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3일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과 역동 경제 로드맵을 통해 서민·중산층 시대를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하반기 수출 호조로 예상보다 높은 연간 2.6%의 경제 성장을 전망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 5월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을 2.5%로 전망한 것보다 높다.
최 장관은 그러면서도 “부문 간 회복 속도 차이로 소상공인 등 체감경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의 체감경기가 어렵다고는 했지만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가계 대출 급증
최근 가계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 대출액이 7월 들어 4일 만에 2조 원 넘게 증가했다. 6월 말 708조 5,723억 원과 비교해 4일 만에 0.3%가량 늘어난 것이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 대출액은 지난 6월에도 5조 3,415억 원 급증하면서 2021년 7월(6조 2,000억 원)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불어났다. 그런데 이달 들어서도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국민이 고물가로 당장 생활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신용대출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부동산 대출금리가 낮아지면서 부동산 대출을 통해 생활비를 감당하려는 경향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끼쳤다.
대출 증가로 인한 가계 부채가 계속 증가하면 채무부담이 커져 내수가 위축된다. 또 내수가 위축되면 소득이 줄고 다시 채무부담이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 대출 연체율이 2022년 2분기 말 0.56%에서 올해 1분기 말 0.98%로 올랐다.
대출 연체로 채무부담이 계속 커지면서 빚만 늘어나는 형편이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급증
자영업자들이 빚 수렁에 빠졌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26일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2022년 2분기 말 0.5%에서 올해 1분기 말 1.52%로 2년 만에 3배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가계 대출 연체율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여러 금융기관에 빚을 져 소득이나 신용도가 낮은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올해 1분기 10.21%까지 치솟았다. 이 비중은 전체 자영업자 가운데 12.7%로 높아졌다.
대출금리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크고 서비스업 경기가 2022년 하반기 이후 위축된 결과다. 그만큼 내수 회복이 안 되고 있다는 반영이다.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실질임금과 가계 실질소득이 줄어들어 소비가 부진한 것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상승 속도가 매우 빠르고, 연체하는 자영업자 수와 연체 기간이 모두 늘어난 것도 문제다.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한계 상황에 부딪혔다고 볼 수 있다. 더 심각해지면 큰 사회적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지방은행 부실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는 지방은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방은행은 지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고금리 속에 지방 경제 활동 상황이 나빠져 자영업, 건설업, 제조업, 유통업 등에서 갚지 못하는 빚이 늘었다. 이에 따라 지방은행이 ‘연체의 늪’에 빠졌다.
지난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제주 등 지방은행 6곳의 올해 1분기 연체 대출액은 1조 3,771억 원으로 집계됐다. 2008년 이후 최대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기가 움츠러든 2020년 1분기에 9,855억 원이었던 것보다 심각하다.
지방은행 6곳의 개인사업자 대출 평균 연체율은 0.86%로 나타났다.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에 0.84%였던 것보다 높다. 가계 대출 연체율도 역대 가장 높은 1.01%다.
또 IBK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숙박·음식업종 연체율은 2.16%로 급등했다. 이는 제조업 1.0%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로 자영업자 대출 연체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방은행들의 중소기업 연체 대출액도 크게 늘었다. 최근 2년 사이 3,345억 원에서 8,719억 원으로 161% 대폭 증가했다.
그리고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부실채권 규모는 1분기 기준 3조 4,391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1분기 만에 부실채권이 2,500억 원이나 늘어날 정도로 증가 속도도 빠르다.
그야말로 전국 중소기업 대출 건전성이 악화일로 상태다.
얼어붙은 지방 경기로 인해 지방은행 부실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계, 자영업, 중소기업, 지방은행 등 경제를 떠받치는 기초 경제 단위들의 상황이 심각하다.
이러한 현실에 비춰 정부 당국의 인식이 안일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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