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아버지 영전에
조광태 시인
기사입력: 2018/04/08 [03:49]  최종편집: ⓒ 자주시보

 

 

         아버지 영전에

                                조광태

 

 

그것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줄 알았는데

 

만물이 소생하면 반듯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순리를 깨달은 순간!

 

우리 삶이 하늘에 있음을 알았습니다

  

 

한낮에 햇살이 어둠을 향해 치닫는 몸부림처럼

 

어둠과 밝음 사계절 돌아가는 몸부림 속에

 

내일을 짚어 가며 사는 우리는

  

 

아버지!

 

아버지!

 

겨우내 숨죽였던 풀잎은 조심스레 흙발을 딛고 일어섰는데

 

당신께선 콧등 같은 문지방 딛질 못해 멀리 가셨습니다

 

이제 비탈진 밭고랑에 씨앗은 누구와 뿌리며

 

다랑논 물길은 어찌 잡아냅니까

  

 

마주앉아 소주 먹던 벗들은 주름 사이로 눈물을 감추는데

 

흙구덩이 감자는 저절로 눈을 떠 서러움이 복받칩니다

 

겨울에 묻어 둔 김장독은 아직 아버지 입맛을 아는데

 

주인 없는 불평으로 뒤틀린 문틀은 제자리 찾질 못해

 

노곤한 봄빛으로 산으로 산으로 초록으로 노닐고

 

산 산 계곡마다 지천으로 깔린 고사리 고비 어린 손길이

 

봄 내음 가득한 용화동 가마솥 골 

 

낯익은 이름들이 아버지를 부릅니다

  

 

높고 낮은 산 산

 

발길 따라 굽이굽이 골짜기 물이 넘쳐

 

앞 강물 휘몰아치는데

 

고향 떠난 들새 둥지 틀어 하늘 높이 우짖는데

 

당신께선 너무 멀리 떨어진 까닭에

 

그리움은 먼 별빛이 되었습니다

  

 

푸른 산 구릉 넘어 산마루에

 

서툰 길놀이 달구질소리는

 

척 척 발장단 아픈 소리로

 

시린 핏빛으로 소복한 살풀이가 되어

 

슬픔에 밑 빠진 가슴으로 들어붓습니다

  

 

꽃피는 봄날 그것 다 못보고 그리운 고향산천 북에 두고

 

그리운 살붙이 만겁에 아픔 안고

 

그 숱한 날들 어찌 담아 사람 좋은 얼굴로 가셨습니까

  

 

이제라도 차마 떨치고 고향 떠나온 발길 되돌려

 

부모형제 있는 북녘 고향 찾아갔나요

 

꿈에라도 보고 싶던 황해도 봉산군 은파리

 

듣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고향

 

아버지!

 

아버지!

 

 

 

 

© 조광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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