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문화 가꿔가기25] 재돌입체 능력 암시하는 북 소설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1/21 [03:17]  최종편집: ⓒ 자주시보

 

♦ 김정일, 김정은 2대 최고영도자의 높은 평가를 받은 여성과학자 

 

2017년 9월 17일 조선중앙통신사는 김정은 최고영도자가 현영라의 영전에 화환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로력영웅이며 교수,박사인 국가과학원 유색금속연구소 연구사 현영라의 서거에 깊은 애도의 뜻을 표시하여 16일 고인의 령전에 화환을 보내시였다”는 간단한 기사로는 한국인들이 이해할 수 없으리라 여겨서인지, 한국의 《통일뉴스》는 18일 정보를 좀 보태여 “북 여성과학자 현영라 사망..김정은 조의”(이승현 기자)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북한에서 과학자들이 따라 배워야 할 '선군시대의 선구자'로 널리 알려진 여성과학자인 현영라 국가과학원 유색금속연구소 연구사가 최근 사망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7일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노력영웅이며 교수, 박사인 국가과학원 유색금속연구소 연구사 현영라의 서거에 깊은 애도의 뜻을 표시하여 16일 고인의 영전에 화한을 보내시었다"고 보도했다.

김일성종합대학교 물리학부에서 '작은 퀴리'라는 별칭으로 이름을 날리던 수재였던 고인은 생전에 채취공업 등 여러 경제부분의 생산을 정상화하는데 기여해 북한 과학계를 대표하는 여성과학자로 이름이 높았다.

특히 컴퓨터 하드디스크(경자기원판) 제조에 쓰이는 콤팩트디스크(CD)용 특수합금 재료를 개발해 북한 전자공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렸으며, 지하철도 운영 설비에 적합한 유색금속 재료도 연구하는 등 시대가 요구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학의 제1번수'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긴 조선에서 신문과 잡지로 공개한 내용이 대체로 이 정도니까, 한국 언론도 할 만큼 한 셈이지만, 정상적인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정보기갈을 느끼게 될 것이다. 

다행히도 현영라를 원형으로 삼은 장편소설 《녀학자의 고백》(한정아 지음, 문학예술출판사 2013년 9월, 325쪽, 사진)이 나왔고 인터넷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므로 현영라라는 인물과 공적 및 조선(북한)에서의 지위를 아는데 큰 도움이 된다. 

 

▲ 북 장편소설 '녀과학자의 고백'     ©자주시보, 중국시민

 

 

♦ 조선의 여류작가 한정아와 그 작품들 

 

어느 나라나 그러하듯이 조선에도 여류작가 수량은 남성작가들보다 적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들을 두루 살펴보면 항일투사같이 세상 뜬 여성들이 주인공인 경우에는 남성작가들이 훌륭한 작품들을 내놓았지만, 현존 인물을 원형으로 삼은 경우에는 남성작가 작품들이 여성작가 작품들보다 어딘가 좀 떨어진다는 느낌을 준다. 아무래도 취재과정에서부터 여성 끼리 할 수 있는 말, 여성 끼리 공감할 수 있는 사연들이 있기 때문이리라 짐작된다. 여성적인 섬세한 필치는 상대적으로 부차적인 기량문제다. 

 

장편소설 《녀학자의 고백》 저자 한정아는 1956년 11월 평양에서 태어나 대학졸업 후 여러 해 교원생활을 하면서 단편소설 《꽃들이 핀다》 등을 발표했고 1982년에 김형직사범대학 작가양성반에서 공부했으며, 1984년부터 전업작가로 되어 수십 편 단편소설을 발표한 뒤, 1996년에 첫 장편실화소설인 《사라지지 않은 혜성》을 내놓았다. 

조선에서는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녀성고유의 부드러운 감정과 필치로 박영순의 성장과정을 실제적인 사실자료에 기초하여 형상한 장편실화소설은 발표되자마자 청소년들속에서 광범히 애독되고 좋은 호평을 받았다. 

이 소설이 광범한 독자들속에서 커다란 감흥을 불러일으키게 된것은 작가가 대학을 졸업하고 다년간 체육교원생활을 하면서 체험한 생활과 체육에 대한 넓은 지식이 있었기때문이라고 생각한다.”(장편소설 《눈속의 동백꽃》 272~ 273쪽 “편집후기”에서, )

 

▲ 탁구 세계 챔피언 박영순을 그린 장편실화소설 《사라지지 않은 혜성》    ©자주시보, 중국시민

 

2005년에는 두 번째 장편소설인 《눈속의 동백꽃》을 출간했으니 이는 60여 명 북송 비전향장기수 하나하나를 원형으로 하여 장편소설들을 창작하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벌어진 창작전투성과에 속한다. 

 

▲ 비전향장기수를 주인공으로 삼은 북 장편소설 《눈속의 동백꽃》   ©자주시보, 중국시민

 

《눈속의 동백꽃》 주인공 이름은 류세진이니 원형은 전라북도 전주시 태생으로 30년 감옥살이를 했던 이세균 선생이라고 판단된다. 

이 두 장편을 필자가 다 보았는데 특별히 잘 썼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하기에 2014년에 《한 녀학자의 고백》을 얻어 본 다음 무척 놀랐고 작가의 작품 가운데서 가장 낫다는 평가를 내렸다. 

 

 

♦ 3대 지식인의 군상을 그려낸 《한 녀학자의 고백》 

 

제목은 《한 녀학자의 고백》이지만 실제로는 조선의 3대 지식인의 군상을 그려낸 역작이다. 

작품은 칠순을 내다보는 주인공 리현심이 옛 동창생 송리옥의 편지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차봄순은 정보기술연구소 연구사로서 선응공장이 수입한 CNC설비가 일정기일 가동 후 절로 정지되는 프로그램 때문에 멎어섰고 제조업체가 설비구입비와 거의 맞먹는 엄청난 보수를 요구하여 곤경에 빠져 도움을 청하니, 해결소조 책임자로 되어 2명 청년을 데리고 가서 석달 만에 프로그램 암호를 풀어낸다. 

 

떠날 때는 신성한 과학기술로 사람들을 농락하는 그자들에게 단단히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주체조선의 청년과학자들에게는 놈들의 사기행위가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는것”(3쪽)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는데, 정작 성공하고 돌아와서는 얼굴에 그늘이 비꼈다. 공장에서 고작 푸른 인조가죽뚜껑을 씌운 수첩 한 권과 만년필 한 대를 기념품으로 주었기에 자기들이 바친 노력에 대한 보상에 불만을 느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구소 사람들은 손톱눈만 한 일을 해놓고 떠들지 말라고, 아직 햇내기(새내기)라고 권고하더란다. 딸의 생각에 불안해난 송리옥은 리현심에게 편지를 써서 고민을 털어놓았고, 리현심은 덕분에 걸어온 길을 돌이키게 된다. 

 

이리하여 노세대 지식인들과 리현심 세대 지식인들의 군상이 그려지고, 리현심 개인의 사적은 주로 탄광에서 다량 쓰이는 전기접점재료연구와 특수합금재료연구로서 갖은 우여곡절이 생동하게 보여진다. 

마지막에는 차봄순이 어머니가 들려준 리현심의 이야기를 들은 다음 리현심이 일하는 고장으로 찾아가서 외국 과학자들의 운명과 조선과학자들의 행복을 비교하면서 밝은 미래를 내다보는 것으로 끝난다. 

 

“비범한 두뇌를 소유하였음에도 행복한 고백을 할수 없었던 그들의 삶과 대조되는 어머니세대들의 삶 그리고 태여난 첫날부터 보살펴주고 내세워주는 나라에서 근심걱정없이 살고있는 우리 세대.

행복은 시대가 준다. 백두산절세위인들이 이끄는 사회주의조국에서 마음껏 탐구하는 우리 과학자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국가가 세워준 훌륭한 연구소에서 그쯘히 갖추어진 실험설비들을 리용하며 탐구의 나래를 활짝 펼치고 가치있는 발명을 하면 높은 명예칭호를 안겨주며 삶의 절정에 세워주는 내 나라.

참으로 어머니당의 품에 안겨 과학연구사업을 하는 우리 과학자들의 앞길에는 언제나 행복과 영광만이 있을것이라고 봄순은 확신했다.”(325쪽) 

 

빗나갈 뻔 했던 새 세대가 윗 세대의 감화를 받고 바른 길로 들어선다는 건 조선작품들에서 흔한 주제이다. “아재개그”를 웃음거리로 삼는 한국의 현재 풍토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 듯하다. 일단 필자의 이해에 따라 정리해본다. 

앞에서 쓰다시피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작품이므로 모순과 충돌, 문제해결 등의 세부는 줄이고 인간상을 중점으로 소개하련다. 

 

소설에서 노세대 지식인으로서 인상적인 인물들은 4명이다. 리현심의 동료들인 노병학자 전세연과 류진, 리현심의 아버지인 력사학자, 리현심과 송리옥의 중학교 담임이며 물리교원인 강인옥. 

중년세대 지식인으로는 리현심과 송리옥, 그리고 그들의 동창생인 강용진 및 룡림탄광의 기사장 문일수가 주로 그려지고 리현심의 대학동창생인 오철훈은 우수한 인물로 언뜻언뜻 등장하며, 송리옥의 남편 출판사 편집국장 차인철 또한 특색 있는 인물로 나온다. 

아랫세대에서는 차봄순이 작품의 시작과 결말에 나타나는 외에, 공식의미로서의 지식인은 아니지만 노동계급의 인테리화 본보기로 될 수 있는 탄광 노동자 량철웅과 금향이 정면인물로 나오면서 리현심의 도움을 받아 크게 자라난다. 

 

 

♦ 노세대 학자들의 선택과 이유 

 

소설을 많이 보면 알 수 있다시피 이야기를 그럴듯 하게 엮고 주인공이 겪은 우여곡절을 복잡하게 그려내는 건 엔간한 글솜씨를 가진 사람이면 거의 다 해낸다. 헌데 그 수준에 머무른다면 신문기자나 이야기꾼과 큰 차이가 없게 된다. 장편소설이던 중편소설이던 주요인물 창조보다 못지 않게 어려운 게 혹은 오히려 더 어려운 게 부차적인 인물들을 얼마나 생동하게 실감나게 믿음이 가게 그려내느냐이다. 주인공의 본보기나 스승(한국에서는 근년에 “멘토”라는 외래어로 충고자, 지도교사 역할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데)으로 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부차적인 인물들이 살아나야 붉은 꽃을 받치는 푸른 잎들이 생기넘치게 되는데, 기량이 떨어지는 작가들은 부차적인 인물들을 소개하는데 몇 천자 지어 만 자를 들이니 이야기가 가로 빠지면서 김이 새게 만든다. 

 

《한 녀학자의 고백》에서 한정아는 부차적이면서도 중요한 인물들을 짧은 편폭으로 그들의 선택과 이유를 밝혀줌으로써 필자의 감탄을 자아냈다. 

전쟁노병 연구사 전세연은 우선 집단의 존경을 받는다고 소개된 다음, 동료인 류진이 리현심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전쟁기간에 한 박격포 중대에서 장탄수와 포장으로서 고지에 단 둘이 남아 목숨을 걸고 적들을 물리쳤다는 사적이 32~ 33쪽에 간단히 소개되어 특수한 인간적 관계부터 밝혀준다.

좀 뒤에 가서 류진의 진갑(70살)날 생일모임을 그리면서 그가 모 화학공장이 외국에서 수입한 설비를 보고 반년 지나면 고장이 생길 것이라 예언했고 후에 문제를 풀어줬다는 일화를 전한 다음, 전쟁시기 류진, 전세연 중대의 조준수였던 인민군대 모 장령의 추억으로 류진과 전세연이 전후 연구사로 된 이유를 알려준다. 

 

“……그러나 이따금씩 그들은 반항하는 적들의 돌발적인 포사격을 받군 했다. 그것은 지휘관들이 미처 예측하지 못한 방향에서 날아오군 했었다.

알고보니 우리 포에 비해 기동성이 빠른 경량화된 박격포들을 적들이 리용하기때문이였다.

오랜 침략력사를 가진 미제의 군사장비는 정규무력으로 강화된지 얼마 안되는 우리 군대것보다 비할바없이 우월했다.

그때문에 지휘관들이 작전수행에서 애를 먹는것을 목격할 때마다 류진과 전세연은 전쟁이 끝나면 일생을 금속재료연구에 바치리라 결심했다는것이였다.

적들보다 더 성능이 좋고 재질이 훨씬 우월한 포를 연구하여 조국을 철옹성같이 지키리라는 맹세를 불타는 전호가에서 다졌다고 말하면서 어제날의 조준수는 이렇게 말을 맺었다.(하략)”(75쪽)

 

이처럼 전쟁시기에 다진 맹세로 하여 전세연과 류진은 재질연구에 일생을 바쳤고 생명이 위험한 실험에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후배들의 귀감으로 된다. 

리현심의 아버지 또한 가족사와 전쟁경력 때문에 딸들이 과학연구에 나가도록 밀어주었다. 리현심이 대학을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지방진출을 결심했으나 부모에게 털어놓지 못했을 때, 가족 축하연에서 아버지가 하는 옛말을 통해 2쪽 가량 분량으로 이남 출신의 청년이 어이하여 의용군에 가입했고 북행했으며 진로를 정했느냐를 간결하고도 힘있게 보여준다. 

 

“《오늘같이 기쁜 날에 내 옛말 하나 하겠다.》

리현심이가 부어주는 잔을 받고 얼굴이 더욱 환해진 아버지가 좌중을 둘러보며 말문을 열었다.

《현심이 할아버지가 말이요. 젊었을 때 힘이 장사였소. 경기도일판에 소문이 자자했지. 그 덕분에 고종왕대에 명성황후의 하인으로 뽑히웠소.》

《명성황후라면 고종왕의?…》

리현심도 처음 듣는 말이여서 놀랐다.

《그랬단다. 명성황후가 백성들의 원을 사고 쫓겨갈 때 가마채를 멘 하인들중의 한사람이 바로 너의 할아버지였단다.

명성황후가 다시 서울로 돌아왔을 때 너의 할아버지는 벼락벼슬을 받아 갑자기 상놈이 량반으로 되였지.》

아버지가 여기까지 말하였을 때 집안에는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명성황후가 왜놈들에게 살해되자 할아버지는 다시 상놈이 되였단다. 너의 할아버지는 땅을 치며 통곡하였다. 량반의 벼슬을 떼워서가 아니였단다. 백성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왕권은 결국 망국노의 운명을 면치 못한다는 력사의 교훈을 뼈에 사무치게 느꼈기때문이였지.

할아버지는 결국 자결의 길을 택하고말았다.

너의 할머니가 오롱조롱 남은 자식들을 데리고 참으로 많은 고생을 하였단다.

난 학교에 갈 돈이 없어 잘사는 집의 창문너머로 도적공부를 하면서 자습했다. 누가 일본에 가면 고학할수 있다고 귀맛좋은 소리를 하길래 바다를 건넜지만 도로청소와 뼁끼공노릇을 하다가 끝내 다시 서울로 돌아오지 않을수 없었다.》

여기까지 말을 하고나서 아버지는 침묵했다. 배울래야 배울수 없었던 지난날을 회고하는 아버지의 눈에 처량한 빛이 어렸다.

《현심아, 내가 조국해방전쟁시기 그 누구보다도 먼저 의용군에 입대한것은 일본놈들도 벌벌 떨던 세계 〈최강〉이라던 미제와 당당하게 맞서 조국의 존엄을 지키는 공화국의 위력을 이 눈으로 보면서 우리 ***이시야말로 조선의 만백성이 우러러모실 위대한분이심을 온몸으로 체험했기때문이란다.

그런데 오늘은 네가 그분의 사랑과 배려로 무료로 학업을 마치고 우리 가문의 첫 대학졸업생이 되였으니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

현심아, 나는 네 생각을 지지한다. 이 고마운 조국에 보탬이 될수 있는 과학연구사업이라면 수도면 어떻고 지방이면 어떻니?

그저 과학탐구사업을 잘해서 부강조국건설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한다면 내 평생소원도 풀리게 될것이다.》

리현심의 마음에 격정이 차넘쳤다. 그는 눈물어린 눈으로 아버지를 보았다.

(그러니 아버지는 나의 마음을 이미 다 알고있었구나.)

리현심은 아버지의 소원을 너무도 잘 알고있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어린시절이야기를 옛말처럼 들으며 자랐던것이다.

일본과 서울에서 향학열에 불타는 아버지에게 차례진것은 식민지청년이라는 일본놈들의 천대와 멸시뿐이였다.

일제는 조선이 영원히 자기의 식민지땅으로 남아있기를 바랐다. 때문에 조선사람에게는 공과계통의 자연과학교육을 받을 권리를 주지 않았다.

언제면 쪽발이왜놈들을 누르고 우리 조선이 높이 올라서겠는가. 이것은 해방전부터 아버지가 품어온 평생소망이였다.

아버지의 소원은 *** ***께서 우리 조국을 찾아주신 다음에야 풀리게 되였다. 그러나 아버지에게 공학을 배울 나이는 이미 지나버렸다.

그래서 아버지는 사회과학을 전공했다고 했다.

《현심아, 난 지금도 내 인생을 뒤돌아보면 후회되는 일이 한가지 있다. 고학을 할 때 나의 친구들은 내 두뇌가 공학을 위해 태여난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세월을 잘못 만나 조국에 더 보탬될수 있는 일을 못하게 된것이 얼마나 한스러운지 모르겠구나. 내 한을 네가 풀어주렴.》

《아버지, 걱정마세요. 제 꼭 아버지 뜻을 이루어드리겠어요.》

《여보, 오늘은 정말 기쁜 날이구려. 자, 우리 현심이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모두 잔을 듭시다.》”(43~ 45쪽)

 

중학교 교원 강인옥은 등장회수가 3회에 그치지만 남다른 충격을 안겨준다. 리현심이 중학교 3학년을 다닐 때 학부형들이 담임이자 물리교원인 강인옥의 실력이 대학교원들 못지 않다고 좋게 평가했고, 리현심과 동창생들이 수물계통 성적이 좋았으며 강인옥이 리현심의 약점을 간파하고 대중 앞에서 강의하도록 배치한 사연 등을 76~ 77쪽에서 몇 백자로 간단히 언급된 후, 뒤에 가서 대학 졸업 10년 년 뒤 탄광에서 연구사업에 몰두하는 리현심이 전문가로서 찾아온 과학원 원사인 대학시절 강좌장을 만나는 대목에서 간접적으로 등장한다. 113~ 117쪽에 걸쳐 도합 5쪽 미만 분량으로 강인옥의 인간됨이 충분히 그려지면서 대역전을 완성한다. 

 

“《현심동무, 탄광에 내려와서 석탄생산을 더 높이기 위한 탐구사업에 정력을 바치고있는 동무를 보니 동무네 중학교 담임교원이 생각나누만.》

리현심은 느닷없이 중학교시절의 담임교원이야기를 꺼내는 강좌장의 마음을 알수 없어 의아한 눈길로 그를 보았다.

스승의 눈에 깊은 추억의 빛이 어렸다.

《동무의 담임교원은 전쟁시기부터 나와 함께 외국에서 류학을 한 동창생이요.》

리현심은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다.

중학교 담임선생이 강좌장선생과 동창이였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았던것이다.

이날 강좌장이 들려준 이야기는 리현심에게 여직껏 느껴보지 못했던 뜨거운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중학교를 졸업한 리현심은 지망대로 김일성종합대학 물리학부에서 입학시험을 치렀다.

라디움의 발견으로 인류의 발전에 이바지한 큐리부인처럼 세계에 명성떨칠 과학자가 돼보려는 꿈을 간직했던 리현심에게 대학입학시험은 앞날의 희망을 결정짓는 중대사였다.

그래서인지 시험장에 들어섰을 때부터 그는 울렁이는 마음을 진정하지 못했다.

시험에 제시된 문제는 리현심에게 그리 어렵게 생각되지 않았다.

단숨에 내려쓴 그는 맨 선참으로 시험지를 바쳤다.

그런데 입학통지서는 함께 시험을 친 송리옥이에게만 왔다.

희망이 좌절된 안타까움과 슬픔으로 하여 그는 여러날을 눈물속에서 보내고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위로도 그의 슬픔을 가셔주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날 그의 담임인 강인옥선생이 집으로 찾아왔다. 대학에서 유독 그에게 입학시험을 다시 치를 자격을 주었다는것이였다.

리현심은 꿈을 꾸는듯싶었다.

담임선생의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입학시험에 관한 규정이 엄격한 대학에서 관례에 없는 혜택을 베풀었다는것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강인옥선생의 말은 사실이였다.

그를 따라 대학시험장에 들어서던 리현심은 주변의 분위기가 별로 어마어마하게 느껴지는 바람에 어리둥절해졌다.

안경낀 로학자들과 여러 선생들이 한명의 수험생을 기다리고있었다.

그들은 여러가지로 질문했다. 수학과 물리학의 공식들과 법칙들, 나중에는 칠판에 나가 교원들이 제시한 응용문제를 풀기까지 했다.

여러가지 방식으로 능숙하게 문제를 풀며 설명까지 류창하게 한 리현심을 보며 나이지숙한분이 머리를 끄덕이며 좌중을 향해 이렇게 말하는것이였다.

《인옥선생의 보증이 틀리지 않은것 같습니다.》

그때 리현심은 이 모든 일이 어떻게 되여 벌어졌는지 알수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연구사로 배치되여 퍼그나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외진 탄광마을에서 옛 대학스승의 입을 통해 그 사연을 알게 될줄이야 어찌 알았으랴.

《인옥선생이 대학교원을 마다하고 중학교교원으로 자원해내려간것은 전후 대학에 들어오는 입학생들의 기초지식이 전쟁의 후과로 매우 낮은데 대해 누구보다 가슴아프게 생각했기때문이요. 그는 조국의 미래만을 생각한 애국적인 교원이요.

동무가 입학시험에 합격되지 못했던 그날 우리 강좌에 찾아와서 안타깝게 호소하던 강인옥선생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오.

〈한명의 인재가 나라의 과학발전에서 거대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 나라에서도 리승기박사나 계응상박사가 인민들의 입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공헌을 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의미에서 볼 때 리현심학생은 미래가 촉망되는 인재입니다. 제가 키운 학생들가운데서 이 학생만큼 기대되는 수재는 없습니다.

강좌장선생님, 그리고 여러 선생들에게 다시한번 간청합니다.

혹 실수할수도 있지 않습니까?

만약 이 학생을 대학에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나라의 과학기술발전에 큰 손실을 주리라고 봅니다.〉

현심동무, 인옥선생의 말은 너무도 절절하게 울려 누구도 반박을 못했댔소. 지금까지 강인옥선생이 키워보낸 학생들은 대학에서 가장 우수하였소. 정말 훌륭한 교원이요.》

맑은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울렸다고 해도 이처럼 현심의 가슴에 큰 메아리를 일으키지는 못했을것이다.

철없던 그 시절 학생들을 신비한 지식의 세계로 한걸음한걸음 이끌어주던 쌍태머리 녀교원, 리현심을 학생들앞에 내세워 발표력을 키워줄 때에도 중학교 스승의 마음속에 간직된 크나큰 념원을 그는 도저히 알수 없었다.

한 녀학생의 미래를 위해 그토록 깊은 노력을 바친 평범한 교원의 마음을 안아보는 리현심의 가슴은 세찬 격정으로 끓어번졌다.

중학교시절의 강인옥교원 그리고 미소를 머금고 기대어린 눈길로 그를 보고있는 강좌장선생과 대학의 모든 선생들이 리현심에게는 이 땅을 이루고있는 조국의 모습으로 안겨왔다. 조국은 얼마나 많은것을 우리 대학졸업생들에게서 기대하고있는가.

그는 자기 어깨우에 결코 가볍지 않은 짐이 지워져있음을 새삼스럽게 느끼고있었다.

마음속에 이따금 찾아들던 고민과 외로움도 나약성의 표현이였고 일종의 투정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움츠러들었던 열정의 싹이 따뜻한 봄기운을 맞아 우줄우줄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 싹은 비바람이 불어도, 눈보라속에서도 억센 줄기로 이 땅을 아름답게 장식하며 힘차게 자라오를것이다.

스승과 제자는 끝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나라 과학기술발전전망에 대한 스승의 이야기를 듣는 리현심은 어느새 흘러간지 알수 없는 시간이 아쉬웠다.

탄광지구에 위치하고있는 간이역은 기차시간을 앞두고 사람들로 붐비였다. 리현심은 손목시계를 보았다.

기차가 들어올 시간이 얼마간 남아있었다.

《선생님, 한가지 미안한 부탁을 해도 일없겠습니까?》

강좌장은 기꺼이 응한다는 눈매로 리현심을 보았다.

《저의 중학교 담임선생님을 만나게 되면 제 인사를 전해주십시오.

커다란 탐구의 열매를 안고 모교를 찾아가겠다는것을 말입니다.》

《그 말은 아마 강인옥선생에게 가장 큰 기쁨으로 될거요. 내 꼭 전하지.》

스승의 얼굴에는 대견한 미소가 흐르고있었다.

《오늘 탄광행이 헛걸음으로 될가봐 걱정이 컸었는데 현심이를 만나고보니 내 마음이 가볍구만.》

(왜 걱정했을가?!)

강좌장의 마지막말은 스승의 굳센 의지와는 어딘가 모순되는 말처럼 들려 리현심은 의아해졌다.

스승은 그의 생각이 리해된다는듯 고개를 끄덕이였다.

《중국에서 류학하고있을 때 우리는 천만뜻밖에도 ******을 만나뵙는 영광을 지니게 되였소.》

《예? 선생님이 말입니까?》

리현심의 눈앞에는 수수한 양복을 입은 스승이 새삼스럽게 바라보였다.

늘 교단에 서서 조용히 학생들을 가르치던 스승에게 누구에게나 차례지지 않는 그토록 커다란 영광이 간직되여있을줄이야.

《전쟁이 끝난 이듬해 중국을 방문하시였던 ******께서는 참관일정이 바쁘신 속에서도 우리 류학생들의 숙소를 찾아주시였소. ***께서는 전쟁의 상처를 가시고 우리 조국을 사회주의강국으로 일떠세우자면 과학자, 기술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시였소. 그러시면서 동무들은 나라의 보배들이니 건강한 몸으로 학업을 마치고 돌아와 나라에 필요한 훌륭한 인재들을 많이 키워 조국의 부강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간곡히 말씀하시였소.》

그날의 감격을 돌이켜보는 스승의 눈가는 젖어들고있었다.

《우린 그때 조국해방전쟁을 승리에로 이끄시기 위해 모든 로고를 다 바치신 ***께서 하루도 쉬지 못하시고 파괴된 나라의 경제를 추켜세우기 위해 머나먼 외국방문의 길에서조차 나라의 과학기술발전을 두고 심려하시는 모습을 우러러보며 흐르는 눈물을 금치 못했소.

인옥동무가 우리 류학생들을 대표하여 눈물을 머금고 그이께 간절히 말씀올렸소.

〈******, 전쟁도 승리하였는데 이젠 좀 쉬십시오. 복구건설은 우리 청년과학자, 기술자들에게 맡겨주십시오.〉

******께서는 〈고맙소, 고맙소. 하지만 우리 조국의 현실이 그것을 바라지 않소. 남들은 200년, 300년의 공업력사를 가지고있지만 우리는 선조들로부터 겨우 락후한 봉건국가의 토대를 물려받았소. 40년간 일제의 식민지지배와 미제가 일으킨 3년간의 전쟁으로 모든것이 참혹하게 파괴되였소. 이런 형편에서 우린 앞선 나라를 빨리 따라잡아야 하오, 그렇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예속될수 있소. 때문에 남이 한걸음 걸을 때 우린 백걸음, 천걸음을 달려야 하오.〉 라고 교시하시였소. 나는 ***의 그 교시를 되새겨볼 때마다 내가 키운 제자들이 사회에 나가 자기 몫을 제대로 하는지 걱정되는 때가 많소.

그런데 현심동무가 이처럼 아글타글 애쓰는것을 보니 정말 마음이 놓이오. 무릇 창조는 노력의 함수라는 말이 있지. 난 리현심동무가 꼭 성공하리라고 믿소. 이번에 제작한 성능시험장치는 비교적 나무람할데가 없는것 같소. 그러니 신심을 가지고 잘해보라구.》

《선생님, 고맙습니다.》

리현심은 구태여 스승앞에 자기의 결심을 내비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스승의 그 눈빛이 그의 성공을 확신하고있었기때문이다.”(113~117쪽)

 

유학시절 동창생이 최고학부의 강좌장으로 과학원 원사로 된 걸 보면 강인옥의 전도가 양양했을 텐데 스스로 중학교 교원으로 일생을 보냈다. 소설은 마무리부분에 이르러 송리옥이 박사학위를 받은 다음 강인옥이 찾아가 축하해주면서 눈굽을 꾹꾹 찍었다(305쪽)면서 리현심이 악전고투한다는 얘기를 꺼내는 것으로 현시점에서 직접 등장하게 만들었다. 

 

 

♦ 중년 학자들 중 부정적인 인물 

 

소설의 부정적인 인물 대표로는 대학에서 “걸어다니는 사전”으로 불렸던 강용진이다. 한때 리현심에게 구애를 했다가 거절당한 그는 자체개발에 몰두하는 리현심과 다른 길을 고르면서 나름 논리를 푼다. 

 

“《현심동무, 그렇게 바쳐서 행복을 찾겠는지 난 믿을수 없소. 솔직히 말합시다.

현재 우리 나라 과학발전수준이 세계적인 판도에서 고찰해볼 때 앞선부류에 속하지 못한다는것을 동무도 부인하지 않을거요.

지금 분과 초를 다투며 지구의 곳곳에서 새로운 과학적발명이 창조되고있는 조건에서 그들의것을 우리것으로 만드는 일도 창조 못지 않게 중요하지 않을가?

난 동무만 동의한다면 세계를 함께 일주하며 오늘의 〈문익점〉이 되여보자는거요. 어떻소? 이 일도 애국적이며 영예로운 일이라고 생각되는데…》”(48~ 49쪽) 

 

이 대목을 읽을 때 필자의 머릿 속에 떠오른 건 “나로호” 발사과정에서 한국 과학자들이 러시아 기술자들에게 불의의 질문을 던짐으로써 전문가의 본능적인 정확한 대답을 유도하여 적잖은 기술을 빼냈다던 한국 어느 과학기술계통 책임자의 자랑이었다. 남북비교를 질색하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같지 않은 시기에 머리에 입력된 정보들이 겹쳐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현대 “문익점”은 백화점 판매원과 결혼하여 더 없이 윤택한 살림을 누리면서 어느 과학기관에서 대외사업부장으로 일하다가 과학지도기관의 심사위원회에 들어갔다. 깔끔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승용차를 몰고다니는 그는 허름한 작업복차림으로 걸어다니는 리현심 앞에서 자아도취에 빠지곤 한다. 

 

“사실 외진 산골에서 리현심을 만났을 때 강용진의 가슴에 처음 일어난 파문은 동정심이였다.

리현심에 대해 측은한 느낌이 드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동시에 인간의 한생에서 직업선택이 얼마나 중요한것인가를 새삼스레 깨닫게 하였다.

뭔가 큰일을 성취할 욕망으로 수도를 떠난 리현심이가 아닌가. 그런데 아직 그는 연구소에서 말석연구사의 처지를 벗어나지 못한것 같다. 그가 일하는 연구소는 10여년동안에 우리 나라 고도과학기술발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연구단위로 발전했다. 그런데 탄광에서 요구하는 기술문제나 풀어주려 내려온 그를 보니 실망감을 금할수 없었다. 지금쯤은 국가적인 연구과제를 맡아안고 한몫 제껴야 할 수재가 빛을 보지 못하는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배우도 무대에 따라 관중의 인기가 달라진다. 재능있는 배우가 시골무대에 서면 인기의 반경이 좁아질수밖에 없는것처럼 과학자의 두뇌도 중앙에 가깝게 접근될 때 더욱 빛이 나게 된다고 강용진은 생각했다.

과학연구기관의 대외사업부장을 그만두고 과학지도기관의 심사위원회에서 일하면서부터 그의 박식도 인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기가 세운 견해가 정당했음을 더욱 깊이 느끼고있었다.

대학때 소유한 외국어기술과 리론물리학지식은 타고난 기질과 결합되여 심사위원회에서 그의 존재를 뚜렷이 부각시켜주었다. 이미 대외사업부에 있을 때 어느 한 나라 과학자들과의 공동연구에서 일정한 지혜를 발휘하여 체득한 과학적경험은 과학지도사업에서 큰 은을 나타내게 하였다.

많은 분야에서 그의 지식을 필요로 하고있었다. 그 어느 단위, 그 어느 부문에서나 그를 불렀다.

그는 사는 보람을 느끼고있었다. 이번 탐사대걸음만 해도 그렇다. 새로운 탐사기계를 개발하고있는 이곳 탐사대에서 강용진을 초청했다.

그들은 새 기술이 완성되기 전에 널리 알려진 심사자와 미리 련계를 맺고 그의 조언을 받는것이 앞으로 심의에서도 유리하리라는 타산을 한것 같았다. 그들은 강용진을 귀빈처럼 맞이하고 잘 환대해주었다.

그의 교제범위는 점점 확대되였다. 그 어느 단위에서나 강용진의 요구라면 마다하지 않게 되였다. 그는 긍지를 느끼고있었다. 비록 탐구사업에서 유리되긴 했어도 그의 위치는 과학계에서 지도적위치를 차지하고있었다.

언젠가 심사에 초청되였던 대학강좌장선생이 그를 보고 정확한 심사는 끊임없는 창조활동과 불가분리적으로 련결되여있다고 의미심장한 충고를 주었다. 용진은 스승의 조언을 신중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전문분야만이 아닌 여러 분야에서 아직은 무시할수 없는 영향력을 발휘하고있었던것이다. 자기 실력에 대한 확신이 그를 어느덧 자만의 도가니에 잠기게 하고있음을 그자신은 의식하지 못하고있었다. 지금 이 시각 리현심을 대하는 그의 마음은 강자의 위치에서 약자를 대하는듯 한 너그러운 심경에 잠겨들고있었다.”(132~ 133쪽)

 

허나 너무 요령 있게 보내던 그는 실속 없는 책을 출간하려다가 차인철의 거절을 받게 되고 뒤이어 결함들이 폭로된다. 

 

“강용진이 그들의 발명문건을 그냥 깔고있는 사이에 다른 나라에서 그 기계를 발명하여 세계에 공포했던것이다. 그리하여 세계 특허권을 받을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였다. 신소검열을 받는 과정에 이 문제가 심각히 론의되여 강용진은 처벌을 받게 되였다.

원칙과 어긋나게 처리한 문제들이 많이 드러났다. 해당 단위에서 제출한 발명심의를 현지확인없이 수표한 문건들도 나타났다. 거기에는 례외없이 그의 사적문제가 얽혀있었다. 그러다보니 현장도입에서 많은 문제점을 산생시키고있었다.

강용진이 범한 잘못은 나라의 과학기술발전을 심히 억제시킨 과오로 평가되여 결국 처벌을 받게 된것이다.

강용진은 머리를 움켜쥐였다.

그는 눈앞에 펼쳐진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자기가 선택한 인생길이 실패했음을 말해주지 않는가. 강용진은 여직껏 남들보다 빠른 성공일로를 걸어왔다고 자부하고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되여 이런 결과가 차례졌는가.

그는 누구보다 사회적공간을 잘 가늠하고 그것을 요긴하게 리용해왔다. 그것으로 일약 명성을 떨치기도 했고 책임적인 지위도 차지하게 되지 않았던가. 많은 사람들이 그를 중시하고 그를 필요로 했다.… 그러나 그는 결승선의 테프를 끊지 못하고 아득히 뒤떨어졌다.

뛰여난 외국어실력과 물리학분야를 비롯한 다방면적인 지식을 소유한 강용진이 집단의 소외를 받았다.

더없이 답답해지는 마음을 해소시킬양 그는 무의식적으로 텔레비죤수상기의 원격조종기를 눌렀다.”(319쪽)

 

이때 텔레비전으로 리현심이 노력영웅칭호를 받았다는 소식이 보도되고, 큰 충격을 받은 강용진은 “리현심이나 송리옥이처럼 조국에 하나라도 보탬을 주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음을 비로소 반성”(320쪽)하고 새 출발을 다짐한다. 

 

 

♦ 리현심- 현영라의 연구과제와 성과 

 

강용진보다는 나으나 성격과 안목 약점 때문에 걸핏하면 연구과제를 바꾼 송리옥은 국산화를 100% 실현하느냐 마느냐는 문제에서 뒷걸음을 치곤한다. 리현심이 “탄광신사”라는 별명을 지어준 문일수는 보는 사람과 보는 시기에 따라 형상이 바뀌면서 역전을 이어간다. 이 두 인물은 너무 복잡하니까 원작을 보는 게 재미있겠다. 

앞에서 쓰다시피 소설에서 리현심의 연구성과는 전기접점과 특수합금이다. 과학기술을 소재로 삼은 작품에서 연구의 필요성을 얼마나 정확하게 간결하게 설명해주느냐가 아주 중요하다. 한정아는 1천자 미만의 편폭으로 전기접점문제를 잘 그려냈다. 

 

“그가 연구하는 전기접점은 얼핏 보면 애기손바닥보다 작은 금속판대기에 지나지 않지만 집채같은 채탄기를 비롯한 탄광의 모든 채굴설비들의 가동여부와 전반생산공정에서 중요요소를 이루고있었다.

접점재료의 질에 따라 설비들의 수명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기계가 시동할 때, 즉 전기가 투입되는 순간에 몇배의 전류가 흐른다. 이런 큰 전류가 흐르면 일반금속은 견디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큰 전류에 견디는 금속을 접점재료로 써야 하는데 백금과 같은것이 좋았다. 하지만 그것은 원가가 너무 비싸 값눅은 금속들로 합금을 만들어야 대용할수 있었다. 당시 우리 나라에서 사용되던 순동으로 만든 접점은 불량한 조건이 많이 제기되고있었다. 그때문에 설비들의 가동에 지장을 받고있었다.

더우기 탄광들에서는 막장으로부터 바깥까지 련결되여있는 수십대의 전기설비들가운데 어느 한 고리만 튀여도 생산전반이 멎어버리기때문에 전기접점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제기되고있었다.

룡림탄광도 불량한 전기접점으로 생산에 막대한 영향을 입고있었다. 용량이 큰 전기접점이 없어서 품들여 대형채탄기를 막장에 전개하고도 돌리지 못하고있었다.

참으로 전기접점은 탄광들에서 생산정상화의 관건적인 문제로 제기되고있었다. 리현심이네 연구소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속재료연구사인 현심을 기계화의 규모가 가장 큰 탄광인 룡림탄광에 파견하기로 했다. 특수합금연구조에 망라되였던 리현심은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떠나왔었다. 특수합금재료는 고도기술산업발전에서 중요위치를 차지한다. 만약 이것이 성공하면 우리 나라 전자공업은 세계의 최첨단수준에 당당히 올라서게 된다. 과학자로서 한번 해볼만 한 연구과제를 접어놓고왔으니 룡림탄광의 접점재료를 연구하면서도 리현심의 마음은 늘 연구소에 가있었다. 더구나 특수합금은 연구소가 관심사가 되여 밀어주고있어 긍지가 컸었다.”(10~ 11쪽)

 

리현심은 이처럼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기에 국산보다 성능이 훨씬 좋은 전기접점재료를 만들어낸 다음 만족스레 연구소로 돌아갔다가 순간부하가 커지는 탄광 실정에서 문제들이 드러나니 다시 탄광으로 내려가 혼기를 놓치면서까지 직심스레 여러 해 연구하여 끝내 성공한다. 특수합금은 원래 연구하던 전세연이 사망한 다음 과제를 맡아서 어렵사리 성공시킨다. 

 

특수합금은 전기접점재료보다 앞서서 “특수합금은 세계적인 고도기술로서 만약 성공하면 우리 나라가 세계전자공업의 최첨단수준에 당당히 올라서게 될것이며 우리 인민의 문화생활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수단이 더 많이 제공될것이다.”(8쪽)고 소개되고, 리현심이 조장으로 된 다음에는 연구의 어려움이 거듭 강조된다. 

 

예전에 조선이 현영라를 갓 선전할 때 김일성 주석의 영상문헌을 영구보존할 수 있는 공로를 세웠다고 평가했다고 기억된다. 소설과 통일뉴스 기사를 통해 현영라가 여러 가지 분야에서 재질연구성과를 거두어 큰 기여를 했음이 알리는데, 현영라라는 이름이 조선의 출판보도물에 오른지 근 20년 지나 그녀가 세상을 뜰 때까지 특별한 새 연구성과는 공개되지 않았다만, 그 긴 세월 그녀가 놀고 먹었을까?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이다. 

 

솔직히 필자는 근년에 조선의 위성- 미사일을 놓고 초고온에 견디는 문제가 제기되고 특히 대기층 재진입여부가 국제적인 화제로 될 때마다 현영라를 떠올렸다. 그녀 개인적으로 어떤 기여를 하지 않았더라도 재질을 연구하는 연구소의 연구집단이 분초를 다투면서 연구에 매진하지 않겠는가! 

현영라의 후배들이 거둔 성과는 언제 문학예술작품으로 그려질까? 그런 작품이 발표될 때에는 아마 반도의 평화가 확실히 담보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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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ns 18/01/21 [12:43]
함흥시 흥남구역에 과학원 유색금속연소가 있는데 그곳의 연구사였네요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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