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477] KAL기 졸속 보고서의 교훈을 잊지 마시라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5/31 [14:18]  최종편집: ⓒ 자주시보

 

▲ 2018년 4월 11일 오전 "1987, 전두환 그리고 KAL858기 사건” 주제 토론회에서 김성전 고문은 최근 가족을 거쳐 입수된 비행기 잔해(오른쪽)에 대해 KAL858기 잔해가 아니라고 확인했다. [사진출처-통일뉴스]     ©

 

반도와 주변 정세가 너무나도 극적인 변화들을 거듭한 5월이 어느덧 다 지나간다. 물론 이 달에 다른 고장들에서도 많은 일들이 생겨났고 이러저런 결론들이 만들어졌다. 2014년 봄과 여름에 불행을 당한 말레이시아 항공사 비행기들-- 3월 8일에 인도양에서 실종된 MH370기와 7월 17일에 우크라이나에서 격추된 MH17기 조사보고도 결론에 속한다. 

항공 사고 역사상 최악의 미스터리로 꼽히는 MH370기는 4년 여 조사를 거쳤으나 특별한 성과가 없이 종료되면서 기장의 자살행위로 몰아가는 분위기로서 이제 말레이시아 교통당국은 MH370편의 실종과 관련한 최종 조사 보고서를 공개하길 기다려야 한다. 

 

MH17기는 다국적 조사단이 러시아 부대가 쏜 미사일에 맞았다는 옛 설을 재확인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지역 위의 공역(空域)을 봉쇄하지 않아 민항기가 드나든 점을 조사단이 무시했다고, 러시아를 조사에 참여시키지 않았다고 반발하면서 조사단의 보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보다 두 달 앞서 3월 18일에는 러시아가 MH17기 격추 장본인으로 지목했던 전 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 블라지스라브 베로센이 자택에서 총으로 자살했다. 한창 나이 사나이가 우울해하다가 자살하는 바람에 MH17기로 인한 사망자수가 298명에서 299명으로 늘었고, 사건에 신비성을 보태주었다.  

한편 실종자 239명인 MH370 사건은 처음부터 신비롭기 그지없다. 워낙 2014년 3월 8일 승객과 승무원 등 239명을 태우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이륙해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향했으나 베트남 부근을 지나다가 돌연 인도양으로 기수를 돌린 뒤 사라져버렸다. 하여 관련국들은 항공사고 사상 최대 규모인 1억5천만 달러(약 1천600억원)를 들여 전면 수색을 진행했으나 별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조사가 종료되었다.

 

여러 나라 사람이 탄 MH17기와 달리 MH370 절대다수 승객이 중국인이라 중국에서 소문이 유달리 많이 나왔다. 그 가운데 하나는 중국의 뛰어난 과학자가 중대한 기밀을 갖고 그 비행기에 탔기에 미국이 최첨단 기술과 장비를 동원하여 비행기 방향을 돌렸고 승객들을 억류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외계인이 납치해 어느 비밀기지에서 연구 중이라는 것. 이런 설들의 공통점은 승객들의 생존에 대한 기대다. 허나 승객 가족들을 비롯한 선량한 사람들의 기대는 무참히 허물어졌다. 

 

당년에 중국인들이 겪은 좌절감은 굉장히 심각했다. 2003년에 유행된 사스가 현대의술로도 치료할 수 없는 유행병이 있다는 공포로 충격을 주었다면, 2014년에 첨단기술의 대명사격인 대형항공기가 가뭇없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위성과 레이더, 감청수단으로 지구의 구석구석을 다 살필 수 있다는 신화를 깨뜨리면서 현대사회에서도 존재하는 불확실성을 부각시켰고 불가지론까지 부풀렸다. 

MH370기와 MH17기 조사결론이 만족스럽지는 못하다만, 그래도 여러 나라 전문가들이 여러 해 품을 들여 얻어낸 것이다. 그래도 논란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 

 

헌데 1987년 대한항공 KAL기 사건은 발생 후 며칠 만에 비행기가 어디에 떨어졌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안기부가 벌써 “북괴의 소행”으로 단정했고, 재빨리 북 공작원들을 찾아냈다. 그 후 현지조사가 거의 없는, 완전히 김현희의 진술에 의거한 조사보고가 이듬해 나왔고 경력과 행적 그리고 폭파수단 등의 허점들이 잇달아 밝혀지면서 지금까지 논란이 그치지 않는다. 

하루에 그린 그림을 내놓은 지 한해가 지나도록 팔리지 않는다고 투덜대는 청년화가에게 그림이 잘 팔리는 명화가가 충고했다는 유머가 있다. 

“한해 품을 들여 그려보게. 그러면 하루 만에 팔릴 테니.” 

대충대충 그린다면 한해는 고사하고 몇 해 걸려도 작품이 팔리지 않을 건 물론이고, 열심히 그린 작품이라도 남의 인정을 꼭 받는다는 법은 없다. 허나 열심히 만든 게 허점이 적다는 건 상식이다. 

KAL기 보고서를 졸속으로 만들지 않았고, 김현희 책들을 마구 찍어내지 않았더라면 기본사실들에서 허점을 남겨 숱한 사람들의 지적을 받을 일이 없었을 것이다.

 

대충대충 빨리빨리 스타일은 결코 20세기 일이 아니다. 2016년 4월에 일어난 이른바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탈북사건”에서 통일부가 여종업원들을 만나지도 못한 상황에서 국정원의 각본을 그대로 읽어 남한 동경, 자진 탈북 신화를 공포했다가 지금 곤경에 빠지지 않았는가. 

6월 1일부터 남북 고위급 회담이 예정보다 반달 늦게 진행된다. 여종업원 문제가 잘 풀리기를 바란다. 

 

 

 

 


광고

트위터 페이스북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
여종업원 관련기사목록
더보기
사랑방
최근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