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392] 남측잣대로만 북한 판단은 오만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1/09 [01:47]  최종편집: ⓒ 자주시보

 

재일 학자 서경식 교수는 저서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형진의 옮김, 반비, 2012년 8월)에서 조선과 관련된 모든 것을 싫어했던 재일조선인 3세 배귀미 씨의 사연을 전했다. 

 

▲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형진의 옮김, 반비, 2012년 8월) 

 

책 출판 십수년 전 일본 에히메현(愛媛縣) 마쓰야마시(松山市) 마쓰야마 대학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졸업생인 배 씨가 참가해 《민족의 공생을 바라며(民族の共生願って)》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배 씨네 가정은 일본이름을 쓰면서 다른 일본인 가정과 똑같이 아이를 키우려고 했는데, 초등학교 급식시간에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어떤 남자아이가 미소시루(일본 된장국)에 밥을 말아먹는 것을 보고 여자아이가 그 일이 왜 충격적이었을까? 배 씨네 집안에서는 국에 밥을 말아먹는 게 지극히 일상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더러워, 개밥 같아”라며 놀린 것이다. 

 

“조선의 식사문화에서 그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아무리 완벽하게 일본인이 되려고 해도, 일상생활에 일본인과 다른 습관이 있는데 배 씨의 부모님도 거기까지는 미처 알지 못한 것입니다.”(199쪽) 

 

일본 소녀의 비난과 재일조선인소녀의 충격은 필자에게 상당한 충격으로 안겨왔다. 필자가 중국에서 나서 자란 조선족들을 전부 대표할 수는 없다만, 적어도 필자와 필자의 지인들 중에는 음식습관 때문에 한족이나 다른 민족의 조롱이나 비방을 들은 사람이 없다. 만약 누군가 그런 말을 하다가는 어느 민족이 어느 민족을 겨냥했던지 막론하고 엄한 비판을 받고 말 것이다.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래 엄격히 실시되는 민족평등정책 때문이다. 

 

식사방식에 대한 비난을 필자는 제2차 세계대전의 흐름을 바꾸었다고 평가받는 스탈린그라드 격전 참가자들의 회상기 모음집- 《스탈린그라드 보위전(斯大林格勒保卫战)》(톈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1980년 10월, 도합 654쪽, 사진)에서나 보았었다. 

 

 

주코프 원수 등 원수, 장령, 병사, 간부들의 회상기 모음집 《스탈린그라드 보위전》 

 

168~193쪽에 실린 그레코프 상장의 회상기 “매체킨스키린브르그의 수호자들(麦切京斯基棱堡的守卫者)”에서 회상자는 어느 포병부대를 소개했다. 

20살 난 포병 중대 지휘소대 소대장 세르게이 흐라블로브 소위가 점심식사를 하는데, 국, 밥과 과일볶음을 몽땅 밥곽(도시락)에 섞어서 먹어버렸다. 대대 참모장 레스타넨코는 그런 식사방법이 눈에 거슬려 화가 나서 소리질렀다. 

“소위 동무, 밥이야 사람답게 먹어야지.” 

흐라블로브 소위는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아시겠지만 음식은 어떤 순서로 위에 들어가든지 실질적으로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먹는 사람이 원하든 말든 모두 뒤섞이기 마련이지요. 저의 이런 식사방법은 속도가 비교적 빠릅니다. 제 생각에는 이런 일을 처벌한다는 규정이 없을 텐데요.” 

그들의 대화는 웃음판을 만들어놓아 여단장마저 웃음을 참지 못하더니, 손을 휙 젓고는 다른 일을 하러 갔다. 후에 흐라블로브는 포병대대에서 제일 먼저 최고급 붉은별 훈장을 탄 사람들 중의 하나로 되었다. 

 

 

소련 포병 소위가 비러시아방식으로 식사해 생겨난 대화 

 

국을 얼마 넣었느냐에 따라 소련 포병 소위가 밥을 말아먹었다거나 밥을 비벼먹었다고 볼 수 있다. 아무튼 나름대로 국밥 혹은 비빔밥을 해먹다가 비난을 받았는데, 당년에 소련 붉은 군대에는 고려인들이 꽤나 있었고, 극동의 훈련기지들에도 조선인 항일장병들이 있었다. 그들이 비빔밥을 만들어먹었는지, 어떤 풍파가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필자는 아무런 기록도 보지 못했다. 

허나 2차 세계대전이 파쇼 그룹의 실패로 끝나고 소련 군대가 반도 북반부에 진주했던 1940년대 중후반에는 조선인들이 국에 밥을 말아먹거나 비빔밥을 해먹는 걸 보고 사람답지 않다는 비난이 나오지 않았으리라 짐작된다. 포병 대대 참모장도 전날 만약 고려인들이 밥을 비벼먹는 걸 보았더라면 사람답지 않다는 비난을 쉬이 하지 않았으리라. 

 

근년에 한국 텔레비전 프로 같은 데서 외국인이 등장하면 한국을 좋아하느냐, 한식을 좋아하느냐 따위 질문이 약국의 감초처럼 끼이는데, “비빔밥”도 심중팔구 등장하는 단골메뉴다. 외국 예술인이든 관광객이든 일단 프로에 나오면 그러루한 질문에 다 웃으며 좋아한다고 대답하는 것도 흔한 풍경이다. 진짜 좋아하는지는 시험해보지 않아 모른다만, 그런 문답이 현장에 있는 사람들과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고, 한국식 자부심을 고양시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함은 분명하다. 

 

뭔가 자신 및 자신에게 익숙한 것과 다르다고 하여 짐승에 비기거나 사람답지 않다고 단언하는 언행은 지식의 부족만이 아니라 흉금의 좁음에서 생겨난다. 높이 서서 멀리 바라보고 두루 돌아보노라면 자신이 잘 아는 것만이 유일한 기준이 아니고 세상에는 이런 방법, 저런 기준 등등이 존재함을 알게 되고 다양성을 인정하게 된다. 

 

음식이나 식사방법 만이 아니라 나라와 정권의 형태, 인간들의 생활방식도 다양하기 마련이다. 조선(북한)도 나름대로 특성을 갖고 존재의 가치도 지니는 법이요, 지구는 충분히 크니까 동북아 반도 북반부에 특별한 형태가 있다는 건 당연한 일이므로, 외부사람들이 비정상이라고 단정한다면 오류가 아닐 수 없다. 

일본 소녀와 소련 장교의 언행에는 분개하거나 웃을 한국인들이 반도 북반부를 그저 비웃기나 한다면 남들의 비웃음을 사기 십상이다. 

 

20세기 말 혹은 21세기 초에 진행된 심포지엄에서 배귀미 씨는 아래와 같은 말로 발언을 마쳤다 한다. 

 

“저는 다음 세대의 어린이들이, 어렸을 때의 저와 같은 생각이나 사고방식으로 현실을 살지 않기를 바랍니다. 일본 사회의 현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일본에 동화하는 길을 걷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실’을 가르쳐주십시오. ‘사실’을 배우십시오. 단지 그것뿐입니다.”(《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 201쪽) 

 

일본 부분을 “북한 사회의 현상을 부당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북한을 반대하는 길을 걷지 않았으면 합니다”라고만 바꾼다면, “저는”부터 “그것뿐입니다”까지 고스란히 한국인들에게 어울리고 필요한 말이 된다. 간만의 남북 고위급 회담을 대하는 시점에서는 특히 그러하다. 


광고

트위터 페이스북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세계대동 18/01/09 [04:47]
매우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수정 삭제
111은 구더기 밥 18/01/09 [13:50]
그 후 똥통에서 탈출해 남은 인생이라도 제대로 살아보려면 후지산에 올라가 멀리 바라보고 두루 돌아보노라면 자신이 잘 아는 것만이 유일한 기준이 아니고 세상에는 이런 방법, 저런 기준 등등이 존재함을 알게 되고 다양성을 인정해야지.

이 책 다 보고 나면 빈대인지 벼룩인지 잘 분별이 안 되는 벌레에게도 빌려줘 입에 거품 물고 뒤로 나자빠져 뒈지지 않도록 도움을 주거라. 지구에 살았으면 이런 기여 정도는 해야지. 수정 삭제
111 18/01/09 [13:59]
-

월북이 월남에 평화협정체결로 해서 미군을 철수시킨후에
공산화햇지 수정 삭제
111은 구더기 밥 18/01/09 [20:06]
미국이 멸망하면 주한미군 철수 어쩌고저쩌고가 필요 없다.
일본이 멸망하면 위안부 어쩌고저쩌고도 필요 없다.
남북 간에는 평화협정 체결이 없어도 평화롭다.
남북 간에는 비자가 없어도 왔다 갔다 한다. 수정 삭제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
사랑방
최근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