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미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미국은 일찍부터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뛰어들었으나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미국은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다르파)과 공군의 팰컨(Falcon) 프로그램, 육군사령부의 ‘고등 극초음속 무기(AHW)’ 개발, 육·해군이 공동 개발하는 ‘공동 극초음속 활공체(C-HGB)’, 공군의 ‘극초음속 타격 무기(HCSW)’와 ‘공중 발사 신속 대응 무기(ARRW·애로우)’ 등 여러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2003년 발표한 팰컨 프로그램으로 개발된 극초음속 시험체(HTV)는 납작한 세모꼴 활공체로 1~3까지 세 가지 종류가 있다.
HTV-1은 2007년 9월 비행 예정이었지만 강한 열과 충격파를 견뎌야 하는 앞쪽 뾰족한 부분을 제작하는 데 실패해 개발을 취소하였다.
설계를 바꾼 HTV-2의 경우 2010년 4월 22일 첫 비행을 했으나 로켓과 분리 후 약 9분이 지나 궤도 변경을 시도하자 심한 흔들림이 발생하고 제어 불능에 빠져 바다에 침수시켰다.
2011년 8월 10일 두 번째 비행에서는 로켓과 분리 후 약 3분이 지나 약 2천 도의 고온에 표면이 마모되면서 역시 심한 흔들림이 발생해 제어 불능으로 또 바다에 침수시켰다.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은 2013년 7월 더 이상의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HTV-2 시험 비행을 중단하기로 했다.
HTV-3은 HTV-3X 블랙 스위프트라는 이름으로 변형됐으며 터보제트-스크램제트 복합엔진을 탑재하는 극초음속 순항미사일로 개발할 예정이었으나 예산 부족으로 2008년 10월 개발을 취소하였다.
원뿔 모양의 활공체인 AHW는 2011년 11월 17일 첫 비행 시험에서 약 30분을 비행해 3,700킬로미터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2014년 8월 25일 두 번째 비행 시험에서 발사 직후 비행 제어에 실패해 자폭시켜 버렸다.
원뿔형 활공체인 C-HGB는 AHW의 축소형이며 미 육군은 이 활공체를 장거리 극초음속 무기(LRHW) ‘다크 이글’의 일환으로 활용할 구상이며 해군은 군함과 잠수함에서 발사할 용도로 구상하고 있다.
C-HGB 시험 1호기는 2017년 10월, 2호기는 2020년 3월 19일 비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C-HGB를 날려 보낼 로켓이 문제를 일으켰다.
2021년 10월 21일 시험에서는 추진체 오작동으로 아예 점검도 못 했고, 2022년 6월 시험에서는 비행 중간에 이상이 생겨 실험을 완료하지 못했다.
2022년 10월 국방부는 6월 시험 실패의 원인을 평가하기 위해 이후 시험을 연기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2023년 실전 배치하려는 목표를 2024년으로 미뤘다.
미국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배치했다?
그런데 2023년 4월 23일 중앙일보는 「중·러에 이기기 위해 만들었다, 美 인도·태평양 ‘비밀 부대’」라는 기사에서 미군이 다크 이글을 실전배치했다고 보도했다.
몇몇 다른 언론도 다크 이글이 실전배치를 완료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중앙일보 기사의 출처인 미 육군은 2023년 3월 30일 「제1다중영역특무부대, 육군 최초의 장거리 극초음속 무기 시스템 배치(1st Multi-Domain Task Force deploys the Army’s first Long-Range Hypersonic Weapon system)」라는 발표를 했다.
그런데 발표 내용을 보면 미군이 2023년 2월에 다크 이글 시험 훈련인 선더볼트 스트라이크 훈련의 하나로 다크 이글 체계를 플로리다주 커내버럴곶 기지로 5천 킬로미터가량 이동해 설치했다는 것이다.
즉 실전배치가 아니라 시험을 위해 훈련장에 미사일 발사대를 설치한 것이다.
이를 미 육군이 모호하게 표현하였고 국내 언론은 ‘실전배치’라고 번역해서 보도해 사람들을 헷갈리게 했다.
발표 내용에는 2023년 가을까지 실전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미 의회 보고서를 보면 2023년 3월 5일 커내버럴곶 우주군 기지에서 다크 이글 시험 비행체 발사를 준비했다가 사전 점검 결과 발사 직전 시험을 중단했다는 내용만 나온다.
이후 2023년 9월 6일에도 시험 발사를 준비했다가 점검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해 시험을 중단하였다.
2023년 9월 14일 미 육군은 2023년 말까지 다크 이글을 실전배치한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성명을 내보냈다.
그리고 2023년 11월 육군과 해군 간부들은 생각보다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시험 방법을 수정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2024년 여름까지도 시험이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하였다.
HCSW는 C-HGB를 활용할 예정이었으나 예산 문제로 개발을 중단하였다.
애로우, 실패했지만 성공으로 간주?
공군이 사용할 극초음속 미사일 AGM-183 애로우(ARRW)는 HTV-2 후속작으로 2018년 개발을 시작했다.
이 미사일은 공대지 탄도미사일에 탑재하는 극초음속 활공체로 러시아의 공대지 미사일 킨잘과 비슷하지만 중간에 극초음속 활공체가 분리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전략폭격기에서 발사하면 마하 7까지(일각에서는 마하 20이라고 주장한다) 가속된 후 극초음속 활공체가 분리되어 날아가는 방식이다.
단가는 킨잘(1,000만 달러)보다 훨씬 비싼 1,500만~1,800만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2020년 3월만 해도 미 국방부는 애로우 실전배치가 임박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런데 2021년 4월 6일 애로우 첫 시험 발사에 실패하는 등 여러 차례의 시험 비행에 실패했다.
2022년 12월 13일 미 공군은 애로우 시제품의 전체 비행 시험을 실시했다.
즉, 그동안에는 활공체, 로켓 등을 나누어 부분 시험만 진행했던 것이다.
공군은 시험을 성공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이상한 발표를 하였다.
그리고 2023년 3월 13일 애로우 시제품 두 번째 전체 비행 시험을 했는데 역시 성공했다는 발표 대신 “몇 가지 목표를 달성했다”라는 두루뭉술한 발표를 했다.
결국 2023년 3월 29일 앤드류 헌터 미 공군부 획득·기술·군수 차관은 하원 전술·항공·지상군 소위원회에서 애로우 시험 중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군이 이 무기를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개발 업체인 록히드 마틴은 개발을 지속했으며 2024년 3월 17일 미 공군은 애로우 비행 시험을 실시했는데 역시 성공 여부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왜 이상한 정보를 퍼뜨리나
2024년 3월 12일 미 하원 국방위 소위원회 청문회에서 더그 램본 위원장은 육군과 해군의 합동 극초음속 미사일(LRHW)과 공군의 극초음속 미사일 애로우 개발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현시점에서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적들보다 훨씬 뒤처져 있게 된다”라고 했다.
미국은 이미 극초음속 미사일 경쟁에서 북·중·러·이란에 뒤처진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방비를 쓰는 미국이 북·중·러·이란보다 첨단 무기 개발 경쟁에서 뒤처졌다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미국의 패권 유지와 직결되는 문제며 군 당국은 대체 뭘 했는지 책임 추궁이 불가피한 일이다.
그래서 군 당국이 극초음속 미사일과 관련해 여러 혼란스러운 정보들을 뒤섞어 놓고 모호한 용어를 쓰는 것이다.
여기에는 군산복합체라는 미국의 특성도 작용한다.
군수업체는 정부 예산을 받아서 무기를 개발하고 미군은 완성된 무기를 구입하며 이 모든 과정에 의회의 승인과 예산 배정이 들어간다.
군수업체는 예산을 받기 위해 군 관계자와 의원들에게 막대한 로비를 하며 개발이 원활하게 진행 중임을 강조해야 한다.
그래서 무기 시험을 잘게 쪼개서 뭔가 계속 성과를 내는 것처럼 언론에 흘린다.
그걸 뭉뚱그려서 무기 시험에 성공했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이다.
애초에 군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중구난방으로 개발하고 예산 배정도 비효율적으로 하며 개발 속도도 느린 이유 중 하나가 이런 관료주의적 군산복합체 구조에 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많이 본 기사
남·북·미 무기열전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