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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전야와 같다”···무인기 사태에 대한 접경지역과 각계의 우려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4/10/18 [15:31]

“전쟁 전야와 같다”···무인기 사태에 대한 접경지역과 각계의 우려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4/10/18 [15:31]

한국의 무인기가 세 차례에 걸쳐 평양에 침투해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는 보도 이후에 윤석열 정권이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북한의 처지에서는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침투했다는 사실에 대해 자국에 대한 전쟁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왜냐하면 무인기는 최근 전쟁에서 자주 사용되는 공격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용현 국방부장관은 “무인기를 보낸 적이 없다”라고 했다가 “군이 무인기를 보냈는지 확인해 줄 수 없다”라고 말을 바꿔 사실상 한국 정부가 보낸 것이라고 시인한 셈이 됐다.

 

그리고 무인기로 인해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을 한국 정부가 독단적으로 하기에는 무리라면서 미국의 지시 혹은 승인이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구역 상공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무인기.     

 

“전쟁 전야와 같다” 접경지역의 목소리

 

국민도 무인기 사태를 매우 우려하면서,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무인기 사건이 보도된 다음 날인 12일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0차 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인천광역시에 사는 70대 여성은 아래와 같이 말했다.

 

“윤석열이 죽으려면 자기 혼자 죽지, 왜 국민의 생명까지 위협하는가. 전쟁 나면 우리 모두 죽는다. 윤석열이 위기에 몰리니까 이런 사건을 일으킨 것 아닌가.”

 

경기 과천시에 사는 80대 남성은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한 김용현 장관의 해명을 두고 윤석열 정권이 전쟁을 조장하려고 무인기 사건을 꾸몄다고 말하기도 했다.

 

높아지는 전쟁 위기를 체감하는 사람들은 접경지역의 주민들이다.

 

먼저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윤숙희 씨는 “16일 오후 3시경 고양시 하늘에서 10여 분 동안 요란한 소리가 났다. 훈련 비행인지, 전투기가 날아가는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요란한 소리만 났을 뿐인데도 시간이 마치 정지된 듯, 공포감이 엄습하면서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라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윤 씨는 “고양시에서 북의 전방으로 들어가는 파주, 문산, 적성, 연천 등 접경지역 사람들은 이런 소리가 더 가까이, 더 자주, 들릴 텐데 얼마나 상황이 기가 막힐까”라고 우려했다.

 

윤 씨는 무인기 사태와 관련해 “북한을 비방하는 전단을 무인기로 살포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는데, 정부는 왜 아무 일 없는 듯, 별일 아닌 듯, 제대로 된 정보도, 경위도 국민에게 알려주지 않는지 답답하고 분통이 터진다”라고 윤석열 정권에 대한 분노를 표했다.

 

고양시보다 더 군사분계선 인근 지역인 강화도·김포시·파주시·연천군의 분위기를 알아봤다.

 

강화도에 사는 박현철 씨는 최근 대북 방송에 대응해 북한의 대남 방송도 수위가 높아졌다고 전했다.

 

박 씨는 “한국에서 대북 방송을 다시 시작했고 거기에 맞춰서 북한에서 대남 방송을 하고 있다”라며 “대북 방송, 대남 방송을 보는 강화도 주민들은 이미 ‘전쟁 중’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박 씨는 “강화도 주민들은 특히 6월 들어 전쟁에 대한 체감도가 높아졌는데 무인기 사건까지 터지니 전쟁 체감도는 더 높아졌고, 언제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16일에 사격 소리가 났다. 평상시에는 사격 소리가 나다가 멈췄다가 반복하는데 16일의 경우 10분인가 20분 동안 사격 소리가 계속 났다”라며 긴장된 분위기를 덧붙였다.

 

박 씨는 대북 전단 살포,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남북 합의 파기 그리고 이번 무인기 사건까지 언급하며 한반도 전쟁 위기의 주범이 윤석열 정권이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김포시에 사는 안승혜 씨는 “불안이 일상이 된 현실이 개탄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씨는 “무인기까지 평양에 보내 전쟁을 도발하면서도 남북 긴장의 책임을 북한으로 돌리는 정부의 태도가 한심스럽다”라며 “얼마 전 오물 풍선이 공중에서 터지면서 동네 초등학교에 떨어지는 일이 있었다. 아이들도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있다”라고 지역의 분위기를 전했다. 

 

안 씨는 “우리 정부가 탈북단체의 전단 살포 행위를 막고 엄중히 처벌하면 될 일인데 일부러 방조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라며 “대통령 탄핵의 이유가 차고도 넘치지만 우리가 당장 탄핵해야 하는 이유는 전쟁을 막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최근 극우 탈북자 단체가 대북 전단을 주되게 살포해 지역에서 긴장감이 감도는 경기도 파주시에 사는 이재희 씨는 격앙된 목소리로 “현재 중무장한 군인들이 파주 시내까지 있고 비상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최근 정찰기 소리가 들리고 파주 상공에 비행기를 전에는 본 적이 없는데 최근에는 비행기를 자주 본다”라고 덧붙였다.

 

계속해 이 씨는 지금의 분위기를 “전쟁 전야” 같다며 ‘파주 시내에 군인이 있는 것, 통일대교에서 검문하는 장교들이 방탄 모자를 쓴 것, 실탄이 지급되는 것, 장병의 외출·외박이 줄어드는 것’ 등을 언급했다.

 

이 씨는 민통선 안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출입 통제를 당하는 일은 거의 드문 일인데 지난 15일 북한이 철도와 도로를 폭파하는 날 출입 통제를 당했다고 한다. 

 

2015년 8월 목함지뢰 사건으로 남북이 전쟁 직전까지 갔을 때 민통선 출입이 통제된 바 있다. 

 

이 씨는 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그만큼 현재 국면이 심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파주시처럼 대북 전단 살포로 몸살을 앓았던 연천군의 분위기는 어떨까.

 

연천군에서 자영업을 하는 박충식 씨는 무인기 사건과 관련해 “북한에서는 한국이 무인기를 보냈다고 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으니 북한 측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초부터 전쟁 위기가 심각했는데 무인기 사건으로 동네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더 커졌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심리적으로 불안하니까 사람들이 저녁쯤이면 동네를 돌아다니지 않는다. 분위기가 더 스산하다”라고 말했다.

 

연천군에 있는 군부대의 장교들은 거의 비상 상황처럼 영내에 대기하고 있으며, 부대의 훈련도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박 씨는 “전쟁 위기가 심해지면서 연천군의 관광도 줄어들고, 지역 경제가 많이 안 좋아졌다. 그러다 보니 보수든 진보든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크다. 겉으로 표현을 하지 않아도 모두 부글부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평화가 민생”이라고 강조했다.

 

 정권 위기 벗어나려고 국지전 반발 노린 것 아닌가

 

야당과 시민단체는 무인기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정권이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국지전 발발을 노린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국민주권당은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무인기는 현재 전쟁에서 흔히 쓰이는 공격수단”이라며 “북한 주장에 따르면 무인기가 조선노동당 청사 상공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하는데, 북한이 지도부에 대한 공격 행위로 판단하고 군사 대응을 했다면 자칫 핵전쟁까지도 날 수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이 정권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국지전 발발을 노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짚었다. 

 

국민주권당은 지난 15일부터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72시간 긴급 정당연설회에 돌입해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자고 호소하고 있다. 

 

진보당도 13일 브리핑에서 “지금 이 순간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라며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위험천만한 긴장 고조 행위들은 모두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라며 무인기 사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시민단체들도 무인기 사건으로 촉발된 전쟁 국면을 우려하며 윤석열 정권을 비판했다.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는 11일 논평에서 “윤석열 정권의 대북 적대 강경 행보가 전쟁을 부르고 있다”라며 “정권 위기를 전쟁 위기로 돌파하려는 윤석열을 탄핵하자”라고 주장했다.

 

자주연합 준비위는 12일 성명에서 “지금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전쟁 전야를 방불케 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사소한 군사 충돌도 국지전, 전면전으로 비화할 위기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이) 민생·민주·평화 파탄에 김건희 국정농단과 부정, 비리가 속속 드러나 지지도 약 20%까지 추락하니 무인기 침투-전쟁 도발에 더욱 매달려 위기를 모면”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주통일평화연대는 12일 성명을 통해 “한반도의 군사 충돌은 곧 핵전쟁”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이 대북 전단 살포 등 심리전 행동을 계속 이어가는 것은 국민 생명을 볼모로 전쟁을 유도하겠다는 초대형 도발이라고 우려하며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촛불행동도 12일 성명에서 “남북관계가 완전한 적대관계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대북 전단 한 장이 한반도를 전쟁의 참화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라며 “전쟁을 부르는 모든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 (윤석열) 탄핵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가장 절박한 문제가 되었다”라며 “탄핵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길”이라고 호소했다.

 

이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는 기자회견과 촛불집회 등을 열고 있다.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종교·시민사회 연석회의, 자주통일평화연대, 한반도평화행동 등은 지난 15일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을 향해 국민 생명을 볼모로 충돌을 계속 조장하고 있다며 한반도에서 일촉즉발의 충돌 위기를 막자고 호소했다.

 

▲ 17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평화촛불.  © 문경환 기자

 

그리고 17일 오후 7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전쟁을 막자! 평화를 지키자!’라는 내용으로 평화촛불이 열렸다. 

 

평화촛불은 국민주권당,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용산촛불행동 등 25개 정당·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국민주권당이 평화촛불을 제안한 지 하루도 안 되어서 25개의 정당·단체가 참여했다는 것은 한반도의 전쟁 위기가 심각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자주통일평화연대,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준), 전국민중행동은 19일 오후 5시 서울 덕수궁 돌담길에서 ‘전쟁 조장 윤석열 정권 퇴진’ 반전평화대회를 긴급하게 연다.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으로 전쟁 발발을 걱정하는 국민과 각계의 움직임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윤석열 정권의 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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