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4월 26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장관과 회담한 이후,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자 외교부장도 블링컨 장관과 별도의 회담을 진행했다.
미국은 블링컨 장관의 방중 하루 전인 4월 25일까지만 해도 중국을 향한 적대적 행위와 다양한 갈등을 일으켰다. 미국이 중국을 향해 최근까지 취해온 일련의 전략적 적대 행위는 다음과 같이 나열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은 미 항공모함 USS 시어도어 루스벨트(USS Theodore Roosevelt)를 남중국해로 출항하여 남중국해 일대의 긴장을 높였다.
미국과 일본의 정상은 4월 10일 공동성명에서 자위대의 지휘·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자위대의 통합작전사령부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 영국, 호주 3개국이 결성한 인도·태평양 지역 군사동맹에 일본이 참여하겠다는 발표도 진행했다.
4월 11일 미·일·필리핀 정상회담을 통해 세컨드 토마스 암초의 상황을 거론하며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동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은 필리핀을 끌어들여 남중국해에서 코드명 ‘발리카탄(Balikatan·어깨를 나란히)’합동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4월 22일 시작한 훈련은 5월 10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훈련에는 필리핀 해안경비대가 처음으로 참가하고 내년 훈련에는 심지어 일본 자위대를 초청할 계획이라고 미국은 밝히기도 했다.
미국은 시진핑 주석과 왕이 외교부장과 만남에서는 중국이 원하는 대답을 한 후, 이어서 진행한 대외 기자회견에서는 또 전혀 다른 말을 했다.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미 수교 45주년을 맞이하여 중미관계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서로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주었다”라며 “양국은 악랄한 경쟁 대신 서로를 해치지 않고 서로의 차이점을 존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면서 상호존중, 평화공존, 상생협력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나라는 서로 윈윈(win-win), 다윈(multi-win) 상황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큰 합의를 중심으로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이것이 중국이 세계와 중미관계를 보는 기본 출발점이다. 나(시진핑 주석)는 중미 양국은 이에 대한 모범을 보여야 하며, 세계 평화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며, 각국 발전의 기회를 창출하고, 세계에 공공재를 제공하며, 세계 단결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작년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이후 긍정적인 진전이 있었다”라며 “미국은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고, 중국의 체제를 바꾸려 하지 않으며,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려 하지 않는다. 동맹관계를 통해 중국에 반대하려 하지 않으며, 중국과 갈등을 일으키려는 의도가 없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견지하며 중국과의 소통을 유지하고 이견을 책임 있게 관리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촉진하기를 희망한다”라고 화답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의 정치적, 군사적, 외교적 행위와 정반대로 말을 했다.
왕이 부장은 이러한 블링컨 장관의 발언 내용을 지켜보면서 일부러 쐐기를 박으려 했는지, 이어 별도로 진행한 회담에서 매우 구체적으로 중미 간 첨예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블링컨을 향해 “현재 중미관계가 전반적으로 안정됐지만 부정적인 요인도 여전히 증가하고 축적되고 있다”라며 “지난해 11월 양국이 샌프란시스코에서 회담을 갖은 이후, 현재 진행되는 격동적인 국제 정세 속에서 중미관계의 다음 단계는 중국과 미국이 서로 협력 관계를 만들 것인지 아니면 대적 관계가 될 것인지에 대한 근본 문제에 먼저 답해야 한다”라고 거론했다.
이어 “이는 중미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한 첫 단추이다. 만약 미국이 항상 중국을 주요 적수로 여긴다면 중미 관계는 문제만 가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왕이 부장은 “대만 문제는 중미관계에 있어서 첫 번째 뜨거운 문제다. 중국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과 지난날의 중미 공동성명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어떤 식으로든 ‘대만 독립’ 분리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말고,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독립’, ‘두 개 중국’ 목소리를 지지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다음으로 경제와 관련해 “미국은 중국의 경제, 무역, 과학기술을 억압하기 위해 끝없는 조치를 해왔다. 이는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견제이며,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창출하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 경제 발전을 억제하지 말고,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추구하지 않으며,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방해할 의도가 없다는 성명을 이행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왕이 부장은 “최근 발표한 ‘중국 과잉생산 이론’, 중국 기업에 대한 불법 제재를 해제하고, WTO 규정을 위반하는 미국 슈퍼 301조 관세 추가를 중단하라”라고 강조했다.
이어 군사적 문제와 관련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강대국들의 전쟁터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지역 국가들에 편을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것을 중단할 것과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 중단,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훼손하지 말고, 힘들게 얻은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지 말 것을 언급했다.
왕이 부장이 미 국무부장관을 상대로 자주 외교의 관점을 틀어쥐고 직접적인 언사로 표현한 것은 그만큼 미국의 패권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시진핑 주석에게 화답했던 말을 되풀이하면서 “양국 정상이 도달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전진하고 대화와 소통을 강화하며 차이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오해와 오판을 방지하며 미중 양국의 안정적인 발전을 촉진할 의향이 있다”라는 수준으로 갈등을 피했다.
이번 회담 과정에서 왕이 부장으로부터 선제공격을 당한 셈인데, 블링컨 장관의 방중 목적은 두 가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이 회담에서는 하지 않던 발언을 회담 후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하나는 ‘중국의 과잉 생산력’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중국에 우려를 표명하러 온 것이며, 또 하나는 중국이 러시아에 군용 물품과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린지엔(林剑) 대변인은 “미국이 소위 ‘중국 과잉생산’을 조작하고 있는데, 이는 마치 경제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엉터리 이야기다. 중국의 전기차 수출 점유율이 생산량의 12%인데 이것이 과잉생산이라고 한다면, 독일의 80%, 일본의 50%, 미국의 25%가 수출된다면 이는 더 심각한 과잉생산이 아닌가”라며 “이러한 조작의 목적은 중국의 고품질 발전을 억제하고 중국의 합법적인 발전 권리를 박탈하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생산능력이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불안감과 각종 중국 비방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열세로 기울어지자, 러시아에 대한 중국 지원설, 북한 지원설 주장과 함께 중국 수출을 억제하기 위한 새로운 ‘과잉생산’ 이론 주장을 중국 본토에서 얘기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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