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480] “중국 최고 전문가”들이 한국인이라...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6/04 [13:57]  최종편집: ⓒ 자주시보

 

중국과 한국은 인명과 직무의 표기관습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보통 인명 뒤에 상세한 직무를 붙여 쓰는데 중국에서는 구체적인 직무 뒤에 인명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직무 자체는 곧잘 성씨나 인명 뒤에 붙여서 “* 주석”, “* 총리”, “* 위원장”, “* 총경리(사장)” 식으로 쓰더라도 직무 앞에 국가 혹은 기관, 회사가 밝혀지는 경우에는 이름이 뒤에 간다. 예컨대 중국 최고지도자를 한국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라고 표기하는 반면, 중국에서는 “궈쟈주시 시진핑(国家主席习近平국가주석 시진핑)”이라고 한다. 

습관이란 참 무서운 것이라 한국 책과 신문을 수십 년 째 접하고, 사이트들 둘러보기도  근 20년이건만 아직도 헷갈릴 때가 적잖다. 

 

지난 4월 하순의 어느 날 모 포털 사이트에서 “김태희 슈퍼컴퓨터센터장 관사서 숨진 채 발견”이란 제목을 보고 흠칫 놀랐다. 김태희란 유명 영화배우인데 슈퍼컴퓨터센터장 관사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나? 헌데 열어보니 김태희(54)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장이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는 내용이었다. 

중국식으로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장 김태희”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고 썼더라면 오해하지 않았을 텐데 라고 투덜거리면서 기사 밑을 보니, 필자와 꼭 같은 착각을 했다는 불평댓글들이 붙었기에 고인에게는 죄송하지만 웃음이 나왔다. 기자가 일부러 낚았다는 추측도 있었다. 

토종 한국인들도 잘못 알았다니까 미묘한 심리평형이 이뤄졌다.

 

직무 표기 관습이 가끔 오해를 산다면, 수식어의 개념은 자주 착각을 일으킨다. 지난 주말 “중국 전문가 4인이 말하는 '시진핑의 새로운 시대'”라는 제목을 보고 중국의 어떤 사람들이 최고 전문가로 불리느냐는 호기심에 기사를 열어보았다. 첫 문장이 “중국의 최고전문가 4명의 저자가 말하는 '시진핑의 새로운 시대'가 전자책으로 출간”되어서 한결 기대되었는데, 다음 문장에서는 한국인 4명의 이름을 열거했기에 실망해버렸다. 

 

한국 언론들에 곧장 등장하는 “북한 소식통”이 조선(북한)에 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은 줄은 예전부터 잘 알고, “북한 전문가” 하면 조선의 전문가가 아니라 외부에서 조선을 연구한다는 전문가임은 근년에 알게 되었다만, 아직까지도 “중국 전문가”라고 하면 “중국의 전문가”로 여길 때가 더 많다. 게다가 “중국 최고 전문가”, “중국의 최고 전문가”라고 묘사했으니, 한국인들인 줄을 누군들 짐작하랴? 혹시 토종 한국인들은 대뜸 한국의, 한국을 위해, 한국인들에게 중국을 알려주는 한국 전문가들임을 알아챌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한학자(漢學者)” 하면 한자 고전에 익숙하여 대륙과 반도에서 생겨난 학술을 가르치거나 작품들을 풀이하는 한국인들을 가리킨다. 그런데 중국어에서 쓰는 “한쉐쟈(漢學家=汉学家한학가)”는 한자가 1자만 달라 얼핏 보면 같은 개념이지만 실은 다르다. 근대 유럽에서 중국 고대사와 고전을 대상으로 학술적 연구를 하는 사람들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현대 중국을 대상으로 정치, 문화, 경제 등등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중궈원티좐쟈(中国问题专家중국 문제 전문가)” 등으로 불린다. 근년에는 원래 의미에서의 “한쉐쟈”들이 사라지면서 한쉐쟈와 중궈원티좐쟈들이 뒤섞여 쓰이면서 현대중국연구자들도 “한쉐쟈”로 불리는 경우가 흔하다. 

 

지난 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앞서 파리 체류 경험이 있는 중국인이 글로 충고한 적 있다. 프랑스의 “한쉐쟈”들과 거리를 두면서 그들의 소리에 넘어가지 말라고. 그러나 전통개념대로는 그런 사람들이 “한쉐쟈”가 아니라 “중궈원티좐쟈”들이었다. 유럽과 미국의 “중국 문제 전문가”들이 정치이념, 종교, 문화 등 이유로 현재의 중국을 제대로 요해하지도 이해하지도 파악하지도 못해 서방 사람들에게 그릇된 정보들을 전하고 정객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건, 외국과의 교류가 많은 중국인들의 불평거리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이 어떤 수준이냐는 필자가 10여 년 째 거듭거듭 문제점들을 지적했는데, 한국의 “중국 전문가” 중국식으로 말하면 “중국 문제 전문가”들의 연구결과에 대해서는 필자가 본 책이 적어서 잘 알지 못한다. 언론들이 “전문가”라고 모시는 분들이 가끔 중국의 상식적인 개념들마저 헷갈리기에 꼬집은 적은 있다만 전문 저서들은 접할 기회가 없어서 뭐라고 말할 자격이 부족하다. 

“중국 최고 전문가 4인”이 만든 전자책은 “중국의 현재와 미래를 심층 진단”했고, 시진핑 주석이 국가 종합목표를 설정하고 가야할 길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이면을 “정치 외교 경제 사회문화 분야별로 명쾌하게 분석”했으며 “아울러 강한 중국의 미래 예측과 한국이 준비해야 할 대응책도 제시한다”였는데 아무쪼록 좋은 영향을 끼치기를 바란다. 특히 한국의 보수정치인들이 중국을 제대로 알고 처사하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적어도 수준미달 “막말”이라도 줄어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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