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문화 가꿔가기 22] 북, 성혜림 언니 성혜랑의 소설 여전히 높이 평가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7/12/17 [08:55]  최종편집: ⓒ 자주시보

 

2008년에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숙 투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단편소설들 가운데서 우수작품들을 100편 씩 골라 김일성 주석 100돌, 김정일 국방위원장 70돌, 김정숙 투사 95돌이 되는 2012년까지 각기 5권의 소설집을 내겠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 필자는 단편소설 한 편을 언뜻 떠올리면서 그 작품의 수록여부를 관심하게 되었다. 1982년에 나온 《조선시간》이다. 

 

“시간” 하면 조선(북한)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장편소설 《평양시간》(최학수 지음, 사진)이다. 1950년대 평양시 복구건설에서 전에 없는 빠른 속도로 집들이 지어지면서 “평양시간”이란 말이 생겨나 널리 알려졌고 1970년대에 소설화되어 문학사에서 빠지지 않는 명작으로 꼽혔다. 

 

 

 

그에 비해 “조선시간”이란 개념은 어느 시대에 생겨나 퍼지지 않았고 단편소설 《조선시간》도 문학사에서 대서특필하지는 않았다만, 필자는 1980년대의 어느 소설집 혹은 작품집에서 흥미진진하게 보았고, 그 작품이야말로 당년의 청년 김정일 처사방식을 가장 훌륭하게 그려냈다고 판단했고, 2008년에는 그 작품이 단편소설집들에서 빠지면 무척 아쉽다고 여겼다. 그 작품의 수록여부에 관심하게 된 원인은 이밖에도 있는데 이제 뒤에서 이야기하기로 하고, 우선 결과부터 이야기하면 2009년 1월에 문학예술출판사가 펴낸 김정일 계열 단편소설집 제1권에서 반갑게도 《조선시간》을 발견하였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 기념단편소설집 1권 《맑은 물소리》     © 자주시보, 중국시민

 

3절로 나뉘어져 책의 314~334쪽에 실린 소설내용을 소개한다. 

1절이 시작되면 청년 지도자 김정일은 집무실에서 심중한 사색을 거듭한다. 

 

때는 1978년 4월, 노동당창건 30돌이 되는 1978년 10월 10일까지 6개년 계획을 완수해야 되겠는데, 중요한 역할을 맡은 북부공업지대의 한 기계공장에서 “어머니기대”라고 할 수 있는 큰 기대 하나를 당분간 멈추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정이 김일성 주석에게 보고되었다. 기대의 지하구조물에 금이 가서 대보수를 더이상 미룰 수 없기 때문이었다. 기대가 장기간 멈춰서면 생산이 중단되어 그 공장의 생산계획은 말할 것도 없고 거기서 대상설비를 맡고 있는 다른 공장들도 모두 계획수행이 힘들게 되여 전국 인민경제 여러 부문의 6개년 계획도 제때에 완수하지 못하게 된다. 

사태가 그처럼 엄중했으므로 김일성 주석은 보수날자를 최대한 앞당기라고 요구했고, 김정일 지도자는 그 일을 돕도록 유능한 건축공학 교수 리우섭을 파견했다. 하여 며칠 전 공장에서는 여느 때 같으면 반년이 걸린다던 보수를 한 두달 간에 해내겠다는 문건을 올려보냈다. 

내용을 검토한 김정일 지도자는 한 가지 사실을 포착했다. 

 

《기계의 해체조립은 부속마다 시간과 분으로 쪼개여 적혀있는데 지하구조물보수날자만은 엄청나게 걸리는것이였다. 

**** ***동지께서는 *** ***의 부르심에 언제나 충실했던 ㅅ기계공장의 로동계급과 기술집단 그리고 리론과 실천경험이 풍부한 리우섭 교수를 념두에 두시며 그들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리유를 생각하게 되시였다. 

지하구조물이 보수기일의 태반을 차지하게 된다면?!》(315쪽) 

 

김정일 지도자는 계획했던 현지지도를 미루고 리우섭 교수가 밤차로 평양에 올라오도록 요구했다. 그리고는 그동안에 참고서적을 밤새 읽어보다가 《콘크리트기초공학》이라는 책의 중간부분에서 의혹의 실마리를 발견한다. 콘크리트의 자연양생기일은 대형부재인 경우 *일이었고 이렇게 굳힌 강도를 “표준강도”라고 한다는 것이다. 

김정일 지도자는 김일성 주석이 문건을 읽고 낯빛을 흐리던 일을 되새기면서 주석이 문건의 공백에 연필로 적은 보수기일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수기일을 대폭 줄이는 문제는 재래식 공법을 깨뜨리는 문제다. 어느덧 동이 트고 천리마 거리 쪽에서 전기기관차의 맑은 고동소리가 울려왔다는 말로 1절이 끝난다. 

2절은 《리우섭은 중키에 희고 시원스러운 이마와 사색깊은 눈이 높은 재능과 교양을 말해주는 50대의 학자였다.》(317쪽)는 구절로 시작된다. 

김정일 지도자와 리우섭이 집무실에서 나눈 대화가 2절의 골자이다. 기초를 굳히는 기일을 더 이상 줄일 방도는 없느냐는 물음에 리우섭은 그렇다고, 그 기일은 그만한 콘크리트덩어리가 굳는데 필요한 최소날짜라고, 그 기간을 보장하지 않으면 강도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김정일 지도자는 잠시 생각 끝에 간단한 산술문제라도 확인하듯 쉽게 풀어 묻는다. 굳힌다는 건 말린다는 건데 그거야 습기를 뽑는 문제가 아닌가고. 리우섭이 그렇다고 대답하니 김정일 지도자는 언제나처럼 단도직입적이고 솔직하게 말한다. 그렇다면 자연양생이 아니라 가열이나 통풍같은 상식적인 방법으로 빨리 말릴 수 없을까고. 리우섭은 그말이 옳지만 이 구조물은 깊이 9미터, 너미 12미터라 너무 두터워서 아무래도 속의 것은 설게 된다고 설명한다. 

김정일 지도자는 문득 사흘에 마를 수 있는 두께는 얼마냐고 묻는다. 그 의도를 전혀 이해할 수 없어 어리둥절해난 리우섭이 90센티미터라고 대답한다. 김정일 지도자는 “절대”기일을 단축할 방도가 없는가 생각 중이라고 부드럽게 말하고, 리우섭은 사흘이라는 수자를 받아 외운다. 김정일 지도자는 “사흘에 말렸으면 꼭 좋겠는데..” 하고 말끝흘 흐린다. 

리우섭은 마음이 점점 무거워난다. 표준강도 때문에 문건작성 과정에서도 내내 괴로웠던 일이 떠오른다. 김정일 지도자는 한 번 생각해보자고, 언제는 우리가 남이 된다고 하는 것만을 해왔는가고, 남들이 엄두도 못내는 일, 절대라고 장담하고 생각해오던 많은 것을 우리 인민은 우리의 과학과 기술로 깨고 물리치고 걸어왔다고 이야기하더니, 대학시절 리우섭이 김일성 종합대학 경제학부에 와서 과학강연을 하면서 “지렛대의 원리”를 거들던 일을 꺼낸다. 

그때 과학강연에 초빙강사로 갔던 리우섭은 건축학과 관련한 통속적인 역학원리를 설명하던 끝에 지렛대의 원리를 예로 들었고, 고대 그리스의 과학자 아르키메데스가 지지점을 주면 지렛대로 지구를 들어옮기겠다고 한 이야기도 했다. 대학생 김정일은 그날 교복 차림으로 맨 앞자리에서 강연을 들으면서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리우섭이 기억하다 뿐이겠느냐고 대답하니, 김정일 지도자는 부드럽게 웃다가 신중한 표정으로 바꾸고 가라 앉은 소리로 말한다. 

 

《나는 그때 과학을 틀어쥐게 된 인간이 머지 않아 지구를 들어옮기게 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듣는 사람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시던 선생님의 강의가 인상깊었습니다.... 그런 대담성의 절반이라도 가지고 접어든다면 관례를 깰수 없겠는가 하는겁니다.》(320쪽)

 

마지막 말은 리우섭에게만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묻는 듯 싶다. 리우섭은 긴장해나 지도자의 사색 어린 눈길을 열심히 따른다. 김정일 지도자는 잠시 후 주체사상이 있고 충성심에 과학기술만 있으면 못해낼 것이 없다는 게 우리 인민의 경험이라고, 말하자면 주체사상을 지지점으로 가지고 거기에 무한한 충성과 과학기술의 지렛대를 걸어놓은 지레의 월리라고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리우섭은 그만 얼떠름해난다. 그 뜻을 음미하는 사이 김정일 지도자는 호탕하게 웃더니 아무리 급하고 까다로운 문제도 여유 있게 순탄히 풀어주는 그 독특한 어투로 말하면서 흰 종이 위에 원주필로 수자, 화살표와 동그라미를 분방하게 그어간다. 결론인즉 기대가 서있을 수 있는 최대기간은 *일로서, 기계해체조립, 기초까내기, 혼합물퍼넣기에 도합 *일을 주고 굳히는 날짜는 *일이어야 된다는 것이다. 쓰기를 마친 김정일 지도자는 “문제는 속성으로 말릴수 있는 지하구조물의 형태와 말리는 방법을 찾는 문제입니다.”라고 문제를 요약한다. 

그 소리에 온 몸이 떨린 리우섭은 손에 땀을 쥔다. 

 

《(아 ,어째서 우리는 구조물의 형태를 변형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가....) 

기초의 깊이를 줄이고 너비를 넓힘으로써 같은 힘을 견디게 하는 문제, 문제설정이 타당하다. 

오랜 과학적사유에 숙달된 그의 머리는 정확히 겨냥된 화살을 잡은 듯한 긴박감을 타고 번개불같은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벌써 그의 머리속에서는 복잡한 탄성면의 미분방정식이 오락가락했다. 

그의 이마에는 마음의 열기가 내돋치듯 땀이 솟았다. 

그는 자기가 너무 흥분한데 생각이 미치자 자중해야 되겠다고 자신을 타이르며 겸손하게 **** ***동지를 우러러 말씀을 드리였다. 

“옳습니다. 기초의 두께를 좀 줄일수 있을 것 같습니다.》(322쪽)

 

김정일 지도자는 리우섭의 속을 들여다보듯 그런데 아직 무엇이 근심인가고 묻는다. 리우섭은 사죄하듯 웃음을 짓고 허심하게 말한다. 줄이기는 해도 사흘에 말릴 두께까지 나오겠는지, 그리고 원래 기초를 까는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겠는지 모르겠다고, 허나 더 생각해보겠다고, 절대의 자물쇠는 마사진 셈이라고 대답한다. 

김정일 지도자는 리우섭의 말에서 뭔가 허약함을 느낀 듯 뒤따라 묻는다. 

 

“《기초 까는것은 두드려부시는건데 무엇이 힘듭니까?》

《그것은 공장안에 있기 때문에 대발파를 못하는 조건에서 <두더지발파>로 한귀퉁이씩 폴싹폴싹 허물자니까 그렇습니다.》 

**** ***동지께서는 충분히 납득하신듯 잠시 생각에 잠기시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그렇겠군. 9메터에 12메터니까... 그러니 될수록 덜 까내는 방법을 세워야 하지 않을가요?》 

그이께서는 이렇게 반문하셨으나 그것은 자신의 판단을 믿으시는 확신에 찬 어조이시였다. 

(**** ***동지께서는 철저히 *일이라는 날자외에는 없다는데서 출발하고계시는것이다.) 

우섭은 그 완강하고 철저한 의지앞에서 병사시절처럼 결패있게 대답을 올렸다. 

《알았습니다.》“(323쪽)

 

김정일 지도자는 리우섭에게 문건을 보여주면서 김일성 주석이 바라는 날짜를 확인시킨다. 수령의 걱정을 덜어드릴 책임이 자신과 선생님에게 있다면서 어디 한 번 해보자고, 김일성 주석이 얼마나 기뻐하겠는가고 말한다. 또한 속도전으로 해야 되고 그래야 힘이 생긴다고 강조한다. 그리고는 오늘 저녁 최대급행열차로 지방에 내려가라면서 팔목시계를 보더니 떠날 시간까지는 아직 열두 시간이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요?”라고 김정일 지도자가 확인하듯 리우섭의 팔목을 바라보고, 리우섭도 그렇다고 대답한다. 

《우섭은 마치 공격개시를 앞두고 지휘관과 시계를 맞춘 병사처럼 차렷자세를 취하였다.》는 구절로 2절이 끝난다. 

3절은 리우섭 교수의 낮활동으로부터 시작해 기차를 타고 가는 과정 그리고 기대보수결과 등으로 이뤄진다. 시작부분을 보자. 

 

“우섭은 대학과 연구소, 도서관에 들려 필요한 문헌들을 찾아보고 빌리고 하느라 점심먹을 짬도 없이 바빴다. 그러나 그는 행복하였다. 그는 자신이 한껏 부푼 기구를 타고 떠다니는듯 한 기분이엿다. 집이 코앞에 있었건만 그는 두번이나 지나면서도 들릴 겨를이 없었다. 그의 걸음은 그렇게 바빴다. 아니, 그의 마음이 그렇게 바빴다. 머리속에서는 걸으면서도, 도서관열람대에서 책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도 《어머니기대》의 집채같은 콩크리트기초덩어리가 좌우로 날개를 펴고 될수록 표면적이 넓은 다른 모양으로 변해가고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화가가 그림을 그리거나 혹은 장난군 애녀석이 집짓기를 해보는것과는 다른 문제였다. 그는 새로운 방정식을 세워서 기대가 내리누르는 힘에 견딜수 있는 그런 력학적으로 안정한 지하구조물의 모양을 계산으로 확정해내야 하는것이다. 

우섭의 가슴은 한없이 설레이였다. 그는 한시바삐 목적지 ㅅ공장에 가고싶었다. 거기에는 우수한 계산수단이 있고 유능한 기사들 그리고 분명 우섭의 력학계산에 기발한 착상을 안겨줄 쌩쌩한 기계공학전문가들이 기다리고있을것이다.”(324~ 325쪽) 

 

늦저녁에가 겨우 집에 들려 요기를 한 리우섭은 맏딸과 아내의 도움으로 무거운 책보따리를 승용차에 싣고 역전으로 달려간다. 역사 시계탑 아래에서 몇 시간 전에 인사하고 헤어진 대학당비서가 나타난다. 당비서는 선생의 사업을 도우러 나온 분이라면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젋은 일꾼을 소개한다. 김정일 지도자가 보낸 일꾼의 안내로 리우섭은 당비서와 함께 조용한 대합실로 들어간다. 일꾼은 저녁식사를 했는가, 뭐 집에 두고 온 것은 없는가 등을 묻더니 지도자동지가 선생이 어떤 좋은 방안을 갖고 가는가 알고싶어한다고 말한다. 리우섭은 당황해난다. 아침부터 끊임없이 사고했지만, 이렇게 떠나는 시간에 아침보다 무슨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지도자가 기대할 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다. 그제야 리우섭은 헤어질 때 아직 12시간이 있다던 말의 뜻을 깨닫는다. 사색은 정돈되지 않았고 아직 이렇다할 결심이 없이 공상적인 안개 속에서 모호한 방정식들이 떠돌 뿐이다. 리우섭은 대체로 윤곽이 서간다고, 판의 탄성면의 미분방정식을 이용하여 계산할 결심이라고 대답한다. 일꾼은 그 대답을 토 하나 틀리지 않게 적고는 언제까지 계산을 끝낼 예정이냐고 묻는다. 리우섭은 그 물음이 그 일꾼의 물음이 아님을 육감으로 알아채고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모든 힘을 다 바쳐 속한 시일 내에 끝내겠다고 대답한다. 일꾼은 알았다고, 그렇게 보고올리겠다고 말하더니 리우섭을 다시 자리에 앉히고 수첩의 다음 장을 번진다. 

 

“《그리고 **** ***동지께서 이것을...》 

그는 수첩에 적힌 내용을 착오없이 전하기 위하여 한번 더 훑어본 다음 거기 쓴것을 읽는 어투로 말하였다. 

《지금 있는 기초를 까는 일이 시간을 잡아먹는데 이것을 까지 말고 리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보시랍니다.》 

우섭은 리용이라는 말에서 무언가 머리에 짚이는 생각이 있었다. 

그는 오래전에 동해안의 자갈밭에 급히 랭동공장을 세워야 할 과업을 받았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그때 우섭은 자갈밭을 류사한 질의 지반으로 간주하고 리용하는 방법을 썼었다. 

공고한 지반이 못되는 자갈층에 넓은 《기초판대기》를 깔고 거기에 세워진 랭동공장은 몇해가 지난 지금도 끄떡없이 그 기초기술의 독창성을 시위하고있었다. 

(금이 간 콩크리트를 금간 암반으로 생각한다며...) 

우섭은 한곳을 뚫어지게 보며 가능성의 실마리를 곧 잡을듯 골몰한 표정으로 대답을 했다. 

《생각하겠습니다.》 

그러나 그의 사색은 충격을 받은 수면처럼 흐트러져 더이상 집중되지 않았다. 

온 나라의 크고작은 일을 도맡으시여 끝없이 분망하신 그이께서 어쩌면 이 한 사업을 놓고 이리도 세밀히, 이리도 깐깐히 생각하시고 이끌어주시며 매 걸음마다 나갈 길을 찾아주시는것일가...”(327쪽) 

 

조선의 최고영도자가 말하면 일꾼들이 수첩에 열심히 받아적는 모습은 사진이나 동영상들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허나 그렇게 적은 내용들이 어떻게 쓰이느냐는 이런 소설을 봐야 알 수 있다. 김정일 지도자는 구조물의 형태변화에 이어 문제가 생긴 기초를 이용하는 방법도 일깨워주었다. 

일꾼은 지도자에게 보고하려는 듯 리우섭에게 표를 주고 먼저 차에 오르라고 하더니 어디론가 나간다. 책보따리를 든 당비서가 먼저 일어서고 리우섭이 따라서 대합실을 나와 기차에 오른다. 아직 누구도 오르지 않아 상급침대칸은 조용하다. 리우섭은 차관을 의자 위에 내려놓고 좁은 차관대에 책과 종이, 필갑을 올려놓는다. 

 

“금이 간 기초를 그냥 리용하려면 지반이 불균등매질로 되기때문에 변수계수를 우선 계산해야 한다. 

우섭은 종이우에 짐과 지반의 단면도를 그리고 지반의 억세기에 생각을 집중했다. 종이우에는 혹은 박아서 혹은 날리듯 그의 사고가 수자와 문자를 통하여 옮겨지기 시작했다. 

일생을 과학연구사업에 바쳐 빈틈없이 살아왔으나 이렇게 일분일초가 귀중하고 희한한 착상으로 충만되기는 처음이였다. 그러다가는 갑자기 예상치 않았던 암초가 나타나 연필이 멈추어진채 많은 시간이 흐르기도 했다. 머리를 싸쥐고 모대기였다. 

어느새 그가 앉은 침대와 앞침대에 책들과 복잡한 수식이며 도면이 그려진 종이들이 무질서하게 쌓이기 시작했다. 

자기 세계에 빠져 정신없던 우섭은 연필을 깎기 위해 칼을 찾으며 좌석을 둘러보게 되여서야 비로소 앞침대 문켠에 대학당비서가 아니라 검은색양복의 그 일군이 앉아있는것을 보았다.“(328쪽)

 

제 정신이 든 리우섭이 일꾼에게 왜 내리지 않느냐고 물으니 일꾼은 조용히 웃으며 자기도 선생님과 같이 간다고, 차는 벌써 떠났다고 대답한다. 차가 떠나면 의례 들리던 열차방송도 없었는가 싶어 두리번거리던 그는 일꾼의 시무룩한 웃음에서 확성기까지 꺼놓은 것을 알아채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그는 계속 계산에 몰두하고, 일꾼은 말없이 연필을 깎어 섬겨주다가는 리우섭이 휘갈긴 조잡한 종잇장들을 귀중한 문헌처럼 한 장씩 받아 가슴에 포개안는다. 리우섭이 계산으로 넘어가기에 앞서 잠깐 얼굴을 돌리고 일꾼에게 이제부터는 기계적계산이니 안심하고 밤도 깊었는데 좀 쉬라고 권하면서 일꾼의 침대에 널린 책들을 거두려 한다. 그러자 일꾼은 더 권하지 말라는 뜻으로 나직이 자신은 도중역에서 지도자에게 사업진척정형을 보고드려야 한다고, 기계적계산단계라면 방조자가 요구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깜짝 놀란 리우섭은 일꾼이 그런 일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었나 싶어 새삼스럽게 반가운 눈으로 쳐다본다. 일꾼은 아니라고, 옆칸에서 대기하고 있다더니 리우섭을 옆칸으로 데려간다. 거기에는 눈들이 별처럼 빛나는 젊은이 셋이 일감을 기다리고 있고, 그들의 앞에는 고속전동계산기가 설치되었으며 맨 곁에 앉은 단발머리처녀는 계산척을 매만진다. 이 동무들이 계산을 담당할 것이니 지시만 주라는 일꾼이 설명한다. 감동에 목이 메어 자기 칸으로 돌아온 리우섭은 아침부터 까맣게 잊었던 담배를 한 대 피워 문다. 

기차는 더욱 기세좋게 달리고 계산기는 쉴새 없이 돌아가며 두 칸 사이에서는 벌써 계산도식을 파악한 젊은 계산수들이 리우섭의 새 지시와 나온 결과를 번갈아 들고 바삐 오간다. 일꾼이 말없이 모든 것을 보장하고 보살핀다. 

차가 양덕역에 멎었을 때 일꾼이 사라진다. 그가 당중앙위원회에 보고하러 갔으리라고 리우섭이 짐작하면서  비 퍼붓는 창을 초조히 바라보는데 뜻밖에도 일꾼은 곧 되돌아와서 평성역에서 올린 보고를 받고 지도자가 매우 만족한다고, 기계적 계산이 시작되면 젊은 동무들에게 맡기고 선생께서는 좀 쉬시게 하라는 지시가 내렸다고 말한다. 리우섭은 너무도 감격해 마음을 무어라 표현할 수 없다. 잠시 후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이 비오는데 역에 나갔댔느냐고 물으니 일꾼은 군당비서동무가 나와 우리를 기다리더라도 대답한다. 리우섭은 깊은 밤에도 쉬지 않고 군당비서를 빗속에 내보내 모든 것을 헤아려 보살피고 격려하는 지도자에게 감격해마지 않는다. 

이때 계산수인줄 만 여겼던 처녀가 혈압계를 들고 들어온다. 지도자가 보내준 간호원이었다. 팔을 내맡긴 리우섭은 눈굽이 젖어든다. 

기차는 계속 내달리고 동쪽하늘이 훤하게 트인다. 계산이 마감단계에 이른다. 균열이 간 기초만 까내고 거기에 새롭게 계산된 모양의 콘크리트 “팥대기”를 치면 된다. 리우섭이 젊은 동무들을 좀 쉬우자면서 전동계산기 스위치를 뽑으니 젊은이들은 선생님부터 쉬라고, 우리는 앞으로 몇 밤을 더 새워도 된다고 활기있게 대답한다. 

동해에 해가 솟고 리우섭은 젊은이들의 권고에 못 이겨 잠시 침대에 눕는다. 얼마 지났는지 꿈결에 ㅅ공장 기술일꾼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 리우섭은 눈을 떴다가 꿈인가 생각하며 다시 눈을 감으려 한다. 그런데 낯익은 얼굴들이 우르르 밀려든다. 리우섭은 자기가 이미 목적지에 왔나 하여 차창 밖을 내다본다. 기차는 아직도 동해를 끼고 달린다. 맨 앞에 선 기사장의 손을 움켜쥐며 리우섭이 이게 웬 일인가고 물으니, 검정양복 일꾼이 자초지종을 설명해준다. 

 

“**** ***동지께서는 달리는 기차에서 끝나가고있는 기초계산을 보고받으시는 즉시로 공장에 알려주시였다. 그리고 기차가 그곳에 닿기 훨씬 전에 계산이 끝날테니 도중역까지 나와있다고 맞받아 타고 그다음 설계공정을 진척시키라고 지시하시였던것이다! 

이리하여 우섭의 계산결과에 근거한 설계기사들의 작업이 맞물려 벌어지게 되였다.”(332) 

 

기차는 목적지에 이르고 역에는 공장 노동자들이 마중나와 있다. 공장 당비서의 승용차에 오른 리우섭은 한없이 감격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어둡다. 시간을 더 줄일 수 없을까? 지도자동지는 말리는 방도도 찾으라고 했는데.. 빨리 가서 일에 착수해야겠다는 초조감과 지도자의 요구를 절반 밖에 순응하지 못한 채 시공전투를 벌리게 된다는 자책감이 뒤섞인다. 뒤이어 벌어진 일은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주어진다는 말이 실감나게 한다. 

 

“말리는 방법을 찾을수 없을가.... 

그는 모순된 마음에 흔들리며 차의 앞창을 바라보았다. 이때 그들의 앞에는 산더미같이 콩크리트벽체를 실은 대형화물차가 천천히 가고있었다. 

무심결에 그 부재들을 더듬어보던 우섭은 부재가운데 숭숭 뚫린 공간에서 눈길을 멈추었다. 무언가 피뜩 머리를 스치였다. 

구조물에도 공간을 준다면? 아니, 철관을 넣는다면? 우섭은 그만 저도 모르게 당비서의 손을 건드렸다. 

《비서동지, 철근대신 철관을...》

철근대신이라는 생각은 그가 당비서의 손을 건드리는 순간에 떠오른것이였다. 

당비서는 영문을 몰라 어정쩡한 눈길로 우섭을 바라보았다. 

《콩크리트에 넣을 철근대신 철관을 넣겠단 말입니다.》 

당비서는 채 알아듣지 못했으나 우섭의 귀중한 착상이 깨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신중한 어조로 《네-》하고 대답하며 신뢰에 찬 눈길로 우섭을 바라보았다. 

《그 철관으로 고압증기를 쏘아넣겠습니다.》 

우섭은 머리속에 떠오르는 그대로를 혼자 말하듯 입에 옮기였다. 

당비서는 그의 의도를 알아차린듯 우섭에게로 몸을 돌리며 뜨겁게 손을 잡았다. 

《*센치메터간격으로 관을 넣어주면 하루에 말릴수 있지 않습니까!》 

《옳습니다. 그렇게 하자는겁니다. 사흘을 하루에 단축할수 있습니다.》 

우섭은 부르짖다싶이 하였다. 

당비서는 우섭의 어깨에 투박한 손을 얹었다. 

《선생님, <절대>기일이 하루가 되였습니다!》”(332~333쪽) 

 

한두 달이 걸린다던 대형기대의 보수는 *일 간에 끝난다. 미증유의 창조력과 초인간적인 힘, 상상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났다. 4월 14일 20시, 시운전을 마친 리우섭은 당비서가 보고를 올리는 전화기 옆에 서있다. 김정일 지도자의 저렁저렁한 음성이 들려온다. 

 

“《수고를 했습니다. 장합니다. 이게 바로 조선시간입니다. 우리의 힘입니다.》

우섭은 눈을 슴벅이며 친근하신 그 음성에 귀를 기울이였다. 

조선시간, 그렇다. 이것은 우리만이 가질수 있는 시간개념이다.... 

이 지구상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때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것을 단위로 력사와 세기를 재고 인생을 한도짓던 시간개념은 오늘의 우리 시대에 사는 조선사람에게는 인제 맞지를 않는다. 

이에 대하여 우섭은 지금 무언가 터득한듯싶었다.” (333쪽)

 

이런 부분은 조선의 수령소설들에서 흔히 나오는 “격정토로”이고 그 다음 쪽(사진)에도 이어진다. 

 

▲ 책의 334쪽     © 자주시보, 중국시민


조선의 소설들에는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위원장이 남다른 착상과 특유한 배짱으로 난관을 헤쳐나간다는 이야기들이 많다. 《조선시간》에서도 구조물형태변형과 기존기초이용하기는 남다른 착상에 속한다. 허나 시간을 충분히 이용하는 방식은 필자가 다른 작품들에서 보지 못한 바이다. 

리우섭은 이제 기차를 타고 ㅅ공장에 가서 기술자들과 함께 계산하고 설계를 마치려 했으니, 이는 가장 상용적인 시간이용방식이다. 시간을 하나의 선으로 본 것이다. 허나 김정일 지도자는 당비서들, 일꾼, 계산수들, 간호원, 설계기사들 등등을 동원하여 차가 목적지에 이르기 전에 벌써 일을 거의다 마무리했다. 

현대개념으로는 인간도 자원이라 할 수 있으므로, 김정일 지도자는 일단 이뤄야 할 목표를 정해놓고는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 일을 추진하는 방식을 썼다. 필자는 이런 방식을 “결과지향 다종자원동시병행추진방식”이라고 이름지어본다. 

혹자는 김정일 지도자가 나라의 각종 자원을 다룰 지위에 있기에 그런 방식이 가능하다고 여길 지도 모르겠다만, 모든 나라의 수반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일을 추진하는 건 아니니까 아무래도 조선 지도자의 특성이 돋보인다고 평해야겠다. 

단편소설 《조선시간》의 내용을 충분히 설명했고 필자의 결론도 소개했으니 이제는 필자가 이 작품의 수록여부에 관심을 돌린 다른 이유를 밝혀야 되겠다. 비밀은 저자의 이름이다. 단편소설집의 314쪽 사진을 보자. 

 

▲ 책의 314쪽     © 자주시보, 중국시민

 

사진에 나왔다시피 저자는 성혜랑이다. 성혜랑이 누군가? 김정일 위원장의 동거녀로 알려진 성혜림의 언니고 1990년대 초반에 망명했다 하며, 그의 아들이라는 이한영은 1980년대 초에 남으로 가서(납치설과 자원설이 병존함) 살면서 김정남과 관계되는 책을 펴냈다가 북 공작원의 총에 맞아죽었다고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또한 20세기 말에 성혜랑 이름으로 된 《등나무집》이라는 책이 나와 반북선전에 큰 몫을 했고 지금도 “북한 연구서적”들에서 확실한 근거로 간주되면서 인용되곤 한다. 성혜랑이 북에서 발표한 단편소설들-- 3대혁명소조원을 다룬 《혁명전위》, 한국학생운동을 다룬 《늦은봄》등과 비교해보면, 《등나무집》은 글솜씨가 전혀 돋보이지 않아 굉장히 무미건조하다. 작가 성혜랑의 글 답지 않은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북한 전문가”들과 “귀순자”, “탈북자”들이 수없이 곱씹은 주장이 조선에서 누가 정치적으로 도장이 찍히면 그의 모든 작품들이 사장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성혜랑 일가 망명(?) 20여 년 후, 이한영 죽음과 《등나무집》 출판 10년 쯤 뒤에 조선이 굉장한 프로젝트로 추진한 단편소설집에 성혜랑의 소설이 실렸다. 두고두고 음미할 가치가 있는 현상이라. 뒤늦은 감이 들더라도 위와 같이 소개한다. 

현재 시점에서 살펴보면 계산기가 아니라 컴퓨터로 훨씬 복잡한 계산을 빨리 끝낼 수 있고, 일꾼이 역마다에서 번번이 내려갈 필요가 없이 손전화(휴대폰)으로 얼마든지 보고하고 지시를 받을 수 있는 등 근 40년 전의 이야기가 시대에 떨어진 듯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허나 진짜로 중요한 것은 “결과지향 다종자원동시병행추진방식”이 소설이 그려낸 하나의 난제풀이에 그친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상당히 널리 보급되었다 보이고 더욱이 지금도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 핵과 미사일이 외부의 추측을 자꾸만 깨뜨리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어가는 것도 필자 보기에는 “결과지향 다종자원동시병행추진방식” 덕이다. 12월 3일자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에 의하면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9월 압록강다이야공장에 우리 식 9축자행발사대차의 대형다이야(타이어)를 무조건 개발생산할데 대한 과업을 제시”했는데, 이렇게 개발해낸 타이어가 11월 29일 “화성- 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시험에 쓰였다. “화성 15형”의 발사를 지향하여 조선의 얼마나 많은 부문에서 잠재력을 최대한 발굴했겠느냐는 이제 차차 공개되리라 생각된다. 필자의 견해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는 보는 이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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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17/12/17 [18:04]
오타수정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수정 삭제
자민통 17/12/18 [08:50]
읽고 나니 상쾌해집니다.
마식령스키장, 여명거리, 화성15호 등 어찌 그리 빠른시간에 완성되었는지 궁금하던 차에
속시원히 해결이 되었습니다.
한때 '몰입'에 관심을 둔 적이 있었습니다.
일때문에 짧은 시간에 프로그램을 완성해야되었지요.
휴가차 서울에서 고향가는 기차를 타고서도 그 일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가만히 눈을 감고 그 프로그램의 뼈대를 세울수 있었습니다.
데이타을 고루 분산하고, 이리 저리 빼내고, 이러 저리 할당하고 등등.
뭔가 집중이 잘 이뤄지면 꿈속에서도 수학문제를 풀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저도 그런 몰입이 한순간 경험하게 되었지요.

그러한 몰입을 잘 할 수 있는 일터의 환경을 조성해주기가 쉽지 않은데 북은 그렇게 한 것 같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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