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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수주라던 체코 원전, 실상은?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8/27 [17:41]

사상 최대 수주라던 체코 원전, 실상은?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4/08/27 [17:41]

사상 최대 원자력발전소(원전) 수주라며 윤석열 정부가 치적으로 내세운 체코 원전 수주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26일(현지 시각, 아래 동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체코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것에 항의하며 특허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앞서 지난 7월 17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체코 두코바니와 테믈린 지역에 1천 메가와트급 원전 2기를 짓는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 두코바니 원전. 이미 있는 원전에 추가로 짓는 계약이다.


2022년 3월 체코전력공사가 입찰 공고를 낸 뒤 한수원, 프랑스전력공사,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참여했고 여기서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이다. 

 

물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해도 최종 수주에 실패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내년 3월 예정된 최종 계약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이 사업은 규모가 약 24조 원가량의 초대형 사업이며 윤석열 대통령도 “세계 최고의 대한민국 원전 산업 경쟁력이 세계 시장에서 다시 한번 인정받게 됐다”라며 정부 치적으로 내세웠다. 

 

당시에도 논란

 

하지만 당시에도 이 사업과 관련해 여러 논란이 있었다. 

 

체코 언론에 따르면 한수원이 제시한 건설비는 1킬로와트당 3,400달러로 7,500달러를 제시한 프랑스의 절반도 안 된다고 한다. 

 

체코 언론 ‘에코노미츠키 데니크’는 “거의 덤핑 가격으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고 “건설 작업에 체코와 유럽 노동자들을 우선 참여”시키기로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윤 대통령이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을 만나 수출입은행을 통한 금융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수주에 성공해도 실제 이익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웨스팅하우스의 주장

 

이번에 웨스팅하우스가 제기한 문제는 한수원의 APR1000, APR1400 원자로 설계에 웨스팅하우스가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2세대 시스템80 기술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한수원은 원천기술이 없으므로 이 기술을 사용해 제3자에 원전을 수출하려면 웨스팅하우스의 허락이 필요하며 미국 수출통제 규정도 받는다는 것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이미 2022년 10월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국제 중재 절차에 들어갔으며 내년 하반기 전에는 결정이 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정부도 당연히 웨스팅하우스 편이다. 

 

한수원이 미국 정부에 원전 수출 신고를 했지만 미국 정부는 웨스팅하우스가 신고해야 한다며 신고를 반려했다. 

 

이 때문에 황주호 한수원 사장이 8월 초 웨스팅하우스 경영진과 만나 협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웨스팅하우스가 체코에 문제를 제기한 걸 보면 당시 협상은 결렬된 듯하다. 

 

원자력공급국그룹 지침

 

한국 기업이 미국 정부의 수출 허가를 받는다는 게 이상할 수 있다. 

 

이 문제는 197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78년 결성된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지침에 따라 한국 기업이 미국 원전 기술을 이용해 원전을 수출하려면 미국 에너지부의 수출 통제 절차를 따라야 한다. 

 

그런데 미국 정부에 수출 신고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웨스팅하우스에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의 첫 원전인 고리1호기를 건설했으며 국내 원전 28개 가운데 18개가 웨스팅하우스 원전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1997년 체결한 기술사용협정에는 수출 통제 절차에 웨스팅하우스가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하지만 지금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정부에 수출 신고를 하지 않고 거꾸로 소송을 걸어버렸다. 

 

웨스팅하우스의 마음이 바뀌면 협조 약속은 언제든 휴지 조각이 되는 것이다. 

 

결국 지금 상황은 기술 종속국이 흔히 겪는 갑질이라고 할 수 있다. 

 

바라카 원전 수주 사례

 

이번 체코 원전 수주를 두고 이명박 정권 시기인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의 바라카 원전 수주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당시에는 웨스팅하우스에 기술자문료와 특허료를 지급했으며 일부 설비를 웨스팅하우스에 맡겼고 고가의 장비인 발전기 터빈 등은 웨스팅하우스 최대 주주인 도시바에 주문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원전 설비 국산화가 많이 이루어지면서 이제는 웨스팅하우스에 크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웨스팅하우스가 원전 수주를 방해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간이 흐르면서 바라카 원전 수주의 불리한 계약 내용이 드러나 공분을 모으기도 했다. 

 

먼저 전체 수주액 186억 달러 가운데 절반이 넘는 100억 달러가량을 한국 정부가 수출입은행을 통해 28년 만기로 초장기 대출해 주기로 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는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아랍에미리트보다 낮아 비싼 금리로 돈을 빌려 싼 금리로 대출하는 꼴이 되었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도 있었다. 

 

당시 원전 수주 과정에서 경쟁국인 프랑스가 핵우산 제공과 연합군사훈련을 조건으로 내거는 바람에 이명박 정권이 파격적인 군사협력을 비밀리에 합의해 준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상호군수지원협정에 더해 유사시 아랍에미리트에 국군 특전사를 파병한다는 ‘군사 동맹’을 약속해 준 것으로 보인다. 

 

중동에 분쟁이 발생하면 아무 관련도 없는 우리 군대가 아랍에미리트를 도와주기 위해 출동해야 하는 것이다. 

 

자칫 중동 여러 나라와의 관계가 다 틀어질 수도 있고 나아가 한국이 테러 대상이 될 수 있는 심각한 합의를 국민적 합의나 국회 동의도 없이 비밀리에 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이 문제 때문에 임종석 비서실장을 아랍에미리트에 특사로 파견해 한동안 논란이 된 적도 있었다. 

 

한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가 주는 ‘자이드 환경상’의 상금 50만 달러를 개인 통장으로 받아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난 12일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 관저에서 만찬을 했는데 여기서 주된 대화 내용이 원전 수주 문제였다. 

 

▲ 윤석열, 이명박 부부 만찬.  © 대통령실


무슨 ‘기술’을 전수하려 한 것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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