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는 기획된 경찰의 폭력 집회 방해로 시작부터 안정된 대회를 할 수 없었다.
대회에 앞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16개 산업별 연맹은 서울 도심 14곳에서 사전대회를 열고 “윤석열 정권 퇴진”을 촉구하며 행진했다. 그러나 경찰은 대열이 본 대회가 열리는 숭례문 앞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봉쇄했다.
경찰은 특수진압복과 방패 그리고 삼단봉으로 완전 무장하고 노조원과 민중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 허가받은 집회 장소인 차도 안으로 밀고 들어오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11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100여 명이 부상했으며 일부는 병원으로 후송됐다. 집회도 예정보다 1시간 가까이 지연됐다.
이미 이들 공권력은 고의로 충돌을 유도해 집회를 처음부터 원천 봉쇄하기 위해 대응 수위를 점검하는 것 같았다.
대회는 혼란 속에서도 민주노총 사회자와 사무총국의 발 빠른 대응으로 빌미를 주지 않고 마무리했지만, 이후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4차 촛불대행진’과 ‘국정농단 윤석열 OUT 시민촛불대행진’에 영향을 미쳤다.
불의한 정권에 맞선 ‘정권 퇴진’ 투쟁의 역사는 초대 권영길 위원장 시절부터 있었다
민주노총은 1995년 11월 11일 창립선언문에 “민주노총으로 결집한 우리는 인간다운 삶과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노동조건의 확보, 노동기본권의 쟁취, 노동 현장의 비민주적 요소 척결, 산업재해 추방과 남녀평등의 실현을 위해 가열차게 투쟁할 것이다.
나아가 우리는 사회의 민주적 개혁을 통해 전체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함과 더불어 조국의 자주, 민주,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가열찬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라며 분명히 노동·정치 투쟁 방향을 밝히고 출범했다.
특히 ‘정권 퇴진 투쟁’은 초대 민주노총 권영길 위원장 시절부터 있었다.
1996년 12월 26일 새벽 김영삼 정부의 신한국당이 국회에서 ‘노동법’과 ‘안기부법’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노동법’ 개정안은 복수노조 허용, 정리해고제·변형근로제 등 새로운 근로 관행의 도입, 파업 기간 중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 동일 사업장 내 대체근로와 신규 하도급 허용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당연히 민주노총(권영길)과 한국노총(박인상)은 일제히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고 교섭력을 약화하는 개악이라며 총파업 등 반대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강준만은 『한국현대사 산책 1990년대 제2권』(인물과사상사, 2006)에서 당시 요동치는 노동 정국 상황을 설명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즉각 무기한 총파업하고 한국노총도 창립이래 첫 총파업을 선언했다. 민주노총의 즉각 파업 선언에 따라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 제조 4사 사업장 등 전국 100개 사업장에서 15만여 명이 파업, 조업이 전면 중단됐다. 민주노총 위원장 권영길은 ‘정부가 노동법 무효를 선언하고 대화를 제의하지 않으면 총파업 투쟁을 내년 봄 임금·단체협상 투쟁, 연말 대선 투쟁까지 이끌어 갈 계획’이라며 ‘공권력으로 파업을 진압할 경우 정권 퇴진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불의한 정권과 공권력에는 단호하게 대처했다.
지난 9일 대회에서도 민주노총은 단호했다.
그러나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11명이 연행돼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 이들 중 10명은 민주노총 조합원이었다.
특수진압복과 방패 그리고 진압봉의 공권력에 단호하게 맞선 민주노총
‘2024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는 서울 숭례문부터 시청역까지 세종대로 전 차로와 인도를 메운 채 진행됐다.
경찰은 세종대로 9차로 중 7개 차로만 집회 구역으로 설정했으나, 다른 곳에서 사전대회를 연 참가자들이 본무대가 있는 숭례문 앞으로 합류하는 과정에서 대로 전체가 집회 현장이 됐다. 경찰은 집회 신고 범위를 벗어났다며 이를 통제하려 했지만, 당시 대회에 참가한 필자의 눈으로 본 현장은 그것이 아니었다.
경찰은 특수진압복과 방패 그리고 진압봉으로 완전 무장하고 바리케이드를 치며 노조원을 밀어붙였다.
경찰 진압부대는 처음부터 허가받은 집회 장소까지 밀고 들어오려고 마이크로 경고 방송을 하면서 집회를 방해했다. 그러자 사회자가 대회를 중단하고 경찰 집회 방해에 대응해야만 했다. 사회자는 같은 장소에서 이후 진행되는 행사 관계자 측에 양해를 구하고 경찰 대응에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정리했음에도 불구하고 1시간이나 지연이 되었다.
서울경찰청은 10일 “불법 행위자들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 등 엄정 수사할 것이며 이와 같은 불법을 사전 기획하고 현장 선동한 민주노총 위원장 등 집회 주최자들에 대해서도 신속하고 엄정하게 사법처리하겠다”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에 반박해 당일 바로 성명을 냈다. 성명 일부이다.
“오늘 민주노총이 개최한 2024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에 참가한 10만 여명이 ‘윤석열 정권 퇴진’을 외쳤다. 특수진압복으로 무장한 경찰은 집회 장소로 이동하거나 집회 장소에 앉아 있던 조합원들을 갑자기 방패로 밀어붙이며 충돌을 유발했다.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조합원 10명이 폭력 경찰에 의해 연행되고 조합원 다수가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중략) 오늘 충돌을 유도한 경찰 난입은 공안정국을 조성해 정권 위기를 모면하고자 하는 발악이다. 윤석열 정권 퇴진 광장을 열고 있는, 가장 위력한 존재인 민주노총에 대한 공포의 발로일 뿐이다. (중략) 윤석열 정권에 경고한다. 정권은 폭력으로 지킬 수 없다. 민주노총은 폭력을 행사하며 국민의 목소리를 억누르는 윤석열 정권을 반드시 끌어내릴 것이다. 11.20 2차 총궐기, 12.7 3차 총궐기에서 퇴진 광장을 열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것이다.”
윤석열 정권은 이미 공권력을 이용한 강경 진압뿐만 아니라 공안탄압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공안 탄압에 당당하게 맞서는 민주노총
2020년 12월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과 인권 침해, 사건 조작 등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3년 유예기간이 끝나는 올해 1월 1일부터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됐다.
그러나 작년 3월 15일 한겨레는 단독 보도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노총 거론하며 ‘국정원 대공 수사권 폐지는 잘못’”이라며 국힘당 새 지도부와 첫 만찬 자리에서 국정원의 민주노총 수사를 언급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국민의힘 새 지도부와 첫 만찬 자리에서 국가정보원의 민주노총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수사를 거론하며 ‘국정원 대공 수사권 폐지는 잘못됐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 만찬 뒤 국민의힘 지도부는 국정원 대공 수사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민주노총 때리기에 나섰다.
14일 한겨레가 전날 만찬 참석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대공 수사는 하루 이틀 해서 되는 게 아니라 5년, 10년 해야 한다. 국정원이 대공 수사를 못하게 하는 건 잘못됐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2022년 연말부터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조중동과 수구 적폐 언론사들은 앞다투어 소위 ‘간첩단 사건’을 조작 보도했다.
이들은 아직 기소조차 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 불법적으로 입수한 영장에 적시된 내용만으로 피의사실 공표 및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무고한 민주노총, 전농, 진보당 등 진보 활동가들을 간첩으로 몰아갔다. 또한, 국가정보원과 공안당국은 불법적인 피의사실 공표뿐만 아니라 피의자들에 대한 압수수색과 구금 및 수사 과정에서도 심각한 위법행위와 인권 침해를 가했다.
지난 9월 23일에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최고 20년에서 최소 3년까지 징역형과 자격정지가 구형되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활동해 온 조합원들이 이미 사라졌어야 할 구시대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근거로 검찰이 중형을 구형한 것은 민주노총에 대한 악랄한 탄압이다.
1996년 12월 26일 신한국당이 ‘안기부법’을 날치기 통과시킨 것과 관련해 강준만은 『한국현대사 산책 1990년대 제2권』에서 당시 야당인 국민회의의 긴급 간부회의와 의원총회 상황을 설명했다.
“간부회의에서 부총재 김근태는 ‘유신전야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고, 정책위의장 이해찬은 ‘안기부 예산을 대선자금으로 유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총재 김대중은 ‘고무찬양죄와 불고지죄에 대한 수사권을 안기부에 주려는 목적은 대선에서 이를 악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안기부법 개정을 저지하지 못하고 대선을 겪고 난 뒤 후회하면 늦으니 한 사람도 빠지지 말고, 뒤로 물러서지 말고 싸워달라’며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국가보안법에 대해서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진보당 또한 그 피해를 누구보다 많이 겪으면서도 대응에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진보정당답게 더욱 분발하여야 한다.
민주노총은 민중의 희망이다
2022년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가로·세로· 높이 1m의 철 구조물을 안에서 용접해 자신을 스스로 가둔 채 뜨거운 철 갑판 위에서 농성하며 “이대로는 살 수 없지 않습니까?”라고 절박하게 외쳤다.
그리고 작년에 자랑스러운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인 고 양회동 3지대장이 “노동자를 자기 앞길에 걸림돌로 생각하는 못된 놈 꼭 퇴진시키고,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꼭 만들어주십시오.”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신의 몸을 불사르며 분신했다.
어디 이것뿐인가!
화물노동자, 택배노동자 등 간접고용, 특수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작년 6월 27일 민주노총은 명운을 걸고 농민과 빈민 그리고 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본부 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민주노총은 민중의 희망이다.
민중은 단 하루도 윤석열 정권과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다.
탄압이면 항쟁이다.
민주노총과 전농 그리고 빈민 등 조직된 대오는 공권력의 폭력과 공안탄압으로부터 민중을 엄호해 “윤석열 정권 퇴진”에 적극 참가를 유도하는 힘이다.
총단결로 공권력과 공안탄압으로부터 민주노총을 사수하자!
민중의 힘은 위대하다!
민심을 이긴 독재정권은 없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로 결의를 대신한다.
“하루를 위해 투쟁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좋은 사람이다.
1년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더 좋은 사람이다.
여러 해 동안 투쟁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더욱이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평생을 두고 투쟁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절대 버릴 수 없는 사람이다.”
투쟁!!!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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