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문화 가꿔가기7] 북 소설 속의 힐러리 클린턴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6/09/26 [16:20]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북장편소설 역사의 대하     © 중국시민



반도의 통일은 물론 민족이 주도해야 되지만, 주변 강국들의 영향 또한 받기 마련이다. 그 가운데서 지금까지 영향력이 제일 큰 게 미국임은 다 아는 바이고, 미국의 대통령이 바뀌면 반도정책도 따라서 바뀌고, 반도 남과 북의 대응 또한 상응한 변화를 가져온 게 수십 년 역사이다. 2016년 미국 대선이 고작 수십 일 남았고 어렵사리 이뤄진 공화당의 트럼프와 민주당의 힐러리 대결구도가 힐러리의 “더위 먹어 쓰러지기” 때문에 커다란 변수를 만들고 미래의 미국 정치에 미지수를 조성한 상황에서, 힐러리의 당선만 희망사항이나 기성사실로 단정하고 트럼프 깎아내리기에 전력을 다하던 한국 언론과 보수인사들은 상당한 허탈감을 드러내는 판이다.


일이 어떻게 번지든 힐러리의 당선이 몇 십 % 가능성을 갖고 있는 터이라, 조선(북한)이 문학작품에서 힐러리를 어떻게 그렸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통일을 생각하고 통일문화를 가꿔가는데서 의미 없는 노릇은 아닐 것이다. 힐러리의 국무장관 시절 조선과 험한 말들이 오간 건 한국에서 제법 상세히 보도된 바이나(힐러리는 직접 발언, 조선은 매체를 내세워 풍자), 조선에서 많이 읽혀진 소설에서 힐러리가 어떻게 묘사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껏 소개한 사람이 없는 것 같다. 필자가 본 소설들 가운데서 힐러리가 등장하는 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주인공으로 하는 총서 《불멸의 향도》의 장편소설 《력사의 대하》(정기종 지음, 문학예술종합출판사 1997년 출판발행, 도합 503쪽)이다.

 

1993년 제1차 반도 핵위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들을 엮었는데, 재일동포 김명철 선생은 저서 《김정일 장군의 핵전략》에서 이 장편소설을 “실록소설”이라고 부르면서 한 대목을 인용했다. 1993년 봄 미국이 전쟁을 들먹일 때, 김일성 주석이 인민군의 지휘관들을 모아서 문답하는 대목이다.

 

 

<그래 적들이 핵전쟁을 일으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래 여러 차수들과 대장들 대답해보오. 적들이 미친듯 핵무기를 퍼부어 우리 조국땅을 불모지로 만들려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자리는 숨소리조차 없는 정적속에 묻혀버렸다.
침묵, 또 침묵……
바로 그때 김정일최고사령관이 한걸음 앞으로 나서 침묵을 깨뜨리며 불을 토하듯 말하였다.

 

<수령님! 만약 적들이 핵무기를 퍼부어 이 땅을 불모지로 만들려 든다면 미국도 결코 무사치 못할 것입니다. 조선이 없는 지구는 있을 수 없습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에 원자탄을 떨구어 수십만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미국이 오늘까지 50여년간이나 폭탄 한발 맞지 않고 살아오다보니 오만해질대로 오만해졌지만…… 안될 것입니다. 이 땅에 단 한 알갱이의 핵먼지라도 떨구는 날엔 미국은 불바다가 되고 말 것입니다!>

 

(실록소설 <력사의 대하> p319~p320)

 

 

실제로 이런 장면이 생겨나고 이런 대화가 한 글자도 차이 없이 오갔는지는 외부에서 누구도 모른다. 그런데 이 소설의 창작과정에서 저자 정기종이 여러 모로 고민이 많으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지도해주어 작품을 성공시켰다는 조선의 자료를 보면, 소설 속의 김정일 형상은 조선사람들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본인이 대외에 알리고 싶은 모습이라고 확언할 수 있다. 또한 소설 속의 미국 측 인물들인 클린턴이나 힐러리, 고어 등은 조선의 지도자와 문예일꾼들이 주로 조선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여 그려낸 형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나름대로의 가치를 가지기 마련이다.


아래에 주로 원문을 인용하면서 살펴보기로 하자. 원래 표기를 유지하다나니 클린톤, 힐라리 등으로 나왔음에 독자분들이 유의하시기를 부탁드린다.
3편과 마감으로 구성된 장편소설에서 힐러리는 제1편 12절에서 처음 등장한다.

 

 

클린톤은 금요일 저녁에 주말휴가를 떠날 계획이였다.
클린톤의 부인 힐라리가 그렇게 작정하고 전날부터 그 준비를 다그쳐온것이다. 힐라리는 이틀간의 일정을 짜면서 요트놀이와 낚시질, 골프와 메닭사냥에 각각 얼마만한 시간을 분배할것인가를 놓고 머리를 쥐여짰다. 떠날 때 무엇을 타고 가겠는가 하는것을 가지고 클린톤과 다투기도 하였다. 하여 승용차를 쾌속으로 몰아대는것을 무척 즐기는 클린톤이였지만 그의 의견을 쫓아 전용직승기로 캠프데이비드의 대통령별장(1959년 아이젠하워와 흐루쑈브 사이에 있은 회담 '캠프 데이비드 회담'으로 잘 알려져 있다)까지 날아가기로 했다.
이번의 주말휴가는 대통령으로서 빌 클린톤이 처음 가져보는 휴식이다. 지난 1월 23일 미국대통령으로 취임한이래 그는 정부각료들을 선발하고 행정부를 꾸리는 사업으로부터 세계적인 불안정에 대처하는 클린톤식 정치군사전략의 수립, 다망한 외교활동 그리고 선거전 때 국민들에게 철석같이 공약한 《미국경제재건》의 기틀을 마련하느라 동분서주하면서 언제 한번 맘편히 쉬여보지 못했던것이다.
그러나 인제는 한숨 돌리게 되였다. 힐라리가 특히 기뻐하였다.
오랜 변호사생활로 학자풍의 외모에만 신경을 써온 그 녀자는 법률가의 직업의식이 대단히 강한 편이였으나 대통령부인이 되면서부터 옷차림도 화려하게 하고 정치생활과 오락, 유희 등 모든 면에서 다양하고 생기발랄한것에 치우치기 시작하였다.
《빌! 이번 주말휴가에서 말예요.》 하고 힐라리는 오늘 아침 가족식당에서 말했었다. 《일체 정치적 문제나 법률용어들을 금지해요. 알겠어요?.… 루쏘의 《자연으로 돌아가라!》 이것이 우리의 이번 주말휴가 구호예요.》
그리고는 또 휴가기간의 일정은 물론 음악과 텔레비죤 종목, 매끼의 메뉴까지 자기의 의사에 절대복종해야 한다고 선언하였다.
드디여 별장으로 떠나기로 한 그 시각이 다가왔다.
오후 5시, 클린톤은 백악관 서쪽날개에 있는 집무실에서 본관 2층의 살림방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아무도 받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다시 딸의 학습방번호를 눌렀으나 거기서도 응답이 없었다. 무심코 중앙홀번호를 누르니 마침 그의 딸 첼시아가 받았다.
《첼시아!》
《아, 아버지세요?》 하고 딸은 아버지의 말은 듣지도 않고 기쁨에 겨워 부르짖었다. 《아버지, 나 끝내 성공했어요!》
《성공?… 무엇을 성공했다는거지?》
《뭔지 알아 맞춰 보세요. 아- 아니 내가 대줄게. 아버지, 이자 방금 《사랑의 꿈》을 뗐어요. 아유! 글쎄 오늘에야 마감까지 쭉 나가질 않겠어요!》
올해 12살나는 그의 딸 첼시아는 리스트의 피아노곡 《사랑의 꿈》을 오래전부터 련습해왔는데 후반부의 알페지오선률 때문에 매전 중도에서 끊어져서 울상이 되군 했었다. 그러던것이 오늘에서야 비로소 해결이 된 모양이다. 중앙홀에 대형그랜드피아노가 있으니 거기서 자기의 기쁨을 두드려대고 있다는것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
《아버지, 들어보실래요?》 딸은 벌써 전화기를 피아노 가까이 옮겨가는듯 했다. 《자, 이제 칠게요. 아버지, 잘 들어보세요》
잠시후 탁상전화확성기에서 피아노음악이 울려나오기 시작했다.
클린톤은 요즘 매일과 같이 의무적으로 들어오는 그 음악에 귀를 기울이면서 머리를 기웃거렸다. 지금 백악관 남쪽의 철책을 두른잔디밭 공지에서는 전용직승기가 대기하고 있을것이다. 집사들이 힐라리가 정해놓은 짐들을 바삐 날라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 문이 열리며 대통령수석보좌관 토마스 맥클라티가 들어왔다. 클린톤은 의아쩍은 눈길로 그를 쳐다보았다. 사전예고도 없이 그가 나타났다는것이 심상치 않았던것이다.
《무슨 일이요. 토미?》
클린톤은 이렇게 그를 어릴 때 애명으로 불렀다. 그들은 어린 시절 한고향인 아칸소주의 호프시에서 유치원을 같이 다녔던것이다.
《대통령각하.》 토마스는 군턱이 진 볼을 우물거리며 딱한 표정을 지었다. 《한가지 알려드릴 일이 있어서… 주말휴가가 끝난 다음 알려드릴가 했지만 중앙정보국장이 지금 꼭 알려야 한다고 우겨서…》
《뭐요. 어서 봅시다!》
클린톤은 그가 내밀어준 종이장을 받아들자 거기에 찍혀있는 글줄들을 눈으로 핥듯이 스쳐보았다. 그리고는 이게 뭐 어쨌단 말인가 하는 의미로 무표정한 토마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토마스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클린톤은 다시 그것을 읽어 보았다.

 

-요한네스부르그 20일발 에이에프피-


《남아프리카대통령 프레데리크 데 클레크가 오늘 케이프타운에서 진행된 국제회의에서 연설하면서 남아프리카가 핵무기를 가지고 있었다는것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자체의 핵잠재력을 마련할것을 목적으로 한 《제한된 핵견제계획》 실현이 1974년에 시작되였다고 통보하였다. 계획이 실현된 결과 6개의 핵탄이 생산되였다.》

 

두번씩이나 읽었으나 중앙정보국장을 흥분시킨것이 무엇인지 단번에는 리해되지 않았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나라들과 이스라엘이 남아프리카의 핵무기개발을 지원했다는것은 공개된 비밀이 아닌가. 그것을 켈레크대통령이 국제회의에서 공개했다고 해서 놀랐는가? 그러면 지금껏 그 누구도 급격히 변화되는 남아프리카의 정세 발전이 그러한 결과에까지 이르리라는것을 예측하지 못했단 말인가?!…
그의 눈치를 살피던 토마스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대통령각하, 이제 곧 윈에서는 국제원자력기구 2월관리리사회 회의가 시작됩니다.》
《?…》
클린톤의 두눈이 가늘게 쪼프려졌다.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국제원자력기구는 무시할수 없는 협력자이다. 그리고 그 기구의 관리리사회 회의들에 미국은 특별한 관심을 돌려왔었다. 클린톤자신도 2월관리리사회에서 기대한것이 있었는데 그것이 무엇이였던지 단번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회의에서는》 하고 토마스가 놀랍다는 의미로 어깨를 으썩하며 계속하였다. 《대통령각하의 제일 큰 관심사중의 하나인 북조선의 핵문제가 취급되는데 중앙정보국장의 말에 의하면 지금 북조선이 2월관리리사회를 앞두고 외교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클린톤은 한순간 아프도록 입술을 깨물고 나서 짓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 보도를 언제 받았소?》
《방금 대통령공보부에서 보내왔습니다.》
《…》
공보부에서 보내온것이라면 세계의 통신들이 한창 떠들고 있는 소식이라는것을 의미한다. 그는 습관된 손동작으로 탁자 한끝을 피아노건반처럼 두드렸다. 재빨리 생각을 굴릴 때마다 그렇게 하는데 버릇되여 있었다.
그를 지켜보고 있던 토마스가 물었다.
《어떻게 할가요. 각하?》
《우리끼리 있을 땐 그 각하라는 말을 빼고 하시오.》 하고 클린톤은 느닷없이 증을 내며 말했다. 《정부각료들중 누가 남아 있소?》
《예, 내부장관, 사법장관 그리고 재무장관과 상무장관 또…》
《됐소!》
클린톤은 손을 내저었다. 그 누구보다 꼭 필요한 국무장관이 없다. 국무장관 크리스토퍼는 외국려행중이였던것이다.
《국방장관과 중앙정보국장만 부르시오. 당장!》
바로 그때였다. 탁상전화확성기에서 첼시아의 토라진 목소리가 쨍쨍 울려나왔다.
《아버진 뭐야! 내 피아노연주를 듣겠다군 하구선 또 연설이야?… 난 몰라!-》
《오, 첼시아!》 하고 클린톤은 토마스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흘스쳐보며 말했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그렇게 됐구나. 하지만 어쩌겠니. 아버진 대통령이야》
《싫어, 싫어! 대통령은 연설만 해야 하나?》
《얘, 내말좀 들어. 응?! 이제 꼭 시간을 내서 들어보자꾸나. 하지만 지금은 그럴만한 일이 있단다. 도무지 짬을 낼수가 없어. 알겠지?… 오, 첼시아, 그럼 안녕!…》
그는 탁상전화기의 스위치를 끄고 토마스에게로 몸을 돌렸다.
《왜 그러구 있소. 빨리 그들을 오게 하시오!》
《어데로 말입니까?》
《여기, 아니, 면담실로 오게 하오. 국가안전담당특별보좌관도 부르시오. 그러되 누구도 개인서기나 속기원들을 데려오지 않도록 해야겠소.》
토마스가 나가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재빨리 탁자우의 서류들을 분류하여 모아놓았다. 그것들중 중앙정보부에서 보내온 극비서류만은 금고안에 넣고 쇠를 잠그는것을 잊지 않았다. 그런 다음 맞은편 벽면을 꽉 채운 서고를 바라보았다. 그 서고의 중간은 모두 텔레비죤수상기들로 차있었다. 늑슨대통령 때에만 해도 미국의 3대 텔레비죤방송국(에이비씨, 엔비씨, 씨비에스)의 화면들이 비쳐졌는데 카터시기엔 그후 비약적으로 발전한 씨엔엔방송국을 위한 텔레비죤이 하나 더 늘었다. 또 그다음부터는 국방부중앙통신쎈터에서 주관하는 위성통신중계 텔레비죤들이 하나둘 더 늘어나면서 인제는 대통령이 임의의 시각에 세계의 모든 지역에서 일어나는 사변들은 물론 로씨야의 한 농촌에서 밀을 수확하는 농부의 얼굴에 떠오른 수심어린 기색까지 볼수 있게 되였다.
그는 원격조종으로 여러대의 텔레비죤을 차례로 훑어보다가 마침 시사론평시간인 씨엔엔의 화면에 눈길을 주었다. 세계의 움직임에 민감한 방송국들이 벌써 클레크의 연설을 두고 제나름대로의 분석을 가하고 있는것이다.
《한편 스웨리예에 있는 한 연구소는》 하고 론평원은 말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가 1960년 초에 핵무기원료인 농축플루토니움을 생산하기 위한 비밀계획에 착수했다고 말한바 있습니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남아프리카와 이스라엘이 핵무기제조에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바 이스라엘은 남아프리카에서 우라니움과 핵시험장을 제공받는 대가로 이 나라에 핵전문가들을 파견하여 핵무기개발을 도와주었다는것입니다. 1979년 남대서양에서 있을 수수께끼의 《2중섬광》은 남아프리카의 한 섬에서 있은 이스라엘의 핵시험폭발이였다고 하면서…》
씨엔엔시사론평원의 해설을 들으면서 클린톤은 지금 북조선에서는 클레크의 이 충격적인 《고백》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가 하고 생각하였다. 국제원자력기구의 불공정성에 대하여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이 나라가 이를 계기로 새롭게 도전해 나오면 북조선을 고립 말살하려는 미국의 계획에 심중한 장애가 조성될수도 있는것이다. 《1940년대 말부터》 하고 씨엔엔시사론평원은 계속하였다. 《남아프리카에서 우라니움을 사들이기 시작한 미국은 많은 협조, 협정의 체결을 통하여 남아프리카의 핵기술자들을 육성하고 원자로들에게 기술원조를 주는 등으로 핵개발을 도와주었습니다. 프랑스와 독일도 남아프리카의 핵무기개발에 적극 기여하였는데 독일은 《비밀리에》 도와주었고 프랑스는 2개의 핵발전설비를 제공하여주었다고 합니다…》
클린톤은 텔레비죤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제는 그가 부른 사람들이 다 모여왔을것이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걸어갔다.
《루즈벨트의 방》이라고 불리우는 면담실은 대통령집무실로부터 멀지 않았다. 원래 본관에 붙여지은 이 서쪽채는 제 26대 대통령 떼오도르 루즈벨트대에 그의 여섯명 아이들과 그가 기르는 각종 짐승들을 수용하기에 너무 비좁아 3층짜리로 증축한것으로서 이후 여기에 대통령집무실을 비롯한 내각회의실, 면담실, 오락실 등이 꾸려졌다.
클린톤이 면담실에 들어서니 국방장관 례스 애스핀, 중앙정보국장 제임스 울지와 대통령국가안전담당특별보좌곤이 와있었다.
(참 놀라운 일인걸!) 하고 클린톤은 그들의 눈인사에 답례를 하며 생각하였다. (클레크의 한마디 말이 미행정부를 긴장시키게 되다니!…)
그는 자리에 앉자 직방 이렇게 시작하였다.
《오늘 우리가 검토하자고 하는것은 원에서 진행될 국제원자력기구 2월관리리사회 회의에서의 북조선의 반응이요. 그들이 남아프리카의 핵무기공개를 계기로 지금까지 남아프리카나 이스라엘 등 나라들의 핵개발을 눈감아준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의 차별조치를 폭로규탄할 경우 우리의 《포커스작전》에 금이 가지 않겠는가 하는것이요.》
모두 심각해졌다. 클린톤이 말하는 《포커스(초점)작전》이란 바로 합동참모본부가 오래전에 제안하고 국방성이 적극 추진시켜온 북조선의 녕변지구 폭격작전이다. 《팀 스피리트 93》합동군사연습이 본격화될무렵 불시에 녕변의 핵시설을 공습하고 그에 따르는 북조선의 대응조치(두말할것 없이 그들은 강력히 반발할것이다)를 전면전쟁의 구실로 삼는다는것이 《포커스작전》이다. 말하자면 녕변의 핵시설에 《초점》을 맞춘 작전이라는것이다.
그런데 이 작전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국제원자력기구 2월관리리사회 회의를 중시하지 않을수 없다. 그것은 그 회의에서 북조선의 핵활동의 불투명성을 최종락인하고 그들이 거부하는 《특별사찰》을 결의하게 함으로써 세계사회계로부터 북조선을 더욱 고립시키고 녕변지구폭격의 명분도 세울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각하》하고 울지 중앙정보국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윈에서는 북조선의 태도여하에 관계없이 미리 준비되여있는 결의가 결정될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오?》 하고 클린톤은 물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자기가 말을 잘못했다는것을 깨닫고 미간을 찌프리였다. 제대로 되자면 《그렇게 믿소?》 하고 말했어야 했던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중앙정보국장이기 때문이다. 그는 벌써 윈참가자들의 발언원고까지 다 꿰들고 있을는지도 모르는것이다.
《그렇습니다》 하고 울지는 미소했다. 《그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만약 그들이 남아프리카와 이스라엘을 걸고 들려고 한다면 그들도 저절로 걸려들고 말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런다고 해서 그들자신의 핵활동의 투명성은 확인되지 않을것이기 때문입니다.》
애스핀 국방장관이 머리를 버쩍 들었다.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릅니다.》 하고 그는 두눈에서 파란 빛을 내뿜으며 부르짖었다. 《그들이 이것을 가지고 떠들면 떠들수록 남아프리카를 지원한 서방세계의 감정만 상하게 할것이고 결국 우리는 서방동맹국들의 지지도 얻을수 있습니다.》
그러자 대통령국가안정담당특별보좌관이 조심스럽게 반박했다.
《세계무대에는 프랑스나 독일과 같은 나라들만 있는것이 아니지요. 핵문제에서 말썽많은 인도와 파키스탄, 알제리 같은 나라들에게 줄 영향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건 무시해도 되오!》
중앙정보국장이 내쏜 말이였다. 애스핀과 같이 녕변지구 핵시설에 대한 공습을 시종 주장해온 《포커스작전》의 지지자로서 그는 벌써 목덜미까지 불깃해 있었다.
클린톤은 그들의 언쟁을 들으며 극비밀리에 준비해왔으며 지금 그 실천단계에 들어가고 있는 《포커스작전》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사실 클린턴에게 있어서 전쟁은 얼핏 보기에 바람직한 일이 아닌것으로 간주될수도 있었다. 그것은 지난 해에 있은 선거결과가 마국대통령에게 가장 절박한 초미의 문제는 경제라는것을 시사해주었기 때문이다.
1990년 2 . 4 분기부터 시작된 미국경제의 침체현상은 부쉬의 재선에 결정적인 암초로 되였고 클린톤의 당선에는 더없이 좋은 계기로 되였다. 미국의 전후력사에서 제일 오래 지속된 경제적인 부진상태는 부쉬대통령이 자기의 임기기간 가장 극적인 사변들인 쏘련과 동구라파사회주의나라들의 붕괴, 만전쟁의 승리를 이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레이자빛처럼 정력을 집중하여 경제를 개건》 하겠다고 공약한 클린톤에게 쏠렸던것이다.
그러나 클린톤은 위대한 시대를 떠난 위인이 없으며 피어린 전쟁을 떠난 영웅이 없다는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견해에 의하면 력사에 공인된 미국의 4대대통령들의 실례가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독립전쟁시기의 워싱톤은 물론 남북전쟁시기의 링컨, 제 2차 세계대전시기의 프랭클린 푸즈벨트, 랭전이 극한에 이르고 있던 1962년 쏘련이 꾸바에 미싸일기지를 설치하려고 했을 때의 케네디, 그들은 다 시대를 대표하는 영웅들이였고 비상한 용기와 지도력을 발휘한 위인들이였다.
그러면 클린톤이라고 왜 그들처럼 되지 못하겠는가?,…
사람들은 그를 쾌활한 사나이, 락천가라고 한다. 하지만 그의 웃고있는 얼굴뒤의 야심만만한 경쟁심에 대하여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인생의 의미를 경쟁이라고 보는 사나이였다. 수백수천만의 사람들이 한주로에서 달리는 인생의 마라손경기, 그 경기는 어제도 있었고 오늘도 있으며 래일도 계속되게 된다. 일단 그 주로에 나선 이상 달려야 하며 달리되 피를 물고 달려서 제일 앞장서 나가야 한다고 믿는 그였다. 이러한 생각이 그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인생주로를 기를 쓰며 달리게 하였다.
1946년 아칸소주의 호프시에서 유복자로 태여나 술주정뱅이 계부의 슬하에서 비록 불우한 소년시절을 보내긴 했어도 그는 피나는 야심을 품고 벌써 고중시절에 수재로 뽑혀 백악관을 참관하였는데 그때 케네디대통령과 악수를 하면서 그의 눈길은 백악관의 옥좌를 겨누었었다. 그뒤 워싱톤 죠지타운대학, 영국의 옥스포드대학, 또 미국 예일대학을 나온후 본격적인 그리고 필사적인 경쟁의 파도속에 몸을 던졌다. 그 시절의 첫 주지사선거경쟁은 얼마나 치렬했던가! 첫번째엔 패했지만 두번째엔 이겨서 미국에서 가장 젊은 주지사로 되였다. 그후 다섯번이나 더 경쟁에서 이겨 무려 12년간 즉 미국에서 가장 오랜 주지사로 있으면서도 그의 눈길은 백악관에서 떠나지 않았다.
드디여 1년 1개월의 치렬한 선거경쟁을 거쳐 그는 47살에 제 42대 미국대통령 즉 백악관의 주인이 되였다. 그러나 이것은 경쟁이 끝났다는것을 의미하는것이 아니다. 이제부터 그는 력사에 이름을 남긴 위인, 영웅들과 또 경쟁을 하여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극적인 사변들로 충만된 시기에 권좌를 타고 앉아 있은 선임대통령 부쉬를 딛고 올라서야 했다. 한때 영광의 절정우에 기여오르던 부쉬, 그러나 쏘련과 동구라파 사회주의나라들의 붕괴에 커다란 작용을 한 그마저도 끝내 허물지 못한 보루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조선이였다.
클린톤은 드디여 결심하였다. 북조선의 핵문제를 주패장으로 잡고 자기의 힘과 의지를, 지도력을 과시할 작정이였다. 그것은 면밀히 타산된 결심이였다. 그는 지난 50년대에 트루맨과 아이젠하워가 조선전쟁에서 대참패를 당했다는것도, 《푸에블로》호사건과 《이씨-121》비행기격추사건때 죤슨과 닉슨이 숱한 군함과 비행기를 몰아갔지만 끝내 조선을 굴복시키지 못했다는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문제가 다르다. 그때에는 쏘련을 위시한 사회주의나라들이 있었지만 인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하여 지난 1월 23일 그가 대통령취임식이 있은 다음 처음으로 비준한 문건들중의 하나가 바로 《팀 스피리트》 합동군사연습재개에 대한 명령서였다. 이 문건은 취임후 3일후인 1월 26일 정식 공포되였다.
클린톤은 부쉬가 중지했던 핵전쟁연습을 재개하는것으로 대통령의 첫걸음을 시작함으로써 그에 대해 경계의 눈빛을 감추지 않고 있던 군부와 군수독점체들, 정계의 보수세력들을 만족시켰고 그들로부터 뜻깊은 악수를 받게 되였다.
그때부터 《포커스작전》도 적극 추진되였다. 사실상 그것은 부쉬 때부터 제안된것인데 여러모로 고려되고 《팀 스피리트》도 중단되여 있어 (《팀 스피리트》를 떠난 《포커스작전》은 있을수 없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가 혈기방자한 클린톤에 의해 되살아난것이였다.
클린톤은 쏘련이 헤체된후 거의나 고립무언한 처지에 놓이게 된 북조선의 정치군사경제적 잠재력을 보잘것 없는것으로 치부하였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우수한 무장장비에 대해 요란히 떠들지만 그것은 별로 우려할것이 없다고 보았다. 미국은 이미 만전쟁을 통하여 미국의 고도기술무기들이 얼마나 위력한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던것이다. 그러면 걱정할 또것이 무엇이 있는가?… 전쟁의 구실과 명분이다. 미국과 클린톤행정부가 쓰고 있는 민주주의의 너울에 얼룩이 가지 않게 하는것이다. 세계에서 처음 원폭투하를 명령한것으로 하여 《세기의 대살인자》라는 비참한운명의 십자가를 걸머진 트루맨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잘 타산하는것 뿐이다.
그때 중앙정보국장 울지가 그를 불렀다.
《대통령각하, 제 생각엔 북조선을 계속 자극하여 그 지도부로 하여금 분별을 잃게 하는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클린톤은 앞서있은 론쟁을 스쳐버렸으므로 인차 무어라고 말했으면 좋을지 몰라 아리숭한 표정을지었다. 그러자 애스핀국방장관이 노기에 찬 음성으로 반박하였다.
《세계의 전쟁사는 전쟁개시 이전에 누구나 강력한 평화공세를 먼저 앞세웠다는것을 보여주고 있소.》
《그럼 당신이 말하는것은 뭐요?》 하고 울지가 비웃었다. 《그런 즉 당신은 《팀스피리트》가 강력한 평화공세라는거요?》
《….》
방안분위기가 긴장해졌다.
바로 그때 문이 열리며 다반을 받쳐든 힐라리가 애교있는 미소를 띠우고 방에 들어왔다. 힐라리는 늘 접대부의 손을 빌지 않고 자신이 직접 손님들을 즐겨 대접하군했다. 그렇게 하면 중요한 문제론의에도 스스럼없이 끼울수 있는것이다.
전통적인 관례에 의하면 대통령부인은 그 어떤 직책이나 직무에도 있지 않게 되여있으나 힐라리만은 거기에 구애되지 않았다. 지금 힐라리는 클린톤의 가장 유력한 조언자로서 확고부동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클린톤정권각료들의 대다수를 힐라리가 선발하고 추천했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 실제로 힐라리가 지도하는 의료보건 특별소조성원들 가운데엔 국방장관을 비롯하여 4명의 장관들이 들어 있다. 그는 현명한 조언과 기발한 착안으로서 정책작성에 적극 관여하였고 지금은 내각회의실에 그의 자리가 공식적으로 지정되여 있다. 하기에 녀성잡지 《매력》은 힐라리를 미국의 10대녀걸들 중에서 첫자리에 놓으면서 《백악관의 절반주인》이라고 평했었다.
힐라리의 출현은 분위기를 가셔주었다. 검은색 도레스를 입은 힐라리는 정치가들의 고달픈 토론석상에 녀성특유의 아릿한 체취는 물론 그들 모두의 마음을 덥혀주기에 충분한 량의 미소도 가지고 왔다.
《자, 어서들 드세요.》하고 힐라리는 각자의 기호에 알맞게 차와 커피, 코카콜라 등을 놓아 주었다. 《그런데 다들 기분이 썩 좋지 않으시군요.》
《부인, 지금 우린 억지로 령감을 찾고 있는 시인과 같은 심정입니다.》
애스핀국방장관의 말이였다.
《아, 그러세요?》하고 힐라리는 또 애교있는 미소를 골고루 선물했다. 《하지만 그걸 억지로 찾을 필요야 있을가요? 령감이란 저절로 와주는 법이죠.》
《그야 물론!… 하지만…》
《하지만 대통령각하가 억지로라도 찾으라고 한단말이죠?》
힐라리의 그 말에 모두 소리내여 웃었다.
《무슨 일이든》하고 힐라리가 또 입을 열었다. 《너무 앞질러 나가면 코가 깨지는 법이죠. 잠을 자고나면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가요?》
마지막 그 말은 클린톤을 눈읏음으로 스쳐보며 한것이였는데 그녀자의 미소에서 클린톤은 그가 주말휴가를 포기했다는것, 중요한 이 문제토의를 래일 계속하는게 어떤가 하는 의미를 알아차렸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하고 클린톤은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핵무기제조비밀을 공개한 남아프리카에 대해 우리는 공식적으로 환영의 립장을 취합시다. 그러된 그것을 북조선에 대한 압력의 수단으로 써먹어야겠소. 북조선도 남아프리카처럼 감추고 있는것을 공개하라고 강하게 압력을 가해야 하오. 이런 의미에서 국제원자력기구 2월관리리사회가 매우 중요하오. 우리가 애써 찾고 있는 전쟁의 명분은 바로 그 회의에 달려 있소. 북조선을 고립시키고 그들의 핵활동이 불투명하며 핵무기개발의혹이 매우 짙다는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충분히 인식시킬 때 우리의 《포커스작전》도 지지를 받게 되는것이요. 그러므로 윈회의에 주목을 돌립시다. 윈회의와 《포커스작전》은 당면한 우리의 2대목표요!》
그는 잠시 말을 끊고 생각에 잠겨 있다가 수석보좌관 토마스를 불러 엄숙히 언명했다.
《전체 국가안전보장회의 성원들에게 알려야겠소. 이제부터 1개월 동안 일체 주말휴가를 금지한다고 말이요.》
국가안전보장회의 성원들로는 대통령과 국무장관, 국방장관, 중앙정보국장, 합동참모본부의장 등이 속한다. 클린톤이 자신을 포함한 그 서원들에 한하여 1개월동안 주말휴가를 금지한다고 한것은 그 기간에 북조선의 핵문제와 《팀 스피리트》도 북조선의 운명도 끝장이 날것이기 때문이였다.
그리고 끝으로 중요한 문제가 또 한가지 있다, 하고 그는 엄숙한 표정으로 언명했다.
《인제는 핵전략폭격기를 조선반도수역에 날려보낼 때가 되였소.》
그가 말하는것이 바로 38발의 핵탄을 적재할수 있는, 길이 41.7메터에 너비 23.8메터, 폭탄을 만재했을 때의 최대중량이 216.4톤에 달하는 미국의 최신예핵전략폭격기 《비-1비》라는것을 모인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하고 클린톤은 계속하였다. 《북조선의 수뇌부에 강한 정신적압력을 가하고 그 국민들에게는 공포심을 불러일으킬것이요. 우리의 《포커스작전》은 이로써 정식 발동된 셈이요!》
그제야 모인 사람들은 대통령이 왜 국가안정보장회의 성원들에 한해서 일체 주말휴가를 금지한다고 했는지 리해할수 있었다. 극동에서의 전쟁이 눈앞의 현실로 되였던것이다.“(112~ 123쪽)

 

 

보다시피 힐러리는 정치적 욕심이 많고 활동능력도 강해 정치를 위해서는 알심 들여 준비했던 휴가도 과감하게 취소하고 남편에게 암시하는 여성강자로 나오는 한편, 손수 다반을 날라와 손님을 접대하면서 부드러운 모습도 연출하는 용의주도한 인물로 그려졌다.
그 다음에는 제2편 의 1절에서 다시 나온다.

 


로스안젤스에서 진행된 은행총재들의 1993년도 투자 및 통화거래회의에 참가했던 클린톤은 수행원들과 함께 대통령 전용비행기를 타고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김정일 최고사령관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는 긴급전보를 받고, 미군최고사령관으로 “어떤 기이한 느낌”이 든다. 그는 한동안 연구한 뒤 개인보좌관 데이비드에게 즉시 워싱톤의 국방장관, 합동참모본부의장과 련계를 취해,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내리는 즉시 긴급의제를 토의할수 있게 준비하도록 하라고 지시한다.

 

사실 클린톤은 군사작전문제들에 들어가서는 국방성의 관리들보다 합동참모본부장령들의 의견에 더 많이 귀를 기울이였다. 그것은 국방성이 륙해공군의 3부를 총관할하는 최고군사행정기관이기는 하지만 합동참모본부는 3군의 작전과 전술을 결정하는 대통령직속의 최고군사통수기관으로서 그곳의 장령들이야말로 직업적인 군인들이며 작전적 두뇌진이기 때문이다.
데이비드가 물었다.
《비행기는 이제 15분후 워싱톤에 도착합니다. 그들을 몇시까지 어데로 부르랍니까?》
클린톤은 시계를 보았다. 18시 45분이다. 그러자 문득 힐라리가 《저녁에 고어부부를 만찬에 초대했다는것을 잊지 마세요.》 하고 당부하던것이 생각났다. 힐라리는 오늘저녁 자기들의 결혼기념일을 그대로 지날수 없다면서 여러모로 타산해본 끝에 제일 가깝게 지내는 부대통령부부만을 청하기로 했던것이다.
클린톤은 재빨리 생각을 굴리고 나서 말했다.
《이렇게 합시다. 그들에게 8시까지 내가 국방성작전보고실에 간다고 말해주시오.》
클린톤이 백악관에 들어선후 곧 부대통령 앨버트 고어부부도 나타났다. 그들 부부는 둘다 키가 큰 사람들이였다. 웰남전쟁때 종군기자로 활약하였고 그후 여러 대학들에서 법학을 전공한 고어는 클린톤보다도 두살아래이나 벌써 16년 동안이나 국회에서 사업한 풍부한 정치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쓴 저서 《지구의 균형, 생태학과 인간의 정신》 은 전국적으로 가장 잘 팔리는 책으로, 세계적인 작품으로까지 인정되고 있다.
《부인》 하고 고어가 힐라리와 인사를 나누며 물었다. 《오늘이 무슨 날이기에 이처럼 저희들을 초대하였습니까?》
《결혼기념일이예요.》 하고 힐라리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어머!》 하고 고어의 부인 티퍼가 입을 딱 벌리며 놀라와 했다. 《그런걸 왜 미리 알려주지 않았어요?》
고어도 나무람했다.
《정말 이건 너무하군요. 대통령부부의 결혼기념일에 아무 선물도 없이 오게 하다니.》
힐라리가 웃으며 말했다.
《그럴 필요가 없었지요. 열아홉돐이여서 무슨 혼식이라는 이름도 없으니까요. 래년 스무돐이 되는 날엔 미리 알려드릴테니 도자기꽃병이라도 하나 사들고 오세요.》
그들은 유쾌하게 웃어댔다. 최근 미국에서 류행되는데 의하면 종래의 결혼기념일 다섯돐(나무), 열다섯돐(동), 스물다섯돐(은), 쉰돐(금), 예순돐(다이야몬드)외에 새로 한돐(종이), 열돐(석), 스무돐(도자기) 기념일이 더 늘어나고 있는것이다.
《그런데 대통령각하는 어쩐지 기분이 썩 좋아보이질 않는군요.》 고어의 말이였다. 《은행가들이 대통령각하의 기분을 잡쳐놓은게 아닙니까?》
클린톤은 머리를 흔들었다.
《그런게 아니라 북조선이 신경을 건드려 놓았소. 그래 당신과도 좀 이야기 해볼가 하는데… 자, 갑시다.》
력대로 미국대통령들은 부대통령을 별로 상대하지 않고 경원시 했으나 클린톤은 미행정부의 각료들 중에서 자기와 같이 제일 젊은 앨버트 고어와 사업상면에서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아주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는 그 어떤 문제도 부대통령과 먼저 의논하고 뜻을 같이한 뒤에야 정책으로 행동으로 옮기군 했다. 둘 다 남부출신으로서 민주당내 대통령후보지명전에서는 격렬하게 다투었지만 승부가 나자 곧 어깨를 맞대고 미국의 정계를 떠메고 나선것이다. 가족들간의 래왕도 잦아 부대통령의 세 아이들도 클린톤의 딸 첼시아와 아주 친해져서 누군가의 생일 때에는 량쪽 부모들까지도 다모였다.
그들은 2층에 있는 연회장으로 갔다. 고어부부는 좀 어리둥절해하는 표정이였다. 여느 때 같으면 1층에 있는 가족식당에 차리군 했었는데 오늘따라 크고 호화로운 연회장을 택했기 때문이였다.
수많은 귀빈들이 앉을수 있는 커다란 원형식탁 한쪽에 갖가지 료리들이 차려져 있었다. 고어가 좋아하는 비프스테이크와 샌드위치, 아스파라가스와 당황색의 크고 두툼한 카스테라, 남새볶음이 있는가 하면 바베큐라는 메히꼬료리도 있었다. 호화롭다고는 할수 없으나 알뜰하게 차린 만찬식탁이였다.
남자접대원이 다가와 맥주와 포도주를 부어주었다. 그들은 먼저 대통령부부의 결혼 열아홉돐을 축하하여 잔들을 찧었다. 구석쪽의 록음기에서 열정적인 탕고음악이 울려 나왔다. 접대원들이 그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듯 미끄러지며 새 료리들을 계속 날라왔다.
클린톤이 제일 좋아하는 음악이 바로 탕고이다. 그리고 그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바나나를 넣은 샌드위치이며 거품 이는 맥주와 포도주도 얼마든지 마실수 있다. 그러니만큼 응당 기분이 좋아야 할 그였건만 지금은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 표정이였다. 포도주를 채운 두번째 잔을 손에 들고 빙빙 돌려보며 그는 갑자기 떠오른 시구절을 읊었다.

 

그 무엇도 너만 못하구나
오 그윽한 술잔이여
너는 나에게 부어주더라
희망과 젊음과 사랑을

 

클린톤이 입을 다물자 고어가 그 다음 구절을 이었다.

 

너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더라
신과 같이 되게 하더라!

 

클린톤이 놀라서 그를 쳐다보았다.


《당신도 보들레르를 좋아하오?》
《그저 대학시절에 좀… 외워봤지요.》
《그럼 됐소. 보들레르는 저 좋을대로 술에 취하라고 내버려두고 우린 시간을 아낍시다.》
클린톤은 손에 들고있던 잔을 놓았다. 그리고는 여전히 초조해하는 표정으로 재빨리 말하기 시작하였다.
《북조선이 우리의 《팀》훈련에 대응하여 오늘 준전시상태를 선포하였소. 아마 오늘밤 미국의 모든 텔레비죤방송들이 그것으로 떠들썩할거요. 뭐 미국의 증대되는 압력에 드디여 북조선이 반발해나섰다고 하겠지. 하지만 이것이 과연 단순한 반발이겠는가?… 내가 놀랍게 생각하는건 바로 그들이 핵시설을 공습했다면 몰라도 그저 년례행사처럼 벌려오던 《팀 스피리트》합동군사연습인데 왜 그처럼 신경을 쓰는가. 물론 《팀》훈련이 지금 세계에서 제일 규모가 큰 군사연습인것만은 사실이요. 나토의 군사연습도 이에는 대비가 안되오. 하지만 그것은 어제도 있었고 그제도 있었소. 오늘 비로소 처음 시작된것도 아닌데 북조선의 이 견결한 반응은 무엇을 의미하는거요? 혹시 그들이 우리의 숨은 기도를 알아차린건 아닐까. 그래서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군사적명령을 선포한것은 아닐가?…》
그는 자기앞의 잔을 들어 단숨에 비워버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기웃하면서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렸다.
《어쩐지 석연치 않거든.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보고있고 무엇을 믿고 있을가?…》
다들 입을 다물고 있었다. 힐라리가 몇번이나 고어부부에게 료리를 권했으나 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드디여 힐라리는 두팔을 벌리며 어깨를 으쓱해보였는데 그것은 마치 《여러분, 이게 도대체 무슨 결혼기념일 만찬이예요!》 하고 하소하는듯 하였다.
그러나 클린톤은 그것을 보지 못했다. 그가 보고 있는것은 식탁의 정면벽이였다. 거기에는 죤 아담스대통령의 명제가 금빛으로 새겨져있었다. 그것은 그가 새로 지은 이 백악관에 처음 발을 들여놓으면서 한 기도였다.
《나는 이 집과 이 집의 후대들에게 복을 줄것을 하나님에게 빈다. 그러나 오로지 정직하고 지혜로운 사람만이 이 집의 주인으로 되기를 원한다.》
클린톤은 언젠가 제42대 대통령 빌 클린톤의 초상화와 명제판도 이 집의 어느 한 벽에 걸려지기를 희망하고있다. 왜 그렇게 되지 못하겠는가. 링컨의 방 그의 초상화 밑에도 그가 한 유명한 말 《나는 모든 힘을 다해 내가 할줄 아는 일, 내가 할수 있는 일을 할것이다.》라는것이 새겨져있다. 그러니 왜 그러한것을 희망하지 않겠는가. 빌 클린톤은 지금 세계 제1의, 유일초대국의 대통령인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우선 북조선문제를 해결하여야만 한다. 력사상의 위인들을 보면 누구나 다 권좌에 오르면 즉시 자기의 힘과 지혜와 의지력을 과시하고저 했다. 《철혈재상》으로 불리웠던 비스마르크나 프리드리흐, 히틀러 그리고 원폭투하를 명령한 트루맨 등은 물론 근래의 정치가들 역시 자기의 힘과 의지를 발휘할수 있는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아무 주저도 없이 아르헨띠나와의 포클랜드 전쟁에 뛰여든 영국의 《철의 아씨》대쳐부인, 빠나마를 단숨에 삼켜버린 레간, 아프가니스탄으로 진공한 브레쥬네브, 만전쟁을 주도한 부쉬…
그들에게서 이것을 떼여놓으면 그들을 장식해주던 면류관은 빛을 잃을것이며 그들에 대한 기억도 즉시 사라져 버릴것이다.
위인과 력사에 대한 클린톤의 견해는 바로 이러했다. 하기에 그는 지금 력사가 자기에게 《20세기의 트로이 함락》을 위임했다고 믿고 있었다. 미국의 많은 선임대통령들이 이루지 못한 북조선 정벌을 바로 빌 클린톤이 넘겨받은것이다.
그런데 별로 어렵지 않게 여겼던 그 일이 결코 순탄치 않으리라는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북조선의 강력한 첫 반응이 그를 놀래웠고 허세가 아닌 그 힘찬 선언이 그를 불안케 하는것이였다.
그는 힐라리가 조용한 목소리로 《빌!》 하고 불러서야 생각에서 깨여났다.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부대통령 고어가 입을 열어 비로소 끊어졌던 화제를 이었다.
《대통령각하, 어쨌든 우리는 세계최강국의 지위에 알맞는 단호한 립장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들이 어떻게 나오든 우리는 이미 선택한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은 명백히 《포커스작전》을 념두에 둔것이였다. 클린톤이 자기의 말에 눈빛을 번쩍이는것을 보자 그도 흥분하기 시작하였다.
《기회는 성숙되고 있습니다. 북조선의 강경한 반응은 우리에게 그들의 핵시설을 파괴할 구실과 권리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어쨌든 그들은 세계의 면전에서 우리가 요구한 핵시설들을 공개해야 하는데 오히려 선전포고를 들이대는것은 우리가 바라마지 않던 절호의 기회를 안겨주는것이 아니겠습니까. 대통령각하, 나뽈레옹이 말하기를 《적의 장수는 결코 무능하지 않았다. 다만 한때에 너무 많은것을 생각하였을 뿐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한 례를 력대의 미국대통령들에게서도 찾아볼수 있는데 한때에 너무 많은것을 생각했기 때문에 절호의 기회를 놓치군 하였습니다. 상기해 보십시오. 죤슨대통령은 《푸에블로》호 사건, 닉슨대통령은 《이씨-121》비행기격추사건, 포드대통령은 《판문점사건》때 북조선에 대한 대대적인 보복을 떠들고 실제로 무력을 끌어가기까지 하였지만 유감스럽게도 결단이 필요한 마지막 순간에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였던것입니다. 그 결과 얻어진것이 무엇입니까. 동맹국들에 공산세계와 대처하는 미국의 신뢰감에 환멸을 주었을 뿐이지요. 북조선 때문에 미국은 련속 뒤통수를 얻어맞고 위신은 땅바닥에 떨어졌습니다. 그러니 그들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됩니다.》
고어의 이 말은 클린톤의 마음에 들었다. 클린톤이 전례를 깨뜨리고 부대통령인 그와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것이 결코 우연한 일은 아니다. 그의 말은 들을 가치가 있다. 그가 비록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이미 생각해본 말을 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사실상 이 세상에 새로운 사상이란 없다. 인류는 벌써 3천년전에 자기의 지혜와 경험으로 그 모든 사상들을 새겨놓았다. 우리는 다만 낡은 사상의 파편들을 주어가지고 세월의 이끼를 벗겨내고 헝겊으로 닦아서는 마치 제것처럼 내흔들며 우쭐렁거리고 있을 뿐이다. … 마침내 클린톤은 입을 열었다.
《당신 말이 옳소. 그래서 나는 이제 국방성작전보고실에서 《포커스작전》계획을 다시한번 검토해볼 생각이요》
클린톤의 얼굴이 밝아지자 식탁은 활기를 띠기 시작하였다. 고어는 흑맥주를 청했고 클린톤은 연신 포도주를 마시고 샌드위치를 집기 시작하였다.
그때였다. 지금까지 말 한마디 없이 앉아있던 티퍼가 혼자말처럼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처럼 작은 나라가 어쩌면 감히 미국과 맞서 땅땅 울려댈수 있을가…》
고아가 웃으며 말했다.
《그건 심리학전문가인 당신이 풀어보오.》
《지금 생각하는 중이예요.》 하고 티퍼는 의연히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스라엘의 경우… 그 나라도 작은 나라이지만 미국을 끌고 다니죠. 미국의 력대 대통령들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이스라엘을 지킨다》고 공약해왔어요. 왜 그랬을가요?》
《그거야 뻔하지 않소. 초대국인 미국의 명줄을 재미유태인들이 틀어쥐고 있거든. 그들은 금융계의 중요상업은행들과 보험회사들의 대다수를 거머쥐고 있고 수많은 이름있는 과학연구기관들과 언론계를 지배하고 있소. 말하자면 류통관계와 지적인 분야에서는 그들이 단연 압도적이란 말이요. 지어 그들은 입버릇처럼 맑스, 프로이드, 아인슈타인 등 거성들의 이름을 꺼들면서 자기네 유태인들이 인류력사에 큰 전환점을 가져왔다고 떠들고 있소. 미국은 600만 재미유태인들의 지지가 없이는 발목을 잡히게 되오.》
《그러면》 하고 티퍼가 말했다. 《역시 작은 나라인 북조선은 어떤 힘을 배경으로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을가요? 제가 알고 싶은건 그거예요.》
그러자 고어는 그들의 대화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있는 클린톤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대통령각하, 사실 우린 이 나라에 대하여 너무나 적게 알고 있습니다. 영국의 비비씨방송이나 미국의 씨엔엔텔레비죤방송만 하더라도 세계의 모든 나라들에 자기네 지부나 특파원을 두고 있지만 유독 북조선에만 뚫고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내가 들은바에 의하면 그들의 코앞에 있는 일본사람들조차 잘 모른다고 합니다. 그저 무서워할 뿐이랍니다.》
《모르니까 무서워하는거요.》 클린톤이 말했다. 《알지 못하는것에는 언제나 신비적인 공포가 따르는 법이니까.》
《아니예요!》 힐라리가 끼여들었다. 《아무래도 오늘 만찬은 정치적인 료리로 배를 불리게 됐은즉 나도 한몫 끼우자요.》
힐라리는 밖에 나갔다가 얼마 안있어 자그마한 소책자를 하나 가지고 들어왔다.
《우연히 영국국방부 작전분석연구실에서 발행한 이 책을 읽다가 흥미있는 자료를 하나 찾아냈어요. 북조선사람들이 어떤 힘으로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가를 여기서 좀 엿볼수 있어요.》
힐라리는 미리 접어두었던 곳을 펼치고 읽기 시작했다.
《짐바브웨의 고요한 소도시 무라레에는 별로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작은 신문사가 있다. 어느날 이 신문사의 한 녀기자는 중요한 소식을 입수가게 되였다. 그 녀성기자는 이곳 농업지구에서 오래동안 살아왔기 때문에 이 지방에서 사는 사람들을 거의 다 알고있었다. 얼마전 그는 북조선군사고문들이 로버트지 무가베의 친솔부대로 될 제5려단을 훈련시키게 된다는 기사를 이 도시의 보잘것 없는 신문에 발표하였다. 그렇게 되자 이름도 없던 그 신문은 일약 전세계에 그 명성을 떨치게 되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무가베는 대노하였다. 기사를 낸 녀성기자는 수도에 불리워가 심문을 받은후 사직서를 내지 않으면 안되게 되였다.
그러부터 2년후 친위 제5려단은 반동분자들을 진압소탕하는데서 무자비하였으며 커다란 명성을 떨치게 되였다. 무가베는 바로 이 친위 제5려단에 의거하여 국내의 소요를 평정하였으며 공고한 정치적 지반을 닦게 되였다.》
힐라리는 책을 덮었다.
《들으신것처럼 그들은 불과 몇사람이 갔을 뿐이예요. 신식미싸일을 가져다준것도 없고 비행기와 대포, 땅크를 들이밀지도 않았어요. 그렇지만 그들에 의해 훈련된 제5련단은 수십개의 다른 부대들을 함친것보다 위력했어요. 그리고 짐바브웨는 오늘도 아프리카중 남부지역에서 유일하게 정치적으로 가장 안정된 나라의 하나로 남아 있어요.》
힐라리의 말은 고어부부에게 심각한 인상을 준것 같았다. 그러나 클린톤은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스쳐버리고 말았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것은 신심과 용기였지 고달픈 사색은 아니였다. 하여 그는 회의에서 결론을 지을 때 그러던것처럼 짐짓 위엄을 보이며 재빨리 말했다.
《자, 인젠 더 이상 북조선문제를 꺼들지 맙시다. 그들이야 선전포고를 하건말건 나는 그것을 무시해버릴 생각이요!》“(220~ 227쪽)

 

 

힐러리는 미국 대통령이 중요한 군사회의마저 1시간 이상 뒤로 미루게 하는 거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또한 대통령이나 부통령도 모르는 조선관련정보를 찾아보고 평론한다. 조선에 대해 나름대로 일가견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 것이다.
그 다음에는 제2편의 16절에서 다시 등장한다. 앞에 비해 인간적인 대목들이 늘어났다.

 

 

클린톤은 꿈결에 노래 《스와니강》의 선률을 듣고 있었다. 그의 어린 시절이 흘러간 아칸소주의 작은 도시 호프시교외를 승용차로 질주하는 꿈을 꾸던 때였다. 그 지방의 유일한 자랑거리인 수박밭 사이로 난 도로를 바람같이 내달리며 유치원때부터 귀에 익힌 그 음악선률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데 안타까운것은 그 선률이 첫 네소절만 거듭될뿐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 그것이였다. 세번째, 또 네번째로 반복되여 울리자 그만 《됐어, 이젠 그만둬!》 하고 소리지르고 싶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입을 벌릴수도 소리를 낼수도 없었다. 다행히도 그때 마침 딸그락소리와 함께 그 진저리나게 반복되던 음악선률이 멎었다. 곁에 누워있던 힐라리가 전화를 받았던것이다.
《여보세요, 도대체 지금이 몇 시인데 전화를 거는거예요?》
힐라리가 첫마디부터 증을 내며 따지고 들었다. 백악관의 녀주인으로서 그는 보장성원들에게 밤 11시 이후엔 절대 대통령침실에 전화가 련결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던것이다. 필요한 경우엔 전화록음기를 사용하도록 되여 있었다.
《뭐라구요?》 하고 힐라리가 어성이 높아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신경질을 부렸다. 《그래도 당신은 대통령이 겨우 밤 1시에야 잠자리에 들었다는 걸 잘 알지 않나요!》
저쪽에서 무어라고 다급히 설명하는것 같았다. 힐라리는 입을 비쭉거리며 말했다.
《정 그렇다면 하는수 없군요.》
힐라리가 클린톤의 어깨를 흔들었다.
《빌, 일어나세요. 급한 전화예요.》
클린톤은 눈도 뜨지 않고 힐라리가 넘겨주는 송수화기를 받아들었다.
《도대체 누구요. 응? 야삼경에!…》
《대통령각하!》
수화구에서 울려나온 목소리였다. 대통령수석보좌관 토마스 맥클라티가 그를 깨운것이였다.
《주무시는걸 깨워서 미안합니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
《말하오. 무슨 일인지?》
《방금 로스보도관이 알려왔는데 북조선이 핵무기전파방지조약에서 탈퇴한다는 정부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뭐라구? 북조선이?!…》 클린톤은 여전히 자리에 누운채 어정쩡하며 물었다. 《그건 무슨 소리요, 토미?… 북조선이 어데서 탈퇴한다구?》
《대통령각하, 비상사건입니다. 북조선이 핵무기전파방지조약에서 탈퇴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탈퇴?!…》
차츰 클린톤은 말짱 잠이 깨는것을 느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루바닥에 발을 드리우며 다급히 따지고 들었다.
《아니, 그게 사실이요? 언제 받은 소식이요, 뭐?… 그 성명전문을 가지고 있소?… 그걸 당장 여기 가져오오. 아, 아니 내가 가겠소. 가만! 그런데 지금 몇시요?》
《3시 15분입니다. 대통령각하!》
《젠장!》 그는 왼손 장지손가락으로 눈섭을 비벼대면서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토미, 이건 비상사건이요. 당장 국가안전보장회의 성원들을 불러야겠소. 알겠소? 지금 당장!…》
그는 송수화기를 놓자 잠옷허리띠를 풀며 위생실로 갔다. 거기에서 다시 목요탕으로 들어간 그는 6개의 분수구가 달린 샤와를 틀어놓고 더운물과 찬물을 알맞추 조절하면서 머리를 들이밀었다. 미적지근한 물이 비발처럼 쏟아지며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단숨에 적셔놓았다. 그는 재빨리 온몸을 씻고나서 목욕수건으로 몸을 문지르며 복도로 나섰다. 열려진 침실문으로 그를 내다본 힐라리가 소리쳤다.
《빌! 그게 무슨 꼴이예요. 옷도 걸치지 않고.》
《제 집에서야 뭐라오?》 하고 그는 중얼거렸다. 《손님으로 와있던 영국수상 쳐칠도 여기서 알몸으로 주인을 맞았다는데…》
그는 언젠가 미국을 방문했던 쳐칠이 맞은켠 손님방에서 아침 늦게 일어나 알몸뚱이로 거울앞에 서서 면도를 하다가 아침인사를 하러 찾아온 루즈벨트대통령을 그대로 맞이했던 유명한 일화를 상기한것이다.
힐라리는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 그의 심리를 꿰뚫어보고 있었으므로 천천히 옷을 넘겨주면서 말했다.
《덤비지 마세요. 빌! 무슨 일에서나 한박자 쉬고나서 행동하는게 좋아요.》
클린톤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힐라리의 훈계에 귀를 기울일 정신적 여유도 없었다. 무엇인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무서운 일이 터지고 있다는것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로서는 매우 다루기 힘든, 갓 출마를 한 그의 영상에 먹칠을 하게 될 심상치 않은 일이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어떻게 되여 그들이 감히 미국대통령을 경악케 한단 말인가?!“(354~ 356쪽)

 

 

힐러리는 대통령 남편의 보고받기마저 통제하는데 위기상황에 부딪친 남편에게 윗사람 같은 조언도 한다. 이번에 글을 쓰면서 이 대목을 다시 읽어보니, 힐러리가 미국 대통령으로 된다면 빌 클린턴이 어떻게 전화연락을 통제하고 어떤 조언을 하겠느냐 생각이 들어 웃음이 절로 나왔다.
소설에서 클린턴은 잠자리에서 불려나온 고관들과 한참 회의를 한 끝에 결론을 짓는다.

 

 

《나는 결심했소. 우리의 《포커스작전》은 변함없이 예정대로 시작될것이요. 그때까지는 한주일 남았소. 이 한주일을 우리는 효과적으로 리용하여야 하오. 북조선의 조약탈퇴선포에는 느슨하게 반응하는게 좋소.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심각한 일이다》 이런 정도로 말해둡시다. 그러나 군사적으로는 최대의 압력을 들이대여야겠소. 세계가 다 알도록 전술적핵무기를 실은 기동분함대를 조선동해에 중파해야겠소. 미국이 조선반도의 전쟁을 결심했다는것을 숨길 필요가 없게 됐소. 인제는 미국의 힘과 용기를 보여주어야 하오.》
그는 차츰 어성을 높이다 못해 주먹으로 탁자를 두드려대기까지 하였다. 아직 사람들은 이렇듯 흥분한 클린톤을 본 일이 없다. 그의 입술은 떨렸고 두눈에서는 파란 불빛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이제 남은 한주일동안.》 그는 부르짖었다. 《륙군의 정예부대들도 다 들이밀어야겠소. 누가 견디나 어디 두고 봅시다. 그들의 반항은 무모한것이요. 그것은 북조선의 국가적종말을 의미할 뿐이요!》
그는 말을 마치자 자리에 주저앉았다. 극도로 피곤하였으므로 더 이상 지탱해낼 힘이 없었던것이다.“(367쪽)

 

 

미국과 한국의 군사연습에 맞서 조선인민군은 “섬광”훈련을 진행한다. 장편소설은 상당 부분이 여단장이었던 39살의 오영범이 훈련에서 허점을 드러내어 김정일 최고사령관의 비판을 받았다가 다시 분발하여 “섬광”이라는 작전대호를 가진 타격집단의 반공격훈련계획방안을 연구해내어 통과된 후, 중장 및 군단장으로 승진하고 타격집단의 사령관으로서 옛 동료와 상관들을 지휘하여 훈련(연습)을 성공시킨다는 내용이다.

훈련 직후 한국은 오랫동안 끌어오던 비전향장기수 이인모의 송환을 결정한다. 조선은 이인모를 굉장히 환영한다. 제3편 13절에서 클린턴과 힐러리가 다시 나온다.

 

 

평양의 거리들이 리인모환영의 꽃물결로 설레던 그때 워싱톤은 방금 새날에 들어서고 있었다.
밝아오는 새날은 미국대통령인 빌 클린톤에게 있어서 운명적인 날이다. 잠못이루던 길고도 자루한 밤시간에 그는 줄곧 이에 대하여, 지기가 최종검토하고 비준해야할 《포커스작전》과 그의 운명에 대하여 생각하고 또 생각하였다.
드디여 그는 영예와 치욕중에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것이다.
작전이 개시될 그날은 이제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 《포커스작전》은 만단의 준비를 갖추고 그의 최종비준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그가 미국전략항공대사령부에 보내는 명령서, 미태평양함대사령부와 남조선주둔 미군사령관에게 보내는 명령서에 수표만 하면 그 직시 합동참모본부의 암호지령을 받은 현지 사령관들이 금고에 보관하고 있던 검은 봉투의 봉인을 뜯게 된다. 그러면 12자리수자로 된 여러가지 암호가 전자계산기에 의해 대조확인되고 풀이되며 동시에 특별통신주파수를 통하여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전략항공대와 태평양함대사령부소속공군과 해군 지휘관들, 지상군부대들 및 《씨3아이체계》지휘소, 미싸일기지들에 명령이 하달되게 된다.
제일 먼저 출격하는것은 괌도의 앤더슨기지에 있는 스텔스전투폭격기 편대들이다. 그것들은 이미 받은 지령에 따라 그날 새벽 북조선의 녕변지구 핵시설을 기습공격하여 철저히 파괴해버린다. 그후의 모든 사태발전은 북조선의 반응에 달려 있는데 강경한 북조선이 기필코 강하게 반격할것이므로 극동에서는 대규모의 전면전쟁이 터지게 되는것이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 클린톤은 북조선의 군수뇌부 역시 그것을 알고 있으며 그 시각을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털어버릴수 없었다.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북조선최고사령관의 명령, 핵무기전파방지조약탈퇴성명, 급기야 벌어진 북조선의 한개 군단무력의 위력시위훈련 등 그 모든것들의 시기선택과 벽력같은 결단엔 무서운 통찰력과 선견지명, 목적지향성이 들어있는것이였다.
지난밤 클린톤은 국방성작전보고실에서 합동참모본부장령들의 설명을 들으며 북조선군의 훈련모습을 위성통신화면자료로 보았다. 전문가들의 표현에 의하면 《전률할만한 위력과시》라고 한다. 지어 녕변핵시설에 대한 기습공격을 앞당겨 진행하자고 주장해오던 합동참모본부의장마저 죽은 사람처럼 해쓱해져서 맥없이 중얼거렸다.
《놀라운 일입니다. 각하! 그들의 화력밀도와 타격솜씨는 실로 상상을 초월합니다.》
비록 클린톤은 전략전술적문제들에서는 문외한이였지만 그 역시 보고 느끼는것이 있었다. 그것은 불의 소나기로 퍼부어진 그 타격전의 리면에서 울리고 있는 힘찬 리듬이였다. 음악에 조예가 있고 색스폰연주가이기도 한 그는 흔히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들을 때 전체로서의 울림과 선률밖에 듣지 못하나 전문가들은 그속에서 울려나오는 개별적 악기들의 소리와 장단 특히 전체의 조화를 이루는 리듬에도 귀를 기울인다는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리듬이야말로 얼마나 중요한것이랴. 그것은 음악의 성격을, 그의 속도와 감정과 특징을 규정해주는것이다.
클린톤은 위성통신자료를 보면서 그 훈련의 특징을 말해주는 거센 리듬, 디사말하여 힘찬 박력과 번개불같은 비타협적성격을 보고듣고 느끼게 되였다. 그것은 그가 상대하고 있는 북조선군 최고사령관의 지략과 담력과 의지를 그대로 과시한것이였다.
클라우제위치는 자기의 《전쟁론》에서 상대를 놀래우기만 하면 벌써 절반은 이긴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지금 북조선은 미국과 온 세계를 놀래웠을 뿐만아니라 지진과 같이 무섭게 뒤흔들어놓고 또 번개를 치고있는것이다.
클린톤은 북조선의 훈련을 보고나서 합동참모본부의장에게 지금까지 준비하여오던 콤퓨터에 의한 북조선과의 전자전모의전쟁을 급히 조직하라고 명령하였다. 그 모의전쟁에 오늘 본 북조선군의 화력밀도와 타격력, 전술 등도 첨부하라고 했다. 실제로 북조선과의 전쟁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되겠는지 이제는 전자계산기에 묻고 싶었던것이다.
온밤 궁싯거리며 잠들수 없었다. 줄곧 그를 괴롭힌것은 북조선군 최고사령관의 지략과 공격정신, 비상한 결단에 대한 신비의 공포였다. 그는 북조선의 핵무기전파방지조약탈퇴가 김정일최고사령관의 결단이라고 세계의 신문, 통신, 방송들이 왁자하니 떠들 때부터 그가 지니고 있는 지략과 거침없는 그리고 련속적으로 무자비하게 타격하는 그 공격정신에 놀랐으며 또 감탄하지 않을수 없었다. 자기의 상대를 덮어놓고 무시하기에는 그는 너무도 현명했다. 그는 김정일최고사령관이 세계의 유일초대국과 결투를 벌리는 그 용기와 배심에 놀랐으며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제때에 급소를 타격하는 그 종횡무진하는 술책에 감탄하였으며 승리를 확고히 믿는 그 신념과 의지를 존경하지 않을수 없었다. 하여 나날이 자신감은 적어지고 불안은 커갔으며 따라서 그의 의아쩍은 감탄은 마침내 미칠듯한 분노로 바뀌는것이였다.
날이 밝아 부석부석해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그는 이를 앙다물며 생각하였다. 북조선을 격멸해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없애버리지 않으면 안된다! 얼마후 1층의 가족식당에 앉아서도 그 한가지 생각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한때 트루맨대통령은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에 원자탄을 투하할데 대한 명령서에 서명하자 곧 포츠담회담을 위해 구라파로 가는 순양함 《오거스트》호에 몸을 실었다. 그는 무서워했던것이다. 그리하여 3일후에 있게 될 그 미증유의 폭발이 자기와는 무관계한듯 먼곳에서 그 소식을 듣고저 했던것이다.
지금 클린톤의 심정도 바로 그러하다 어데론가 멀리 화성에라도 날아가있다가 북조선의 녕변기습폭격소식에 깜짝 놀란 표정을 하고 싶었다. 웬일인지 그처럼 그를 격동케 하던 《포커스작전》이 인제는 두려워지고 멀리하고만 싶어졌다.
그는 힐라리가 줄곧 자기의 표정을 살피는것도 몰랐다. 남자접대원이 조그만 바퀴가 달린 작은 밀차를 밀고들어와 커피와 크림단지, 사탕, 군빵, 빠다와 닭알부침, 딸기짬, 샌드위치 등 간소한 아침식사를 다 차릴 때까지 그는 벽에 걸린 세잔느의 그림 《레다와 백조》만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아버지!》 첼시아가 웃으며 포크로 접시를 두드렸다. 《식사시간!… 얌전히 먹어요, 착한 어린이, 쩝쩝 소리내지 말구요. 흘리지도 말구요.》
첼시아가 유치원때 선생을 흉내내며 웃어댔지만 그는 아무 의미도 없이 머리만 끄덕이였다. 웬일인지 전혀 식욕이 나지 않았고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피끗 머리를 돌리며 접대원에게 말했다.
《위스키를 주게. 한모금만.》
접대원이 찬장으로 가더니 잠시후 크지 않은 쟁반우에 위스키를 부은 은술잔을 얹어가지고 왔다. 그는 쟁반에서 잔을 들어 몇모금 천천히 마셨다. 힐라리가 놀라와 하는것도 못본척 했다. 목구멍으로 흘러든 뜨거운 액체가 불길처럼 위장벽을 지지고 온몸에 번져가는것을 기분좋게 느끼며 반쯤 눈을 감았다.
《오늘은 웬일이세요?》 하고 힐라리가 참다 못해 한마디했다.
《아침부터 술을 마시구.》
실상 클린톤은 여느때 술과 맥주를 극력 삼가했다. 아직까지 그 누구에게도 취한 사람으로 보인 일이 없다는것을 자랑으로 삼아온 그였었다. 클린톤은 접대원이 들고 있는 쟁반에 술잔을 놓으며 그냥 가져가라는 의미의 손짓을 했다.
《용기를 돋구려고 그러오. 오늘은 몹시 바쁜 날인데…》
그는 말끝을 맺지 못했다. 비로소 오늘 오후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프랑스대통령 프랑쑤아 미떼랑과 단독회담이 있으며 저녁엔 만찬이 있다는것을 상기했다. 그밖에 또 중동문제와 관련한 내각회의, 일본과의 무역마찰해소를 위한 대아세아정책 작성자들과의 담화 그리고 끝으로 《포커스작전》명령을 하달하기 위한 국방성 및 합동참모본부의 작전모임이 예견되고 있다. 그리하여 그는 대충 식사를 마친후 집무실에서 수석보좌관 토마스 맥클라티가 가져온 일정표를 보면서 작전모임을 제외한 기타 일정은 될수록 오전에 몰아서 진행하자고 하였다. 그는 말했다.
《프랑스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은 마운트 버논에서 진행할 생각이요.》
마운트 버논은 미국의 초대대통령 죠지 워싱톤의 묘지가 있는 국립공원이다. 클린톤은 재빨리 생각을 굴리면서 계속했다.
《미리 요트를 준비시켜주오. 미떼랑대통령도 골프를 좋아하니만큼 그곳 골프장의 잔디가 잘 자랐는지 그것도 미리 알아봐야겠소.》
《예, 알겠습니다.》
토마스는 뜨직이 대답하고나서 잠시 머뭇거렸다.
클린톤이 물었다.
《토미, 뭐가 또 있소?》
《예, 시끄러운 일이 있습니다.》 하고나서 토마스는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대통령각하, 지금 남조선 외무부장관이 계속 접견을 요청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클린톤은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 남조선 외무부장관이 북조선의 핵무기전파방지조약탈퇴문제로 동분서주하고 있다는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벌써 이틀째나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고 토마스가 또 말했다. 《대통령각하께 직접 전달해야 할 메쎄지도 있다면서…》
클린톤은 미간을 찌프리며 한손을 홱 내저었다.
《나는 오늘 바쁘오. 토미, 그거야 당신이 더 잘 알지 않소.》
기실 클린톤은 하루도 바쁘지 않는 날이 없는 사람이다. 그가 늘 입버릇처럼 말하듯 미국대통령인 그는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서로 다른 네개의 모자를 갈아써야만 한다. 그 네개의 모자란 우선 국제문제에 대처하는 국가수반의 모자 그리고 내정문제를 다루고 립법계획을 제시하는 행정부수뇌의 모자, 다음으로 미국군대에 대한 최고권한과 책임을 지고나서는 최고사령관의 모자, 끝으로 중앙과 지방의 당조직들을 이끄는 민주당령수의 모자인것이다.
토마스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대통령의 손아래 심복절개 따위는 돌아볼념도 하지 않고 있다는것을 깨달았던것이다.
그런데 남조선 외무부장관이라는 자는 지독하게도 검질긴 녀석인것 같았다. 클린톤이 대아세아정책작성자들과 담화를 끝낸 점심무렵에 또 접견요청이 들어왔다. 이번엔 후생장관인 도너를 통하여 힐라리에게 전해진 요청이였다. 녀성장관인 도너가 대통령부인 힐라리와 가까운 사이라는것을 알고 공식적인 외교절차고 뭐고 다 줴버리고 뒤문치기를 하려고 맘먹었던것이다.
그때 클린톤은 오전사무를 끝내고 좀 휴식을 하려던 참이였다.
그가 언짢아하는것을 보고 힐라리가 말했다.
《시간이 없다고 적당히 말해줄가요? 오후엔 미떼랑대통령과의 회담도 있으니까요.》
《아니, 그자는 내가 자기를 귀찮아한다는것을 꼭 알아야 하오.》
《그럼 좋아요. 장모의 병문안을 가야 한다고 하죠.》
힐라리다운 생각이였다. 사실 장모는 지금 워싱톤시내의 월터리드 병원에 입원해있으므로 그렇게 둘러치는것이 제일 무탈할것이다.
《그게 좋겠소. 그렇게 말해주라고 하오.》
그는 힐라리가 후생장관 도너에게 전화하는것을 지켜보면서 힐라리야말로 자기의 진짜 수석보좌관이라고 생각하였다. 그 어떤 문제이든 힐라리는 막힘이 없다. 언젠가 클린톤이 예일대학에 다닐 때 대학 도서관에서 처음 만난 힐라리는 옆구리에 책을 잔뜩 끼고 있는 수수한 처녀였었다. 언제나 제일 구석진 곳 한자리에 앉아있었고 제일 늦도록 앉아있는 그것이 클린톤의 눈길을 끌었을 뿐이였다. 하지만 알고보니 힐라리야말로 얼마나 능란하고 재기있고 타산적이였던가!
지난해 선거경쟁때 클린톤은 내외의 적수들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았고 질문을 받았다. 그중에서 가장 치명적인것은 우선 월남전쟁 기간 군대복무를 기피한것, 다음으로 영국 옥스포드대학에 가서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할 때 월남전쟁을 반대하여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린것 그리고 녀성문제들이 있는데 하나는 아칸소주의 한 공격자가 재판소에 클린톤이 다섯녀자와 관계를 가졌다고 소송한것이고 다른 하나는 야간사교구락부 녀가수 프루투스가 주간지 《명배우》에 자기와 클린톤이 1977년부터 1989까지 장장 12년동안이나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고 폭로한것이였다.
교묘한 말재주를 가진 클린톤조차 녀성문제에서는 쩔쩔 메고 있을 때 힐라리가 나서서 유명한 변호사답게 자기 남편에게 들씌워진 성오물을 솜씨있게 벗겨주고 씻어주었던것이다.
실상 출중한 인물이란 언제나 믿음직한 보좌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였다. 정치가인 경우에는 특히 그러하다. 력사상의 위인들을 보면 링컨에게는 세워드와 그란트장군이 있었고 쳐칠과 루즈벨트에게는 옹근 하나의 보좌관집단이 있었다. 그러나 력대의 그 어느 미국대통령도 힐라리와 같이 사심없고 절대적이며 현명한 보좌관을 가지고 있지 못했을것이다. 하여 클린톤자신 언제인가 힐라리의 지지와 방조 없이는 자기가 미국대통령을 하기가 힘들것이라고 고백했었다.
클린톤은 힐라리가 전화를 끝내자 그의 팔을 끼고 식당으로 가면서 말했다.
《오후에 있을 미떼랑대통령과의 단독회견때 나는 먼저 북조선에 대한 제재문제부터 의논해볼가 하오.》
힐라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게 도움이 될가요?》
《내가 관심을 가지는것은 우리의 대조선전략에 대한 구라파동맹국들의 반응이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좀 문을 두드려볼가 하는거요.》
《소득이 없을거예요.》 하고 힐라리는 정색하여 말했다. 《그들은 외면할거예요. 그건 틀림없어요. 그보다 중요한건 말예요. 빌! 북조선의 강경자세의 배후에 무엇이 있는가를 연구해 보는것이 아닐가요? 나는 요새 북조선군 최고사령관의 명령전문을 다시 연구해봤어요. 그런데 거기엔 《수령, 당, 대중의 일심단결된 힘》이라는 말이 강조되고 있었어요. 우리에게 있어서는 전혀 생소한, 좀 이상하게 들리는 말이죠. 하지만 그걸 연구해봐야 하지 않을가요?》
《그럴새가 없소.》 하고 클린톤은 우울한 낯빛으로 말했다. 《나는 오늘 전쟁을 비준해야 하오.》“(465~ 471쪽)

 

 

힐러리 본인은 여기까지 나온다. 1993년에는 레윈스키 사건이 생기기 전이니까 클린턴의 남녀문제는 이 선에서 그쳤다. 뒷날 격노한 힐러리가 클린턴을 두들겨팼다는 소문은 아직까지 조선의 문학작품에 등장하지 않았다. 힐러리가 이번 대선에서 실패한다면 등장할 리 없겠다만, 성공하면 얼핏 언급될 수는 있겠다. 부시가 과자를 먹다가 기절해버린 사건을 총서 《불멸의 행도》 장편소설 《오성산》에서 거든 조선이니까.
뒷날 국무장관으로 활동하던 힐러리에 대한 조선의 악평과 비기면, 《력사의 대하》는 퍼스트레이디 힐러리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으로 묘사한 셈이다.
뒤이어 클린턴은 오후에 프랑스대통령 미테랑과 면담하다가 힐러리를 잠깐 떠올린다. 클린턴이 군사적대응을 들먹이니 미테랑이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대목에서이다.

 

 

《나는》 하고 그는 천천히, 그러나 신중한 표정으로 힘주어 말하였다. 《서방나라 지도자들 중에서 유일하게 북조선을 방문한 사람이다. 나는 그때 김일성주석의 접견을 받았고 장시간에 걸쳐 광범한 국제문제들에 대한 의견도 나누었다.》
그는 클린톤이 놀라는것을 보고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계속하였다.
《그때 내가 받은 가장 큰 인상은 북조선이 자주성이 강한 나라이며 그 나라 국민과 정치지도자들이 한덩어리로 뭉쳐있는 그것이였다.》
여기서 클린톤은 아까 힐라리가 하던 말을 상기하며 눈살을 찌프렸다. 그러자 미떼랑은 무엇인가 경고하는 의미로 탁자를 두드리며 계속했다.
《북조선은 특수한 나라이다. 이 지구촌에서 북조선과 같이 특이한 나라는 없다. 그러므로 조심히 다루지 않으면 안된다. 그들에게는 그 어떤 압력도 통하짚 않는다.》
《어떤 근거로 그렇게 말할수 있는가?》
《근거는 많다. 첫째로 북조선은 이전 동구라파나라들이나 아세아의 일부 나라들과 같이 쏘련이나 중국의 위성국가가 아니라 독자성, 자주성이 매우 강한 정치대국이라는것, 둘쩨로 이 나라 국민이 자기의 지도부를 철석같이 믿고 있는것이다. 하느님은 믿지 않을지언정 당과 수령은 절대화하고 있다. 쏘련이 해체된 후 오늘까지도 그 나라의 정권지반이 흔들리거나 사소한 동요도 없었다는것이 그 뚜렷한 증거이다. 다음으로 이 나라는 경제적으로 시종 자립로선을 추구하여 왔기 때문에 대국들에 얽매이지 않았고 넷째로는 미국과 서방의 계속되는 압력이 오히려 이 나라 국민의 반미감정을 크게 자극하고 국력의 기본을 군사력강화에 돌리게 했다는것이다. 설사 미국과 국제사회가 련합된 힘으로 이 나라를 거꾸러뜨리려 하여도 엄청난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안될것이다. 다섯째로 이 나라는 오랜 기간 무역제재를 받고 있는데 그것이 오히려 그들의 민족적우월감만 증대시켜왔다. 그들 자신은 그것을 민족제일주의라고 하는데 물론 그 의미속엔 수령과 당과 제도에 대한 우월감내지는 절대적인 믿음이 있다.》

 

클린톤은 두눈을 가늘게 쪼프리고서 그이 말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힐라리가 강조하던 《수령, 당, 대중의 일심단결된 힘》이라는 말의 의미가, 그 생소하고 불가사의한 의미가 비로소 어렴풋이나마 리해되는듯 싶었다.
《끝으로 하나 더 첨부할것이 있다.》 하고 미떼랑이 또 입을 열었다. 《그것은 북조선의 군사적 위력이다. 얼마전 일본정부 대표단과 담화하던 중 북조선에 대한 말이 나왔는데 그들은 북조선군대의 포화력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하였다. 그들은 북조선의 군사적위력이 비상히 강화된것은 김정일비서가 군대를 틀어쥐기 시작한 그때부터 즉 20년전부터 시작되였다고 보고있다.》
클린톤의 생각은 복잡하였다. 그는 미떼랑이 바로 자기가 생각했던바 그대로를 옮기고 있는 듯이 여겨지기까지 했다. 미떼랑은 바로 클린톤 그가 감탄하고 존경하지 않을수 없었던 그 북조선군 최고사령관에 대하여 말하고 있는것이다.“(473~ 474쪽)

 

 

클린턴의 회고록 《나의 생활》이 나오기 훨씬 전에 창작출판된 소설에서 클린턴의 심리를 이렇게 묘사했는데, 클린턴 본이이야 그런 소리를 할 리 없다만, 미국이 취한 조치는 세상이 잘 아는 바이다. 소설에서 그날 저녁 미테랑과의 만찬이 끝난 다음 클린턴은 다시 국방성작전보고실로 가서 조선과의 전쟁을 가상한 컴퓨터모의전쟁(시믈레이션)을 본다. 결론은 전쟁개시 2주일 만에 북조선군이 전 전선에서 종심까지 진격하여 미군측 40여만의 병력을 괴멸시키고 승리하리라는 것과 미국 측의 물적 손실액은 무려 800억달라에 이를 것.

 


클린턴은 경악하였다. 이것이 어찌된 일인가. 세계 최강을 자랑해온 미군이 이처럼 섬멸적인 타격을 받게 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것도 미군의 병력과 무장, 작전전술적기도 등은 당사자들이 정확한 수치를 넣었으나 북조선의 경우엔 예상되는 수자들과 예상되는 의도 등을 전자계산기에 주입시켰을 뿐이다. 실제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무력과 그들이 활용할수 있는 작전전술능력에 대해서는 거의나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2주일만에 그처럼 참담한 대패를 당하리라고 한다. 어떻게 되여 이런 일이 벌어질수 있단 말인가… 클린톤은 지금껏 랭전이후의 현시대는 탈이데올로기 시대이며 현실주의 시대이고 힘 위주의 시대라고 믿고 있었다. 힘 위주의 시대!… 그런데 세계의 유일초대국인 미국이 그렇듯 작은 나라 북조선과의 핵대결전에서 걸음마다 곤경을 겪게 되다니… 어제는 외교적으로, 오늘은 또 군사적으로… 련속 강타를 받고 있다. 도대체 이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그는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였다. 분노와 고통스러운 모지름에 그의 얼굴은 이즈러지고 있었다. 문득 오늘 있은 미떼랑과의 회담이 떠올랐다. 그는 말했었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 조심스럽게?!… 그러면 어떻게 하는것이 조심스럽게 대하는것인가? 그가 권하는 협상의 길을 택하자고 하여도 명분이 있어야 한다. 세계 유일초대국인 미국의 체면을. 미국대통령 윌리엄 제퍼슨 클린톤의 영상에 먹칠이 가지 않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그 방법이 없다. 있는것은 《힘》 뿐이다. 힘 위주의 시대에 힘을 내두르는것, 그것만이 유일한 방책이다. 그러나… 군부와 정계의 보수세력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그것을 반대하고 있다. 일본과 남조선이 아우성치고 있다. 《국제적제재》요 《응징》이요 하고 떠들던것들이 지금은 무서워 떨고 있다. 어제 프랑스 국제방송의 보도에 의하면 프랑스 국방상까지도 북조선이 이라크와는 전혀 다르다고 하면서 《미국이 북조선의 핵개발의혹지점을 타격해도 큰 소용이 없다.… 군사적공격은 오히려 북조선의 보복타격을 유발시켜 남조선전역을 불바다로 만들수 있다.》 고 말했다 한다. 바로 그가 한 말을 방금 전자계산기가 과학적인 계산수치로 증명해 보였다. 최첨단과학기술로 개발된 전자계산기의 답을 무시할 근거란 없다. 기계엔 감정이 없으며 기계는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미국대통령이야 무엇을 원하든 그것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저 과학적인, 절대의 계산수치를 산출해내면 그만이다.
갑자기 허탈상태에 빠진듯 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믿고있던 절대의 힘이 그의 손에서 빠져나간것을 느꼈다. 현실주의자인 그에게서 최후의 지탱점이 무너져 버렸다. 희벗해진 그의 입술이 가벼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뜻밖의 모진 충격에 그는 아무말도 못하고 오래도록 굳어진 자세 그대로 앉아 있었다. 국무장관과 합동참모본부의 장령들도 그의 뒤에서 까딱 움직이지 않았다.“(476~ 477쪽)

 

 

앞과 마찬가지로 클린턴의 당시 심리활동은 누가 알랴만, 컴퓨터모의결과는 공개된지 오래고 미국이 작전행동을 취하지 않은 게 역사사실이다.
20여 년 끌어온 “조선반도 핵문제” 혹은 “북핵위기”가 9월 9일의 조선 제5차 핵시험으로 또다시 고조에 이른 양상인데, 한국의 일부 사람들은 1993년의 미국의 후퇴(?)나 1994년의 김영삼 북폭저지(?)를 큰 실수와 오류로 보면서 무력해결을 주장한다. 자신의 결정에 별 책임을 지지 않을 사람들은 아무런 소리를 해도 괜찮겠다만, 결정이 수많은 인명과 재산에 영향을 끼칠 정치인들은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지 미국은 국내정세와 실력에 따라(필자가 보기에는 유일초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운데) 대외정책이 변하기 마련이고, 외부에서는 그에 대한 현명한 대응이 필수다. 미국의 주류가 밀어주는 힐러리의 가장 큰 적은 남이 아니라 바로 그의 신체라고 볼 때 그 야심과 체력의 부조화는 초강국이라는 미국의 상징적인 은유라고도 할 수 있겠다. 힐러리가 선거운동을 다 소화하지 못하거나 당선된 후에도 쓰러질 경우에 대비하여, 민주당이 샌더스를 대타로 내세울 방안을 연구한다는 설이 나왔는데, 샌더스가 지금껏 건강문제를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70대 중반이라 대통령직무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 그렇게도 인물이 없는가는 말이 나오는 현실에서 젊은 시절의 힐러리를 문학작품 속에서 돌이켜보면서, 현실 속의 반도정세와 비교해보면 미묘한 재미가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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