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대선을 앞두고 처음으로 미국 대선후보 토론회가 지난 6월 27일, CNN의 주관으로 조지아에서 개최됐다. 미 유권자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한 이번 토론회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직인 조 바이든 대통령을 크게 이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토론에서 바이든의 약점이 명확하게 드러나 자격 미달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우선 판단 인지 능력이 부족하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대단히 나약하다는 걸 보여줬다. 따라서 민주당은 공황 상태에 빠져들었고 트럼프 지지 세력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 바이든의 사퇴를 막느라 고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CNN을 비롯한 미국의 거의 모든 언론매체와 논평가들이 즉각 최악의 밤, 대참사, 재앙, 등이라고 표현하면서 당장 민주당의 선수 교체가 절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바이든 가족과 최측근들이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 모여 사퇴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그런데 부인 질 바이든과 아들 헌터 바이든이 완주를 가장 완강하게 주장했다고 알려졌다. 또 동시에 백악관도 사퇴를 일축하고 나섰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퇴 목소리는 더 자주, 더 강하게 들리고 있다.
토론이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난 7월 3일, 바이든은 “그 누구도 나를 밀어낼 수 없다”라며 완주 의사를 천명했다. 바이든이 사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도는 가운데 바이든은 민주당 주지사들과 정치인들을 만났다는 보도가 있었다. 백악관은 4일에도 끝까지 완주한다고 발표했다. 많은 민주당 의원이 사퇴를 희망하는 걸로 알려졌고 이미 기부금이 줄어들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 예로 디즈니의 상속녀는 바이든이 사퇴해야 민주당에 기부하겠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첫 번째 사퇴 촉구를 외치고 나선 사람은 로이드 도겟 텍사스주 하원의원이다. 선수 교체가 없는 한 트럼프의 승리가 따놓은 당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누가 바이든을 대체해도 트럼프를 이기는 건 쉽지 않다지만 만약 미셸 오바마(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가 나서면 미셸이 50%, 트럼프가 39% 나와 11% 격차로 이긴다고 CNN이 보도했다. 하지만 본인은 극구 사양하는 걸로 알려지고 있어 민주당을 애태우고 있다. 민주당은 대안을 모색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고민이라고 한다.
미국 유권자들의 4명 중 1명이 두 후보에 대해 거부감이 팽배하다는 보도가 오래전부터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 바이든은 고령에 건강 문제가 결정적 약점이다. 한편 트럼프는 만고의 파렴치범이고 몹쓸 사기꾼이라는 악명을 날리고 있다. 둘 다 자격 미달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트럼프의 콘크리트 지지는 변치 않고 건재하다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패배한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1.6 의사당 폭동’을 주도한 트럼프가 수없이 많은 범죄 혐의를 뒤집어쓰고도 대선에 나섰다는 건 미국 민주주의가 거덜 났다는 것을 뜻한다.
일극 체계가 무너지고 다극화 시대가 돼서 미국이 더 이상 국제 헌병 노릇을 못 하지만, 아직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에 세계의 이목이 미국 대선에 집중되고 있다. 누구보다 트럼프 재선을 미칠 정도로 싫어할 사람은 바이든에게 몰빵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일 것이다. 트럼프가 재선되면 가장 먼저 한반도와 우크라이나 문제에 손질을 할 것이다. 이미 트럼프는 자기가 재선되면 당선자 신분으로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 수 있다고 장담한다. 미군 주둔비를 증액하려다 문재인 정권의 장벽에 걸려 실패한 트럼프가 보복에 나설 것이다.
재선되면 트럼프가 당장 미군 주둔비 100% 전액을 부담하지 않으면 미군을 빼겠다고 협박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물론 윤석열은 무엇이건 다 할 테니 제발 미군 철수만은 말아 달라고 울며불며 애걸복걸할 거라는 걸 트럼프는 잘 알고 있다. 그는 이미 대선 출마를 저울질할 때, 미군 철수 카드를 내뽑으면 한국은 3분 안에 엎드려 살려달라고 빈다는 말을 했었다. 임기 중에는 한국의 주둔비 증액은 자신의 맨해튼의 집세 받기보다 쉽다는 모욕적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바도 있다.
중국에 대한 압박은 바이든 못지않게 강화될 것이다. 인-태 안보 체제에 몰입하는 대신 트럼프가 가지고 있는 북러 지도자와의 친분 관계를 백분 활용해 북러를 북·중·러 밀착에서 떼 내는 공작을 펼 가능성도 있다. 공개적으로 인정을 하지 않겠지만, 자신의 과오로 끝내 북핵 폐기가 물 건너갔다고 볼 수도 있는 트럼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대화의 길을 모색할 걸로 보인다. 핵폐기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는 트럼프는 북핵 미사일 개발 시험, 확산, 등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조건으로 제시하면 대화가 가능하다고 볼 것이다.
약삭빠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미 트럼프에 줄을 서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일 수교와 러일관계 개선에 트럼프의 영향력을 최대한 이용하려고 할 것이다. 고이즈미에 이어 기시다가 평양을 방문해 ‘제2평양선언’을 발표하고 북일 국교 정상화에 속도를 내면 경제적 측면에서 북방진출 교두보를 마련하는 동시에 추락하고 있는 자신의 지지율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을 챙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미 북일 간에는 작년부터 진지하게 대화가 진행되는 걸로 알려지고 있다.
북러를 끌어안기 위해서 연례행사인 한미, 한·미·일 다국적 군사훈련을 잠정 중단하고 주한미군을 빼낼 수도 있다. 이미 그는 재임 중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부장관에게 주한미군 철수를 지시했으나 이들이 재집권 시에 실행하는 게 좋다고 종용해서 이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철수 문제는 뜨거운 감자라고 할 수 있다. 네오콘세력, 군산복합체, 극우 호전광들의 이익이 걸려있어 주한미군 철수는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한다면 먼저 부분적 철수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재임 중 트럼프는 나토 탈퇴를 자주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위해 푸틴에게 미국의 나토 탈퇴와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제안을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90년대 고르바쵸프가 바르샤바조약기구 해체할 때 서방이 나토 해체 약속을 지켰다면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의 평화 번영이 가능했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오늘의 우크라이나의 비극도 없었을 게 아닌가.
트럼프는 재집권에 성공해도 작금의 국제정세는 아래처럼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북한이 핵보유 군사강국으로 떠올랐다. ∆브릭스 진영의 경제 규모가 G7을 능가하고 있다. ∆두 개 전쟁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 ∆미러 대리전이라 불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나토가 러시아에 연전연패하고 있다.
트럼프는 과거의 두 가지 큰 실수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이란핵합의(JCPOA) 탈퇴가 오늘의 중동전쟁의 화근이 됐다는 걸 뉘우치고 대이란 적대 정책을 접어야 한다. 또, 싱가포르 북미공동선언을 걷어찬 큰 실책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임기 시작 전이라도 막후교섭을 통해 방북을 추진하고 임기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평양을 방문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한다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회담이 성공적이라고 판단되면 나포된 미국의 푸에블로호 귀환도 협의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국제적 왕따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식 민주주의가 수명을 다했다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바이든은 사회적 갈등, 부의 불평등, 각종 강력 범죄, 마약 문제, 이민자 문제, 노숙자 문제 등 제반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를 앞에 놓고 사퇴를 아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미국 민주주의가 더 이상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바이든은 ‘위대한 결정’을 해야 할 순간에 와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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