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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무기 열전 52] 미국을 누른 한국 자주포, 베일에 싸인 북한 자주포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8/21 [08:00]

[남·북·미 무기 열전 52] 미국을 누른 한국 자주포, 베일에 싸인 북한 자주포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4/08/21 [08:00]

이동 수단에 포를 얹어서 사용하자는 착상은 17세기에 이미 실전에 활용되었다. 

 

중동과 인도에서 사용한 잠부라크(زنبورک)는 낙타의 등에 포를 장착해서 쏘는 무기였다. 

 

▲ 잠부라크를 묘사한 석판화. [출처: Alexander Orlovsky]


잠부라크는 자주포의 시조라 할 수 있다. 

 

이후 1차 세계대전 때 영국이 최초의 자주포를 개발했으며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많은 나라가 자주포를 개발해 실전에 투입하였다. 

 

남·북·미의 주력 자주포를 비교해 보자. 

 

미국 ‘M109A6 팔라딘’

 

1963년 실전배치를 시작한 M109는 미국을 대표하는 자주포다. 

 

여러 차례 개량을 거쳤는데 특별히 1994년 등장한 M109A6을 팔라딘이라 부른다. 

 

▲ M109A6 팔라딘. [출처: Richard Wrigley 하사]


역사가 오래다 보니 베트남전쟁부터 시작해서 온갖 전쟁에 투입된 전력이 있다. 

 

또 세계 곳곳에 판매하거나 면허생산을 허용했는데 한국도 삼성이 M109A2를 면허생산 했으며 제식번호는 K-55다. 

 

이후 2007~2010년에 걸쳐 개량에 성공, K55A1이 탄생했다.

 

미국은 너무 낡은 M109 자주포를 대체하기 위해 XM2001 크루세이더 개발에 착수했으나 결국 예산 문제로 취소했다. 

 

미국은 세계 곳곳의 전장에 군대를 신속하게 투입해야 하므로 자주포와 같이 무겁고 커서 운반이 불편한 무기는 인기가 없다. 

 

▲ 이라크전에 투입된 M109A6 팔라딘. [출처: SFC Johancharles Van Boers]


대신 견인포를 헬리콥터로 수송하거나 공군 화력을 동원해 자주포의 빈틈을 채운다. 

 

육군의 포화력을 공군 화력으로 대체하는 건 기동성에서 유리하지만 비용이 훨씬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포탄만큼 저렴하고 지속 공격이 가능하며 강력한 무기는 아직 없다. 

 

공군 화력은 강력하기는 하지만 비싸고 한번 폭격하고 나면 다음 폭격까지 시간 간격이 크다. 

 

그래서 미군은 비용을 아껴보자고 수송기에 포를 싣고 다니며 쏘는 ‘건십’이라는 기형적인 무기도 개발했다.

 

한국 ‘K-9 선더(Thunder)’

 

흔히 한국군은 미군 무기를 수입해서 쓰거나, 미군 무기를 면허생산 하거나, 미군 무기를 흉내 내서 만들기 때문에 당연히 한국 무기는 미군 무기에 뒤떨어진다고 여긴다. 

 

대체로 맞는 말인데 자주포만큼은 이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한국 국방부는 ‘포방부’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포병에 많은 투자를 하는데 그래서인지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자주포를 개발하였다. 

 

한국은 원래 미국의 M107, M109 자주포를 도입해 쓰다가 1989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 주도로 삼성테크윈, 현대 위아(WIA), 풍산, 한화, LG정밀 등 여러 기업이 협력해 신형 자주포 연구를 시작, 1999년 K-9 자주포를 완성하였다. 

 

▲ K-9 자주포.  © 권순삼


K-9 자주포는 거의 모든 면에서 미국의 자주포 M109A6 팔라딘보다 우수하며 서방 최강의 자주포로 꼽히는 독일의 PzH 2000보다는 성능이 떨어지지만 기동성은 더 좋고 가격은 반값도 안 되게 저렴하다. 

 

이런 장점 때문에 K-9 자주포는 서방권 자주포 시장의 절반 가까이 점할 정도로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어 수출 효자 무기로 꼽힌다. 

 

현재 한국 외에 튀르키예, 폴란드, 인도,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호주, 핀란드, 이집트가 K-9 자주포를 사용한다. 

 

K-9 자주포는 우리가 자체 개발하기는 했지만 미국의 M109 자주포 면허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했으며 핵심 부품을 모두 외국에서 들여왔다. 

 

엔진은 독일의 MTU, 변속기는 미국의 앨리슨, 화재 제어는 미국 하니웰, 서스펜션 체계는 영국 에어로그 기술을 도입, 기관총은 핀란드의 NSV 등이다. 

 

주요 부품을 수입해다가 조립한 무기라고 평가할 수도 있는 무기다. 

 

군은 비용 절감을 위해 K-9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다. 

 

거대한 쇳덩어리로 만든 밀폐된 공간이라 여름에는 40도까지 올라가면서 지옥의 불구덩이가 되지만 승무원들은 그저 참는 수밖에 없다. 

 

수출품에는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다고 하며 2027년 도입할 예정인 개량형 K-9A2에는 에어컨을 설치할 계획이다. 

 

K-9 자주포의 첫 실전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전이다. 

 

당시 연평도에는 6대의 K-9이 있었는데 포격전 직전 실시한 사격훈련에서 불발탄이 발생한 1대는 쓸 수 없었고, 북한의 포격에 당한 2대도 쓸 수 없어 결국 3대만 포격을 할 수 있었다. 

 

▲ 연평도 포격전 당시 모습.  © 국군


불발탄이 발생한 1대는 이후 불발탄을 제거한 뒤 전투에 투입되었다. 

 

원래 K-9 자주포는 최초 3분 동안 분당 6발씩 발사할 수 있으며 이후 분당 2발씩 발사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전에서는 5분 동안 4발만 발사하여 논란이 되었다. 

 

게다가 최초 대응 사격이 13분 이상 걸렸는데 이것도 비판을 받았다. 

 

나중에 확인 결과 K-9 성능 문제가 아니라 현지 지휘관이 비상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K-9에 포탄을 넣어놓지 않고 한 발씩 지급해 사격훈련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즉, 장병들이 탄약고에서 40킬로그램이 넘는 포탄을 하나씩 들고 옮기느라 제대로 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시 북한이 연평도 포사격 훈련을 두고 강력히 항의하며 군사적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는데 비상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게 패착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사격훈련이 끝난 직후 공격한 것이나, 선제타격으로 K-9 자주포 2대를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든 것 등 북한의 대응이 주효했던 면도 있다. 

 

전투 불능이 된 K-9 자주포 2대는 북한 포탄에 직격으로 맞은 건 아니지만 원래 자주포가 방어력이 약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최전방에서는 양측이 모두 서로 공격할 지점을 미리 파악하고 있다가 교전이 시작되면 정해진 목표물을 공격하게 되어 있다. 

 

즉, 평소에도 항상 상대를 겨누고 있다. 

 

그런데 당시 북한은 황해남도 옹진군 옹진반도에서 공격했는데 국군은 엉뚱한 무도를 공격했다. 

 

대포병 레이더가 오작동해서 생긴 문제다. 

 

원래 곡사포는 직접 조준해서 쏘는 게 아니라 별도의 정찰, 관측 자료에 의존해 지정된 좌표를 향해 쏜다. 

 

연평도 포격전을 평가해 보면 아무리 성능이 좋은 포라도 지휘관이 미리 대비를 철저히 하지 않고, 목표 지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성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국군은 당시의 교훈을 살려 K-9 성능 개량에 착수해 2018년 K-9A1을 실전배치하기 시작했다. 

 

▲ K-9, M109A6, PzH 2000 성능 비교표. 가격은 언론에 공개된 수출가격으로 실제 가격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대략의 비교를 위해 실었다.   © 문경환 기자



 

북한 ‘주체107년식 155밀리미터 자행포’

 

2018년 9월 9일 북한 정부 수립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의 신형 자주포다. 

 

▲ 북한 신형 자주포.


북한은 자주포를 ‘자행포’라 부르며 ‘주체107년’은 2018년이다. 

 

국내에서는 ‘북한판 K-9’이라 부르기도 한다. 

 

소련의 곡사포 구경이나 북한의 기존 자주포 구경이 152밀리미터인데 특이하게 신형 자주포 구경은 155밀리미터다. 

 

북한의 기존 자주포에 비해 상당히 발전한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성능은 베일에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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