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국무총리·양정철 비서실장’ 설을 두고 국힘당이나 민주당 모두 어이없어하면서도 일종의 해프닝 정도로 여기는 듯하다.
하지만 미국에 있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최근 행보를 봤을 때 윤 대통령 측과 총리에 대해 교감을 나눴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후 1년여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을 지내 온 박 전 장관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에 강의가 있어 조기 귀국한다. 곧 한국에서 뵙겠다”라고 적었다.
그리고 박 전 장관은 18일 “지금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너무도 중요한 시기여서 협치가 긴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총리설 이후 박 전 장관의 첫 반응은 ‘총리설 부인’이 아니라 ‘협치’였다. 이로 봤을 때 최소한 박 전 장관은 윤 대통령 측과 접촉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누가 이 사람들을 추천했을까?
일단 대통령실의 반응으로 봤을 때, 이 사안은 합의된 것이 아니다.
‘박영선 총리, 양정철 비서실장’ 설에 대해 대통령실 대변인은 “검토된 바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익명의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서라면 인재 발탁에서 진영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생각”,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말해 이견을 보였다.
그래서 ‘비선’이 국정운영과 인사에 개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천하람 개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인은 18일 “김건희 여사 라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천 당선인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저만의 추정이 아닌 것이, 이미 오래전부터 조선일보 논설이었던 것 같은데, 대통령실 인사가 잘 이해가 안 될 때는 김건희 여사를 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라면서 “특히 지금 이 얘기들이 인사라인이 아닌 홍보기획라인에서 나온다는 설이 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보기획라인은 아무래도 김건희 여사의 입김이 구성될 당시부터 세게 들어간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정설처럼 돌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천 당선인은 김건희 씨가 박 전 장관이나 양 전 원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 당선인은 윤 대통령 부부의 정치적 뿌리는 ‘친문’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장관과 양 전 원장은 친문계 인물이다.
또한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윤 대통령 부부가 두 사람과 친분이 있다고 밝혔다.
유 전 총장은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박영선 장관에게 꽤 고마워하는 게 있다”라며 “아마 (윤 대통령이) 지금의 이 자리에 있게 만든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 게 박영선 법사위원장이었다”라면서 윤 대통령 부부가 박 전 장관과 함께 식사할 정도의 친분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보면 윤 대통령이 박 전 장관과 양 전 원장 기용과 관련해 공적인 관계가 아니라 사적인 관계에서 출발했고, 공적 보고가 아닌 사적 보고에서 판단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이 아닌 ‘한남동 관저’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 ‘관저 정치’라는 말이 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 다음 날도 대통령실로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 머물렀다.
만약 김건희 씨가 ‘박영선 총리·양정철 비서실장’ 기용을 추천했다면 국정이 비선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사안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국정이 비선에 의해 운영되는 심각한 사태이며, 대통령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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