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정조준79] 미국 고용 상황 정말 좋을까?

이영석 기자 | 기사입력 2024/06/26 [12:29]

[정조준79] 미국 고용 상황 정말 좋을까?

이영석 기자 | 입력 : 2024/06/26 [12:29]

물가 상승 등으로 많은 국가가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유독 미국만이 홀로 경제가 좋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미국 경제는 코로나19가 대유행했던 2020년 -2.2%로 역성장했지만 이후 3년간은 연평균 3.4%씩 성장을 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4년 4월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전망한 2.1%에서 2.7%로 올렸습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전망치는 0.9%에서 0.8%로 낮췄고 한국(2.3%)과 일본(0.9%)의 전망치는 그대로 유지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미국 경제가 호황으로 보이는 이유는 미국이 막대한 돈을 풀어 강제로 경제를 부양시켰기 때문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달러를 발행한 후 그 달러로 미국 국채나 채권을 매입하는 식으로 미국 정부가 시중에 달러를 풀었습니다. 국채나 채권을 매입하기 때문에 연준의 보유 자산이 대폭 증가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미국 연준의 보유 자산은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 4조 달러였는데 2022년 8조 7천억 달러(약 1경 2,180조 원)가 되었습니다. 2년 만에 4조 7천억 달러라는 엄청난 돈이 풀린 것입니다.

 

자본주의 역사상 이렇게 많은 돈이 풀린 적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돈을 엄청나게 풀면 물가가 급격히 올라 경제가 파탄 나게 됩니다. 그러나 현재 미국 경제는 고물가 속에서도 망하지 않고 성장을 이어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미국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원인을 고용에서 찾고 있습니다. 물가가 급속히 오르고 뒤이어 고금리가 왔다고 해도 고용이 잘 되고 있어 국민 소득이 어느 정도 뒷받침을 해주기 때문에 경제를 유지해 갈 힘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미국은 물가를 잡기 위해서 2022년 0%인 금리를 2023년 5.5%까지 인상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금리를 올리게 되면 고용 지표인 실업률은 상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업률이 상승하는 이유는 금리가 오르면 기업은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 일자리를 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실업률은 3.8% 안팎을 유지했습니다. 그리고 매월 비농업 고용이 대체로 예측보다 더 많았습니다. 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했는데도 실업률은 상승하지 않고 고용률은 증가한 것입니다. 이런 안정적인 실업률과 고용률을 바탕으로 미국의 고용이 좋다고 평가한 것입니다.

 

그러면 정말 미국 고용 상황이 좋기만 한 것일까요?

 

미국은 고용이 좋은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고용 증가가 ‘이민자 효과’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발표한 2023년 이민자 수의 추정치는 330만 명입니다. 이 중 240만 명이 불법 이민자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민자 수가 가장 많았을 때인 2005년 190만 명임을 감안하면 2023년에 엄청나게 증가한 것입니다. 이렇게 폭증한 이민자가 먹고살기 위해 일자리를 구하면서 고용 증가로 이어진 것입니다.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가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미국은 월 6만~10만 명 정도의 일자리가 증가하는 것을 물가 상승을 초래하지 않는 고용시장 균형점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대량 이민으로 그 수치가 월 16만~20만 명으로 두 배로 늘어났습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4월 11일 보고서에서 “이민이 일자리와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했고 이런 추세는 2024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습니다. 하버드대학의 제이슨 퍼먼 교수도 최근 블룸버그 라디오에서 노동시장 강세 원인을 묻는 질문에 “이민자”라고 한 단어로 답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종합해 보면 미국의 고용 증가는 ‘이민자 효과’ 때문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우리나라로 보면 외국인 노동자 때문인 것입니다. 고용이 증가하고 있어서 고물가, 고금리에서도 경제 지표상 미국 경제가 호황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민자 효과로 인한 고용 증가가 지속될지는 의문입니다. 이런 고용 증가가 미국인의 경제적 삶의 향상과 소득 증대와는 관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민자와 현지 미국인들 간에 갈등이 발생할 수 있어 이민자를 계속해서 받아들일 수 없을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에 대해 강력한 정책을 폈던 것도 이와 같은 이유입니다.

 

또 미국의 실업률이 실제보다 낮게 평가됐을 수 있습니다.

 

실업률이 실제보다 낮게 평가된 이유는 정부가 무제한으로 푼 돈 덕분에 미국인들이 노동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업률 측정에서 일할 의지가 없는 사람은 제외가 됩니다.

 

코로나19 직후 미국 정부의 무제한 돈 풀기로 많은 현금을 얻은 미국인들은 그동안 일하지 않고 돈을 펑펑 쓰다가 현재는 그 돈이 말라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국인들의 신용카드 연체율과 자동차 대출 연체율이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연체율이 증가하는 이유는 이자율이 높기 때문인데, 미국의 신용카드 이자율은 22% 수준입니다. 이자율이 높다 보니 이제 신용카드를 쓸 여력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놀고먹을 수만은 없습니다. 노동시장을 떠났던 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일할 시기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데 일자리가 부족해서 실업률이 폭등할 수 있습니다.

 

또 미국 일자리 증가가 과장됐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월 2일 기사 「A Jobs Mystery: Where Are All the New Employees Coming From?」를 통해 “빠른 속도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데 고용주들은 그 인력을 어디서 찾고 있을까”라며 미국 노동시장 실상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미국 노동통계국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1월 신규 일자리는 전월보다 35만 3,000개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취업자 수는 오히려 3만 1,000명이 감소했습니다. 신규 일자리는 늘어나는데 취업자 수는 오히려 줄었으니 정말 ‘미스터리’한 일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조사 방법 때문에 이런 불일치 현상이 일어난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고용보고서는 기업조사와 가계조사로 나누어집니다. 기업조사에선 전체 노동자 28%가 속한 12만 2,000개 기업의 자료를, 가계조사에선 약 6만 가구의 자료를 바탕으로 합니다. 그런데 신규 일자리 수는 기업조사를 통해 계산되고, 취업자 수와 실업률 등은 가계조사로 집계가 되기 때문에 부정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에 대해 “미국 노동통계국의 분석 모델은 정상적인 경제 상황을 바탕으로 실업자 수를 추정한다”라며 “노동시장이 최근처럼 급변했을 땐 부정확한 통계가 나올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기업들이 정규직 직원을 줄이고 비정규직, 시간제 노동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23년 6월 비자발적인 이유로 비정규직으로 일한 미국인은 420만 명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이는 전달 대비 45만 2,000명이 늘어난 것으로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7월 11일 보도를 통해 기업들이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정규직 직원들을 시간제로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패스트푸드 가맹점, 식료품 가게, 미용실 등의 서비스 분야에서 시간제 근무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2024년에도 이와 같은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간제 노동이 늘어난다는 것은 고용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고학력, 고임금 업종의 일자리가 줄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9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대학·고용주협회(NACE)’는 미국 내 고용주들이 지난해에 비해 올해 졸업생 채용을 5.8% 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NACE가 2015년 고용주 대상 설문조사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큰 폭으로 고용이 감소한 것입니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24세 학사 학위자의 실업률은 올해 초 4.2%에서 지난 4월 5%로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제약회사, 전자제품 제조업체, 금융보험 분야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금융보험 분야의 채용은 지난 3월 기준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기술 기업들은 지난해 26만 3,180명을 해고했으며, 이는 2022년보다 59% 증가한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지난 4월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10% 이상의 인력을 감축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라고 알렸습니다. 승승장구하던 테슬라마저 인원 감축에 들어갔습니다.

 

미국은 고물가, 고금리 속에서도 고용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경제 위기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가와 금리가 높더라도 안정적 고용으로 국민이 어느 정도 소득을 올리고 있으니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고용 증가에 허점이 많고 착시 효과일 수 있습니다. 또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습니다.

 

무엇보다 고용 증가가 미국의 경제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미국 경제의 시한폭탄은 시장에 푼 돈의 양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돈을 푸느라 국가가 엄청나게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미국이 경제 위기에서 빠져나오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