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 한반도와 그 주변에는 시꺼먼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유럽에 이어 중동에서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남중국해, 동중국해에서 긴장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한반도가 지구상 가장 전쟁 발발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지난 3월 스탠퍼드대 명예교수, 세계적 핵과학자 헤커 박사와 미들베리 국제연구소의 칼린 한반도 문제 전문가도 입을 모아 한반도가 6.25 직전의 상황과 같다고 주장한다. 이미 전·현직 일부 야당 의원들 중에서도 윤석열의 전쟁 도발 가능성을 예견한 바 있다.
어떤 형태의 전쟁이건 간에 현대전은 상상을 초월하는 대재앙을 초래하게 마련이다. 사전에 전쟁을 예방하는 것이 이기는 것이고 최선의 방도이다. 우리 민족은 80년의 장구한 분단 세월 동안 세상에서 가장 모질고 잔인한 고통과 슬픔을 경험했다. 21세기에 들어섰건만 아직도 지옥 같은 터널을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의 나라, 가장 긴 휴전체제의 나라다. 나라의 국군 통수권, 즉 군사주권도 없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뿐이다. 이러고도 자주국가라 우기면서 군사강국, 경제대국이라고 우쭐댄다.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2018.6.12.)으로 통일이 눈앞에 아롱거렸다. 남·북·해외 동포들은 꿈과 희망에 부풀어 손에 손잡고 춤추고 노래하며 축배를 들기도 했다. 그러나 잔인한 ‘분단’에 올라탄 미국과 무기력한 친미 예속 정권이 벅찬 통일의 꿈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말았다. 급기야는 총성 없는 전쟁이 실전을 향해 무한 질주하고 있다. 이제는 아이들까지 “전쟁은 시간 문제”라고 말한다. ‘신냉전’을 외치는 바이든 정권의 등장으로 한반도의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상머저리 젤렌스키가 미러 대리전에 벌써 50만 명이 넘는 젊은 우크라 시민의 목숨을 바쳤다. 젤렌스키와 일란성 쌍둥이라는 윤석열도 미중 대리전에 제 민족의 목숨을 주저 없이 바치겠다고 약속했다. 바이든의 신냉전 외교의 특징은 갈라치기와 줄세우기다. ‘내 편 아니면 적’이라는 낡은 이분법이 무조건 적용된다. 윤석열은 잽싸게 바이든 편에 줄 섰다. 그리고 자원해서 미국 특공대로 뛰고 있다. 그는 미국에 비우호적인 나라들을 예외 없이 적으로 몰아대고 미국을 대신해 쓴소리를 마구 해댄다.
이번 총선 참패로 국민의 지지를 완전히 상실한 윤석열은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내몰렸다. 전쟁 위기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요란하게 종북 안보 소동을 피워서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다. 순진한 백성들의 자주 의식, 동족 의식을 마비시키고 ‘한미동맹’ 주술에 심취되도록 하는 데 혼신을 다하고 있다. ‘한미동맹’을 구세주라며 신줏단지로 모시도록 유도하기 위해 동족 간에 증오, 대결, 적개심을 극도로 자극하는 데 미친 듯이 달라붙었다. 이런 일련의 행위는 ‘미군 없인 하루도 살 수 없다’라는 머저리를 양산해 내고 있다.
트럼프는 재임 시 주한미군 주둔비를 올려받는 건 맨해튼에 있는 자기 아파트 월세 받기보다 더 쉽다고 했다. 그는 대선 출마를 저울질할 때 미군 철수 카드만 빼 들면 3분 안에 한국은 엎드려 싹싹 빈다고 말했다. 또 80년 전두환 광주 대학살 당시 워싱턴 방문 중 위컴 주한미군 사령관은 “한국인은 들쥐와 같아 누가 정권을 잡아도 따라간다”라는 말로 전두환을 옹호했다. 이렇게 난폭하고 잔인한 멸시와 모욕을 당하고도 납작 엎드려 입도 벙긋하지 못한 까닭은 ‘한미동맹’ 주술에 깊이 심취된 까닭일 것이다.
지난 20년간 숱한 남북 합의와 결의가 있었지만 단 하나도 이행되지 않았다. 윤석열은 마지막 홀로 남아 있던 남북 충돌 방지 안전핀인 ‘9.19남북군사합의’를 작년 말에 뽑아버렸다. 동족, 민족이라는 가면을 뒤집어쓰고 앞에선 통일을 목청껏 외쳐댔지만, 종국에는 [북한 지도부 참수→정권 붕괴→흡수통일]의 검은 흉계가 본질이었다는 것이 여지없이 까밝혀지고 말았다. 크든 작든 간에 역대 정권이 불렀던 통일 노래는 결국 ‘양두구육’ 장사꾼의 호객 소리와 다를 바가 없다고 해야 맞다.
심지어 북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던 진보 정권조차 ‘북한 지도부 참수작전’(한미 작계 5015) 폐기를 생각도 해본 일이 없다.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고 통일을 하겠다는 반통일의 심각한 모순이다. 그건 분단 체제와 휴전 체제를 고수하면서 종국에 흡수통일을 하겠다는 시꺼먼 야욕이 숨어있었다고 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근 80년 우리의 분단 역사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미국을 위해 우리 민족을 희생시키는 흡수통일 공작의 기나긴 여정이라 해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핵전략·전술무기를 전개한 가운데 한·미·일 다국적 침략 훈련이 일 년 365일 중 245일간이나 진행됐다. 그리고 ‘참수작전’ 연습을 빼지 않고 병행하고 있다. 오죽하면 윤석열을 “전쟁하지 못해 미치고 환장한 전쟁광신자”라고 저주스러운 비난을 할까. 북한은 윤 정권의 위험한 불장난과 미국의 점증하는 고강도 대북적대정책을 더는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손쓰지 않으면 또 다른 80년 분단의 역사가 반복될 게 너무도 뻔하다고 본 것이다.
북한은 마침내 작년 12월과 지난 1월 두 번에 걸쳐 대북적대정책을 이번에 기어코 끝장내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결의를 내외에 선언했다. 이것은 완전히 과거의 것과 차별화된 새로운 획기적 대남정책이다. 그 핵심 내용은 “동족 의식이 거세된 남과는 적대적 교전국 관계”라 못을 박고 “먼저 전쟁 도발은 않겠지만, 전쟁이 벌어지면 남한을 완전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킨다”라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 남측 보수 세력은 폭발 전야의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내부용이라고 평가절하한다.
또 일부 진보 진영은 북한에 배신당한 기분이라거나 북한이 너무 나갔다는 부정적 견해를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왜 이 시점에 이렇게 놀라운 급변적인 정책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는가에 대한 이해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한편 우리의 과오가 있었다면 솔직히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동시에 민족의 평화번영을 위해 우리가 뭘 해야 할지에 대해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2018년 ‘4.27판문점선언’에서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하고 전쟁을 끝내자고 남북 정상이 굳게 약속했다.
트럼프도 여러 번 종전선언을 약속했다. 웬걸 ‘9.19남북군사합의’ 소식에 기절초풍한 트럼프가 비건 특사를 서울에 급파해 ‘한미실무그룹’을 급조하고 38선을 완전히 봉쇄했다.
7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전쟁 상태를 완전히 끝장내지 않고는 정상적인 남북관계 발전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상식이다. 남북 간 종전선언도 못 해내는 주제에 공식 휴전협정 서명국의 종전선언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남녘에서 실종된 자주성, 자주권을 쟁취하는 것 이상으로 절박하고 중요한 건 없다. 지난 4월 14일 평양에서 자유와 정의, 인류의 미래에 관한 주체사상 국제토론회가 개최됐다. 여기서 마떼오 까르보넬리 주체사상국제연구소 부이사장은 기조 보고에서 자주권 수호의 중요성을 강조·역설했다.
까르보넬리 부이사장은 “자주권은 곧 국권이다. 자주권을 수호하지 못하면 나라와 인민의 운명은 물론 개인의 운명도 지켜낼 수 없다는 것은 변함없는 역사의 철리”라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자주성을 지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불변의 진리다. 누가 어디서 말해도 그것은 변함없는 진리다. 우리 민족 전체의 한결같은 숙원을 80여 년 동안 성취하지 못한 것도 바로 자주성 부재 때문이라는 걸 인정, 공감, 통감해야 한다. 자주의 깃발을 높이 휘날리며 전진하는 향도를 따라 우리 모두 혼연히 떨쳐나 자주를 쟁취하자!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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