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말 소련이 붕괴하면서 자본주의 나라들은 자본주의가 영원할 것이라고 주창했다.
하지만 자본주의 세계는 심각한 경제적 양극화와 경제 위기, 경제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1. 한계에 이른 자본의 자기 증식 2. 기술 발전에 의한 경제 성장의 한계 3. 자본주의 패배를 인정한 주장들
1990년대 냉전 종식
1990년대 초 소련의 붕괴로 냉전이 끝났다.
그 이후 자본주의자들은 냉전 종식이 사회주의에 대한 자본주의 체제의 승리라고 역설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교수는 『역사의 종말』(한마음사, 1992)에서 “소련의 붕괴를 목도하고 냉전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승리했으므로 역사는 끝났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역사는 더 이상 이데올로기 대결에 머물러 있을 수 없는 최후의 단계에 이르렀고, 정치체계로서의 자유민주주의가 그 정체성을 인정받게 되어 보편적으로 퍼지게 되었다”라고 확신했다.
그는 냉전 종식으로 정치체제에서 서구 자유민주주의가, 그리고 경제체제에서 시장경제 자본주의가 승리했다면서 더 이상 어떤 경쟁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자본주의가 “인류의 이데올로기 진화의 종점”이라며 ‘역사의 종말’이라고 일컬었다.
이는 당시 서방 국가들에서 정설로 통했다.
2000년대 이후 자본주의에 대한 비관론
하지만 영원할 것만 같았던 자본주의는 21세기 들어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2000년 이후 서방에서는 자본주의의 완전한 승리는 잘못된 인식이라며 자본주의의 한계와 관련한 주장들을 내놓고 있다.
2012년 1월에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의 화두는 ‘자본주의의 실패’였다.
클라우스 슈바프 다보스포럼 회장은 “자본시장은 사회에 봉사를 해야 하는데 지금의 자본주의는 과잉은 많고 포용력은 부족하다”라면서 “철 지난 자본주의 체제가 그 한계를 드러냈다”라고 밝혔다.
또 이 포럼에서 샤란 버로 국제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1930년대 대공황 직전 이후 불평등이 가장 심각한데, 더 문제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이제 쓸 수 있는 처방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보스 포럼 개막…“자본주의, 한계 드러냈다”」, SBS 뉴스, 2012.1.26.)
제레미 리프킨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교수는 『한계비용 제로 사회』(민음사, 2014)에서 “상품을 팔아 이윤을 얻는 자본주의가 쇠퇴하고 있다”라며 협력적 공유사회를 언급했다.
그는 자본주의의 몰락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으며 새로운 사회의 전망이 이미 자본주의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리처드 울프 미국 매사추세츠대학교 명예교수는 시사 월간지 카운터펀치의 2023년 7월 21일 자 기사 「자본주의가 이익을 찾아 미국을 떠나는 이유」에서 “세계 자본주의의 종주국인 미국은 GDP, 경제 발전, 기술 혁신 등의 지표에서 선진국으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소득 격차와 부의 불균형이 큰 국가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 원인과 관련해 “자본주의의 본질상 양극화가 심화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2008년 김성구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자본주의는 주기적으로 위기에 직면한다. 근본적으로 과잉생산과 과잉자본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라면서 “현재의 세계 경제 위기는 1970년대부터 시작된 제3차 조절위기를 배경으로 등장한 신자유주의 국가독점자본주의가 가져온 위기로써 자본주의 내에서 이 위기를 넘어설 해법이 현재로서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가 오히려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라면서 “신자유주의 시스템이 스스로 붕괴하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주장했다. (「“신자유주의의 몰락, 자본주의 이후를 고민할 때”」, 미디어오늘, 2008.9.23.)
자본주의의 승리를 부정하는 이러한 논조들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자본주의의 모순과 폐단으로 인해 자본주의가 무너질 수 있다는 심각한 비관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즈노 가즈오 일본 니혼대학 교수는 『자본주의의 종언과 역사의 위기』(슈에이샤, 2014)에서 “거대 자본주의 기업이 시장을 더 확대할 곳이 없다”라면서 “자본주의가 끝났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제로 금리(초저금리)’를 대표적인 예로 들며 “‘돈이 돈을 만드는’ 자본주의 특성도 사라지고 있다”라면서 자본이 자기 증식을 못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일본 대장성(현재 재무성) 국제금융국장을 역임한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경제분석가와 함께 『자본주의의 종말, 그 너머의 세계』(테이크원, 2017)에서 근대 자본주의가 최종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다시 밝혔다.
이매뉴얼 월러스틴 미국 사회학자와 랜들 콜린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명예교수는 『자본주의는 미래가 있는가』(창비, 2014)에서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가 “필연적이고 최종적인 위기 국면에 들어섰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2050년을 전후한 시기에 ‘자본주의 이후’로의 이행이 일어나리”라고 예측했다.
특히 월러스틴은 “현 세계의 위기가 자본주의라는 체제에 내재하는 속성에서 비롯한다”라고 진단하며 “자본주의의 가장 지배적인 특징은 자본의 끝없는 축적인데 이윤 창출의 한계에 부딪혀 자본주의는 정상 상태로의 회복이 불가능한 국면을 맞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 콜린스는 기계화로 인한 인간 노동의 대체로 “자본주의의 위기관리 면에서 주요 역할을 맡아온 중간계급이 점차 하층민으로 전락하고 있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지난날 자본주의가 어떻게 노동의 기술적 대체로 인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는지 탈출로를 설명하며 “이 탈출로들이 모두 봉쇄되었다”라고 진단했다.
볼프강 슈트렉 독일 쾰른대학교 교수는 『자본주의는 어떻게 종말을 고하는가』(뉴레프트리뷰, 2016)에서 자본주의의 종말을 단언했다.
그는 “고대 로마가 망하고 중세 체제가 성립하기까지 40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듯이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 체제가 수립되기까지 인류는 긴 ‘공백 기간’의 혼돈과 시련과 고통을 겪을지도 모른다. 자본주의는 붕괴가 계속됨에 따라 정치적 저항이 발생하고 집단적 개입을 위한 수많은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 체제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우려했다.
자본주의가 우월하고 영원할 것이라고 하던 서방 사회에서 이제 자본주의의 종말을 예고하는 주장들이 펼쳐지는 것이 자본주의가 맞이한 오늘날의 현실이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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