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분홍저고리 남색치마
권말선 시인
기사입력: 2017/08/31 [02:38]  최종편집: ⓒ 자주시보

 

   분홍저고리 남색치마

                       권말선 

 

몇 해 전만 해도

초롱한 눈망울에

볼 빨간 여학생

그 보다 더 어릴 땐

“<조선학교> 차별 말라!”

거리에서 시위하는 어머니

치마자락에 매달리던

여리고 작은 소녀였겠지만

스물다섯 청초한 지금은

어엿한 <조선학교> 선생님

분홍저고리 남색치마

매무새 다듬는 그 손길

꼭 다문 붉은 입술은

<조선학교> 지키리란 앙다짐

생각해보니 그 모습

누군가와 참 많이 닮았어라 

 

무심히 지나치는 일본인들에게

“<조선학교> 고교무상화 적용”

전단 돌리는 중년 여성과

해방의 날 <국어강습소> 만들자고

희망에 겨워 잠도 잊은 채

발품 뛰던 맨발의 할머니와

새 한 마리 어깨에 얹고

비바람치는 거리로 나선

소녀상 할머니 모습과도

닮았어라, 꼭 닮았어라

일본순사 총칼 앞에서도

“독립만세” 외쳤었던

머리 땋은 여학생과

항일의 불꽃 튀던 전장

백두산 솔밭 칡뿌리 캐며

등사기 돌리던 꽃분이와

총 잡고 군복 만들던

진달래 여장군과도

닮았어라, 꼭 닮았어라 

 

분홍저고리 남색치마

차분하고 다정한 음성

스물다섯살 선생님에게

많은 얼굴이 떠오름은

당당히 살아가라 일컫는

그이들 생이 주는 당부

삶으로 전하는 가르침

어머니에게 물려받아

제자에게 돌려 줄

조선의 말글 조선의 얼은

선생님 걸음을 감싸는

분홍저고리 올올마다

남색치마 골골마다

고고히 살아 펄럭이어라

 

 

 

▲ 재일 민족학교 수업 모습     © 자주시보, 권말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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