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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러시아 파병설’, 그 진실은?

이인선 기자 | 기사입력 2024/10/18 [16:30]

‘북한군 러시아 파병설’, 그 진실은?

이인선 기자 | 입력 : 2024/10/18 [16:30]

최근 우크라이나는 북한군 1만 명이 러시아 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이 알려진 것은 우크라이나 언론 ‘키이우 포스트’ 보도를 통해서였다.

 

우크라이나 언론 ‘키이우 포스트’는 10월 4일(현지 시각) 도네츠크 인근 러시아 점령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격에 북한 장교 6명을 포함한 군인 20여 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키이우 포스트는 10월 15일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많은 사상자로 인해 최전선에서 심각한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핵심 동맹국인 북한이 무기와 군사 장비만이 아니라 인력 공급 등 대규모 지원을 제공하려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보도했다.

 

또 10월 16일에는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군 보병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 지대로의 배치 및 러시아군의 병력 순환을 도우려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서방과 한국은 이를 근거로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북한 정규군, 군 기술자 등을 파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증거는 없다. 서방 역시 이를 인정하면서도 북한군 파병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10월 16일 한국 기자의 질문에 “확인된 보고는 없지만 북한은 이미 기술적 측면에서 러시아의 군사적 노력을 지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뤼터 사무총장은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것을 주문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10월 17일 “북한군이 러시아나 우크라이나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와 견해들을 분명히 봤다”라며 “다만 그 보도를 확인하거나 입증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17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만났다.  © 젤렌스키

 

그렇다면 ‘북한군 러시아 파병설’이 등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제시되는 것 중 하나가 지난 6월 체결된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북러조약)이다.

 

북러조약 4조에 따라 북한이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지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방이야말로 전쟁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며 전쟁을 조장한 데 이어 전쟁이 발발하자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전쟁 초부터 우크라이나에 무기도 주고, 우크라이나군을 자국으로 데려가 훈련도 시켜 주고, 자국 용병 참전까지 용인해 주며 적극적으로 전쟁에 개입하고 있다.

 

즉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는 것은 문제지만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식이다.

 

‘북한군 러시아 파병설’이 나온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선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발표한 ‘승리 계획’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0월 16일 우크라이나 의회(최고 라다)에서 “늦어도 내년까지는 전쟁을 끝낼 수 있다”라며 ‘승리 계획’을 발표했다.

 

‘승리 계획’의 주된 내용은 ▲종전 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러시아 영토 공격을 위한 서방 지원 및 장거리 무기 사용 제한 해제 ▲우크라이나 영토에 비핵 전략무기 배치 ▲우크라이나 천연자원에 대한 보호 및 서방과 공동 개발, 대러 제재 강화 ▲종전 후 우크라이나군의 전문성 활용으로 나토와 유럽 방위 강화, 유럽 주둔 미군을 우크라이나군으로 대체 등이다. 

 

결국 우크라이나 자원을 나토에 줄 테니 확실히 지켜달라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승리 계획’이 주로 외국에 의존하는 “힘을 통한 평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총사령관이었던 발레리 잘루즈니 영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10월 17일 서방국들이 우크라이나에 충분한 무기를 제공하지 않아 반격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점들을 토대로 볼 때, 우크라이나는 ‘북한군 러시아 파병설’을 명분으로 나토군 등 서방 군대의 참전을 끌어내려는 것으로 판단된다.

 

‘북러 무기 거래설’로 서방의 무기 지원 명분을 세운 것처럼 이번엔 ‘북한군 러시아 파병설’로 서방의 군대 참전 명분을 세우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한다는 것은 곧 나토가 러시아와의 전쟁에 군대를 파병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나토 공동방위조약 5조에 따라 회원국 중 한 나라가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을 경우 이를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물론 분쟁 중인 나라는 나토에 가입할 수 없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기는 어렵다.

 

▲ 우크라이나에서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024년 8~9월 818.4제곱킬로미터 면적의 영토를 점령했다. 이는 2023년 전체 148.6제곱킬로미터를 점령했던 것보다 5.5배 많은 수치다.

 

서방은 ‘북한군 러시아 파병설’을 근거로 러시아가 북한군의 도움을 받을 만큼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과연 사실일까?

 

현재 러시아는 지난 8월 쿠르스크주로 공격해 온 우크라이나군을 천천히 몰아내며 우크라이나군을 쿠르스크주에 묶어두고 있다. 그와 동시에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지역에서 매주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024년 8~9월 818.4제곱킬로미터 면적의 영토를 점령했다. 이는 2023년 전체 148.6제곱킬로미터를 점령했던 것보다 5.5배 많은 수치로, 면적 상 서울(605.2제곱킬로미터) 또는 부산(771.3제곱킬로미터)을 두 달 만에 점령한 셈이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최근 쿠르스크주에서도 쫓겨나고 있으며 점령당한 영토를 탈환하지도 못하고 있다.

 

서방에서 발표한 추산에 따르면, 분쟁이 시작된 이래 우크라이나군의 손실은 180만 명에 달하며, 이 중 78만 명이 사망했다. 2024년 6월부터 10월 중순까지 우크라이나군의 손실은 매달 최대 5만 5천~6만 5천 명에 달한다고 한다.

 

또 데니스 시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10월 15일 “우크라이나 전체 화력발전의 거의 90%가 (러시아군에 의해) 파괴되거나 손상되었다”라고 인정했다.

 

안드리안 프로킵 우크라이나 미래연구소 에너지 프로그램 책임자는 9월 25일 “가을, 겨울에는 우크라이나에서 하루 8~10시간 동안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영하 10도일 경우 18시간 동안 빛이 없을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옥센 리소비 우크라이나 교육과학부장관은 10월 11일 올해 여름에만 10~11학년(17~18세) 학생 30만 명이 우크라이나를 떠났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서방, 한국 등은 ‘북러 무기 거래설’, ‘북한군 러시아 파병설’ 등을 꺼내고 있는 것이다.

 

이번 ‘북한군 러시아 파병설’과 관련해 러시아의 입장은 분명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이 10월 10일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또 다른 정보 제공용 헛소문으로 판단된다”라고 비판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10월 16일 브리핑에서 “젤렌스키와 우크라이나 정권의 다른 대표자들의 진술에 대한 가치는 이미 알려져 있다”라며 “매일 새로운 주장이 나타난다. 이런 주장을 하는 것보다 자신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년 동안 그들은 러시아군에 의해 부차에서 ‘학살된 이들’의 목록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라며 “우리도, 유엔 사무총장도, 언론인도 우크라이나 정권이 부차에서 러시아 침략의 희생자로 제시한 사람들의 명단을 제공받지 못했다”라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정권이 말하는 것 중 어떤 것도 일어나지 않았다”라며 “분명히 그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그랬던 것처럼 그곳의 모든 사람을 죽인 후 그들을 내버려 놓은 다음 다른 이들의 행위로 넘겼다”라고 라며 ‘부차 학살’이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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