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일제히 급락했습니다. 한국갤럽 16~18일 조사 결과 3주 만에 34%에서 23%로 거의 3분의 1 가까이 떨어졌으며 이는 취임 후 최저치이기도 합니다. 전국지표조사(NBS) 15~17일 조사 결과 2주 만에 38%에서 27%로 11% 포인트나 떨어져 역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리얼미터는 총선 전후인 9~12일 조사를 했는데 총선 전날 37.1%에서 총선 직후 30.2%, 28.2%로 급락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미디어토마토는 13~14일 조사 결과 한 주 만에 37.1%에서 26.3%로 역시 11% 포인트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윤석열 지지율 급락의 주요 요인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한 주요 요인 그리고 앞으로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는 요인은 크게 3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요인은 경제, 민생, 물가입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부정 평가 이유 1위가 ‘경제/민생/물가’(18%)였습니다. 전국지표조사의 조사에서도 총선에 영향을 끼친 요인 1위가 ‘물가 등 민생 현안’(30%)이었습니다.
지금 한국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3고(高) 현상에 갇혀 있습니다. 여기에 중동전쟁 확대로 국제유가가 널뛰기 하고 있어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고환율과 유가 상승은 고물가로 이어지고, 고물가는 금리 인하를 못하게 가로막습니다. 고금리는 서민들의 지갑을 닫게 만들어 전반 경제 위기로 이어집니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보복 공격을 하자 14일 오후 윤 대통령이 긴급 경제·안보 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일요일임에도 이례적으로 윤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한 것을 보면 지금 경제 상황이 비상 상황임이 분명합니다.
이상열 한국경제 경제부장은 16일 칼럼 「뉴노멀이 돼 가는 ‘3高’ 현상」에서 3고 현상이 장기화해 일상적 위기(뉴 노멀)가 될 수 있다며 이에 맞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3고 현상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고 경제 위기도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두 번째 요인은 윤석열, 김건희 자체입니다.
김건희 씨는 120일 이상 두문불출하고 있지만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주가 조작 의혹, 명품 가방 뇌물 수수 의혹 등 각종 부정부패 의혹을 전혀 해명하지 않고 뭉갰기 때문입니다. 동아일보 이기홍 대기자는 19일 「김건희 여사 엄정한 사법처리만이 尹정권 살길이다」라는 칼럼을 게재했습니다. 김건희 씨 문제는 이 정도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김건희 씨만 문제가 아닙니다. 윤 대통령 본인이 더 큰 문제입니다.
총선 전후로 윤 대통령은 매우 황당한 대국민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하나는 의대 정원 문제와 관련해 ‘타협은 없고 밀어붙이겠다’는 담화였고, 다른 하나는 총선 패배를 두고 ‘정부는 잘했는데 국민이 문제’라는 식의 발언이었습니다.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었으면 일을 키우지나 않았을 텐데 분노한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발언들 때문에 스스로 지지율을 홀라당 태워 먹은 꼴이 됐습니다. 오죽 답답하면 이 발언들이 나간 뒤에 곧바로 대통령실이 나서서 ‘대통령 발언은 그런 뜻이 아니다. 타협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비공개로 사과했다’는 식의 황당한 변명을 늘어놓겠습니까.
이처럼 윤석열, 김건희는 차라리 국민의 눈과 귀에서 사라지는 게 도움이 될 정도로 스스로 지지율을 갉아먹는 비호감 존재입니다.
세 번째 요인은 적폐세력 안의 내분이 심해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내분은 총선 패배를 계기로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 한동훈의 갈등이 폭발했습니다. 물론 초반에는 윤 대통령을 공격함으로써 표를 얻어 보려는 ‘약속 대련’ 성격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진짜 갈등으로 번졌습니다.
애초에 검찰이라는 집단은 자기 상관을 감옥에 넣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게 습성이 된 집단입니다. 그러니 윤 대통령은 한동훈을 의심하고 견제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동훈도 여기까지 온 이상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을 계속 공격할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 내부도 복잡합니다.
지금 검찰 인사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자리가 서울중앙지검장입니다. 친윤계로 꼽히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김건희 씨를 수사하려다 대통령실과 마찰을 빚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왔습니다. 조국 대표는 15일 “(윤 대통령은)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뻔뻔한 방패 역할을 하고 정적에 대해서는 더 무자비한 칼을 휘두를 사람을 찾고 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즉, ‘친윤’을 넘어 ‘찐윤’을 발탁할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면 ‘엘리트’를 자처하는 검찰이 가만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검찰 출신인 윤 대통령 때문에 검찰의 위상이 추락했고 아예 해체될 위기까지 맞았으니 검찰은 자기가 살기 위해 윤 대통령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최근 검찰이 대통령경호처 간부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과정에서 경호처 간부가 공사대금 부풀리기를 묵인해 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이 시공업체 사무실과 공장을 압수수색하고 대표이사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것입니다.
대통령실 이전 당시 김건희 라인이 이권에 개입했다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실제로 김건희 특검법에는 용산 대통령실 리모델링 수의계약 논란도 조사 대상에 들어갔습니다. 검찰의 경호처 수사가 혹시 한동훈 라인의 김건희 라인 공격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집회가 열리면 집회 방해를 하면서 윤석열 지키기에 앞장서 온 극우 유튜버 김상진이 18일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흥미롭게도 구속 사유는 2019년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 대통령을 협박했다는 것이었습니다. 5년간 뭉개던 재판을 이제 와서 갑자기 속도를 낸 것입니다. 이것도 적폐세력 분열상의 한 단면으로 보입니다.
국힘당 내부도 시끄럽습니다.
국힘당 내에서 윤 대통령의 ‘역린’이라는 김건희, 채상병 특검법을 수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12일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개인적으로 찬성한다. 본회의 표결 시 찬성표를 던지겠다”라고 하였습니다. 국힘당 최다선 의원인 조경태 의원도 “우리 당이 민주당보다 먼저 국민적 의혹을 해소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된다”라며 채상병 특검법을 찬성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김재섭 당선자는 한국방송(KBS) 라디오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요구하는 국민의 요청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또 국힘당이 6~7월 조기 전당대회를 열기로 하면서 나경원 당선인, 유승민 전 의원 등 비윤 인사들이 주목을 받는 것도 갈등의 불씨입니다.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결국 탈당해 신당을 차린 이준석 당선인이 마지막 유세 연설에서 “누가 당선돼야 윤석열 대통령께서 좋아하는 약주 술맛이 제일 떨어질까 물어봐 달라”라며 자기가 가장 윤 대통령에 공격적인 정치인임을 강조한 것도 결국 수구보수 정치인들이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는 기본이고 등까지 돌릴 것임을 보여줍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할수록 대통령 권위가 안 먹히고 적폐세력의 내분이 심해질 것입니다. 즉, 대통령 지지율과 적폐세력의 내분은 악순환 관계에 있습니다.
또 공무원들의 반발도 심해질 것입니다. 내부 제보자도 생길 것입니다. 윤석열 정권이 무섭지 않고 자기 살길부터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윤석열에 긍정적인 요소들
윤 대통령 지지율을 그나마 20%대로 버티게 해주는 요인도 있습니다.
첫째는 미국과 일본의 정치적 지원입니다.
17일 저녁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제안으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전화 통화를 하였습니다.
일본 언론들이 한국 총선 결과를 보도하면서 한일관계에 시련이 올 수 있다며 우려했는데 이에 기시다 총리가 나서서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준 걸로 보입니다.
3월 27일 미국의 존 F. 케네디 재단 명예회장이 윤 대통령에게 ‘용기 있는 사람들 상’의 트로피를 직접 전달한 일도 있습니다.
상 자체는 지난해 이미 수여했지만 굳이 총선을 앞두고 직접 미국 인사가 방한해 윤 대통령을 만난 건 미국이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의사 표시나 다름없습니다.
미국·일본을 대변하는 정통 극우보수세력도 윤 대통령을 지지·지원합니다.
조중동은 총선 전 윤 대통령 때문에 총선에서 패배할 것 같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고, 총선 직후에도 윤 대통령 때문에 정말 참패했다고 맹비난하였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나 흥분을 가라앉혔는지 다시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시작합니다.
조선일보 주필 출신인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16일 칼럼 「윤 대통령을 다시 주목한다」에서 “오늘의 패배가 윤 정권의 각성과 재정비를 자극해서 3년 후 대선에서 이재명 당을 저지하고 정권을 재창출하는 밑거름으로 삼는 것이 지금 보수층의 선택”이라면서 “윤 대통령은 2년 전 대권에 도전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한다”라는 충고를 하였습니다.
이처럼 미국, 일본은 윤 대통령 편입니다.
다만 군사, 경제적 지원은 불가능합니다.
군사적으로 지원하려면 전략 무기도 들여보내고 강력한 연합훈련도 해야 하는데 북한이 세게 나오니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경제 역시 자기 코가 석 자인 상황이라 한국을 지원할 형편이 아닙니다.
그러니 정치적 지원만 합니다.
둘째는 적폐세력의 결집입니다.
물론 적폐세력의 분열이 기본이지만 당장 정권이 몰락할 정도로 위기에 빠지면서 결집하는 모양새도 나타납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낙동강 벨트’가 결집한 것이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야당 200석을 막아달라는 호소가 어느 정도 먹힌 것도 이 때문입니다.
셋째는 야당의 헛발질입니다.
총선이 끝나고 이틀이 지난 12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가능성에 대해 “당연히 만나고 대화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못 한 것이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내 제3당의 대표인 나는 언제 어떤 형식이건 윤 대통령을 만날 수 있길 희망한다”라고 적었습니다.
결국 19일 오후 이재명 대표와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다음 주에 형편이 된다면 용산에서 만나자”, “일단 만나서 소통을 시작하고 앞으로 자주 만나 식사도 하고 통화도 하면서 국정을 논의하자”라고 했고,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초청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마음 내주셔서 감사하다”, “대통령이 하시는 일에 도움 돼야 한다”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 대표 측에서도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는 걸 보면 실제 위와 같은 대화가 오간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과 윤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양립할 수 없는데 대통령에게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아무튼 이 대표는 당대표 취임 때부터 7번이나 윤 대통령에게 만나자고 요청했는데 이번 8번째 만에 성사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자 조국 대표도 20일 윤 대통령을 향해 자기도 만나달라고 촉구했습니다.
국민은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하루도 더 살 수 없다며 총선에서 야당에 대승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는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야당 대표들은 탄핵 대상, 청산 대상인 윤 대통령에게 자꾸 만나자며 매달리고 윤 대통령은 야당 대표들이 하도 간청하니 한번 만나주는 모양새를 연출했습니다.
반윤석열 투쟁 기운에 찬물을 끼얹은 것입니다.
야당 지지자들 내에서도 영수회담이 과연 옳은가 그른가로 갈등이 생겼습니다.
야당 대표들뿐이 아닙니다.
퇴임 후 잊히겠다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총선을 계기로 고개를 들고 직접 선거운동을 하며 정치 무대를 기웃거렸습니다.
앞으로 민주당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친문세력 결집을 위해 더 적극적인 행보를 할 수도 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 실패, 검찰 개혁 실패, 남북관계 파탄 등으로 지금의 윤석열 정권 탄생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반윤 민심 속에서도 반문 민심이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문 전 대통령의 등장은 반문 민심을 자극하고 반윤 민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입니다.
실제로 이번 대선에서 문 전 대통령 행보가 영남지역의 역풍을 불렀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 밖에도 야권 정치인들의 ‘거국내각’, ‘협치’ 같은 발언들이 국민의 실망을 부르며 윤 대통령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민심은 과연
한국갤럽 조사 결과 가운데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향후 의정 활동이 기대되는 당선인을 묻자 1위가 조국(12%), 2위가 이준석(8%), 3위가 이재명(5%) 순으로 나온 것입니다. 반면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는 이재명(24%), 한동훈(15%), 조국(7%) 순이었습니다.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는 아무래도 차기 대권 주자로 직결하는 반면 향후 의정 활동 기대치는 현 국회의 우선 과제인 ‘윤석열 탄핵’ 등 반윤 투쟁에서 활약할 정치인을 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왜 국민이 이재명 대표에게 반윤 투쟁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지 돌아볼 일입니다. 총선을 거치며 이재명 대표는 반윤 어조를 갈수록 낮추면서 국민이 ‘고구마’를 먹게 만든 반면 상대적으로 조국, 이준석 대표는 반윤 어조를 더 선명하게 했던 게 주된 이유일 듯합니다.
또 같은 조사에서 총선 결과를 만족한다는 답변이 47%, 만족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43% 나온 것도 특이합니다. 만족하지 않는 이유 1위는 ‘여소야대/야당 쏠림’으로 이는 국힘당 지지자들이 꼽은 이유일 것입니다. 2위는 ‘야당 의석수 부족/200석 미달’인데 이는 촛불국민이 꼽은 이유로 보입니다. 이것만 봐도 ‘총선 200석’은 상징적 목표가 아닌 실질적 목표, 국민의 요구였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 국민의 윤석열 응징 기세는 하늘을 찌릅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높아질 것입니다.
민심은 윤석열 탄핵을 확고히 지향합니다.
윤석열 탄핵은 국회가 하지만 국회의원들에게 맡겨놔서는 절대 안 됩니다. 그랬다가는 정치인들의 고구마 짓만 실컷 구경하게 될 것입니다. 정치인을 견인하려면 국민이 움직여야 합니다.
일단 대통령 지지율이 지금보다 더 떨어져야 합니다. 지금 20%대인데 10%대까지 떨어져야 합니다. 또 촛불광장이 더 커져야 합니다. 윤석열 탄핵 촛불에 10만, 100만이 모여 민심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야 정치인들이 국민의 눈치를 보며 움직일 것입니다.
역시 국민이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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