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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F-16과 최고 조종사 잃어...어려움 계속될 듯

이인선 기자 | 기사입력 2024/08/30 [11:37]

우크라이나, F-16과 최고 조종사 잃어...어려움 계속될 듯

이인선 기자 | 입력 : 2024/08/30 [11:37]

▲ 우크라이나 F-16 전투기 조종사였던 드레이 필시치코프(왼쪽)와 올렉시 메스.  © 마리야나 베주흘라야

 

최근 우크라이나가 서방에서 지원받은 F-16 전투기 1대와 자국 ‘최고 조종사(Top Ukrainian pilot)’ 1명을 실수로 잃었다.

 

마리야나 베주흘라야 우크라이나 최고 라다(의회) 의원은 8월 29일(현지 시각)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서 “내 정보에 따르면 올렉시 메스의 F-16이 부대 간 조율 실패로 패트리엇 대공 미사일 체계에 의해 격추되면서 추락했다고 한다”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 공군 서부 사령부는 호출 부호 ‘문피시(moonfish)’로 알려진 조종사였던 메스가 지난 8월 26일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로 미뤄볼 때 F-16 전투기 추락도 이날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우크라이나는 최근에야 F-16을 지원받았고, 메스는 미국에서 훈련받아 F-16을 조종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조종사 중 한 명이었다. 특히 메스가 2023년 8월 25일 사망한 다른 조종사 드레이 필시치코프와 함께 우크라이나의 ‘F-16 전투기 지원 호소’ 활동의 얼굴이었기에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충격은 클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에 F-16 지원을 처음 요청한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인 2022년 5월경이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전 약 120대의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수개월 만에 절반 가까운 수의 전투기를 잃은 상황이었다.

 

우크라이나는 1년 만인 2023년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F-16 지원 승인을 받아냈다. 그리고 노르웨이, 덴마크, 벨기에 등 서방 11개국이 잇따라 F-16 공여 약속을 했다. 동시에 미국, 덴마크, 네덜란드 등에서 우크라이나 조종사의 F-16 훈련도 시작됐다.

 

하지만 F-16은 정작 1년 뒤에서야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 우크라이나군은 2024년 5월 자국 매체에 “곧 첫 번째 F-16이 우크라이나군에 인도된다”라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8월 4일 우크라이나의 한 공군 비행장에서 미국산 F-16 전투기 앞에 서며 실천 배치를 공식 선언했다.

 

우크라이나가 보유하고 있는 F-16 전투기의 수는 알 수 없으나 서방이 주기로 약속한 80여 대 중 10여 대 정도 인도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젤렌스키는 더 많은 F-16이 필요하다며 “우리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의 F-16과 조종사 수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제대로 맞서기 위해선 총 128대의 F-16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8월 29일 F-16 추락 사건을 보도하며 “메스는 F-16을 조종하도록 훈련받은 우크라이나 조종사 6명 중 한 명”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즉 지금 당장 F-16을 조종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 조종사가 6명뿐이었다는 것이다.

 

서방이 F-16을 빨리 주지 않은 이유에는 무기 비축량 부족, 무기 생산 속도 저하, 러시아와의 전면전 기피 등도 있지만 그간 F-16이 만능이 아니라며 우크라이나에 주는 것을 경계해온 점도 있다.

 

제임스 헤커 미국 공군 유럽·아프리카 사령관은 2023년 7월 “F-16은 기존에 이미 제공된 공대지 무기들의 활용을 용이하게 해줄 뿐”이라고 했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도 비슷한 시기 “F-16은 마법의 무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미국에선 러시아의 강력한 방공망 때문에 F-16이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F-16은 왜 추락하게 된 것일까?

 

월스트리트 저널은 8월 29일 이번 추락 사건을 다루며 미국의 익명 당국자를 인용해 “이 사건은 미국 전투기가 처음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지 불과 몇 주 후인 8월 26일에 일어났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F-16은 격추된 것이 아니라 조종사의 실수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F-16을 보내준 미국 국방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답변을 거부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군의 실수로 F-16과 최고 조종사를 잃은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번 사건은 우크라이나와 젤렌스키 대통령을 더 위태롭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달 러시아 쿠르스크주를 공격했다가 러시아군에 오히려 병력과 장갑차 등을 잃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8월 29일 기준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주에서 군인 7.450여 명, 탱크 74대, 장갑차 64대, 장갑전투차량 486대, 야포 52개, 하이마스 및 로켓 발사기 15개 등을 잃었다.

 

또 쿠르스크주 공격을 통해 동부 돈바스지역의 러시아군 병력을 쿠르스크주로 이동시켜 동부 전선의 불리한 전황을 뒤집는다는 목표와 달리 매일같이 돈바스지역에서 영토를 빼앗기며 러시아군의 공세를 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발전소 타격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전력, 수도 공급난을 겪고 있다.

 

쿠르스크 전장에서 앞장서고 있는 압티 알라우디노프 러시아 체첸공화국 아흐마트 특수부대 사령관은 “(공세와 관련해) 우린 서두를 이유가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즉 시간이 갈수록 본토에서 멀어진 우크라이나가 더 많은 군 자산을 소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탈영, 병역 기피, 명령 거부, 소통 부재 등으로 우크라이나군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베주흘라야 의원은 이번 추락 사건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공군 사령부와 다른 고위 군 당국의 거짓말 문화로 인해 군 내 의사 결정 체계가 진실하고 일관되게 수집된 분석을 기반으로 이뤄지도록 개선되지 않고 있다”라며 “(현재 러시아군이 진격하고 있는)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 방향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넘어 군 자체가 붕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장군 중 누구도 처벌받지 않고 있다. 공군 사령관인 니콜라이 올레슈추크 장군도 여전히 재직 중이다”라고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계속해서 에이태큼스 등 서방제 장거리 무기의 러시아 본토 타격 제한을 풀어달라고 미국에 요청하고 있다. 이를 위해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부장관과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번 주 중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다. 그리고 이들은 미국 측에 장거리 타격을 원하는 러시아 내 군 시설 명단을 전달할 예정이다.

 

하지만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폭격기 등 주요 군사 자산을 이미 미사일 사정거리 바깥으로 옮겼기 때문에 러시아 본토 타격 허용의 실익이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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