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문화 가꿔가기 35] 북한산과 대홍단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4/29 [14:46]  최종편집: ⓒ 자주시보

 

4· 27 남북정상회담장에 북한산 그림이 걸려 세인의 시선을 끌었다. 한국의 수많은 산들 중에서 언론기사 등장빈도를 따진다면 북한산이 앞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한국의 오악 중 중악이라 원래 유명하고 또 서울시에 자리잡다나니 서울시민들의 등산목표 첫 순위다. 필자는 그야말로 수없이 “북한산”을 접하면서도 자꾸만 “북한산 제품”할 때의 “북한산”과 헷갈린다. 사이트 홈페이지에서 기사제목들이 완전히 나오지 않고 “……북한”까지 보여 무슨 북한 얘기냐고 눌러서 열어보았다가 등산객이 어쩌고 따위 내용에 “낚였구나”를 연발한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의 자료들에서 북한산의 한자표기는 “北漢山”이고 옛 이름들로는 삼각산(三角山), 부아악(負兒嶽), 횡악(橫嶽) 등이 언급된다. 북한산은 조선왕조 후기에 수도 한성(漢城)의 북쪽에 있다는 뜻으로 생겨났다 하고, 삼각산은 고려 시대 993년 이후 부아봉(현 인수봉 ), 중봉(현 백운대), 국망봉(현 만경대) 세 봉우리가 모여 있어 삼각(三角)처럼 보여 삼각산(三角山)으로 불려왔다고 설명한다. 또 그 전의 신라시대와 고려왕조 초기에는 부아산이라 불렀다 하며 백제, 고구려는 횡악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여러 해 전 필자는 “가노라 삼각산아...”로 시작되는 옛 시조 덕분에 북한산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산 이름의 옛날 표기들은 고대문서 원문들을 보지 못했으므로 한국의 설명 정확성 여부에 대해 발언권이 없다. 단 언젠가 조선의 학술서적에서 삼각산 지명의 유래를 본 적이 있어서 언급해본다. 원본이 수중에 없어서 100퍼센트 정확히 전달하지는 못한다만 설명은 대체로 이러하다. 

 

산의 고유어 이름은 워낙 “쇠귀메(혹은 뫼)”였다. 소의 귀처럼 생긴 산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지명들을 한자로 표기하는 바람이 불면서(신라와 고려, 조선왕조시기에 모두 이런 일을 정부차원에서 내밀었단다) “쇠귀”와 음이 비슷한 “세귀”의 뜻을 따서 “삼각”이라는 말이 나왔고 거기에 “뫼 산”자라 붙여져 “삼각산”이 생겨났다 한다. 

지명 유래설을 담은 민간이야기가 아니라 엄숙한 학술서적에서 편 주장이었기에 꽤나 인상이 깊었는데, 한국에는 그와 비슷한 설이 있는지 이남학자들은 이북학자의 주장을 낭설로 치부하는지 진지하게 대하는지 모르겠다. 

 

분단 이래 남과 북에서 변한 지명들은 각자가 만든 지도들이 상대방의 새 지명들을 인정하지 않던 등등 참으로 많은 기현상들을 만들어냈고 남과 북을 오간 사람들에게도 숱한 불편을 끼쳤다. 북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생겨난 “김정숙군”, “리수복리(전쟁영웅 이수복의 고향)”, 남에서 “자지도”가 부르기 듣기가 거북하다고 바꾼 새 이름 등등을 서로 익숙해지고 인정하고 사용하자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2017년 8월에 발표한 통일문화 가꿔가기 12편 “북에서 광복 후 바뀐 지명들 알아보기”(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5134&section=sc55&section2=)는 북반부의 지명변화와 지명해석을 다뤘다. 필자는 중국에서 살기에 지명들의 한자표기에 유달리 주의하는데, 반도의 남과 북에서 쓰는 한자지명들 때문에 골치 아플 때가 많다. 

제일 골칫거리는 우리말 해석과 다른 한자들을 쓰는 것이다. 

예를 들어 량강도(양강도)의 대홍단은 김일성 장군 부대가 1939년에 일본군을 소멸하는 전투를 벌려 유명해졌고, 근년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도한 “감자혁명”으로 소문났는데  조선(북한)자료에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 북 지도의 대홍단     © 자주시보,중국시민

 

“대홍단군

 

철죽꽃, 진달래꽃으로 붉게 물드는 골짜기의 급한 여울을 낀 큰 마을이라고 하여 오래전부터 대홍단이라고 불러왔다. 

《대홍단》이라는 이름에서 《대》는 소홍단마을과 비교하여 큰 마을을 뜻하며 《홍》은 꽃으로 붉게 물들었다는것을 이르며 《단》은 급한 여울물을 뜻한다. 

지난날에는 대홍단을 버들꽃(류동이라는 한자말로 불렀다)이라고도 불렀는데 골짜기에 버들이 많았던것과 관련된다.”

 

“단”이 급한 여울을 뜻한다니까 “여울 단(湍)”자가 맞다. 지명을 한자로 표기하면 “大红湍”이고 중국어음으로는 “따훙퇀”이다. 조선의 학술자료에서는 “대홍단수(大红湍水)”라고 표기한다. 그런데 조선이 여러 해 째 중국어선전자료에서 “붉은 단(丹)”자를 써서 “大红丹”이라고 쓰는 바람에 “따훙단”이 굳어졌다. “따훙(大红)”이 진한 붉은 색이란 뜻이고 “단(丹)”도 붉은 색이란 뜻이라 “따훙단(大红丹)”은 동의반복이 된다. 

그러면 조선의 표기가 틀렸는가? 그렇게 단언하기도 어렵다. 고산자 김정호가 19세기에 만든 《대동여지도》에서 “大紅丹水(대홍단수)”라고 표기했으니까. 지명유래설과 한자표기가 다른 건 오랜 세월 많은 문제를 만들어냈다. 한자어표기들이 여러 가지면 지명의 유래마저 헷갈리게 만든다. 

 

근, 현대에는 지명들이 규범화되고 통일되었으나 예전의 생활에서는 지명은 그야말로 보기나름, 부르기 나름이었다. 산 하나도 이쪽에 사는 사람들이 “둥근 산”이라고 부르면 저쪽에 사는 사람은 “뾰족산”이라 불렀고, 영 하나도 소나무가 많은 쪽에 사는 사람들은 “솔령, 솔고개” 등으로 불렀다면 칡이 많은 편에 사는 사람들은 “칡령, 칡고개”라고 부르는 식이었다. 

가장 복잡한 문제를 만드는 건 고유어에서 생겨났다가 뒷날 한자로 표기한 지명들이다. “널무니”- “판문점(板门店)”, “널다리”- “판교(板桥)”, 배다리“- ”선교(船桥)“, ”미리내“- ”용천(龍川)“ 등처럼 이해하기 쉽고 오해할 여지가 적은 것들도 있지만 전혀 관계를 알 수 없이 변한 것들도 많다. 

 

지명을 놓고 제 주장만 옳다고 우기면 분열을 조장하고, 상대방 주장에도 일리가 있음을 인정하면서 해결책을 찾아나가면 통일에 가까워진다. 남과 북의 지명관련자료교류가 활성화되면 제일 좋겠고 하다못해 대남선전이나 대북선전들에서라도 지명유래, 연혁, 변화원인 등등을 알리면 상대방 비하보다는 100배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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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 18/04/29 [18:28]
뭐든지 진보,합리적인 북한이 촛불을 초불...깃발을 기발등으로 표기하는것, 이해할수없고 불편하다...미국놈이 밉다고 세계어로된 영어대신 뜨락또르... 컵대신 고뿌 에너지가 아니라 에네르기등 로어나 독일어를 고집하는것도 촌쓰럽다....이번 김정은위원장의 서울표준시채용같은 용단은 참으로 잘한짓이다....매력적인 사나이다...홍준패같은놈과 비교된다...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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