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이 29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 토론회 ‘우리가 전쟁에 참여할 이유가 있는가?’를 열었다. 토론회 참여자들은 ‘북한군 파병설, 그리고 윤석열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토론했다.
이번 토론회는 북한군 러시아 파병설이 흘러나오고 윤석열 정권이 우크라이나에 파병과 살상무기 지원을 검토하는 등 전쟁 위기가 격화하는 가운데 마련됐다.
사회를 맡은 신미연 진보당 자주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모든 정보는 국정원이 가지고 있는데 발표한 정보를 믿자니 그동안 국정원이 국민한테 했던 일들이 생각났다. 너무 많은 것들을 당해왔다. 하필 무인기 사건, 명태균 사건이 터진 시기에 이런 국정원발 정보가 쏟아졌다”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이 사태가 이해될 수 있도록” 토론회를 열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인사말에서 “서방 언론에 국한된 정보의 한계를 벗어나는 많은 얘기를 들을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라며 “남의 나라 전쟁에 어떤 형식으로든 대응한다는 것이 어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고 국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너무 간과하고 있는 것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는 인사말에서 윤석열 정권을 향해 “국정원발 정보로 위험천만한 길로 나아가고 있어서 많이 우려된다”라며 “북풍”,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위험한 도박”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제관계 전문가인 이해영 한신대 교수와 예비역 준장·군 역사학자인 한설 전 육군 군사연구소 소장이 발제했다.
첫 번째로 이해영 교수가 발제했다.
먼저 이해영 교수는 북한군 파병설에 관해 2주 동안 흐름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권이 북한군 파병설에 관해 “10월 13일 전까지는 파병이 아니라 ‘파견’이고, 병력이 아니라 ‘인력’”이라고 했지만 10월 18일 국정원이 북한군 파병설의 증거라며 이른바 위성사진을 들이민 뒤, 북한군 파병은 사실이라고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는 것이다.
또 “10월 24일 처음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군 파병설에 관한 입장을 밝혔는데 듣고 보니 파병을 부인하지 않았다, 파병이 기정사실이라고 하면서 미국과 나토에서도 파병을 확인했다고 했다”라면서 “이렇게 지난 2주 동안 (북한군 파병설이라는) 스토리텔링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는 “미국이 처음에는 북한군 파병설에 확인 불가라더니 그다음부터는 확인했다고 말을 바꿨다. 미국은 ‘한국군이 저렇게 우크라이나에서 열심히 싸우겠다는데 한국군에 낫 배드(Not Bad·나쁘지 않다)라고 말 한마디 거들어주면 한국군이 우크라이나에 온다는 거 아니냐’(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미국의 의도를 짚었다.
이해영 교수는 10월 24일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북러조약을 적용할지 말지 한다면 어떻게 할지는 우리가 만나서 결정’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분석하며 “이게 파병이냐? (아니냐?), 별로 어려운 판단은 아니”라면서 북한이 러시아에 군대를 파병하지 않았다고 바라봤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북러조약을 토대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라면서 “무엇보다 우리는 북러조약 제4조의 이행과 관련해선 적절한 협상을 해야 한다. 우리는 북한 동료들과 접촉하고 있으며 이 과정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해영 교수는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 800만 발을 지원했다는 국정원발 주장에 관해서는 “러시아군은 하루에 만발을 쏜다. 어마어마한 양”이라면서 “그런데 북한이 포탄을 지원했다면 러시아는 연간 포탄 300~400만 발을 왜 생산한다는 거냐. 좀만 생각해 보면 앞뒤가 안 맞는다”라고 꼬집었다.
또 러시아가 이미 우크라이나 전장에 70만 명을 투입했다며, 미국이 러시아에 들어와 있다고 주장하는 ‘북한군 5천 명’이 우크라이나에서 달리 할 일이 없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전쟁에서는 산더미 같은 화물과 수송기가 움직인다. 그런데 북한군 5천 명이 장비도 없이 갔다는 것인가? 러시아 장비를 빌려 쓴다면 가능하겠지만 최소한 6개월은 훈련받아야 한다. 러시아군도 예비군이 들어오면 6개월 훈련을 새로 시킨다. (훈련도 하지 않고) 투입되면 떼죽음”이라며 “그런 (북한군 파병이라는) 바보 같은 짓을 러시아 총참모부가 하리라고 보나, 그리고 북한이 그런 결정을 할까?”라면서 북한이 군대를 러시아에 보내려면 준비 과정에만 1년은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속해 이미 러시아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막바지에 러시아가 굳이 북한에 파병을 요구할 이유도, 북한이 파병할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해영 교수는 우크라이나군 당국이 북한군 파병설을 흘린 또 다른 목적으로 나토에 파병을 요구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짚었다. 패배로 몰린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파병설을 통해 위기감을 부추겨 나토의 파병을 유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언론은 (우크라이나가 공개한) 자료를 언제 검증했기에 파병을 확정”하냐고 쓴소리하면서 “한국 (사회) 전부가 우크라이나의 정보전 또는 심리전에 놀아나는 형국”이라고 개탄했다.
이해영 교수는 “국정원이 공개한 위성사진의 일부를 빼고 다른 자료는 우크라이나군 당국이 제시했고 원본을 공개하지도 않았다”라는 점에서도 우크라이나군 당국과 국정원이 흘린 북한군 파병설은 거짓이라고 진단했다.
두 번째로 한설 전 육군 군사연구소 소장이 발제했다.
한설 전 소장은 “사건(북한군 파병설)을 보는 관점부터 말하고 싶다. 현재 윤석열 정권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병력을 보내느니 마니 하는 얘기는 일상적인 일들이 아니다. 국제, 지정학적 측면에서 격변을 겪고 있는 시기에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라면서 “지정학적 격변이라고 하면 일극 체제가 붕괴하고 새로운 국제 질서가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게 우크라이나 전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전쟁에 한국이 갑자기 무기를 보낸다는 것, 그 이유가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하면 우리가 무기와 병력을 보내서 우크라이나 편에서 전쟁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 없다. 그 이유를 만들고 대중과 국민의 눈을 현혹하고 판단과 이성을 마비시키기 위한 (국정원의) 정보공작”이 이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국정원은 그냥 기관이 아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국가급 차원의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한다. (그런데도 지금) 국정원의 정보는 오로지 대통령의 의사결정을 위해 만들어지고 있다”라고 했다. 또 이번 북한군 파병설로 드러난 “허접한 정보공작”은 실무에 투입되는 요원이 아닌 국정원장 등 책임자가 개입했을 것으로 바라봤다.
그러면서 국정원이 북한군 파병설을 흘린 이유에 관해 ▲윤 대통령이 김건희 씨의 국정농단 문제와 무인기 문제를 덮으려는 목적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승리가 확실한 상황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선의 급속한 붕괴를 막고자 한국에 병력과 무기를 요구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국정원이 매우 구체적으로 특정해서 폭풍군단 11군단, 4개 여단 1만 2천 명, 포탄 800만 발 지원 등의 정보를 발표했다. 이 정보가 사실인지 아닌지 매우 궁금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원이 오판한 것이거나 고의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설 전 소장은 한국이 북한군 파병설을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고 병력을 파병하면 러시아의 보복이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외부 제재와 위협에 매우 취약한 전략적 환경으로 식량, 에너지 어느 하나 우리가 생산하는 것이 없다. 한국은 상품을 만들어 교역해서 먹고사는 나라다. 교역하는 나라는 절대 어느 나라와도 척을 지면 안 된다. 북한과도 척지면 안 된다”라며 “러시아가 한국에 할 수 있는 압박과 제재는 거의 무제한이다. 아직도 한국은 러시아로부터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주요 광물을 다 수입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한국의 처지를 바로 알아야 한다고 했다.
또한 “유사시 러시아가 한반도에 직접적인 군사개입을 할 수도 있다. 우리가 당할 피해는 무지막지하다.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함으로써 얻을 국가 이익은 아무것도 없다”라며 이런 면에서 “윤석열 정권이 북러협력을 안보 위협이라 본 건 위선”이라고 일갈했다.
이는 북러협력이 한국에 위협이 된다고 부추기는 윤석열 정권의 행위 때문에 오히려 한국이 훨씬 위험해졌다는 진단이다.
마지막으로 각 발제자가 전망과 평가를 밝혔다.
이해영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목적은 벨라루스, 이란, 튀르키예, 북한 등을 아우르는 ‘유라시아 안보 시스템’을 만들려 하는 것이기에 “북러조약은 대단히 중요하다”라면서 “푸틴의 전후 구상이란 점에서 보면 북한의 파병은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든다. 북한군이 없어도 되는데 굳이 불러들여서 완전히 완성되지 않은 전후 구상”을 망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종합적 판단으로는 현재 이 시점에서 (북한이) 북러조약 4조를 적용해서 군사를 보낼 필요는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한설 전 소장은 “주권국가들끼리 합의 파병은 각국이 결정한 것이고 권리다. 그들의 결정, 그들의 행위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신중하게 돌아봐야 한다면서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데 마치 큰일이 있는 것처럼 과잉 대응하면 우리가 당하는 손실이 너무 크다”라고 주장했다.
앞으로도 북한군 파병설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올 듯하다.
아래는 토론회 전체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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