입니다.

 

그래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런 현실을 보며 영원한 평화는 환상이었고 이제 그런 평화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의 평화는 지배자의 평화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가 말하는 유럽의 평화란 지배자로서의 평화, 지배자만의 평화입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체제에서 미국이 만든, 미국을 따르는 국가들만의 가짜 평화입니다.

 

그들의 상대편에도 평화가 있었을까요? 

 

아니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말을 듣지 않는 나라들에 평화는 없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2001년부터 2021년까지 무려 20년 동안 미국과 유럽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미국이 세운 친미 정권의 아프간 보안군과 이에 맞선 탈레반군의 사망자는 도합 12만 명에 달하며 민간인 사망자도 4만 6천 명이 넘습니다. 

 

미군은 테러분자를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무인기를 동원해 남녀노소 가림 없이 민간인을 학살했습니다. 

 

▲ 2009년 12월 최소 10명의 아프간 민간인을 학살한 나랑 야간 공습의 희생자.  © RAWA


2010년 ‘재미로 민간인을 죽여보자’며 모인 미군 장병들이 세 차례나 아프간인을 학살한 ‘킬 팀’ 사건, 2012년 미군 병사 한 명이 중무장하고 민간인 마을에 가서 16명이나 학살하고 시신을 태운 칸다하르 학살 사건 등 학살 사건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20년에 걸친 전쟁으로 아프간 전 국토는 폐허가 되었고 경제는 붕괴했습니다. 

 

이런 일은 중동지역에서도 계속되었습니다. 

 

이라크는 원래 중동 국가 중에서 상당히 개방적이고 발전한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1991년, 2003년 두 번의 전쟁을 치르고 이후 내전에 빠지면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죽었고 막대한 석유 자원도 미국과 유럽에 빼앗기면서 극빈국으로 전락했습니다. 

 

리비아, 시리아는 미국과 유럽이 키운 반군이 내전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이 죽고 나라는 황폐해졌습니다. 

 

러시아도 나토의 동진으로 인해 조지아 전쟁, 1·2차 체첸 전쟁, 압하지야 전쟁, 남오세티야 전쟁 등이 끊이지 않았고 지금도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입니다. 

 

북한은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해체 후 미국의 일상적인 핵공격 위협을 받게 되었습니다. 

 

북한은 핵공격에 대비해 국력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북 제재까지 더해져 극심한 경제 위기인 이른바 ‘고난의 행군’을 겪어야 했습니다. 

 

중국의 경우 지금 대만과의 전쟁 가능성이 점점 커집니다. 

 

언론들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려고 한다고 보도하지만 사실 미국이 대만의 독립을 부추겨 전쟁 위기를 조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19일에도 대만 국방부장관은 중국 본토에서 불과 1.8킬로미터밖에 안 떨어진 대만 진먼섬에 미군이 주둔 중이라고 밝혀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유럽은 영원한 평화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시각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미국과 유럽이 일으키거나 조장한 전쟁 그리고 전쟁 위협으로 참화와 불안을 겪고 있었습니다. 

 

미국을 믿을 수 없는 유럽

 

또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미국의 지원이 있든 없든, 러시아가 전쟁에 이기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 “전쟁의 위협은 임박하지 않은 것일지라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유럽연합이 전쟁 채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굳이 “미국의 지원이 있든 없든”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입니다. 

 

또 이 말에는 더 이상 미국을 믿을 수 없다는 마음도 담겨 있습니다.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월 10일 선거 유세에서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충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